美 환경청, “2035년부터 원칙적으로 동물실험 금지하겠다” 발표
에드믹바이오, CES 2022에서 소형 3D 장기칩 선보여
장기칩, 미세유체 기술 기반 장기 유동 모사∙∙∙“환자맞춤형 약물 처방” 기대
[스타트업투데이] 에드믹바이오가 개발한 ‘장기칩’(organ on a chip)은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은 말 그대로 세포를 포함한 각종 바이오물질을 3D로 프린팅하는 기술이다. 이렇게 개발된 장기칩은 몸 밖에서 장기로써 기능하는 셈이다. 지난 1월 CES 2022에서 소형 3D 장기칩을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보였다.
최근 동물보호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화장품 업계는 동물성 원료 대신 자연에서 채취한 비건 화장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화장품 연구부터 개발, 출시까지 동물실험을 진행하지 않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동물실험은 새로운 제품이나 의약품이 인체에 얼마나 영향이 있을지 예측하는 데 활용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연간 5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동물실험으로 희생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동물을 대체할 수단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역시 신약개발에 동물실험을 대신하기 위한 연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에드믹바이오 하동헌 대표를 만나 이와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장기칩이 필요한 이유
신약 후보 물질의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전임상 단계의 동물실험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친 신약 후보 물질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지금의 동물실험은 인체와 다른 환경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낮다. 일각에서는 동물실험에서 통과된 약이 인체에 미치는 효과를 8% 이하로 보기도 한다.
또 윤리적 문제로 동물실험에 대한 규제 또는 금지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2018년 캘리포니아주가 미국 최초로 화장품 안전성 시험을 위한 동물실험을 금지했고 2019년 네바다주와 일리노이주가 여기에 합류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는 2035년부터 원칙적으로 동물실험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동물실험이 본격적으로 금지되면 제약사는 신약개발과 관련된 실험을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해 과학계는 3D 오가노이드(organoid)에 주목했다. 오가노이드는 장기 세포를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미니장기다. 세포집합체로써 고도의 바이오기술이 녹아 있는 ‘체외모델’(in vitro model)이다. 인체 장기와 구조가 유사하다는 이유로 과학계는 동물이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와 달리 에드믹바이오의 3D 장기칩은 보통 미세유체 기술을 기반으로 장기의 유동을 모사하면서 다중실험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장기칩과 오가노이드 모두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하 대표는 “인체와 가장 가까운 장기칩으로 약물 효과나 독성을 확인할 수 있다”며 “각 환자의 세포를 채취해 만든 암칩으로는 환자맞춤형 약물을 처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물실험 지속할 수 없어” 장기칩 시장 성장률 43.5% 전망
하 대표는 3D 장기칩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3D 장기칩은 종류별로 간, 신장, 폐, 심장 등으로 구분된다. 한국재료연구원과 소재혁신선도본부가 2020년 발간한 ‘생체체외모델 자립화 핵심기술’에 따르면 3D 장기칩 시장은 2017년 기준 간칩 시장이 300만 달러(약 36억 원) 규모이며, 2022년까지 연평균 43.5%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신장칩은 38.1%, 폐칩은 30.8%로 간칩와 마찬가지로 고성장이 기대된다.
하 대표는 “결국 신약개발시장은 현재의 동물실험을 지속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많은 성장을 위해서라도 ‘체외장기모델’ 또는 ‘환자맞춤형 약물처방’과 관련된 시장이 큰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에드믹바이오는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 연구팀인 ‘오간프린트’(ORGANPRINT)에서 출발한 3D 장기칩 개발 스타트업이다. 3D 장기칩 개발 기술 상용화와 함께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대체할 물질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장기칩에 활용되는 미세유체 기술 외에도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물리적 모사’와 세포 프린팅에 사용하는 ‘바이오잉크’를 통한 생화학적 모사로 보다 장기에 가까운 형태로 구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간, 혈관, 장기칩 출시 이후 현재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준비하고 있으며 암칩과 관련된 연구개발로 병원에 보급할 계획이다.
하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여러 회사가 장기칩을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함께 동물실험 대체가 가능한지 테스트 중”이라며 “신약개발에서 가장 기준이 되는 FDA의 움직임이 향후 여러 국가에서의 신약개발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장기칩은 세계적인 추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