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의 전쟁'이 시작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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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반복되는 최저임금 갈등 

100원의 전쟁, 최저임금 시즌이 시작되었다. 1988년 7월 31일 근로자 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공익위원안이 표결로 의결되면서 최저임금제도가 처음 시행된 후 서른네 차례나 최저임금이 결정되었지만 노사 간의 대립은 해가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과정에서 노사의 성명전과 집회, 퇴장은 이미 익숙한 풍경이 되었고, 공익위원을 비난하며 위원직을 사퇴하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 최저임금 갈등은 이미 노사 대립을 넘어 정치 사회적 갈등 이슈가 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올해도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지난 4월 20일 개최된 최저임금위원회의 첫 회의에서 한국노총 근로자위원은 "올해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결정인 만큼 국민에게 한 약속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대통령 공약사항인 '최저임금 1만 원' 실현을 강조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사용자위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상황 등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며 동결을 주장하였다. 민주노총 근로자위원은 "지난해와 올해 역대 최저치의 인상을 주도하고 저임금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공익위원들은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며 임기가 남은 고용노동부 소속 상임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8명 공익위원들의 전원 교체를 요구했다. 

2020년 현재 186개 국제노동기구(ILO) 회원국의 92%가 최저임금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최저임금 갈등이 첨예한 예는 찾기 어렵다. 물론 역대 최고인상률과 최저인상률을 오락가락한 문재인 정부의 난맥상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비정규직을 벼랑으로 모는 노동시장의 혼란과 사회적 갈등을 확대하는 방아쇠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역대 최저임금 심의과정을 보면 2000년대 이후부터 줄곧 노사 간 인상요구율 격차 확대, 위원 퇴장 등 대립이 격화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 배경에는 노동시장 양극화의 영향도 있지만 법이 제정된 후 한 세대 이상 지나면서 제도와 노동시장 현실 간에 괴리가 커진 탓도 있다. 최저임금 갈등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대립적 노사관계, 법제도와 현실의 부정합성 등 우리나라 노동체제의 모순이 응축된 이슈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최저임금제도를 합리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제도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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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ILO) 정의에 따르면 최저임금이란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소정기간 동안 수행한 근로에 대해 지급해야 하는 최소보수금액으로서, 단체협약이나 근로계약으로 삭감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최저임금제도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자유롭게 정하는 것이 원칙인 임금결정과정에 국가가 개입해서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수준 이상을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는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에 근거 규정은 두었지만 시기상조라는 판단에 따라 운용하지 않다가, 1986년 12월 31일 '최저임금법'이 제정되어 198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한편, 1987년 ‘6월 항쟁’ 후 개정된 '헌법'은 제32조제1항에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헌법적 근거를 명시하였다. 

최저임금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매년 3월 31일까지 다음 연도 최저임금 심의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요청하고, 최임위가 90일 안에 결론을 내서 제출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의신청 절차 등을 거쳐 매해 8월 5일 다음 연도 최저임금을 결정 고시하게 된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심의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각각 인상률을 제시하면 이를 기반으로 논의를 거쳐 이견을 좁히고,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경우 공익위원이 중재안을 내 표결하는 식으로 절차가 진행된다. 

최저임금은 상시근로자 1명 이상의 모든 사업에 적용되며, 고용노동부장관 인가를 받은 장애인을 제외하고는 비정규직이든 아르바이트생이든 외국인이든 관계없이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된다. 외국의 경우 연령별, 산업별, 지역별 최저임금제 등 다양한 방식의 복수형 최저임금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우리는 3개월 수습기간 동안 10% 감액하는 것을 빼고는 모든 근로자에게 동일한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강한 단일형 최저임금제이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액은 OECD 최상위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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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논란의 핵심은 최저임금 수준에 관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론’을 내세우고 최저임금 1만 원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최저임금 과속인상이 오히려 저임금 근로자를 더욱 가난하게 만들고 고용도 감소시켰다는 논란이 커진 것도 결국은 최저임금이 노동시장 여건에 비추어 적정한 수준과 적정한 속도로 인상되었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간 적용된다. 최저임금액은 시간급으로 정하고, 2021년 시간급 최저임금은 8,720원이다. 이를 일 8시간 기준 일급으로 환산하면 69,760원, 월 209시간(주 40시간, 유급 주휴 8시간 포함) 기준 월급으로 환산하면 1,822,480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최저임금액은 높은 것일까, 낮은 것일까? 

먼저 유의할 것은 최저임금은 노동시장에서 근로자가 받아야 할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는 것이지 가구의 최저소득수준을 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생계비를 결정기준의 하나로 고려는 하지만 최저임금으로 4인 가족 생계를 유지할 수 없으니 낮은 수준이라고 하는 것은 적확한 문제 제기가 아니다. 

가구소득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나 근로장려세제 또는 부의 소득 세제 등과 같은 사회보장제도와 조세제도를 통해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문 정부의 최대 실책 중 하나는 이전소득이 아니라 지급 능력이 취약한 중소사업주나 자영업주가 부담하는 최저임금을 통해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을 꾀했다는 점이다. 

