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국가 비롯한 사우디 아람코까지 MOU 줄서
김재운 제이에너지 대표 창업스토리

제이에너지는 강원대학교 창업 지원단에 선정된 신재생에너지 전문 스타트업이다. 김 대표는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벤처기업에서 레귤레이터(Regulator) 설계 등을 담당했다. 하지만 근무하던 회사가 에너지 분야로 사업모델을 전환한 후 본격적으로 태양광, 풍력 등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 중에는 수상태양광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미래 사업성을 내다보고 2011년에 제이에너지를 창업했다.

“엄청나게 고생했습니다. 수상태양광과 관련된 법규가 금방 만들어질 것 같았지만, 정부부처 간의 의견 차로 법규 제개정이 무산되기 일쑤였으니까요. 수상태양광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역학 조사만 3~4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조사 결과, 오히려 직사광선을 막아줘 녹조를 줄이고, 수중생물의 서식처 제공 역할까지 한다고 밝혀지면서, 환경영향평가만 받고 설치하는 조건으로 환경부로부터 승인을 받았습니다.”

법규 문제로 제이에너지는 2016년까지 말 그대로 버티기만 했다. 물론 정부 지원 등을 통해 제품을 업그레이드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다 2016년, 농어촌정비법 중 저수지 임대법에 대한 규정이 명확해지면서 국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지만, 여전히 진입장벽은 높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적이 필요한 제이에너지는 더 이상 국내 시장만을 바라고 있을 수는 없었다.

김재운 제이에너지 대표

제이에너지, 태국에서 활로를 찾다

일단 국내 사업 추진을 보류하고 2016년 10월 김 대표가 떠난 곳은 태국이었다. 태국 전력청을 찾아가 수상태양광의 가치와 사업성에 대해 설명했다. 두 달 뒤인 12월, 태국 전력청이 김 대표를 찾았다. 태국 전력청의 대답은 “수상태양광에 대한 법규가 없으니 이를 만들어주겠다”는 것이었고, 이후 협력 관계는 급속도로 진행됐다. 그리고 2017년 2월 태국 전력청 등과 100MW 수상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이 MOU를 토대로 제이에너지를 포함한 7개의 기관이 함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으로부터 58억 7,000만 원의 지원을 받아 태국에 1MW급 수상태양광 실증단지 착공에 들어갔다. 현재 기본적인 제품은 모두 제작이 완료됐고, 올해는 본격적인 설치작업에 들어간다. 1MW급 규모이면 세계 어디에서든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외에 2017년 5월, 한국전력(에너지밸리기업개발원)으로부터 KEPCO 수출 스타트업 지원사업에 선정돼 1억 3,200만 원의 지원을 받았으며, 그해 12월에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으로부터 다른 2개 기관과 함께 22억 5,000만 원 규모의 마이크로 소수력 및 수상태양광 하이브리드 실증단지 사업을 수주했다.

해외 시장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는 점차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지에서 태국의 실증단지가 완료되면 바로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ARAMCO)에서도 실적만 갖춘다면 언제든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협의를 완료한 상태다. 

수상태양광에 대한 관심은 의외로 많았다. 미국의 랜스캐피털(Lance Capital LLC)에서 태국 수상태양광 100MW 설치 프로젝트에 대한 1,800억 원 규모의 투자의향서를 보내왔으며, 일본의 한 기업에서도 투자의사가 있다며 연락을 취해 왔다.


수상태양광과 드론의 조화

사업 활로 모색뿐 아니라 기술개발도 중요했다. 제이에너지는 수상태양광 개발 초기, 구조물을 철제 프레임 방으로 설계했다. 그러다보니 한 개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데에 필요한 볼트와 너트가 한 자루나 있어야 했다. 튼튼하긴 했지만 수면의 흔들림이 적은 저수지 환경에서 이 정도의 강도는 필요하지 않았다. 좀 더 단순하고 설치가 용이한 구조로의 변경이 필요했다.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2014년, 노력 끝에 누구나 쉽게 설치 및 유지보수가 가능한 부유체 일체형 방식의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태국에 샘플을 제공하고 현지 엔지니어들에게 직접 설치해보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너무 쉽게 설치가 가능해 제이에너지의 도움 없이 설치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김 대표는 제이에너지의 수상태양광을 큰 뗏목과 같다고 말했다. 무독성 폴리에틸렌 소재로 제작한 부력체는 부식 및 환경오염에 대한 염려가 없고 힌지(Hinge) 형태의 조립 방식을 채택해 수면 움직임에 따른 응력(재료에 압축, 인장, 굽힘, 비틀림 등 외력을 가했을 때 그에 대응해 생기는 저항력)을 최소화했다. 사람이 부력체 위를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부력도 확보했다.

