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임 앞둔 성명기 이노비즈협회장

성명기 회장 (출처: 이노비즈협회)
성명기 회장 (출처: 이노비즈협회)

‘인생은 도전과 열정 그리고 사랑!’ 성명기 이노비즈협회장의 명함 뒷면에 쓰여 있는 글귀이다. 수많은 암벽 중 한 암벽의 꼭대기에서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찍은 사진과 함께 씌어있는 이 짧은 글귀에는 성 회장의 삶과 경영에 대한 철학이 그대로 스며들어 있다. ㈜여의시스템 대표이기도 한 성 회장은 2013년 6대 회장에 이어 8대 회장 임기를 2월 20일에 마친다. 성 회장을 만나 이노비즈 기업과 협회, 그리고 그의 인생·경영철학을 들어봤다.

 

먼저, 이노비즈협회(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노비즈협회는 말 그대로 혁신(Innovation)과 기업(Business)의 합성어로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높은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의 집합체로, 1만8,000여 개 이노비즈 기업 중 1만2,000개 사가 협회에 등록돼 있습니다. 우수제품 개발로 사업기반을 쌓은 뒤 자금조달, 제휴 등을 통해 해외 진출까지 이루는 스케일업(Scale-up) 기업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죠. 또한 ‘혁신’이 생명인 이노비즈 기업은 평균 매출액, 영업 이익 등에서 중소제조업과 비교할 때 3배 이상의 경영성과를 거두며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총 26만7,000여 개 양질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 오고 있다는 점이에요. 협회는 이노비즈 제도운영을 비롯해 중소벤처기업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위탁사업 수행, 이노비즈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혁신 성장할 수 있도록 국내외 기술혁신 네트워크 구축 및 경영활동 등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2월 20일이면 2년 임기의 8대 회장 임기도 끝나는데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사실 6대 회장 임기가 끝나는 해에는 제가 운영하는 ㈜여의시스템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가 났습니다. 대표가 회사에 신경을 쓰지 못하니 직원들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 거죠. 그래서 다시는 ‘외도’를 하지 말자고 다짐을 했어요. 그런데 세상일이 마음대로 안 되는 부분들이 있잖습니까? 협회의 강력한 요청으로 거의 반강제적으로 맡게 됐는데, 이유는 이노비즈협회의 권익을 생각한 부분이 있고, 또 여의시스템이 제가 신경을 덜 써도 시스템적으로 잘 돌아가게 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초로 두 번의 회장을 맡게 된 것입니다. 이노비즈인들을 위해, 협회를 위해 최선을 다했기에 개인적으론 만족스럽습니다. 하지만 막상 떠나려 하니 시원섭섭한 기분도 듭니다.”

 

이노비즈협회 송년의 밤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성명기 회장 (출처: 이노비즈협회)
이노비즈협회 송년의 밤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성명기 회장 (출처: 이노비즈협회)

 

임기 중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무엇입니까?

“제가 가장 무게 중심을 둔 것은 R&D, 바우처 매칭 사업입니다. 중소기업들이 정부 지원금으로 신기술을 개발할 때 정부출연연구소나 대학과 공동개발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는데 1년 만인 2018년 4월 정부 정책으로 받아들여져 매우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요. 정부의 신기술 연구개발지원비를 취지에 맞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업들도 있지만, 잿밥에 관심 있는 기업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다시 말해, 신기술 개발은 안 하고 생활비로 쓰는 일종의 ‘좀비기업’인 거죠. 따라서 정부의 중소기업 신기술 R&D 지원금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장기적인 연구를 필요로 하는 기술기반 기술은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소에서 담당하고, 대신 신기술을 업그레이드해서 신속하게 신제품을 시장에 내놔야 하는 응용기술은 기업과 대학, 정부출연연구소들을 연결해 공동개발을 하도록 한 점이 인상에 많이 남습니다.”

 

