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 근로자의 선택권∙건강권∙휴식권 보장 목표
근로시간 저축계좌 제도 통한 휴가활성화로 휴식권 보장
환영∙반대 분위기도∙∙∙ “근로자 업무효율↑” vs “오직 사업주만 이익”
[스타트업투데이] 앞으로 근로자는 주 최대 근로시간을 69시간과 64시간 중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또 근로자가 자유롭게 휴가를 쓸 수 있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도 도입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 이하 고용부)는 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근로자의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 보장을 위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그동안 우리나라 근로시간 제도는 ‘근로시간이 곧 성과’가 되는 공장제 생산방식을 상정해 주 단위 상한 규제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2018년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주 52시간제를 도입했으나, 획일적∙경직적인 주 단위 상한 규제 방식은 바뀌지 않은 채 다양화∙고도화되는 노사의 수요를 담아내지 못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이정식 장관은 “근로자의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에 대한 보편적 보장을 통해 70년간 유지되어온 낡은 틀을 깨고, 새로운 근로시간 패러다임을 구축하고자 한다”며 “근로자의 삶의 질 제고와 기업의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법·제도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개편 내용은?
고용부에 따르면 이번 근로시간 제도 개편은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근로자 건강권 보호 강화 ▲휴가 활성화를 통한 휴식권 보장 ▲유연한 근무방식 확산 등 크게 네 가지 원칙 아래 추진됐다.
먼저 근로시간에 대한 선택권이 확대된다. 근로자는 현행 1주 외에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연장근로를 운영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선택권이 주어진다. 근로자 건강권 보호와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단위기간에 비례해 연장근로 총량을 감축하겠다는 취지다.
이정식 장관은 “투명한 근로시간 기록∙관리는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를 위한 필수적 선결과제”라며 “연장근로 총량관리,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등 다양한 근로시간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근로자 건강권 보호 강화’에도 나선다. 특히 ‘3중 건강보호장치’를 통해 근로자의 건강권을 두텁게 보호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 또는 1주 64시간 상한과 4주 평균 64시간 이내 근로(산재인정 기준) 준수하고 관리단위에 비례한 연장근로 총량 감축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IT∙사무직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정확한 근로시간을 토대로 ‘일한 만큼 보상 받는’ 근로시간 기록∙관리 강화, 포괄임금∙고정수당 오남용 근절을 포함한 종합 대책도 3월 중에 발표할 계획이다. 야간근로의 경우 보호가 필요한 야간작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건강보호 가이드라인을 연내 보급하고 실태파악을 위한 조사도 병행할 방침이다.
휴가 활성화를 통한 휴식권도 보장된다. 현행 보상휴가제를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로 확대∙개편하고 저축한 연장근로를 임금 또는 휴가로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
이 장관은 “기존 연차휴가와 결합하면 안식월, 한 달 살기 등 장기휴가도 가능하다”며 “이와 함께 자녀 등∙하원, 병원 진료 시 시간 단위 휴가, 징검다리 연휴 단체 휴가, 10일 이상의 장기휴가 사용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유연한 근무방식’이 확산된다. ‘선택근로제’는 근로자가 근로일과 근로시간을 결정해 근로자의 시간 주권 강화에 가장 적합한 제도다. 이에 고용부는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전업종 1개월, 연구개발 3개월에서 각각 3개월, 6개월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본인에 대한 선택근로 적용을 요청할 수 있는 절차도 도입한다”며 “체감 근로시간 단축과 일∙가정 양립을 위해 재택근무 등 유연한 근무방식을 확산하겠다”고 말했다.
벤처∙중소기업계 환영∙∙∙“근로자 생산성↑ 기대”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에 벤처∙중소기업계는 긍정적인 분위기다. 벤처기업협회(회장 성상엽, 이하 벤처협회)는 6일 그간 벤처업계가 요구해 온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 개편’ ‘선택근로제 확대’ ‘근로자대표제 정비’ 등 벤처업계의 근로 유연성을 확보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권한대행 김병준, 이하 전경련) 역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이 업무효율을 높이고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벤처협회 측은 “주52시간 틀 내에서 노사합의에 따라 ‘연장근로 관리단위의 월∙분기∙반기∙연 단위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라고 평가하며 “그간 경직적인 주52시간제의 틀 안에서 고질적인 인력난과 불규칙적 초과근로에 힘겹게 대응해 오던 애로가 유연성 확보를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연장근로시 11시간 연속 휴게시간 부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64시간 상한을 도입한 점,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한 점 등은 근로시간 선택의 자율성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연장근로 단위를 분기, 반기 등으로 확대할 때 총 근로시간을 축소하는 것은 근로시간 유연화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 본부장은 “이번 개편안을 계기로 기업은 산업현장의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고 근로자들이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입법 논의 과정에서 산업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개편안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아∙∙∙“근로자의 건강∙휴식 없다”
반면 이번 개편안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양경수, 이하 민주노총)은 6일 논평을 통해 “5일 연속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12시까지 일을 시켜도 합법이 되는 근로시간 제도개편”이라며 “오직 사업주의 이익만 있을 뿐, 근로자의 건강과 휴식은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포괄임금제와 관련해 민주노총 측은 “(장시간 노동과 공짜 노동을)근절하고 금지하기 위한 ‘포괄임금 금지 법제화 추진과 철저한 감독’에 대한 문제는 언급도 없이 오로지 제도의 경직성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휴식권 보장에 대해서는 “휴일을 늘려 실근로시간을 단축하겠다고 하지만, 만성적인 저임금 구조에서 노동자가 스스로의 건강에 치명적인 해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장과 잔업을 거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근로시간저축계좌제’ 역시 “생활과 생존이 어려워 실질적인 강제노동에 내몰리는 노동자에게 수당을 포기하고 휴식하라고 한다”며 “이는 작은 사업장, 저임금 노동자에겐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역시 현실을 외면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무엇보다 ‘자율과 선택’을 강조하며 근로시간제도의 과도한 경직성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고용부의 근로감독행정 부재로 현행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우리 사회 노동의 현실을 살펴보면 결과적으로 노동자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선택권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민주노총 측의 주장이다.
민주노총 측은 “무엇보다 노조가 없는 대다수 노동현장에는 노동자에게 선택권(결정권)이 전혀 없다”며 “결국 정부가 강조하는 노사 ‘당사자의 선택권’이란, 실제 현장에서 일방적인 결정권을 가진 사용자의 이익, 경영상 효율성 제고와 노동자 통제를 강화해 주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사용자와 부자를 위해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은 지금의 위태한 정부의 위기만 부채질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