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혁신적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창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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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익명으로 ‘비트코인, 개인간 전자 지불 시스템’이 발표되면서 블록체인 기술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널리 회자되기 시작했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 보안성, 투명성 등의 특징으로 인해 금융산업뿐만 아니라 물류 및 유통, 국가의 행정 서비스 등 그 적용범위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특징과 가능성으로 인해 한 IT 전문가는 20세기의 인터넷 이후 경천동지(驚天動地,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움직이게 한다)할 기술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의료산업에도 큰 변혁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21세기의 쌀 데이터, 의료산업을 혁신하다

우리는 인간을 디지털화(digitalization)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단말, 스마트폰을 비롯해 개인 유전자 정보분석 기술 등으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수많은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쌓이고 있다. 의료계와 의료산업에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환자들의 검진자료, 처방자료, 신약 임상시험 자료 등이다. 그러나 문제는 자료가 축적만 될 뿐 각 기관의 폐쇄성과 개인정보 보호 등의 측면에서는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없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대표적인 기술로 일컬어지는 ICBM(IoT, Cloud, Big data, Mobile), 인공지능(AI) 기술, 가상 및 증강현실 기술 등 첨단 기술과 의료기술이 융합돼 탄생한 ‘디지털 헬스케어’에서는 데이터의 역할이 알파와 오메가라 할 만큼 중요하다. 

이를 간파한 거대 IT 기업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뛰어들어 그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일례로 애플의 행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애플은 작년 ‘헬스 레코더(Health Record)’라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많은 병원이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는 등 최근까지 충실하게 진전시키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의 헬스(Health) 앱을 활용해 개인의 건강 데이터의 통합 및 공유는 물론 병원이나 의료기관의 다양한 의료정보를 통합함으로써 이를 원하는 이들과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심전도 및 심방세동 기능을 탑재한 ‘애플워치4’를 출시했으며 이를 65세 이상 노인용 의료기기로 제공하기 위해 보험사들과 협의 중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건강 관련 데이터와 의료 데이터의 공유와 이용은 미래 의료산업에서 매우 중요하다. ‘치료’의 개념에서 ‘예방’의 개념으로 진화하면서 개인 맞춤 의료를 지향하는 미래의 의료산업에서는 데이터의 이용이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산업에서 데이터의 상호운영을 위한 표준화 및 인프라 구축의 문제와 더불어 질병의 유무를 비롯한 치료과정 등 무엇보다 민감한 개인정보라는 측면에서 보안성과 신뢰성이라는 장애물로 인해 건강 및 의료 데이터의 공유와 활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등장한 것이 블록체인 기술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예방의학적 접근과 정밀 맞춤 의료를 위해서는 기존의 의료 데이터 외에도 유전체 정보, 인체내 미생물 군집 등을 포함하는 인체 유래물 정보 등 다양한 소스의 데이터를 통합·관리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서로 다른 기관의 각종 데이터도 상호 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엄격한 네트워크 보안과 데이터 교환 프로세스에서의 책임 및 투명성 확보 등 접근 관리가 필요하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러한 필요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디지털 헬스기기의 안전성을 평가하고 환자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책임의 추적이 중요한데 블록체인 기술은 이에 대한 좋은 해결책이 된다. 몇 해 전 향정신성 의약품의 일종인 프로포폴 투약사건으로 우리 사회는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이는 약품유통과 관리의 허술함에서 비롯된 사건이었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약품 공급망의 각 단계를 추적함으로써 책임소재를 확실하게 규명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의료기기 및 의약품의 유통 측면에서도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임상시험에서도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고, 데이터 공유를 통한 연구자들 간의 협력과 경쟁으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즉, 임상결과에 변경 불가능한 시간기록 레코드를 부여하게 되면 임상 결과의 조작이나 선택적 보고 등을 할 수 없게 돼 오류를 줄이고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로 임상 데이터를 관리하게 되면 임상 연구 참여자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약물의 효능이나 부작용을 추적 관리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애플의 사례와 같이 개인이 앱을 통해 자신의 생체정보를 포함하는 건강 데이터와 함께 의료기록을 관리할 수 있게 되면 병원 중심이었던 정보관리에서 개인 중심의 정보 주권이 확립되면서 정보의 공유와 활용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다. 자신의 건강 및 의료 데이터를 제약사나 연구기관 등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수요자에게 판매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등장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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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이 창출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서의 새로운 기회들