‘중소기업형 스마트공장 플랫폼 구축’에도 많은 비중을 두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노비즈협회는 지난해 초 ‘5개년 계획(2018~2022)’을 수립해 △일자리 창출 △글로벌 진출 △기술혁신 등 3가지를 중점 지원키로 했습니다. ‘중소기업형 스마트 팩토리 공장 플랫폼 구축’은 이 5개년 사업계획의 일환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점적으로 추진했어요. 그 결과 지난해 11월 자체적으로 ‘이노비즈 스마트공장 플랫폼’을 결성했습니다. 현재 15개사가 공급기업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수요기업을 발굴, 선정해 맞춤형 스마트공장 구축의 실질적 성과가 날 수 있도록 추진될 것입니다. 에피소드를 하나 말씀드리자면, 문재인 대통령께서 지난해 12월 13일 경남 창원에서 중소기업(제조업) 스마트 팩토리에 국가의 힘을 쏟겠다고 발표하셨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마침 그날 저녁 협회 송년의 밤 행사에서 ‘이노비즈 스마트공장 플랫폼 구축’발대식을 갖기로 미리 계획돼 있었어요. 의도한 것이 아니었는데 정부의 발표에 이어 민간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이에 화답하는 형식이 되면서 분위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1983년 ㈜여의시스템의 전신인 여의마이컴을 창립하셨는데, 창립배경과 경영철학을 말씀해 주십시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취직한 회사는 입사 때와 다른 조건 때문에 한 달 만에 그만두었습니다. 그다음에 들어간 회사의 경우 일과 적성 모두 맞았지만 부조리한 구조로 인한 차별대우로 퇴사하고 ‘내가 직접해 보자’라는 패기로 29살 젊은 나이에 회사를 차렸어요. 스마트공장 관련 주요 제품을 연구, 개발, 제조하는 여의시스템은 순자산 300억 원에 작년 매출액이 345억 원, 부채는 5억 원에 불과할 정도로 자리를 잡은 상태입니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이른바 ‘신바람’입니다. 직장은 신바람의 기운이 늘 흐르고 직원은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어야 조직과 개인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신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도입한 것이 투명경영, 성과보수제입니다. 보너스와 인센티브는 회사실적과 연계하고 사업부·팀·개인별 독립채산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이런 결과 능력과 실력 있는 직원이 대표보다 더 많은 인센티브를 가져가는 것이 저희 회사에서는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또한 이익은 발생하지 않더라도 혁신적인 일을 한 직원에겐 그에 따른 보상이 적절히 이뤄집니다. 회사 월급쟁이를 직장 경영주체로 세우기 위해서는 투명경영을 통한 신뢰가 가장 중요합니다. 회사 혁신경영에 따라 수익이 나면 25% 주주배당, 25% 직원 인센티브, 나머지 50%는 재투자 비용으로 사용되며 이중 절반은 직원 교육, 복지 등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회장께서는 바쁘신 와중에도 ‘도전’, ‘열정’에 이어 지난해 가을에 ‘사랑은 행동이다’라는 에세이를 출간하셨는데요, 글 쓰는 것을 즐기시는 것 같습니다.

“세 권의 책들은 내용은 다르지만 제 개인의 인생 이야기와 주변인 이야기, CEO로서의 경영 이야기 등을 소소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기록하는 것도 있지만 한 사람이라도 제 책을 읽어보면서 꿈을 꾸고 희망을 노래했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큽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글 쓰는 것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창작은 짜릿한 즐거움을 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아픔도 많이 겪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대학 재학 시까지 경제적 어려움 등 난관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사업 초창기 회사가 자리를 잡기도 전에 세 살도 안 된 아들의 백혈병 진단, 생존 확률이 적은 아내의 폐결핵, 그리고 제 자신의 위암을 발견했습니다. 3년 새 잇따라 병을 발견했으니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지요.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뒤따랐지만 병을 치료하겠다는 일념으로 여기에 온통 힘을 쏟은 결과 완치라는 기쁨을 차례로 누릴 수 있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강한 긍정감을 바탕으로 밀고 나가면 못할 일이 없다는 생각을 그때 했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나누고 베푸는 삶을 중요시하는 것은 이 같은 아픔을 겪은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명기 회장이 이노비즈 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출처: 스타트업4)
성명기 회장이 이노비즈 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출처: 스타트업4)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십니까?

“2년 동안의 ‘외도’에서 벗어나면 여의시스템 대표로서 회사가 더욱 혁신 성장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할 작정입니다. 이미 여의시스템은 이노비즈 스마트공장 플랫폼 참여기업으로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선제대응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자랑스러운 이노비즈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또 하나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즐겁게 보내도록 하는 데도 신경을 많이 쓸 계획입니다.”

 

취업 및 창업을 준비 중인 젊은이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인생은 도전과 열정 그리고 사랑이라는 게 제 삶의 철학입니다. 직장을 선택하거나 직장인으로 근무할 때, 저는 도전정신과 열정의 유무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확신합니다. 도전과 열정이 있으면 못할 일도, 두려울 일도 없어요. 따라서 젊은이들에게도 취·창업 시 자신감을 가지고 과감하게 행동하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솔직히 요즘 젊은이들이 많은 급여, 정년보장 등의 이유로 대기업, 공무원·공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은 안타까운 면이 있어요. 청년 여러분! 이노비즈 기업을 눈여겨보십시오. 이노비즈 기업은 대부분 연구소를 보유할 정도로 R&D 능력이 뛰어나고, ‘죽음의 계곡’을 건너온 기업들이기에 경쟁력이 매우 높습니다. 또한 할 일이 무궁무진하기에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고 더욱 빨리 성장할 수 있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멀리 보시길 바랍니다.”

 

1980년 연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성명기 회장은 1983년 ㈜여의시스템의 전신인 여의마이컴을 창립했다. 1991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여의시스템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고 있으며 성남지검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운영위원도 맡고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 전문가협의회 위원장, 특허청 심사자문위원,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연구회 운영위원,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2011년 대통령상 수상(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을 비롯해 2014년 산업자원부 장관상 수상(수출유공), 서울특별시장상, 국회 국방위원장상(세종나눔봉사대상), 지식경제부 장관상 수상, 국세청장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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