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소비자들의 리서치 데이터를 분석해 트렌드 전망서 '대한민국 트렌드'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는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2018년에는 ‘1인 체제’가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단순히 가구단위가 2~3인 가구에서 1인 가구로 변모하는 차원을 넘어 대부분의 개인이 ‘나 홀로’ 일상생활을 보내는 것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앞으로 전개될 ‘나 홀로 사회’에 대해 조망해본다.
‘개인화된 사회성’ 뚜렷해져
2015년 통계청의 인구 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가 520만 가구로 전체의 27.2%를 점하고 있다. 인구추계에 따르면 2035년에는 1인 가구가 760만 가구로 늘어 3가구 중 1가구(34.3%)꼴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렇게 핵가족화를 넘어서 1인 가구의 증가세가 가파른 우리 사회는 작은 것이 아름다운 세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1인용 소형 포장제품이 잘 팔리고, 소형 평수의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인기를 끌고, 혼자서 눈치보지 않고 식사를 즐길 수 있는 ‘1인 식당’이 늘어나는 등 많은 부문에서 변화가 오고 있다.
‘나 홀로 사회’의 한 특징은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혼자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여행을 가고, 영화를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법률소송 등 각종 전문적인 영역에서 조차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하려는 ‘1인 체제’ 성향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조사자료에 따르면, 혼자서 커피전문점을 방문하는 비중이 2009년 14.0%에서 2017년에는 30.4%로 2배 이상 높아졌다. 이는 스타벅스가 표방한 것처럼 커피전문점이 ‘집’과 ‘직장/학교’를 벗어난 제3의 공간으로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지면서 그곳에서 업무, 공부, 독서 등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향유하는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인 것으로 해석된다. 혼자 밥먹는 ‘혼밥’의 이유를 살펴보면 “나 혼자 먹는 게 편해서”(23.8%), “다른 사람과 약속 잡고 하는 것이 번거롭고 귀찮아서”(15.3%), “함께 먹으면 내가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해서”(7.3%), “함께 먹으면 식사시간이 너무 길어져서”(5.7%) 등과 같이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자유롭게 자신의 취향에 따라 식사를 즐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 홀로 삶의 중심, ‘스마트폰’
이렇게 나 홀로의 삶을 즐기는 1인 체제의 핵심에는 스마트폰이 존재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2016년 인터넷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6세 이상 가구원 10명 중 8명(85.0%)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바일 인터넷 이용률이 85.9%에 이르고 주평균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8시간 29분이라고 한다. 인터넷 쇼핑도 PC(40.7%)보다는 스마트폰(50.8%)을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스마트폰을 두고 나오면 즉시 가지러 돌아간다는 사람이 73.6%에 이르고, 일상생활에서 궁금한 점은 주로 스마트폰을 통해 해결한다는 사람이 65.5%에 달했다. 이처럼 현대인들은 일상적으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그 안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으며, 쇼핑과 다양한 여가활동을 해결한다.
더 나아가 타인과의 관계 형성 및 유지에 부담을 느끼는 현대인들은 ‘관계의 부담’을 지우지 않는 스마트폰으로 ‘타인’의 존재를 대체하기도 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필연적으로 누군가를 필요로 하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일정 부분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나홀로 되기’를 선호하는 현재의 사회 분위기는 그 동안 사회적 관계 속에 놓여진 개인들이 ‘사회적 의무 혹은 역할’이라는 명분아래 ‘타인’에게 얼마나 억압되어 왔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나홀로 되기’ 현상은 인간관계의 양상도 바꿔 놓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막연히 ‘교류’나 ‘친목’을 목적으로 타인과 만나는 것이 아니라,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개인의 ‘관심사’ 위주로 뾰족한 초점을 둔 인간관계를 지향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사회성을 타고난 존재이지만, 현재의 사회성은 ‘철저하게 개인화된 형태의 사회성’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늬들이 잘 알까” 전문가 집단에 대한 불신
현재 한국사회에 ‘1인 체제’와 ‘개인화된 사회성’이 확산되고 있는 데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전반적인 사회적 자본(사회적 신뢰, 불특정한 타인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한 개념)이 지속적으로 낮아진 것과, 전문가 집단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 등이 그것이다.
현재 우리사회는 가족(85.0%)을 제외하고는 신뢰관계가 거의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신뢰도가 높은 친척(44.8%)이나 직장동료(41.4%)에 대한 신뢰도마저 50.0%를 하회하고 있다. 이웃사촌이라는 이웃집 사람(22.5%)의 신뢰도도 낮을 뿐더러 전문가인 의사(36.1%), 법률가(20.2%),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들(26.8%)에 대한 신뢰도 역시 낮다. 이러다 보니 “전문가가 제공하는 정보라도 그 정보가 정말 사실인지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사람들이 60.5%에 달하고, 병원 방문 전후로 병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찾아보는 사람(60.6%)이 많으며, 법적인 문제가 궁금할 때도 스스로 찾아보는 사람(55.7%)도 2명 중 1명꼴이다.
이렇게 낮은 사회적 자본의 환경속에서 우리는 나도 어느 정도는 전문성을 인정받는 분야가 있다고 생각(39.0%)하는 가운데 문제가 생겼을 때 전문가에게만 의지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라는 의식(39.3%)을 가지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54.5%).
한편 우리 국민들의 경제적 수준에 대한 불안도는 2016년(71.3%) 대비 2017년(65.3%)에 다소 호전됐지만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으며, 2018년 실질소득의 변화가능성에 대해서도 40.9%가 2017년과 비슷할 것, 감소할 것 28.9%, 증가할 것 24.1%라는 반응을 보여 긍정적이지 않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장기적인 경제전망이 지속적으로 불투명해지면서 ‘막연한 미래의 장밋빛 전망’을 포기하고, 지금 당장 자신이 느끼는 감정(즉각적인 만족·행복추구 경향)을 더 소중하게 느끼는 현상도 나타나는 모습이다. 즉, 한 번뿐인 인생, 자신을 위해 지금 이순간 즐기며 살자는 욜로 라이프(YOLO Life)가 그것이다. 먼 미래의 일보다 현재 내 삶의 만족이 더 중요하다(53.8%)고 생각하는 가운데 잘 사는 것보다 즐겁게 살고 싶으며(72.2%),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가야 후회가 없다(75.8%)는 인식이 강하다.
현재를 사는 우리 사회의 소비자들은 이 불확실한 시대를 ‘혼자서’ 그리고,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 이런 강력한 동력(즉각적인 만족·행복추구 경향)과 낮은 사회적 자본이라는 우리 사회의 환경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2018년 이후에도 ‘1인 체제’와 ‘개인화된 형태의 사회성’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2017년의 소비자들은 2016년에 비해 자존감의 결핍이 다소 줄면서, 보다 본질적인 문제인 ‘먹고 사는 문제’와 ‘지적인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쏟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욕구의 방향으로 보면, 2018년 이후 우리사회의 소비자들은 ‘일자리 문제’와 ‘미래사회’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관심을 쏟을 것으로 전망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