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든 자연 치유할 경기부양책 나올까

©게티이미지뱅크

그린 뉴딜 정책은 기후 변화와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의회가 처음 제안한 정책이다. 그 이름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1930년대 대공황 시 수행한 사회경제적 개혁 및 공공사업 프로젝트인 뉴딜 정책에서 따 왔다. 그린 뉴딜은 루즈벨트의 경제적 접근 방식에 재생에너지, 자원 효율성 등 환경적 측면의 사고를 결합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그린뉴딜 정책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확대 ▲국내외의 석탄산업에 대한 투자 중단 ▲탄소세 설립 ▲석탄산업 관련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고 녹색일자리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역 에너지 전환센터를 설립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정책이 환경적 측면에서 어떤 효과를 거둘지 살펴보려고 한다.

환경이란 다양한 생물들과 그들의 서식 기반이 조화로운 관계를 통해 조합된 실체를 말한다. 이들의 조합은 특이하기 때문에 조합된 구성원 간의 관계는 서로 분리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즉, 생물들 사이의 관계나 생물군집과 그들의 서식기반 사이의 관계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불가분의 관계다. 이러한 관계는 우리 속담의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말처럼 좋은 영향을 줬을 때는 상대방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지만, 나쁜 영향을 줬을 때는 좋은 반응을 기대할 수 없다.

가령 우리가 숲을 잘 보존하고 가꾸면, 그 숲은 무성하게 자라 우리에게 그늘을 주고, 맑은 공기를 주며, 맑은 물도 간직했다가 우리가 필요로 할 때 공급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것을 훼손하면, 그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산사태, 가뭄, 홍수 등을 유발하며 우리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생물들이 그들의 서식기반과 이러한 관계를 이뤄 살아가는 모습은 평화롭고 질서정연하다. 그러나 이러한 조화로운 관계체계에서 의외의 변수로 등장한 것이 우리 인간이고, 인간의 역할은 급기야는 미세먼지,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를 낳고 있다.

 


환경문제 발생의 원인


그러면 환경문제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환경문제의 발생을 오염물질의 배출과 연관시킨다. 그러나 환경문제가 오늘날과 같이 심각하게 대두되지 않았던 옛날에도 오염물질은 배출됐다. 그렇다면 환경문제는 오염물질이 많은 양으로 배출돼 발생하는 것일까?
물론 그렇게 인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는 많다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환경을 지배하는 생태학(ecology)의 원리를 적용하면, 이 말은 오염원(source), 즉 인간환경과 그 흡수원(sink), 즉 자연환경 사이의 기능적 관계를 저울질해 평가할 수 있다. 오염원이 흡수원보다 크면, '많다'는 표현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라면 '적다'는 표현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염원을 줄이기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흡수원을 늘리기 위한 노력 또한 중요한 환경문제의 해결책이라고 볼 수 있다. 전자가 기술적 환경문제 해결책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생태적 해결책이라고 부를 수 있다. 기후변화 유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탄소수지를 우리나라 전체 수준으로 평가해보니 그 배출량은 6억 톤을 상회하고,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숲의 흡수량은 5,000톤 정도로 평가됐다. 우리나라가 그린 뉴딜의 첫 번째 목표로 제안한 탄소중립을 이뤄내고 나아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토지이용 전략이 요구된다. 우리가 배출한 나머지 90% 이상의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남아 기후변화를 유발하며 다양한 유형으로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인정한 '기후변화 악당국가'로 불릴만한 탄소수지다.

그 피해는 우리가 직접 경험하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기온 상승 속도는 세계 평균치보다 두 배 이상 빠르고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세배 이상 빠르다. 기상청에서 측정한 벚꽃 개화일 자료를 분석해보니 최근 100년 동안 봄이 2주가량 앞당겨졌다. 위성영상자료와 기상자료를 접목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숲을 형성하는 참나무의 한 종류인 신갈나무 숲을 대상으로 평가해보니 매우 유사한 결과를 보여 자료의 신빙성을 높여줬다. 이러한 연구를 지역으로 옮겨 도시화 정도에 따른 개화일과 개엽일을 추적해보니 도시화가 기후변화를 가속시키고 그 결과는 개화와 개엽일을 더 빨리 앞당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한 연구가 하나 더 있다. 소나무의 가지생장 결과다. 본래 소나무의 가지생장은 4월부터 6월 사이에 이뤄졌다. 그러나 최근의 기후변화는 여기에도 변화를 일으켜 그 생장이 연중 내내 이뤄지고, 그 생장 또한 도시화 정도와 밀접하게 관계돼 있다. 그런데 도시화가 심하게 이뤄진 도심에서도 공원이 조성되거나 복개됐던 하천이 복원된 장소에서는 그러한 비정상적인 생장이 크게 줄었다. 심지어 분수만 설치된 장소에서도 비정상적인 생장은 의미 있게 줄었다.

