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업체 견적 비교 가능∙∙∙입점 수선소 투명하게 공개
월평균 3만 명 이상의 유저 앱 방문
지난해 쓱닷컴, 리본즈와 협업 진행∙∙∙다양한 분야 협업 예정
‘수선-정가품 인증-중고거래’의 장기적 로드맵 마련

엘알에이치알 김정민 대표(사진=엘알에이치알)
엘알에이치알 김정민 대표(사진=엘알에이치알)

[스타트업투데이] 아무리 비싼 명품이라도 사용하다 보면 가죽 스크레치, 마모, 헤짐 등이 발생하게 된다. 명품 역시 소모품인 만큼 오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선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명품 애프터서비스(A/S)를 이용할 때 여러 불편함을 겪고 있다.

현재 명품 브랜드의 자체 국내 A/S 인력은 매우 부족하고 한정적인 상황이라 최소 1달에서 길게는 1년이라는 긴 작업 시간이 소요된다. A/S 과정 역시 브랜드 본사 방침에 따른 일방적인 심의로 진행되며, 고객 부주의로 판정될 경우 큰 비용이 청구된다. 또 백화점에서 브랜드 아틀리에로, 브랜드 아틀리에에서 제휴 사설업체로 넘어가는 등 고객이 인지하지 못하는 재하청이 발생하기도 한다.

엘알에이치알(LRHR)은 이렇게 폐쇄적이고 구시대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명품 수선 시장의 문제에 집중했다. 이런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와 작업자를 직접 연결하는 명품 수선 플랫폼 ‘패피스’(Fapis)를 운영하고 있다. 

김정민 대표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2021년 6월 법인 설립∙∙∙“명품 2차 시장 전망 밝아”

엘알에이치알 팀원들(사진=엘알에이치알)
엘알에이치알 팀원들(사진=엘알에이치알)

김 대표는 2020년 7월 팀을 결성하고 2021년 6월 정식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엘알에이치알 팀은 개발, 마케팅, 운영, 디자인, PO의 5개 조직으로 이뤄져 있으며 현재 10명의 팀원이 함께하고 있다.

김 대표는 창업 전 연세대 경영학과를 재학 중인 대학생이었다. 그는 막연하게 ‘명품 시장을 공략하는 사업을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친구들과 함께 팀을 꾸려 창업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연세대 창업지원단의 도움을 받아 학교 도서관 한 칸에서 옷장 공유 서비스를 기획했다. 하지만 옷장 공유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매우 많았고, 자연스럽게 명품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수선’ 분야로 눈을 돌리게 됐다.

김 대표는 그렇게 피봇팅한 아이템을 검증하기 위해 서비스 소개가 담긴 껍데기만 있는 사이트를 제작했다. 이를 연세대 창업지원단 지원금 100만 원을 활용해 네이버 광고를 진행했다.

그는 “이때 3주 동안 1,000명이 넘는 사용자가 방문해 100만 원의 매출이 찍히는 것을 보고 시장과 아이템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며 “이후 본격적으로 개발자를 영입하고 정식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명품은 이미 대중화됐으며 시장에 물량도 많이 풀려있다”며 “수선, 중고거래 등에 대한 니즈가 극대화되면서 명품 2차 시장의 전망은 점점 밝아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덧붙였다.

투명한 견적 비교 시스템 구축해 경쟁력 확보

명품 수선 플랫폼 패피스(사진=엘알에이치알)
명품 수선 플랫폼 패피스(사진=엘알에이치알)

패피스는 접수 한 번만으로 전국 수선 장인을 만나볼 수 있는 명품 수선 플랫폼이다. 김 대표는 패피스를 명품 수선계의 ‘카닥’, ‘배달의민족’이라고 소개했다.

이용자는 맡기고자 하는 명품의 사진과 요청사항을 작성하고 30분 안에 전국 업체로부터 가격, 기간 등이 담긴 견적을 받아볼 수 있다. 업체별 작업 전후 사진과 실제 소비자들이 남긴 리뷰를 통해 업체의 실력 비교도 가능하다. 수선사와의 실시간 채팅으로 수선 방법에 대해 상세하게 소통한 후 결제를 진행할 수도 있다.

패피스에는 현재 월평균 3만 명이 유저가 앱을 방문하고 있으며 누적 4만 건의 수선이 접수됐다. 구매력 있는 3040 여성과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2030 남성이 메인 이용자다. 수선 업체는 50여 곳으로 약 300명의 장인이 활동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일반 소비자들은 수선 시 누가 실력자인지, 어떤 가격이 적합한 수준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며 “수선사들 역시 좋은 실력을 갖추고 있어도 TV에 출연했거나 온라인 마케팅을 잘하는 업체에 밀릴 수밖에 없었고, 결국 대형 수선소들의 외주 작업을 진행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선 시장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견적을 발급한 사람과 실제 작업을 하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아서 생긴다”며 “매장이나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받아놓고, 실제 수선은 직접 하지 못해 하청을 맡기거나 외주를 주는 가짜 수선소들이 실재한다”고 전했다.

 

사진=엘알에이치알
사진=엘알에이치알

패피스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거품 없는 가격에 최고의 수선 결과물을 제공하기 위해 소비자와 수선사를 직접 연결했다. 모든 입점 수선소를 투명하게 공개되는 플랫폼 구조를 구축하고, 실제 작업 인프라가 갖춰진 수선소만 걸러서 입점시키고 있다.

그는 “설령 거르지 못한 업체가 있더라도, 외주로 소화해야 하는 작업은 다른 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자정 작용이 이뤄진다”며 “패피스는 본질 자체가 투명한 견적 비교 시스템이다 보니 가격, 기간, 작업 퀄리티 모두 작업자를 공개하지 않는 타 서비스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엘알에이치알은 이런 경쟁력을 인정받아 법인 설립 3개월 만에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까지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베이스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벤처캐피탈(VC)들로부터 누적 12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명품 전 생애 주기 담당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목표

제11회 정주영 창업경진대회데모데이에서 대상을 수상했다(사진=엘알에이치알)
제11회 정주영 창업경진대회데모데이에서 대상을 수상했다(사진=엘알에이치알)

패피스는 백화점, 커머스, 병행 수입업자 등 명품 수선과 관련된 문제를 겪던 각종 기업의 협업 제안도 받고 있다. 지난해 쓱닷컴, 리본즈와의 협업을 진행했으며 현재도 다양한 기업들과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기획∙진행하고 있다.

현재 패피스는 약 10만 건의 견적 데이터로 수선별 평균 견적가를 도출해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돕고 있다. 엘알에이치알은 나아가 이를 활용해 수선사가 견적을 내지 않아도 자동으로 견적이 산출되는 ‘자동 견적 발급’ 기능을 개발 중이다. 중고거래 전 수선 가격까지 고려해서 판매가를 책정하는 일종의 차익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는 전략이다.

엘알에이치알의 최종 목표는 글로벌 명품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것이다. 글로벌 명품 시장 규모는 약 411조 원으로 형성돼 있으며 유럽 현지 명품 브랜드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 

김 대표는 “이 거대하고 단단한 시장에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을 꿈꾸고 있다”며 “수선은 그 첫 시작으로, 수선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점차 확장해 결국에는 명품의 전 생애 주기를 담당하는 글로벌 스타트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패피스는 ‘수선-정가품 인증-중고거래’로 이어지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며 “앞으로 기존 제품을 수선해서 더 오래 사용하고 거래하는 문화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며, 엘알에이치알은 그 중심에 있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스타트업투데이=신서경 기자] sk@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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