보안성, 신뢰성, 투명성과 상호운용성을 보장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현재의 의료기관 중심의 중앙 집중적인 데이터 관리체제를 환자중심의 통합적인 의료정보 시스템으로 구축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시스템은 미래 의료산업이 지향하는 예방의학적 접근과 개인 맞춤형 의학을 가능하게 한다. 의료 데이터는 산업의 쌀로서 수익화에 기여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미국의 헬스베리티(HealthVerity)사는 환자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동의를 거쳐 이를 필요로 하는 기관들에 전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메디블록(MEDIBLOCK)이라는 회사도 여러 병원에 분산된 환자의 정보를 블록체인 기술로 통합 관리함으로써 환자의 의료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고 이를 치료에 활용하면서 데이터의 주인인 환자가 원한다면 그 데이터를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블록체인을 활용한 코인경제(Coin Economy) 모델을 적용해 코인을 인센티브로 활용함으로써 의료 데이터의 제공자이자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도 등장했다. 미국의 헬스코인(HealthCoin)사는 당뇨병이나 울혈성 심부전과 같은 만성질환의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환자들의 행동을 웨어러블 단말(Wearable device)로 추적관찰하고 이를 보험사 및 의료기관과 연결해 의료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참여한 환자들에게는 디지털 지갑 형태로 보상을 제공한다. 메디블록도 암호화폐인 메디 토큰(MED)을 발행해 플랫폼 안에서 의료비, 약제비, 보험료 등을 결제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편, 환자의 치료과정이 아닌 치료결과에 따라 의료수가를 지불하는 치료결과 기반 가치 중심의 분산 의료 네트워크인 로봄드 네트워크(Robomed Network) 모델도 등장했다. 이 모델은 러시와 두바이에서 출시됐으며, 의료 서비스 제공자와 환자를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을 기반으로 연결한 분산 네트워크로서 치료결과 중심으로 공적 의료보험 진료비 지급방식의 변화를 지원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플랫폼이다.

IBM의 왓슨 헬스(Watson Health) 사업부는 전자의료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 임상시험 데이터, 게놈 데이터 등과 웨어러블 단말이나 의료사물인터넷(IoMT, Internet of Medical Things)등 다양한 소스로부터 획득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교환하고 공유하는 방안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함께 연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보다 새롭고 정확한 의료 데이터를 구현함으로써 미래 의료산업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를 충족하고자 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의료산업계에서도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서비스들을 창출하면서 전반적인 의료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우리가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던 미래의 의료 환경이 점차 현실화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미래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의료산업에 완벽하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데이터의 교환과 공유를 위한 선결 과제는 ‘데이터의 표준화’이다. 여러 상이한 기관에서 다루는 데이터가 동일한 구조와 표기 방법 등을 확보해야 데이터의 교환과 공유가 가능하다. 그러므로 의료 데이터의 표준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진전돼야 할 것이다. 블록체인은 보안성이 우수한 기술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 일련의 해킹에 따른 비트코인 탈취 사건 등으로 인해 정보유출에서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따라서 탈중앙화에 따른 철저한 분산성을 확보하는 방안과 아울러 소프트웨어상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방안을 철저히 연구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제반 의료 데이터가 교환되고 공유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의료법, 전자거래금융법 등 현행 법령의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비즈니스 모델의 구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의료 데이터의 경우, 영상정보를 포함해 게놈 데이터나 임상시험 데이터 등은 그 양이 방대하고 복잡하므로 블록체인 노드의 확장성과 지연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블록에 실을 온체인 데이터(On-chain Data)와 실제 데이터가 존재하는 오프체인 데이터(Off-chain Data)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정의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가트너(Gartner)가 2017년 발표한 블록체인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헬스케어 산업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다줄 이익이 매우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완전히 적용되기까지는 10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이 적용된 디지털 헬스산업은 아직 강자가 없는 무주공산(無主空山)과도 같다. 미국의 핏비트나 아이리듬, 원격의료 기업인 텔레닥은 모두 스타트업이다. 기회가 무궁무진한 디지털 헬스산업에 우리나라의 많은 스타트업들의 도전과 괄목할만한 성과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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