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택교수 '한국의 미술시장-자본과 투자로서의 미술품' 강연

[사진. 강연중인 박영택 교수]
한국부동산개발협회와 한국M&A융합센터가 공동주최하고 윤승갤러리가 공동기획, 스타트업4가 주관하는 제 236회 부동산융합 포럼이 17일 역삼동 소재 카이트타워에서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지난 주에 이어 경기대학교 미술학부 박영택 교수가 "한국의 미술시장- 자본과 투자로서의 미술품" 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 서두에 박 교수는 미술평론은 작품에 대한 평론가의 안목을 보여주는 것이라 강조했다. 그 안목에 의해 선택되는 뛰어난 미술작품에는 당연히 높은 가치가 주어지는데, 국내 미술작품 시장은 작품 외적인 요소에 의하여 가치가 휘둘리는 경향이 있어 아쉽다고 평했다. 작품 자체가 가지는 가치보다 투자 가치가 있는 것을 추구하고, 한국작가 보다는 외국작가를 선호하고, 독창적인 시도는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본인의 안목으로 고른 투자가치가 높은 작품들을 그 이유와 함께 소개했다.
중국미술작품들이 수십억원 대의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이유는, 화교를 포함한 중국인들이 적극적으로 거래에 응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고미술 시장이 80%, 현대미술 시장이 20% 비중인데, 국내 고미술은 현대미술과 비교해 관심이 매우 적다. 박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고미술은 여전히 현대미술보다 투자 가치가 높다고 한다. 도자기, 서화, 가구 등 모든 분야에서 저평가된 것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조선시대 백자달항아리는 17~18세기 조선시대 태촌분원 등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좋다. 크기가 38센티미터 이상이고, 형태가 좋으면 가치가 높다. 최고가 백자달항아리는 리움미술관 고미술상설전시관에 있다. 40억여 원에 이른다. 달항아리는 실생활 용도, 감상용도로 만들어진 것이 있는데, 감상용인 경우 외관상 얼룩이 없이 깨끗한 상태의 것이 많다. 보통은 1억 5천만원 정도의 거래수준을 보인다.
백자무릎형연적은 선비가 쓰던 문방사우의 하나다. 고미술작품 중 비싸게 거래되는 것이 필통, 연적, 붓통, 사방탁자, 서안 등 바로 문방사우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문방사우는 당시 선비정신을 표상하는 절제된 미각이 장인에 의해 표현되어 매우 완성도가 높다.
고가구 중에는 사방탁자가 투자할만 하다. 얇고 가볍고 군더더기 없는 세련되고 절제된 조형미를 보여준다. 선비가 직접 목수를 불러 자기 취향대로 주문제작 되어 작품성이 높다. 가벼운 오동나무로 만들어져 가볍다. 반닫이장은 가장 실용적인 가구이다. 여러 종류가 있지만 강화 반닫이장이 가치가 높다. 5천만원 수준에서 거래된다. 집안 거실에 반닫이장과 함께 그 위에 달항아리를 놓아둔다면 멋진 장식이 될 수 있다.
산수화는 겸제 정선 작품과 단원 김홍도의 작품을 추천한다.
겸제 정선의 '독좌관수'(獨座觀水, 혼자 가만히 앉아서 흐르는 물을 바라본다)는 전형적인 인물산수화이다. 논어의 지자요수 인자요산(智者樂水 仁者樂山)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독좌관수'에서의 산과 물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지혜(물)와 어짐(산)을 추구하는 종교적 신념을 보여준다. 인물산수화를 방에 걸어놓은 이유는 항상 볼 수 없는 산과 물을 방에서 보며, 지혜와 어짐을 항상 추구하는 것이다. 겸제 정선의 작품들은 3천~1억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난화는 민영익의 작품을 추천한다. 난화에서의 선의 형태는 사물을 표현하는 선이 아니라, 시간의 과정을 따라가는 선이다. 난이 자라나는 느낌이 잘 표현되어야 한다. 2.5천만원 정도로 거래된다. 민영익 작품의 인장은 중국 최고의 전각가 오창석의 작품일 경우가 많은데 그럴경우 가치는 더 높아진다.
민화는 너무 많은 것이 1960~70년대 일본 등 해외로 팔려나가 상대적으로 국내에는 가치있는 작품들이 드물다. 국내에서는 민화를 주술, 기복적인 것으로만 보고 회화로 보지않는 경향으로 그 가치가 저평가되어 있어 향후 투자가치가 있다.
서예는 추사 김정희를 추천한다. 그는 서예의 정석에서 출발하여 자신만의 서체를 만든 유일한 사람이다. 무심한 경지, 희롱하는 경지의 추사 작품은 아직도 가치보다 저평가되어있다. 4~5천만원 정도에 거래된다. 앞으로도 가치가 더 오를 작품이다.
현대미술 회화는 권옥연 작가를, 조각작품은 권진규 작가의 작품을 추천한다. 70년대에는 거의 가치가 없다가 최근에 평가가 좋다. 가나화랑에서 3억~3억 5천만원 선에서 선보이고 있다.
현대미술에서 동양화는 김호득, 박노수, 성제휴, 문범, 박고석 작가의 작품을 추천한다.
김호득 작가 작품 '돌산'은 먹을 확 뿌려놓고, 거친 손놀림으로 직관적으로 산의 느낌을 표현하였고, 박노수 작가의 '산수도'는 세필로 아름답게 선을 세운 그림이다. 3-5백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문범 작가의 '슬로우쎄임'은 캔버스에다 유채물감을 칠하고 손으로 비벼 그린 추상화이다. 안개가 낀 고즈넉한 산의 모습이 연상된다. 성재휴 작가의 '강촌'은 대범한 붓질로 산수(山水)를 현대적 감각으로 살려내었다. 전통을 현대화하는 작가에 해당한다. 국내 판화시장은 매우 위축된 것이 사실인데, 오윤 작가의 작품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