더구나 저소득가구는 가구원 중 취업자 비율이 낮아 임금소득이 가구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낮다. 최저임금을 올려도 빈곤가구의 가구소득 향상 효과는 낮은 것이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책임은 영세사업주에게 떠넘기면서 을과 병의 전쟁을 야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나라 간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 비교는 사업체조사통계상 정액 급여의 중위임금을 가지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따르면 2009년의 47.1%에서 2019년 56.9%로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했는데, 이는 경제협력기구 회원국 중에서도 최상위권이다. 

최저임금인상률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뺀 수치를 역대 정부별로 보면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이명박 정부는 모두 마이너스인 반면, 노무현 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는 플러스를 기록하였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는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이 모두 비교 대상 정부 중 가장 낮은 수준인데 반해 최저임금은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한편, 최저임금 적용 대상 근로자 가운데 새로운 최저임금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근로자 수의 비율인 최저임금 영향률(2019년 18.3~25.0%)과 당해연도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수의 비율인 최저임금 미만율(2019년 4.8%) 역시 문재인 정부 들어서 크게 높아졌다. 문 정부의 최저임금이 경제와 노동시장에 미친 부정적 영향의 원인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모적 갈등을 부추기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

문 정부 들어서 최저임금 갈등이 심해진 것은 열탕(2018년 16.4%, 2019년 10.9% 인상)과 냉탕(2020년 2.9%, 2021년 1.5% 인상)을 오락가락한 정책실패 탓이 크지만, 제도 자체의 불합리성으로 인해 정책의 부작용이 확대된 측면도 있다. 

그간 제기된 최저임금제도 개편방안의 쟁점을 중심으로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누가 최저임금을 결정할 것인가? 현재는 최임위의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지고, 노사의 주장이 대립되면 정부가 선임권을 가진 공익위원이 사실상 결정권을 행사하게 된다. 

따라서 노사와 정부 모두 자신이 선호하는 인물을 공익위원으로 앉히려고 한다. 때문에 노동계는 공익위원을 노사가 정할 것을 요구하고, 정부가 바뀌면 공익위원이 교체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노사에게 공익위원 선임권을 준다는 것은 최저임금을 노사 교섭으로 정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조직률은 12% 수준에 불과하고, 이마저 대기업·정규직 중심이어서 중소기업·비정규직에 집중된 최저임금 근로자를 온전히 대표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2015년 청년, 비정규직, 소상공인 대표 등이 최임위 위원으로 직접 참여한 이후 노사 대립이 더욱 심해졌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차라리 국회로 결정권을 넘기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가 서로 앞다투어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했던 것을 보면 최저임금 정치화의 부작용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와 같이 정부가 공익위원의 뒤에 숨어 있는 것도 민주적 책임정치에 반한다. 

최임위 공익위원의 독립성을 확실히 보장하든지, 아니면 정부가 책임 있게 결정하고 선거를 통해 심판을 받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한다. 영국은 노사정이 추천한 공익위원으로 구성된 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의 의견을 듣고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최저임금안을 의결하면 정부가 최종 결정한다. 특히 정부는 최저임금 수정권한을 가지고 있다. 

둘째, 모든 사업장 모든 근로자에게 하나의 최저임금을 적용할 것인가, 대상별 특성에 따라 달리 적용할 것인가? 예컨대 외국인에 대해 차등 적용하는 방안, 산업별·규모별·지역별로 다른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방안을 들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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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 헌법은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고, ILO 협약도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보수 원칙을 요구하고 있어서 단지 최저임금 부담을 낮추기 위한 차등적용은 인정되기 어렵다. 근로자나 사업의 특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면 전국단위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일정비율 감액하는 방식보다는 산업별, 지역별 최저임금위원회로 분권화해서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단지 기업규모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최저임금을 감액하는 예는 국제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셋째, 무엇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것인가?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사용자의 지급능력,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고용영향 등을 추가하자는 주장이 있다. 그런데 현행법에서도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을 결정기준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심의과정은 노사가 요구안을 제시하면 공익위원이 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법률에 결정기준을 추가해도 실제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차라리 소모적인 갈등을 줄이기 위해 산식(Formular)을 적용하는 방식을 검토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예컨대, 프랑스는 소비자물가지수 변동치와 블루칼라 근로자 시급의 구매력 변화의 50%를 반영하고, 네덜란드는 협약임금 가중평균치의 변화를 반영하는데 취업자 대비 사회보장급여수급자 비율이 82.6%를 초과하면 최저임금을 동결한다. 기준비율은 4년마다 재검토한다. 

 

슬기로운 해법을 찾아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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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갈등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조정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관리하기 어려운 심각한 상황이다. 누가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현장에서 지켜지도록 할 것인지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서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그간 많은 논의와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로 돌아간 것은 단기적인 유불리의 관점에서 접근했기 때문이다. 또한, 최저임금제도는 가구 소득보장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현장의 노사가 쉽게 이해하고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최저임금은 정치적 목표가 아니라 경제현실을 기준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최저임금 근로자의 고용을 불안하게 하고 임금소득을 감소시키는 ‘보호의 역설’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최저임금제도의 틀을 민주적 책임정치의 원리에 맞게 현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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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편집부] news@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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