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그리드의 확산, 전력판매시장의 개방이 관건

인류 문명의 발달은 도구와 함께 에너지원의 발전으로 이루어졌다. 인류문명을 꽃 피운 에너지원으로는 2차 산업혁명을 촉발시킨 ‘전기’라고 할 수 있다. 3차 산업혁명을 지나 융복합으로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hyper connectivity) 시대인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는 더 더욱 ‘전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전기’가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 ‘전기’의 탄생 이후 전기 그리드 개념은 있어왔고 이를 스마트하게 발전시킨 것이 스마트그리드이다. 이 개념이 나온 것은 오래 전의 일이지만 센서의 발달, IoT의 실현 등 배경기술이 뒷받침되고 있는 최근 들어서 스마트그리드가 현실화되고 확산, 발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 신산업의 중심에 있는 스마트그리드에 대해 살펴본다.

그린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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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그리드의 개념

스마트그리드는 다양한 범주에서 논의되고 있는 관계로 명확하게 확립된 정의는 존재하지 않지만 보통 기존 아날로그 전력 망에 양방향 통신, 센서, 컴퓨팅, 소프트웨어와 같은 지능형 기술을 적용하여 전력 망의 효율성, 신뢰성, 안전성을 높이며,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저장장치와 같은 분산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지능형 전력 망으로 정의할 수 있다. 주요 기관별 스마트그리드의 정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국내 산업통상자원부의 스마트그리드 국가로드맵 (2010.1.25.)에 따르면, 스마트그리드는 기존의 전력 망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하여,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전력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전력 망 이다. 그리고 미국 DOE는 스마트그리드를 정보통신의 활용, 전력망 운영의 최적화, 분산자원의 확대, 수요반응 유도, 스마트그리드 기술의 개발, 스마트 기기의 통합, 소비자에게 정보제공, 표준화 및 상호운용성 증대 등의 특성을 살리면서 미래 전력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신뢰성과 안전성을 갖춘 전력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한 송ㆍ배전망의 현대화로 정의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와 같이 전력망에 있어 새로운 접근 방식은 기존의 전력망에 컴퓨터와 통신기술을 접목시키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는 20년 전 통신 분야에서 아날로그 방식이 디지털로 전환된 과정과 유사하다. 즉,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이 기존의 아날로그식 전력망에 융합되어 가는 방식이다.

주요 구성요소로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지능형 원격검침 인프라(AMI),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전기차 및 충전소, 분산전원, 신재생 에너지, 양방향 정보통신기술, 지능형 송ㆍ배전시스템 등으로 구성된다. ESS(Energy Storage System)는 전력 인프라를 구성하는 가장 핵심이 되는 기술로, 에너지를 대형 배터리에 저장하여 전력공급 및 수용의 균형을 조절하여 전력계통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 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는 스마트미터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원격 통신인프라를 통하여 전력 사용현황을 자동 분석하는 기술로,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실시간 요금 단가와 정보 및 에너지 사용패턴 등을 분석한 정보제공이 가능하다. EMS(Energy Management System)는 에너지효율 향상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관리체제를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전사적 에너지 관리 시스템으로 공장, 가정, 국가 전력계통운영시스템 등에서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도록 IT소프트웨어로 관리한다.

LS산전 청주 2사업장에 구축된 그리드솔 FEMS 스테이션 전경
LS산전 청주 2사업장에 구축된 그리드솔 FEMS 스테이션 전경

스마트그리드의 국내ㆍ외 동향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전력IT 종합대책을 수립하였으며, 2005년부터 발전, 송ㆍ배전, 사용자 등 전력네트워크 지능화를 위해 10대 국책과제를 선정하고 기술개발을 진행하였다. 2009년 본격적으로 스마트그리드의 개념을 도입하고 이에 대한 정책수립이 진행되어 녹색성장위원회 1차 보고에서 ‘세계 최초 국가단위 지능형 전력망 구축’에 대한 국가 비전을 발표하였다. 2009년 7월 G8 확대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지능형 전력망 선도국’으로 지정되었고, 같은 해 12월 세계 최대 규모인 제주도 실증단지 구축사업을 시작하여 2013년 5월 종료하였다. 이를 통해 153개의 관련 기술 검증과 광범위한 9개의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성과가 있었다. 2010년 1월에 수립된 ‘스마트그리드 국가 로드맵’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3단계에 걸쳐 5대 핵심 분야에 27.5조 원을 투입하여 지능형 전력망 구축에 대한 세부 계획을 수립하였다.

또한 전력IT 기술개발 성과를 기반으로 스마트그리드 핵심 기술개발을 위해 2030년까지 약 7조원의 R&D 투자를 계획 중에 있다. 1단계(’10~’12년)에 4,213억원, 2단계(’13~’20년)에 1조8,622억원, 3단계(’21~’30년)에 4조6,985억원을 투자하는 계획이다. 이는 정부와 민간이 매칭으로 기술개발에 투자하되, 기술의 성숙도에 따라 민간의 부담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2005년부터 추진된 전력IT 기술개발 사업이 전력망 효율성과 안전성에 초점을 맞춘 반면, 스마트그리드 기술개발 범위는 소비자의 효율적 에너지소비, 전기자동차 및 신재생에너지 보급촉진 등 전력부문 전체의 가치사슬로 확대한다. 

