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가 예술 작품을 활용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유명 아티스트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직접 론칭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담은 패션 아이템을 선보이는가 하면, 아티스트와 직접 협업한 새로운 제품 라인을 출시하는 경우도 있다. 미술과 패션의 만남, 디자이너와 예술가의 콜라보를 통한 아트 마케팅(Art Marketing)은 20세기 대중문화의 표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앤디 워홀이나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팝 아트, 그리고 제프 쿤스로 대변되는 키치 아트의 상업적인 대성공은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의 경계를 해체시켜버렸다. 순수미술과 상업미술의 경계가 허물어진 예술 복제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오늘날의 독점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문화와 예술은 더 이상 문화와 예술이라는 범주 속에서 고찰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테오도르 아도르노는 ‘대중문화는 대중 기만의 도구’라고 주장한다. 대중문화의 산물이 대중을 기만하고 불구로 만든다고 비판한 아도르노와는 달리, 발터 벤야민은 예술 복제시대의 아우라의 몰락은 예술 일반의 몰락이 아닌 새로운 예술, 새로운 문화, 새로운 대중시대, 새로운 소비시대의 시작이라면서 상업예술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대표적인 근·현대 예술과 패션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작품을 통해 아트 패션(Art Fashion)의 현주소를 살펴보고자 한다.

 

소니아 들로네

소니아 들로네는 남편 로베르 들로네와 함께 입체파에서 파생된 오르피즘(Orphism)이라는 새로운 유파를 발전시켰다. 이것은 스펙트럼의 모든 색채를 화면 안으로 끌어들여 시적이며 음악적인 리듬에 바탕을 둔 화풍이었다. 소니아는 처음에는 순수예술 영역에서 회화작품만을 하였으나, 점차 예술과 산업과의 결합을 시도하여 예술을 대중화시킨, 특히 회화를 패션에 최초로 도입한 중요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장식적이고 화려한 색채의 기하학적 형태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단순간결한 아르데코풍 모던의상을 그린 소니아 들로네​의 패션은 현대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14년 프레타포르테의 소니아 들로네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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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렉트릭 프리즘(1941년)  |  Rhythm Colour No.1076(1939년) 

 

이브 클랭

화가 이브 클랭은 파란색에 부여되는 2차적인 의미보다 색채의 시각적 본질에 접근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 파란색의 가장 완벽한 표현이라 칭한 ‘인터내셔널 클랭 블루’를 만들어낸다. 1960년에는 선명하고 진한 울트라마린 색을 ‘IKB’라는 이름으로 특허까지 받았다. 클랭은 커다란 캔버스를 하나의 색채로 균일하게 칠한 모노크롬 회화를 선보였으며, 200점 이상의 IKB 회화를 완성했다. 클랭의 1960년 작품 ‘IKB 1′은 2008년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약 182억원(1,74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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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랭의 1960년 작품. IKB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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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런어웨이 톰 포드, 구찌, 스텔라 맥카트니 봄/여금 컬렉션 | 2013년 런어웨이 에르메스 봄/여름 컬렉션

 

 

쿠사마 야요이

공황장애라는 정신질환을 예술로 승화시켜 물방울 무늬, 일명 ‘땡땡이 그림’으로 세계 미술시장을 제패한 쿠사마 야요이는 2012년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과 함께 쿠사마 야요이 컬렉션을 공동으로 작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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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사마의 호박 시리즈(1996년)  |  쿠사마의 호박 시리즈(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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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루이비통의 쿠사마 야요이 컬렉션

 

 

피에트 몬드리안

어느 콜라보레이션보다 가장 역사적인 작품은 바로 프랑스 디자이너인 이브 생 로랑과 네덜란드 화가인 피에트 몬드리안의 만남이다. 1965년 발표한 몬드리안 드레스는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패션잡지 역사상 가장 많이 촬영된 옷으로 기록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그 명성이 ‘몬드리안 룩’으로 이뤄져 오고 있다.
미술에 가장 많이 신세를 지고 있는 분야는 패션일 것이다. 미술은 패션의 모태지만 미술과 패션은 아름다움을 지고(至高)의 목표로 삼고, 차별화를 향한 인간의 맹목에 가까운 열망으로 그 시장이 번창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란성 쌍생아와도 같다. 르네상스의 발상지인 이탈리아와 근대미술의 낙원이었던 프랑스가 패션계를 제패하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많은 패션디자이너들이 미술에서 영감을 얻고 미술품을 모으기도 한다. 3년 전 사망한 20세기 최고의 패션 아이콘 이브 생 로랑은 몬드리안, 고야, 들라크루아, 제리코 같은 화가들에게서 디자인의 영감을 얻고 그들의 명화 700여점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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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19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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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발표한 이브 생 로랑의 몬드리안 드레스 

 

구스타프 클림트

앗시리아 적장인 홀로페르네스의 환심을 산 뒤 목을 베어버린 구약성서 속의 팜므파탈 유디트를 묘사한 클림트의 <유디트(1901)>는 매혹적이고 퇴폐적이면서도 평면적인 황금빛 배경이 기묘한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다.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로렌 스캇(L’Wren Scott)은 2013년 FW컬렉션에서 클림트의 이 작품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후기 작품 중 하나로 미완성으로 남아있는 <요한나 슈타우데의 초상(1917-1918)>. 이 작품 역시 로렌 스캇의 2013년 컬렉션에서 재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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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트와 홀로페르네스의 머리 | L’Wren Scott, FW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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