©게티이미지뱅크

 


탄소배출 제로를 위한 준비 과정


우리 뉴딜 정책의 첫 번째 목표는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주요인인 탄소수지를 과감히 개선해 현재 10배 이상 차이 나는 탄소수지의 균형을 이뤄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정말 과감한 목표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필자가 총괄 책임자로 참여해 탄소배출 제로에 가까운 성과를 이뤄낸 국립생태원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국립생태원에 건설된 모든 건축물은 에너지 절약형 건축 시스템을 도입하고 재생 가능한 자연에너지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에너지 자급률을 높여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였다.

국립생태원의 각 건축물은 고밀도 단열재, 창틀 난방, 삼중 유리, 폐열회수장치, 얼쓰 덕트(Earth duct) 등이 적용됐다. 이러한 요소기술이 적용돼 국립생태원에 건립된 모든 건축물은 에너지 절약 1등급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고, 일부 건물은 기존 건축물과 비교해 90% 이상의 에너지 절약을 실현하는 패시브 하우스 기준도 충족시키고 있다.

사용되는 자연에너지는 지열, 태양열, 태양광 및 바이오매스(목재칩)가 주축이 되고 있고, 그 양은 생태체험관 온실 등 국립생태원 운영에 소요되는 총 에너지양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나아가 야외 공간은 미관 다듬기 중심의 기존 조경방식을 과감히 탈피하고 이산화탄소 흡수기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숲의 형태로 조성했다. 연못이나 소하천 주변에는 산지 숲보다 훨씬 더 큰 이산화탄소 흡수기능을 발휘하는 버드나무숲을 배치해 흡수기능을 높였다.

건축물 생애기간 동안의 탄소 배출량(Life Cycle Co2•LCCO2) 평가프로그램을 적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립생태원의 각종 시설운영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연간 약 870톤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기존 숲과 새로 조성된 숲의 이산화탄소 흡수기능은 약 745톤으로 추산돼 약 86%의 배출량을 상쇄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제 우리가 수행하고 있는 그린 뉴딜 유형의 몇 가지 사업을 검토해보자. 약 2년 전 서울시 노원구 하계동에는 제로에너지 건축이 건립됐다. 자연에너지를 주로 사용하고, 열의 유출입을 크게 줄인 소재와 공법을 활용해 화석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생활이 가능한 건축물이다.

국립생태원보다 나중에 건립되고 그동안 기술도 많이 발전했으니 충분히 실현 가능한 작품이라는 판단이 선다. 그러나 해당 건물 주변을 돌아보니 외래식물이 심어져 있는가 하면,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식물들이 조경용으로 다수 심어져 있었다. 건축물에서 화석에너지가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고 하니 식물만 제대로 도입했다면 제로에너지 건축을 실현하지못하고 있는 주변에 에너지 봉사까지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요즘 여행을 하다 보면 전국 곳곳에 자연에너지를 얻겠다고 태양광을 설치한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농경지에 설치된 곳도 있고 산에 나무를 베어내고 설치한 곳도 많다. 그러면 숲을 베어내고 태양광을 설치하면 탄소수지를 개선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까?

숲은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주요인인 이산화탄소 흡수원이다.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수지는 앞서 언급했듯 발생량이 흡수량의 열 배가 넘는데 이런 일이 전국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아랫돌 빼서 위에 얹으며 돌탑의 높이가 높아지기를 기대하는 형국이다. 도시재생사업, 미세먼지 저감용 숲 조성사업, 하천복원을 비롯한 각종 복원사업 등에서도 환경의 엇박자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업의 목표는 대부분 숲을 조성해서 미세먼지 흡수를 비롯,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조성하는 숲을 보면, 해당 지역의 기후조건에 어울리지 않고 지형적 조건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렇게 조성되는 숲이 그들이 기대한 목표를 이뤄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오히려 생존이 버거워 뿜어내는 휘발성 유기탄소가 미세먼지 발생량을 늘리고 곁다리로 도입한 인공 구조물이 탄소발생원으로 작용해 탄소수지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몇몇 도시공원을 대상으로 탄소수지를 평가해보니 그들은 탄소흡수원이 아니라 탄소발생원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가 나아갈 길