세계 스마트그리드 투자 규모는 중국의 배전자동화(Distribution Automation, DA) 보급확대 및 유럽 내 스마트미터 수요 증가로 2015년에 20억 달러 이상 증가하여 194억 달러에 달하였다. 특히, 2015년 스마트그리드 투자의 절반 이상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이루어졌으며, 그 중에서도 중국과 일본은 세계 최대 스마트미터 시장으로서 스마트그리드의 시장성장을 주도하였다.

2015년 미국 스마트그리드 산업계는 배전자동화 투자에 집중한 반면, 스마트미터 부문에는 더 이상 투자를 증액하지 않았다. 그러나 Consolidated Edison社는 REV 추진의 일환으로 전력 스마트미터 355만 개와 가스 스마트미터 120만 개를 설치하는 총13억 달러 규모의 전력망 고도화 계획을 제출하는 등 스마트미터 보급이 재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력데이터 정보의 수집ㆍ활용은 알파와 오메가 전력계통의 발전 및 소비 정보의 분석과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전력 판매부문의 경쟁도입을 위해서는 전력사용에 대한 데이터정보의 개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물론 개인 혹은 개별기업의 전력사용 데이터는 정보보호의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엄격하게 관리되고 활용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이 전제가 된다.

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 새로운 전력 판매사업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전력ICT기술은 필수불가결하다. 즉, 원격검침 정보관리에서 전기요금 청구서까지의 일관작업, 전 사이클에 걸친 부하관리(모니터링/제어)사업 역량확보, 정전관리, 실시간 데이터접속(지능형 전력서비스) 등의 전력ICT기술 인프라를 갖추어야만 전력 판매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전력판매업자의 입장에서 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 원격검침정보는 효율적 전기사용에 관한 유용한 빅데이터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와 아울러 수도와 가스 등의 사용량 정보와 통합하여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보다 의미 있는 새로운 정보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즉, 판매사업자의 입장에서 고객의 전력사용 패턴 및 효율적 부하관리를 통한 전기요금 절약은 판매사업 수익모델 (business model)의 핵심요소가 될 것이다. 정부와 한전이 추진하고 있는 2020년까지 전국의 모든 전력계량기를 AMI로 교체하는 경우의 효과를 예상해 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 국가 전체의 효율성 차원에서 보더라도, 전력판매 빅데이터를 지역별로 분할된 판매사업자들을 통합하여 분석해 본다면 지역별 특성이 나타나는 새로운 정보가 창출될 것이며, 이러한 수요의 지역적 패턴은 발전입지 등의 문제에도 효율적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S산전이 지난 3월 25일부터 도쿄 빅사이트 전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제 스마트그리드 엑스포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브랜드 EnGather를 선보였다.
LS산전이 지난 3월 25일부터 도쿄 빅사이트 전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제 스마트그리드 엑스포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브랜드 EnGather를 선보였다.

에너지 신산업 발전의 전제조건은 전력판매시장의 개방

ICT발전을 전력산업에 수용하여,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부분적인 제도개선이나 공급자(한전) 중심의 시각, 그리고 기술중심적 시각만으로는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전력판매 시장에 경쟁을 도입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논쟁을 해 왔다. 여기서는 판매사업자와 연계되어 있는 배전시스템 ICT의 운용이 독립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전제 하에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배전계통은 향후 다수의 분산자원이 수용되어야 하고 이에 따라 양방향 조류에 따라 빠른 조류(부하)배분 및 안정도 제어가 필요하므로 지능형 배전계통운영시스템(SCADA 등)의 발전이 필요하다. 또한 향후 다수의 판매사업자가 영업하게 되는 경우, 배전계통에 문제가 발생할 때 귀책사유를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어야만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기술진보가 이러한 부분들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 전력저장장치(ESS) 사업 등 전력부문 에너지신사업은 대부분 전력시장과 연계되어 있으며 특히, 소매부분의 판매와 관련이 높다. 그러나 현재 국내소매시장은 단일 구매자의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는 형태이며 이에 따라 소매부문에서 새로운 판매자의 확대와 판매사업자간의 자유로운 경쟁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자생적 산업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에너지신사업 추진은 지난 정부의 스마트그리드 시범사업에서 나타나듯이 정부 주도로 진행될 수 밖에 없으며 사업확산에는 한계가 존재하게 된다. 소매부분을 개방하고 판매부분의 경쟁을 도입함으로써 민간참여 활성화 및 자생적 산업생태계 조성은 전력산업에 ICT를 수용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규제일 것이다. 판매사업 개방은 수용가들이 시장에서 판매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강제조치를 포함해야 한다. 여타 선진국에서 했던 방식대로 대규모 수용가부터 단계적으로 선택권을 부여하되,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여 강제성을 띠는 방식을 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아울러, 신규 판매사업자의 진입을 위한 자격 및 허가 요건에 대한 규정과 공급사 전환절차의 표준화 규정 등의 마련이 필요하다. 신규 판매사업자에 대한 재무능력 등 자격요건에 대한 분명한 허가기준이 필요한데, 특히 ICT기술요건에 대한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소매시장에 다수의 판매사업자가 진입함에 따라 가격인하, 서비스 차별화 등을 통하여 자사의 확보전력을 효율적으로 고객에게 공급하려는 노력이 가속화될 것이다. 이러한 효율제고 효과가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이는 다시 전력회사의 경쟁압력으로 전달되는 구조로 전환하도록 하는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 별 전력사용의 패턴에 따른 다양한 선택요금제가 가능해져야 한다. 전기와 가스 등 융합서비스 제공에 따른 요금할인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기반조성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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