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라 연합이 2020년 4월 16일 리브라 백서 2.0을 공개했다. 백서 1.0에서 밝혔던 세계 단일 가상화폐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변경했다. 리브라 코인이 각 국가별 법정 화폐와 경쟁하는 주권 화폐가 아니라 법정 화폐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변경했다.

세계 규제 당국의 견제를 피하고 2020년 연말에는 리브라 코인 발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국가들은 페이스북 같이 전세계 이용자를 보유한 민간기업이 자체 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각국의 통화 주권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규제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발행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각 국가별 통화와 연동하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발행

리브라 코이은 달러, 유로 등 각국 통화에 개별 연동하는 다양한 형태의 스테이블 코인으로 개발된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 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다. '1코인=1달러'와 같이 기존 통화에 고정된 가치로 발행된다.

리브라는 미국달러(USD), 유로(EUR), 영국파운드(GRP), 싱가포르달러(SGD)에 각각 연동된 복수의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한다. 이 스테이블 코인들을 '통화 바스켓'에 담아 가치를 담보하는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 코인'을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백서에 따르면 리브라 코인은 '리브라 네트워크에서 사용 가능한 단일 화폐 연동 스테이블 코인의 디지털 종합물(a digital composite)라고 설명했다. 지급 준비금은 낮은 신용 리스크, 높은 유동성을 보유한 자산들로 구성될 예정이며 규제 당국과의 논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각 국가별 CDBC를 포용하는 구조로 전환

리브라 백서 2.0에서 주목할 부분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DBC)를 포용하며 확장 가능한 부분이다. 각 법정 화폐와 연동되는 스테이플 코인은 향후 CDBC를 리브라 네트워크에 수용하기 쉬운 구조로 변경했다. 백서에 따르면 'CDBC를 원활하게 통합할 수 있는 명확한 경로'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한다. 새로운 리브라 코인으로 각국의 디지털화폐(CDBC)를 지원해 주는 매개체가 되겠다고 전략을 바꾼 것이다.

중국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을 중심으로 디지털 화폐(CDBC)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0년 4월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4대 국영은행 중 하나인 중국농업은행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모바일 CBDC 애플리케이션(앱)의 화면이 중국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2017년 인민은행에 디지털화폐연구소를 설립하고 2020년 2월 CBDC 관련 특허 84개를 출원하며 CBDC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2020년 상반기 중에 중화권에서 널리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기반의 디지털 화폐가 출현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중국의 공격적인 CDBC 개발 추진에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자극을 받았을 것이다. 페이스북의 리브라를 통해 미국 정부의 관리 감독을 받는 리브라 코인을 출시하고 향후 CDBC로 연동하려는 계획으로 볼 수 있다.

미국 금융 당국의 규제에 순응

리브라 연합은 자금세탁방지를 관할하는 금융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업체의 서비스는 리브라를 이용하지 못하게 할 방침이다. 단테 디스파르테 리브라 연합 부회장은 2020년 11월 중순 이후 리브라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스위스 규제 당국과 결제 라이선스 획득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 범죄 단속 네트워크 '핀센(finCEN)'에는 통화 서비스 사업자로 등록할 계획이다.

리브라 프로젝트는 당국의 규제에 적극적으로 순응하며 현재 제도권에서 수용 가능한 리브라 코인을 2020년 연말까지 발행하는 것을 최우선의 목표로 재설정 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백서 2.0에 나온 방식대로 페이스북이 리브라 코인이 발행되면 일정 수준 이상의 목표를 달성한다고 볼 수 있겠다.

퍼블릭 블록체인 개발 포기

리브라 블록체인을 지금처럼 계속 허가받은 기업만 네트워크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폐쇄형 블록체인'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백서 1.0에서는 출시 후 5년 안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었다. 퍼블릭 블록체인이 되면 테러범 등도 노드 운영자로 가입해 시스템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해당 공격 등으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규제 당국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백서 2.0의 내용으로 보면 리브라 코인을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부르기는 더 어려워졌다. 기존 법정 통화에 연동된 새로운 지급 결제 수단의 등장으로 볼 수 있으며 '사이버머니' 정도로 위상이 떨어질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각국 법정 통화와 연동되는 리브라 코인이 발행되면 가장 먼저 테더(USDT)와 부딪힐 것이다. 리브라 달러와 테더 중에서 일반 이용자들은 리브라 달러를 더 선호할 수 있을 것이다. 테더는 현재와 같이 기존 금융권과의 협업 네트워크를 강화하면서 생존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리브라 2.0의 의미

각국 금융 당국의 규제를 따르며 법정 통화를 위협하지 않겠다고 한 발 물러선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대신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DBC)를 포용하는 구조로 전환한 것은 그 사이 미국을 비롯한 각국 금융 당국과 상당한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의 공격적인 CDBC 추진이 예상대로 다른 나라들에게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왔을 것이며 리브라 코인을 통해서라도 방어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리브라 2.0이 순수한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비판은 큰 의미가 없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금융 프로젝트가 등장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리브라 2.0 백서의 공개는 본격적인 디지털 화폐 시대가 열렸으며 디지털 화폐 전쟁이 시작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선포로 봐야 하겠다.

배운철 블록체인 전략연구소 소장
배운철 블록체인 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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