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스타트업 상생협력 확대
개방형 혁신에 적극적인 기업일수록 매출 증대 효과 커

[스타트업투데이]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에 '개방형 혁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기업이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수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고 있다면, 스타트업에게는 스케일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대기업-스타트업 간 협업 활발 ‘시너지 극대화’


자본과 인력, 규모, 속도 등에서 그야말로 정반대에 위치해 있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서로를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지속해서 상생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각자의 부족한 부분을 채움으로써 시너지를 도모하려는 것, 이른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문화가 정착돼 가고 있다.

개방형 혁신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면서,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전략을 말한다. 이미 스타트업 육성에 집중해 온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에선 혁신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유망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의 구글·페이스북·아마존, 중국의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이 대표적이다.

대기업 주도의 성장을 이뤄왔던 한국 역시 이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균형을 맞춰 성장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개방형 혁신 생태계 구축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주요 전략으로 시행하고 있다. 유연하고 빠른 스타트업의 잠재력이 경쟁력으로 떠오르며, 개방형 혁신은 이제 필요 수준을 넘어 필수 영역으로 진입했다.

스타트업이 기술을 바탕으로 한 역량을 지원하고 대기업은 풍부한 재원, 시장 경험 등을 제공하며, 대기업·스타트업 양자 간의 협업은 서로의 강점은 강화하고 약점은 보호하는 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개방형 혁신 간 매출액 현황을 분석한 결과, 개방형 혁신 지출액이 1억 원 늘 때 기업 매출액은 3억 2,800만 원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국내·외 시장에 진출하는 스타트업을 통해 신시장·신사업 창출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고 융·복합 기술 공동 개발과 자사 비즈니스 개선도 가능하다"며 "스타트업은 대기업이 가진 국내·외 네트워크와 거대 자본을 통해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실적이 호전되는 기회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2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C랩 아웃사이드 4기' 발대식을 개최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C랩 아웃사이드 4기' 발대식을 개최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혁신 기술 보유한 스타트업 20곳 육성 나서

삼성전자는 10년째 직접 스타트업(사내 벤처 포함)을 육성하고 있다. 초창기 사내 벤처에서 시작한 ‘C랩’은 외부 스타트업 지원으로 저변을 넓히며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3일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C랩 아웃사이드 4기’ 발대식을 개최하고, 스타트업 20곳의 혁신 기술과 서비스 및 이들 간의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메타버스, 인공지능(AI), 로봇, 디지털 헬스, 친환경 등 사업을 하는 20곳의 스타트업은 지난해 하반기 공모전에서 사상 최대인 3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 이들 스타트업은 사업지원금 1억원, 심층 고객 조사, 데이터 기반 마케팅, 재무 역량 및 IR 컨설팅 등 성장 단계별 맞춤형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20개 스타트업 가운데 13개 스타트업 소속 170여 명은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 입주해 사무 공간과 식사 등 각종 인프라를 지원받는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C랩을 통해 2018년부터 최근까지 총 426곳(사내 182곳, 외부 244곳)의 사내 벤처·스타트업을 육성했다. 연내 C랩을 통해 육성되는 사내 벤처와 스타트업 수는 누적 500곳(사내 200곳, 외부 300곳)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 키우는 유통업계... 식품업계도 동반성장 모색

유통 업계도 스타트업 키우기에 나섰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매년 2월과 8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체인지엑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스타트업을 선발해 계열사와 사업할 기회를 제공하는데, 최대 5,000만 원까지 초기 투자하며 재무적 투자(FI)로 후속 투자도 가능하다. 모집 분야는 유통·패션·리빙·식품 등 기존 사업, 뷰티·헬스케어·바이오·친환경·고령 친화·교육 등 신규 사업, 인공지능·클라우드·블록체인 등 디지털 사업이다.

체인지엑스 프로젝트는 국내 최초 가상자산거래소 코빗, 뷰티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레페리 등을 발굴한 케이스타트업과 진행한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뷰티 MCN 디퍼런트밀리언즈 등 4개 스타트업에 180억 원을 투자했다.

신세계그룹 벤처캐피탈(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지난달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 번개장터에 신규 투자했다. 번개장터는 빅데이터 스타트업 부스트, 스니커즈 커뮤니티 풋셀, 중고 골프용품 거래 플랫폼 에스브릿지, 의류 편집숍 마케인유 등을 인수한 바 있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20년 7월 설립됐다. 3개 펀드를 결성해 1,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롯데그룹 벤처캐피탈 롯데벤처스는 국내 스타트업의 동남아 진출을 돕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베트남 법인을 세웠다. 베트남 정부의 기업 등록 발급 승인을 받은 외국계 벤처 투자 법인은 롯데벤처스가 처음이다. 롯데벤처스는 지난 2016년부터 베트남 엑셀러레이터 베트남 실리콘밸리와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는 롯데벤처스를 통해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협력·상생하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의 창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망 스타트업을 선발해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엘캠프(L-Camp)'가 대표 프로그램이다. 엘캠프에 선발된 기업에는 초기 투자금과 사무공간, 법률·회계 등 경영 지원, 분야별 전문가 멘토링 등이 제공된다.

