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최대 200개의 패티 조리∙∙∙일관된 맛∙품질 유지
구독형 서비스 형태로 매장 운영 고객사 초기 도입 부담 ↓
지난해 알파 그릴 정식 출시∙∙∙2024년 햄버거 전체 조리 로봇 출시 예정
모듈 단위 로봇으로 다양한 동작 동시 수행 및 조립 가능

에니아이 황건필 대표(사진=에니아이)
에니아이 황건필 대표(사진=에니아이)

[스타트업투데이] 노동 인구가 감소하면서 힘들고 위험한 일을 기피하는 현상 역시 심화하고 있다. 특히 외식업계에서 이런 사회적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외식업계는 근무 시간이 길고 주말 출근, 노동집약적 일이 많아 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사람을 돕는 서비스 로봇에 대한 수요와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로봇을 이용하면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음식을 쉽고 균일하게 조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방의 단순 반복적인 노동을 로봇이 효율적으로 대신 처리하는 것이다. 

에니아이는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햄버거 패티를 굽는 로봇 ‘알파 그릴’을 개발∙상용화했다. 현재의 햄버거 조리 로봇을 시작으로 추후 다양한 음식 자동화 조리 로봇 플랫폼 회사로의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황건필 대표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로봇으로 쉽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외식업계 환경 조성 

알파 그릴(사진=에니아이)
알파 그릴(사진=에니아이)

황건필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외식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떠오른 인력난, 열악한 근무환경, 낮은 이익률에 주목했다. 황 대표는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 기술만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앞서 그는 카이스트 대학원에 다니며 광학을 이용한 뇌 영상기기를 개발하는 회사 ‘오비이랩’(OBELAB)을 창업한 바 있다. 오비이랩은 2~3년 내 기술 특례 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당시 황 대표는 악조건 속에서도 사물을 인지하고 판단할 수 있는 초음파를 이용한 차세대 로봇 인지 3차원 센싱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때의 연구 내용 중 일부는 에니아이가 전개하는 로봇 키친 사업의 초석이 됐다. 

황 대표는 “보유하고 있는 로봇 제어, 설계, AI 인지 기술을 조리 로봇에 접목하면 외식업계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다”며 “이에 카이스트에서 같이 연구하던 지금의 공동창업자들과 함께 2020년 에니아이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현재 에니아이 팀은 분야별 전문가로 이뤄진 개발팀, 생산팀, 비즈니스팀, 운영팀으로 구성돼 있다. 패스트 캐주얼 매장 운영 경험을 가진 팀원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경험이 있는 팀원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진 팀원들이 함께 시너지를 내고 있다. 

에니아이는 창업 첫해 국내 창업대회 ‘도전! K-스타트업’ 예비창업리그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AWS) 등으로부터 주방 로봇화 솔루션의 사업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푸드테크 비즈니스에 필요한 데이터 구축 환경을 지원받았다. 

 

알파 그릴(사진=에니아이)
알파 그릴(사진=에니아이)

에니아이가 개발한 햄버거 패티 조리 로봇 알파 그릴은 사전에 입력된 온도와 두께에 맞춰 패티 양면을 동시에 굽는다. 이때 소요되는 시간은 1분 내외다. 시간당 최대 200개의 패티를 조리해 레스토랑에서는 가장 바쁜 시간대의 주문량도 수월하게 생산할 수 있다. 또 카메라를 이용해 패티의 모양과 굽기 정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일관된 맛과 품질 유지가 가능하다. 

에니아이의 주요 타깃은 햄버거 프랜차이즈 레스토랑과 회사∙학교의 급식 시설이다. 로봇은 구독형 서비스(Robot-as-a-Service) 방식으로 B2B 고객에 제공된다. 이를 통해 매장 운영 고객사의 초기 로봇 도입 비용 및 유지 보수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황 대표는 “주방은 유증기가 가득하고 물과 불이 사용되는 환경이기 때문에 최첨단 센서가 달린 로봇 작동에는 많은 연구와 실전 경험이 필요했다”며 “팀원들과 함께 실제 햄버거 매장으로 출퇴근하며 조리 기본기, 식자재의 특징, 조리 순서 등을 익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이용자들은 기존 조리 방식보다 빨라진 생산 속도와 일정하게 조리되는 패티 퀄리티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더운 날씨에 뜨거운 불판 앞에서 일하지 않아도 돼 신체적 피로도가 줄었다는 점도 만족스러운 요소로 언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술력 바탕으로 한 주방 공간 최적화 로봇”∙∙∙제품 고도화 예정 

키친 이노베이션 어워즈 심사위원단과 에니아이 팀원들(사진=에니아이)
키친 이노베이션 어워즈 심사위원단과 에니아이 팀원들(사진=에니아이)

에니아이는 지난해 알파 그릴을 정식 출시하며 수제버거 브랜드 ‘크라이치즈버거’(Cry Cheese Burger)에 제품을 공급했다.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제품 판매를 시작해 현재 국내 수제버거 브랜드 매장 3곳에 도입했다. 8월 내로 주요 버거 프랜차이즈 매장에 순차적 도입을 앞두고 있다. 오는 2024년에는 햄버거 전체 조리 로봇 ‘알파 키친’을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5월에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외식 박람회(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 NRA) 쇼에 참가해 ‘키친 이노베이션 어워즈‘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때 미국의 주요 외식업 관계자들을 만나 부스에서 직접 햄버거 조리 시연을 선보이며 판로를 개척했다. 현재는 이들과 함께 파일럿 테스트를 논의 중이다. 

 

NRA 쇼 부스 관람객(사진=에니아이)
NRA 쇼 부스 관람객(사진=에니아이)

황 대표는 “알파 그릴은 로봇 팔 형태가 아닌 모듈 단위의 로봇으로, 조립이 가능하고 다양한 동작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며 “조리 과정의 복합성을 이해하고 불필요한 동작을 최소화해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디자인된 주방 공간 최적화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에니아이는 이런 기술력과 푸드테크 산업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올해 초 캡스톤파트너스, 롯데벤처스로부터 300만 달러(약 40억 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금은 제품 양산 시설 구축 및 연구 개발 인력 확보에 사용할 계획이다. 또 미국 산호세 법인 사무실 외에도 뉴욕 오피스를 설립해 미국에서의 판매 전개를 위한 영업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황 대표는 “주방 로봇은 매출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최고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올해는 로봇 고도화에 특히 많은 리소스를 투입할 예정”이라며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 인증 취득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황 대표는 외식업계 전반에서 자동화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보았다. 그는 “에니아이는 시장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수요에 맞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하겠다”며 “외식업계 종사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더 쉽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타트업투데이=신서경 기자] sk@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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