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활성화 방안보다 민간 주도 건전한 창업생태계 조성이 우선

지난 3월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심각한 청년고용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청년 창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 발표 안에 따르면, 오픈이노베이션 기반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바탕으로 향후 창업 정책은 ▲민간 선도형 ▲개방형 ▲참여 공유형 등 3가지 기본 방향을 설정해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본 칼럼에서는 먼저 정부의 ‘청년 창업 활성화 방안’의 중요한 사항들을 정리하고, 다음으로 정부 정책이 가지는 문제점과 한계에 대해 지적하고자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청년 창업을 위한 사회·경제적인 조건과 외국의 사례를 통해 성공적인 창업 활성화 방안을 제언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로 한다.

(출처: www.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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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창업 활성화 방안 – 기본 방침과 추진 방향

청년 창업 활성화 기본 방침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첫째, 민간 선도형 방침은 벤처캐피털(VC), 대기업 등 민간이 창업기업을 선별하면, 정부간섭을 최소화하면서 일괄지원 방식으로 후속지원에 나서는 개념이다.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프로그램인 '팁스(TIPS, Technological Incubator Programs)'와 창업 사업화 패키지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 개방형 방침은 신규 건물 등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온라인-오프라인 상에서 창업 주체 간 개방형 네트워킹이 활성화된 소프트웨어 중심의 지원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셋째, 참여 공유형 방침은 창업자, 투자자 등 특정 집단뿐만 아니라, 다수 국민이 경험하고 참여하여 후원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전개한다.

한편 정부는 위의 3가지 기본 방침 아래서 구체적인 추진방향도 제시하고 있는데, 먼저 기술혁신 기반창업은 혁신 창업자 발굴부터 성장까지 단계별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수준 창업경진대회를 개최해 전국적인 창업 붐을 조성하고, 유망 창업기업에 대한 후속지원을 강화하며 정책펀드를 활용한 일자리 창출지원을 강화한다. 생활형 아이디어 및 소셜 벤처 창업도 촉진시킬 예정인데, 정부차원에서 생활 혁신형 창업 사업화를 지원하고, ‘복합 청년 몰’을 신규 조성하여 청년 창업을 더욱 활성화시킨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연 매출 4,800만 원 이하의 모든 청년 창업자에 대해 법인세 및 소득세를 5년간 감면해 14만개 청년 창업기업에게 연 2,500억 원의 감면 효과를 주고, 창조경제센터, TIPS 타운 등 지역 창업거점을 중심으로 회계 및 법률, 지적재산권 등을 지원하는 ‘Support Hub’를 상시 운영해 원스톱 지원 서비스를 강화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 발표 방안의 문제점과 한계

이상에서 살펴본 정부의 ‘청년 창업 활성화 방안’은 내용의 충실도나 혜택의 범위 면에서 이전에 비해 진일보한 정책으로 보인다. 특히, 대통령의 관심 사항인 청년실업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구상되었기 때문에, 정부 각 부처가 심혈을 기울여 대책을 내 놓은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참신한 대책이 나오지 못하고, 기존에 나온 대책들을 보강하는 차원에 그쳤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 하겠다.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정부 주도적 성격이 강하다. 이번 방안에서는 그 동안 정부 주도하에 시행된 대책들이 크게 효과가 없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중간 중간에 ‘정부 간섭의 최소화’, ‘민간주도’ 혹은 ‘민간에 운영을 위탁하고’ 등의 표현이 자주 보인다. 그러나 사업의 전체를 정부가 관리하고 일부 민간에게 이양하는 구조 하에서는, 사업을 이양 받은 민간 주체가 결국 정부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에 완전한 민간주도가 아니다. 다시 말해 정부가 달성하고자 하는 청년 창업 목표 숫자와 민간의 효율성 제고가 충돌할 경우, 다시 정부주도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가 모든 것을 내려놓지 않는 한, 이번 대책도 이전의 대책과 같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정부는 청년 창업 활성화의 목적이 심각한 청년실업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단기 프로젝트라고 밝히고 있다. 청년 창업은 청년 고용을 늘리고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대책으로는 짧은 시간 내에 효과를 본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다분히 있다. 일반적으로 창업은 취업보다 더 어렵고 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데 청년실업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취업을 못하는 청년들을 창업으로 몰아가다 자칫 대재앙을 불러 올 수도 있다. 정부의 창업 지원금으로 청년들이 창업 전선에 뛰어 든다면 단기적으로 실업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부도와 폐업 등으로 청년실업을 고착화시키는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