지난 20일부터 총 8일간 일정으로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시장 진출 지원 프로그램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미국 실리콘밸리 연수도 진행했다. 지난해 11월 롯데는 열정과 잠재력을 갖춘 스타트업 13개사를 선발해 국내 최대 규모인 5억 원의 지원금을 수여하고 25억 원 규모 투자도 별도로 검토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 ‘프론티어랩스 2기’를 모집하고 있다. 식품 산업 관련 건강, 환경, 빅데이터,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선발해 기업당 1억 원을 초기 투자하고 3개월간 전문가 멘토링을 거쳐 후속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이를 위해 10억 원을 출자했으며 추가 출자할 예정이다.

 

퍼밋이 천안 스마트농업지원센터에 설치한 엽채류 수경재배시설(사진=하이트진로)
퍼밋이 천안 스마트농업지원센터에 설치한 엽채류 수경재배시설(사진=하이트진로)

 

주류업계 역시 일찍이 스타트업에 주목해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부터 국내 영리기업 최초로 법인형 엔젤투자자로 선정된 이후 식품·스마트팜·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를 포함한 여러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해왔다.

하이트진로는 스마트팜 시장과 퍼밋의 빠른 성장에 따라 후속 투자를 단행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2020년 스타트업 투자를 시작한 이후 기존 투자처에 후속 투자를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발성 투자가 아닌 투자 후에도 스타트업과 지속 발전 가능한 관계를 유지하며 협업을 모색하고, 성장에 필요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퍼밋은 지능형 패키지 온실, 업소용 신형재배기 등 스마트팜 산업의 성장을 이끌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상용화해, 매년 100% 이상의 매출 신장을 이루고 있다. 올해는 농협경제지주와 협력해 초보 농업인들을 위한 맞춤 스마트팜을 제공하는 등 사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SKT의 지원을 받은 6개 ESG 스타트업이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사진=SKT)
SKT의 지원을 받은 6개 ESG 스타트업이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사진=SKT)

 

통신업계, 유망 스타트업 글로벌 성장 지원

통신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SK텔레콤은 6개월간 ESG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ESG 코리아 2021'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2기 모집에 나선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14개 스타트업은 주요 공모전 수상 23건, 투자유치 6개사 총 100억 원, 사업 연계 3개사 등의 성과를 냈다.

ESG 코리아 2021는 SKT와 마이크로소프트, SAP 등 글로벌 기업과 국내 사회적기업가 교육기관 및 투자사 등 다수의 참여사들이 ‘ESG 코리아 얼라이언스'를 결성해 각자의 역량으로 국내 ESG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의 경우 참여 기업·기관이 기존 11곳에서 21곳으로 대폭 확대됐다.

‘ESG 코리아 2022’는 오는 4월 3일까지 SKT 트루이노베이션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받고, 최대 15개팀을 선발해 5월부터 6개월간 육성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한편, SKT는 지난해 카카오와 200억 원 규모의 ESG 펀드를 구축하고 스타트업 투자에도 앞장서고 있다.

KT는 신한금융그룹과 손잡고 혁신 스타트업 발굴을 위해 ‘신한 오픈이노베이션 5기’에 공동 참여한다. 이는 지난해 9월 신한금융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후속으로 진행되는 공동프로젝트다. 2020년 1기로 출범한 ‘신한 오픈이노베이션’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원하는 대기업·중견기업(기술 수요기업)과 사업 확장의 발판이 필요한 스타트업을 연결해 서로 사업을 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KT알파, 지니뮤직, 스토리위즈 등 KT의 3개 계열사가 기술 수요기업으로 참여한다. KT알파는 뉴커머스와 미디어 서비스, 지니뮤직은 AI 기반 음악·오디오 콘텐츠 제작 솔루션, 스토리위즈는 차세대 웹툰·웹소설 제작 분야의 공모를 진행해 해당 혁신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신규사업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신한 오픈이노베이션에 우수 선발된 팀에는 팀당 최대 2,000만 원, 총 1억 8,000만 원 규모의 상금이 부여된다. 또한, 공동R&D, 시제품개발 등 기술 수요기업과의 업무협업과 전담 컨설팅 등 멘토링을 지원한다.

또한 KT는 대전시와 함께 디지털헬스·로봇·ICT융합·메타버스/NFT 분야의 협력이 가능한 지역 유망 스타트업을 모집하고 글로벌 진출을 돕는 ‘Global Scale-up with KT’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21일 밝혔다.

지난해 5월 KT와 대전시가 체결한 ‘공동협력 프로젝트 업무협약’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이번 프로그램은 대전 스타트업파크 일대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마련됐다. KT는 디지털헬스·로봇·ICT융합·메타버스/NFT 분야를 스타트업 집중 육성 분야로 선정하고, 이 분야의 협력 가능한 유망 스타트업 10개 사 내외를 선발할 계획이다.

[스타트업투데이=김가람 기자] snowcat74@startuptoday.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