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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기의 산업칼럼] 일본의 수출규제와 대응방안
[정만기의 산업칼럼] 일본의 수출규제와 대응방안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은?
  •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 승인 2019.07.2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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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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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일본 경제산업성은 7월 1일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규정을 개정해 반도체 등의 제조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양국 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훼손된 점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가 국가적 이슈로 떠오른 이때, 필자는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려고 한다.

 

한국인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 두고 대립
7월 2일 아베 총리는 이번 조치가 양국 간 신뢰관계로 시행해온 조치를 수정하는 것으로 WTO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특히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옛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 관련 문제에 대해 G20 정상회의 때까지도 만족할 만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아베 총리는 우리나라가 국제법 상식에 따라 행동해주기를 바란다고 발언했다.

이런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일본의 수출규제는 일본의 한국인 강제징용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이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작년 10월 우리 대법원은 1997년부터 시작된 신일본제철 대상 4명 원고에 대한 최종 판결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1억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올해 1월부터 3차례 ‘외교적 협의’를 요청해왔고, 마지막 요청은 올해 6월에 있었다. 마지막 내용은 ‘제3국에 의한 중재위원회’를 설치하고, 7월 18일까지 이에 대한 우리 측의 답을 달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일본 측 제의에 대한 우리의 부정적 방침이 알려지면서 일본은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 프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소재에 대해 7월 4일부터 수출규제를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고 시행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올해 8월 초 한국을 수출 우대국 대상(white list)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일본은 이번 판결과 예상되는 집행이 한·일 관계의 법적 토대인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흔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우리 대법원은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이 1965년 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피해자가 일본 기업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권이 있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일본제철에 대한 심문서 송부, 60일간 의견제출, 매각 명령 결정 등의 소요 시한을 감안하면 매각명령까지는 최소 7~8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현재 포스코와 일본제철 국내 합작법인 PNR주식 19만 4,794주, 9억 7,397만 원 상당에 대해서는 압류가 신청됐다. 우리 측 강제징용 피해자가 148,961명인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소송이 이어진다면 일본 측 총 배상액은 약 15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우리에 대한 수출규제가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전략물자들을 북한으로 불법 유출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어, 수출규제 이유가 불명확해지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
올해 7월 4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인 에칭가스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관련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로 심한 경우 반도체 생산중단이 우려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3대 소재의 재고는 길어야 3개월 정도 유지될 것으로 알려져 있고, 수출규제 심사에 90일 정도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일부 생산중단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포토레지스트의 경우엔 기존 공정에 사용되는 제품이 아닌 차세대 EUV(극자외선) 공정에 사용하는 제품만 한정해 규제함으로써 주력 제품 양산에는 큰 차질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차세대 반도체 공정 개발은 차질이 예상된다고 알려져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반도체, 영상기기, 방송 및 무선통신장비, 관련 소재 부품 제조 중소기업 269개사에 대한 긴급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9%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지속될 경우 6개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답했다. 응답 기업의 59.9%는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가 관련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답변했다. 

대응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한 기업은 46.8%이다. 소재 거래처 다변화와 관련, 응답 기업의 42%는 1년 이상, 34.9%는 6개월∼1년, 23.1%는 6개월 내 가능하다고 답변해 수출규제가 장기화되면, 부품소재 기업의 애로는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전략물자 수출규제는 피해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이어 가전, 컴퓨터 등 전자업종뿐만 아니라 산업기계, 자동차 등 주력산업으로 피해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 자동차산업의 경우만 해도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차 핵심부품은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하다. 자동차 부품과 소재는 2018년 해외 수입액 54억 불 중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액이 10억 불에 이른다. 연료전지 시스템의 경우, 촉매, 전극, 전해질, 밀봉재, 분리판 등 화학물질 중심의 핵심소재부품은 일본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연료전지 내 기체 확산층 부품은 국산화율이 제로로, SGL, 도레이 등 독일과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수소차 연료전지 스택에 투입되는 화학소재나 충전시설 인프라와 관련된 소재를 일본으로부터 수입하고 있어 우리의 수소경제 프로젝트도 일본의 영향을 일정 부분 받을 우려가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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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에 의한 갈등 해소
양국 간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협상 전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일본 측이 인식하는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는 것이다. 일본 측이 제기하는 문제가 1) 우리 대법원의 징용에 대한 판결에 대해서인지 2)사실은 아니지만, 우리의 전략물자 불법 대북 유출에 대해서인지 3)한국이 각 산업에서 일본의 경쟁자로 성장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지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원인을 정확히 이해해야 갈등을 관리하면서 더 확대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둘째, 우리의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갈등관리를 위한 효율적 수단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아무리 큰 경제적 손실도 감수하고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과거 징용 노동자들의 피해를 해소해가는 것인지 2)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인지 3)대법원 판결이 보여준 취지는 달성하면서도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인지 4)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인지 5)일본과 전면적 대결이 목표인지 등에 대해서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목표가 명확해야 최적의 협상수단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협상에서 얻을 수 있는 우리의 최선의 안은 무엇이며, 양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은 어디인지를 확정해야 한다. 범위가 정해져야 협상이 가능해지고 최적의 협상 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 