“사람이 직접 유지보수가 가능하도록 설계했지만, 대단위 수상태양광의 경우는 일일이 이상 유무를 점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사람의 눈으로 모니터링을 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이에너지는 드론을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김 대표는 태양광이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적지조사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드론을 활용한 플랫폼 비즈니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넓은 면적을 사람의 눈만으로 조사하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에, 드론을 통해 짧은 시간에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얻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태양광에 집중하기 위해 드론 플랫폼 비즈니스는 잠시 보류하고 이를 태양광 유지보수에만 활용하기로 했다.

 “스타트업일수록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현재 수상태양광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은 한국 10여 개, 중국 1~2개, 유럽 1개 회사 정도가 전부입니다. 한국이 제일 많지만, 대부분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한 상황입니다. 기술개발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대기업의 요구대로 일하는 것은 오히려 기업의 성장을 저해한다고 판단했고, 해외 시장에 주력했던 것입니다.”

현재 제이에너지는 이동식 태양광발전시스템, 수변태양광발전시스템, 수상구조물용 계류장치, 수상태양광발전시스템 등 약 9건의 국내 특허와 2건의 해외 특허 등 다양한 수상태양광 발전과 관련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제이에너지 회의 모습 / 제이에너지가 강원대학교 농장 저수지에 설치한 수상태양광 실증설비
제이에너지 회의 모습 / 제이에너지가 강원대학교 농장 저수지에 설치한 수상태양광 실증설비

정부, 2030년 태양광 36.5GW 확보

태양광의 가장 큰 장점은 설치와 유지보수의 용이성에 있다. 하지만 넓은 면적의 토지가 필요하다는 단점은 정부나 태양광을 개발한 기업 입장에서 큰 고민거리였다. 1MW의 설치용량으로 약 3,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데, 태양광으로 이 용량의 전기를 생산하려면 약 4,000평의 토지가 필요하다. 특히 기존의 화력 발전과 원자력 발전을 대체하려면 대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해야 해서 임야 훼손 등의 환경파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저수지나 댐과 같은 유휴수면을 활용해 태양광을 설치하자는 논의가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0%를 달성한다는 내용이다. 이 중에서 태양광은 현재 5.7GW 규모의 설비용량을 갖추고 있는데, 이를 2030년에 36.5GW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주택·건물 등 자가용 2.4GW, 협동조합 등 소규모 사업용 7.5GW, 농가 태양광 10GW, 대규모 프로젝트 28.8GW 규모로 태양광 설비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문제는 설치에 필요한 토지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있다. 김 대표는 “현재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면 태양광 설치에만 여의도 면적의 150배에 달하는 토지가 확보되어야 한다”며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수지, 댐 등과 같은 유휴수면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수상태양광이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대표의 말처럼,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는 농업진흥구역 내 염해간척지(1.5만 ha), 농업진흥지역 이외의 농지(86만 ha), 농업용 저수지(188ha) 등에 수상태양광 설치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위해 현재 농지 활용도나 보전가치가 낮은 농업진흥구역에도 태양광 활용이 불가능했던 것을 농지법 개정(2018년 하반기)을 통해 농촌진흥구역 내 태양광 용도 일시사용(20년)을 허용할 방침이다. 또한 수상태양광 송변전설비의 국유림 사용이 가능하도록 규정이 개정된다. 이 밖에 공유수면 점·사용료 조정, 수상태양광 임대 기준 정립 등 다양한 제도 개선에 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 향후 수상태양광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향후 10년간 매출처 확보 완료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 발표됨에 따라 제이에너지도 국내 시장을 돌아볼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따라서 김 대표는 태국에서 1MW급 수상태양광 실증단지 구축을 완료한 후 해외에서 대규모 설치 실적을 쌓고 진입장벽이 높은 국내 시장 진출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해외 시장 공략을 더욱 가속화한다. 태국 1MW급 실증단지 실적을 기반으로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뿐 아니라 일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와 제휴를 맺고 대규모 수상태양광 단지를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동남아시아 시장을 1차 타깃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우선 저수지 환경이 좋고, 전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분위기여서”라고 말했다. 

제이에너지는 2017년 3억 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최소 40억 원의 매출이 가능하다. 태국의 100MW 규모의 수상태양광은 약 1,800억~2,000억 원의 매출에 해당한다. 태국 전력청과 협의해 매년 10MW씩 10년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중에서 제이에너지의 비중은 약 40%로, 이를 매출로 환산하면 매년 수십억 원이 보장되는 셈이다.

지난 1월 11일, 김 대표와 제이에너지 직원들은 100MW의 시작인 10MW 규모의 수상태양광 설치를 위해 태국으로 떠났다.

“매우 중요한 일정이 될 겁니다. 시작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동남아 시장은 물론 타 국가에서의 포트폴리오도 쌓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한국의 수상태양광 기술을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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