실제로 청년 창업 폐업율을 고려한다면 창업이 결코 만만치 않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20~30대 창업 신생기업은 23만7,752개인 반면, 사라진 기업은 14만2,805개로 폐업율이 60%에 이른다. 통계청 자료를 봐도 우리나라 신생기업의 1년 생존율은 2015년 기준 62.7%로 2012년 이후 점차 높아지는 추세이다. 하지만 5년 생존율은 27.5%로 같은 기간 대비 점차 낮아지는 추세로, 폐업률이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 지원금을 믿고 사전준비 없이 창업에 뛰어들 경우, 재기불능의 더 큰 실패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청년 창업률을 높이기 위해 자금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왜 창업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목표 의식을 심어주는 것은 빠져있다. 즉, 창업에 대한 공급적인 측면은 강조되고 있지만, 수요 측면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아울러 창업과 관련한 주변 인프라 구축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루고 있다. 규제 완화라든가 창업 실패 시 실업 수당의 지급 확대, 재취업 보장 등 빠른 시일 내 창업 실패자가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도 창업지원대책의 중요한 요소이다.

청년 창업 활성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업으로 청년실업을 해소하는 정부의 정책방향은 옳다. 그러나 위에서도 밝힌 바 있듯이 지금처럼 단기 프로젝트로는 성공하기 힘들다. 청년 실업률을 낮출 목적으로 창업을 지원한다면 준비부족으로 더 큰 실패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년 창업 활성화 방안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먼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의 청년 창업은 기본적으로 청년 실업자를 대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취업이 어렵다고 준비가 부실한 상태에서 창업한다면 더 어려운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청년 창업의 초점을 실업자 구제가 아닌, 현재 취업해 있는 우수한 자원이 창업전선에 뛰어들게 환경을 조성하고, 그 빈자리를 구직자들이 메꾸어 나가는 전략을 제안한다. 이 경우 취업을 못해 떠밀려 창업하는 것보다는 성공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청년들이 취업을 포기하고 창업을 결정하는 첫 번째 요인은 확실한 동기와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다. 그리고 이러한 동기와 자신감에 더해 몇 천만 원의 정부 지원금보다는 앞서나가는 기업의 경험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잡느냐가 더 중요하다. 해외 창업성공사례를 다룬 신문 기사 내용을 먼저 보자.

#1 스페인 바로셀로나의 포블레노우(Poble nou)지역은 20년 전만 해도 버려진 공업지대였지만 지금은 ‘22@바르셀로나 혁신지구’로 불린다. 애플, 야후, 아마존 인공지능 센터 등 글로벌 기업을 포함한 8,200여개 기업이 들어선 대규모 업무지구와 주거, 문화, 교육이 어우러진 미래형 산업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동아일보, 2018년 1월1일자)

#2 프랑스 파리 13구역의 버려진 기차역이 세계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 '스테이션F'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했다. 전문 벤처캐피탈부터 스타트업에 각종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동반 성장하는 인큐베이터, 스타트업들이 협력할 수 있는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로레알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스타트업 기업들과 함께 입주해 있다. (머니투데이, 2018년 1월1일자)

위의 두 성공사례의 공통점은 IT기업을 비롯한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창업기업 혹은 스타트업 기업들과 협업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지원금이 없어도 애플, 구글, 아마존 등의 기업과 같이 일할 기회를 잡을 수만 있다면, 이는 창업 동기를 유발하는 충분한 계기로 작용한다. 따라서 정부의 전략은 지원금을 쪼개서 소액을 창업희망자에게 나누어 주는 것보다, 세계적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창업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힘을 기울이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다.

이 전략은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단기 프로젝트로는 불가능하다. 정부가 보다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세계적인 기업들을 유치해 창업의 토양을 마련해 준다면, 이들 기업에 영향을 받은 우리 청년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혁신적인 기업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빌 게이츠는 1998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두려운 경쟁 상대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지금도 어디선가 차고(Garage)에서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개발하고 있는 어떤 사람’이라고 대답한 적이 있었다. 그해 7월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라는 두 스탠퍼드 대학생이 브린의 여자 친구 집 차고에서 구글을 설립했다.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떠민다고 될 일이 아니다. 혁신적인 창업 토양이 조성되면 성공하는 기업은 그만큼 많이 나온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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