넷째,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불이익 제공수단들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일본에 제공할 수 있는 불이익 수단들은 있는지, 있다면 효과는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 등을 미리 짚어봐야 한다. 또 일본에 주는 불이익이 우리에게 돌아올 가능성은 있는지, 돌아온다면 어느 정도가 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우리 측 수단이 오히려 우리에게 최종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다섯째, 갈등이 양국 간 최선의 타협이나 결정으로 종결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정치는 ‘갈등을 결정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일본도 협상에서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지 점검해야 한다. 우리와 일본 모두 실리 혹은 명분을 얻을 방안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일방이 완전히 패배하거나 완전히 승리하는 협상이란 있을 수 없다. 미래를 위해 서로 윈윈하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여섯째, 우리 측 목표 설정과 수단 선택 시 대내협상이 우선 돼야 한다. 이번 갈등은 정부에만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근로자, 그리고 일반 국민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따라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목표 설정과 수단 선택은 정확히 국민의 의견을 물어본 후 이뤄져야 한다. 이해관계자들은 기업과 국민이기 때문이다. 삼권분립 원칙 때문에 대법원 판결에 개입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한다면, 국회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특별법’을 입안해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한시적으로 면제하면서 외교적 협상의 여지를 만들 수 있는지 국민에게 물어봐야 한다. 물어보는 방법 역시 사건 발단의 경위와 양국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제시한 후 객관적 여론 조사 등을 거쳐야만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위의 사항들이 준비된 후, 일본과의 실제 협상은 전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중요한 점은 우리의 선택지가 사전에 노출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보안을 유지하면서 우리의 수단을 한 번에 제시할 수도 있고 단계적으로 제시할 수도 있다. 협상 상황에 따라 우리의 안을 전략적으로 제시하면서 목표 달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실무협상이나 고위급 협상, 혹은 다자간 협상 등 다양한 협상채널을 활용하되 비공개 협상이나 정상 간 협상을 활용할 수도 있다. 내용적으론 한일협정과 일본의 주장에 따른 ‘제3국을 통한 중재위’도 배제하지 않고, 우리의 협상 이익 극대화를 위해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우리보다는 크지만, 일본이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일본 미쓰비시가 2016년 중국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금 지급에 합의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중장기 부품소재산업 경쟁력 제고
중장기적으론 우리의 소재•부품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협상 관련 우리 측 수단을 강화해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품소재 분야는 기초과학의 자체 경쟁력이 필요하며, 개발을 위해서는 자금, 인력과 함께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선별,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하지 않고, 실제 개발 능력을 갖춘 기업에게 정부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개발과정에서 과제 선정, 연구개발 속도 제고 등을 위해 현금지원 위주의 기술개발 지원제도는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결과를 중시하는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

또한, 연구현장의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고, 연구개발업과 연구개발직에 대해서는 52시간 근로제도의 예외인정을 추진해야 한다. 같은 차원에서 기업 스스로 과제를 선정해 타당성 높은 연구가 가능토록 하고, 연구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액에 대한 세액 공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갈등은 인간사회에서는 항상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를 어떻게 잘 해결해 가느냐가 국민을 위한 정부의 존재 이유이다. 양국 정부의 슬기로운 협상을 기대하면서 특히 우리 정부와 관계자들의 전략적 선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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