사례를 늘릴수록 우리의 치부만 늘어날 것 같아 여기까지 하고,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기로 한다. 아직 우리는 자연의 구조와 기능을 개선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 즉 생태계서비스 기능을 통해 우리의 환경을 개선하는 분야의 지식이 일천하다. 아니 아예 없다고 보는 편이 오히려 낫다. 조경은 인간의 생활환경 주변에서 미관을 다듬는 수준의 환경관리를 하는 분야다. 자연환경복원은 온전한 자연의 체특집계를 모방해 훼손된 자연의 구조와 기능을 치유하는 생태기술이다. 이렇게 양자 사이에는 공간적 범위와 체계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기사 및 기술사 시험 제도를 보면, 조경 기사 및 기술사 시험지와 자연환경 복원 기사 및 기술사 시험 문제가 거의 동일하다. 국가 인증시험이 크게 잘못돼 있다는 의미다.  우리가 수행하는 대부분의 자연환경 복원사업은 이름은 그렇게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조경사업을 벌여 외래종을 도입하고 그 땅에 어울리지 않는 식물들을 도입해 앞서 언급한 사례와 같은 문제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수준에 머물고 있으니 조용히 국제사회의 흐름을 따라 그들의 체계를 모방할 것을 권하고 싶다. 마침 유엔(UN)은 상처받은 지구를 치유해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식량 안보를 비롯해 빈곤 퇴치를 포함하는 '생태계 복원 10년(2021~2030년)'을 선포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유엔의 계획은 미국이 제안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가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그린 뉴딜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이 기간 동안 유엔은 남한 전체 면적의 35배에 달하는 3억 5,000만 헥타르(ha)의 토지를 복원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러한 복원이 실현되면 3억 5,000만 달러에 해당하는 혜택을 얻고 대기로부터 13 내지 26기가 톤(Gt)의 온실가스를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방 직후나 한국전쟁 직후와 비교해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도처에 질이 떨어지거나 손상되고 파괴된 생태계가 산재해 있다. 산림은 1960년대와 1970년대 국가 차원에서 추진한 국토 녹화의 영향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성공적인 복원사례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그 후 빠른 경제 성장으로 인해 토지 이용 강도가 늘어나고, 산림이 국가적 차원의 시야에서 벗어나면서 다시 산림 훼손이 심해지고 있다. 골프장을 비롯한 무분별한 산지 이용, 경제림 조성, 고랭지 채소 재배지 확산, 전국적으로 산재한 중•소 규모 산업시설로부터 발생하는 대기 및 토양오염 등이 산림훼손의 주범이 되고 있다. 건강해 보이는 산림도 내부로 들어가 보면 그 질이 크게 떨어져 있다. 하천은 30,000km가 넘는 전 구간이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손상돼 있다. 특히 그들의 방어 수단인 강변식생이 소실돼 헐벗은 상태로 노출돼 외부 영향에 매우 취약한 상태다.

해변과 연안에서 진행된 과도한 토지 이용은 이미 오래전부터 바다를 환경오염으로 멍들게 만들었다. 적조현상은 이미 일상화됐고, 해초가 녹아 바다가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 도시는 과도한 토지이용으로 생태적 균형을 상실하면서 열섬현상과 기온역전 현상이 일상화돼 기후변화를 선도하고 미세먼지를 비롯해 각종 오염문제의 종합적 산실로 등장하고 있다. 그로 인해 도시 주변의 산림에서는 새로운 유형의 산림쇠퇴 징후가 감지되고 있어 향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도시 환경 불균형 문제 해결,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이처럼 국토 곳곳이 환경 측면의 ‘질병’으로 신음하고 있다.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의미다. 가장 심각한 곳은 우리 모두가 공감하듯이 도시 지역이다. 도시는 환경의 불균형이 가장 심각한 곳이다. 숲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숲을 이루는 나무는 그 높이가 높아야 30m 이하지만 도시의 빌딩 숲은 수십 m가 넘고 수백 m가 되는 건물도 있다. 이러한 빌딩들이 모두 에너지를 사용하는 오염물질의 배출원이다 보니 배출원과 흡수원 사이의 불균형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따라서 그린 뉴딜의 첫 번째 목표인 탄소중립을 이뤄내거나 오래전부터 목표로 삼은 지속 가능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러한 도시의 환경 불균형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자연의 숲을 베어내고 설치하는 태양광은 도시의 빌딩 숲 벽면이나 지붕에 설치해 도시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건물의 지붕이나 벽면에 도입하는 식물은 그 장소의 생태적 특성을 반영해 종을 선정하고 배치해 그 기능을 향상시키고, 생태 면적률 확보를 위한 꼼수로 쓰지 말고 환경윤리 차원의 의무사항이 돼야 할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그린 뉴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기 부양을 주로 염두에 뒀을 것이다. 그러나 기왕 그린을 업고 있고, 첫 번째 목표를 탄소중립으로 선정하고 있으니 이 기회에 멍든 자연도 함께 치유하며 이름에 어울리는 경기 부양 정책을 편다면 이는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이 추구하는 자연에 기초한 해결(Nature based Solutions)을 실현하며 환경 개선 효과도 덤으로 누려 '기후변화 악당'의 지위를 걷어내는데도 일조하게 될 것이다. 의병(醫兵)이 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억제에 선방하고 있듯이 이번에는 자연을 치유하는 의병이 나서 그린 뉴딜을 성공으로 이끌어 ‘기후변화 악당’이라는 국가의 명예롭지 못한 타이틀을 털어내는 기회가 이뤄지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게티이미지뱅크

 


<br>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이창석 교수

동아시아생태학회연합 회장, 한국생태학회 회장, 한국복원생태학회 회장을 지낸 이 교수는 현재 한국생물과학협회 회장, 국립생태원건립추진기획단장,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본 위원, 환경부 자체평가위원을 맡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