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과제·지원사업 관심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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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인해 스타트업 투자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온라인 중심의 금융, 바이오, 헬스케어, 쇼핑 등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여행업과 제조업 등은 투자가 거의 끊긴 상황입니다. 2020년에는 투자 상황이 크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사업 전략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영국 컨설팅업체 프레친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아시아 중심의 벤처캐피탈이 조달한 자금은 22억 달러(약 2조 6,800억 원)로 7년 만에 최저치라고 합니다. 2020년 5월 7일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아시아 스타트업이 자금난에 직면했다고 합니다. 벤처캐피탈의 투자 심리도 위축됐고, 해외여행 제한으로 투자금 유치를 위한 사업 설명회 개최도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생존을 위한 합의 필요


투자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향후 1년 동안은 스타트업의 지출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습니다. 2020년 5월 3일 미국의 벤처캐피탈 세콰이어캐피탈도 화상 콘퍼런스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이런 환경에서는 자금이 거의 공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신속하고 심도 있게 지출을 줄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매출과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기업이 결정해야 할 첫 번째 사항은 지출을 줄이는 것입니다. 현재의 지출 내역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조정해야 합니다. 매달 지출되는 비용 중 임대료, 통신비 등 고정비를 먼저 파악하고 줄일 수 있는 항목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지출 비용 중 급여, 외주 비용, 영업비, 클라우드 요금, 소모품 등 조정할 수 있는 항목은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가장 민감한 급여 부분은 대표와 임원, 팀장급에서 우선적으로 희생해야 할 것입니다. 스타트업에서는 경영이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리더들이 고통 분담에 앞장서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팀원들 중에서 무급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지, 재택근무, 순환 근무 등을 통해서 일정 기간 급여를 조정할 수 있는지 솔직하고 진지하게 개인 면담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경영이 어려워지면 팀워크, 기업문화, 기업 비전 등에 대한 적나라한 모습들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모두의 생각이 각자의 입장에서 옳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각자의 입장을 지나치게 내세우다 보면 일도 힘든데 최소한의 인간관계마저 틀어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경영이 어려워지는 것은 스타트업 구성원들 모두에게 불행이며 비극적인 상황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합심해 팀워크로 잘 돌파하는 기업이 결국 성공의 문턱까지 달려갈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대표와 임원, 리더들의 헌신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현재 회사를 나가서 다른 회사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전체 산업이 어려운 상황이라 최대한 양보하고 버티면서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너무 쉽게 인력을 구조조정 하거나 퇴사시키는 것보다는 차라리 서로의 진실한 속마음을 확인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같은 방향을 보며 뜻을 모으고 최대한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감당하면서 생존 기간을 길게 확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회사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는 지출을 줄여서 남은 자금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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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 조정 필요


다음으로 합의해야 할 사항은 비즈니스 모델 조정에 대한 검토입니다. 세계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사람끼리 부대끼고 어울리는 일상이 사라지고 사회적 거리 두기, 불특정 다수와 어울리는 일이 사라지고 비대면, 비접촉, 언택트 방식이 보편화할 것입니다. 현재 비즈니스 모델이 코로나19 이후에도 경쟁력이 있는 비즈니스 모델인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진행되는 사업은 크게 위축될 것입니다. 콘퍼런스, 전시회, 여행업, 항공 산업, 스포츠 경기 관람, 공연 관람, 영화관, 식당, 학교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사업은 이전 같은 방식으로 사업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더라도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한 방역 시스템 확보, 위생 강화, 좌석 간격 확대 등으로 사업 유지 비용이 늘어날 것입니다.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등을 집필한 유명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이 폭풍이 지나고 인류는 살아남겠지만 우리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성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교육, 비대면 진료, 언택트 산업 등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020년 5월 12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코로나19 이후 스타트업 환경 변화 설문조사' 결과를 밝혔습니다. 응답 기업의 42.5%가 코로나19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설문조사는 정부의 창업 지원사업에 참여한 스타트업 492개사를 대상으로 2020년 4월 실시했습니다. '부정적'으로 답한 기업은 32.4%, '보통'이라고 답한 기업은 25.2%였습니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의 64.6%는 '환경 변화로 인해 신규 사업이나 아이템 발굴이 가능해졌다'고 답했습니다. '비대면 연계 서비스 산업 확대'(40.4%), '신규 산업 분야의 정부 지원 확대'(39.2%)도 있었습니다.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의 73.0%는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인한 매출 감소를 걱정했습니다. '특정 분야의 투자 집중으로 인한 투자 감소'(40%), '특정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 집중'(38.8%)도 있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망 산업 분야 1순위로는 진단키트, 마스크, 원격 의료 등 의료 분야가 선정됐고, 2순위로는 온라인 교육, 돌봄 서비스 등 교육 분야, 3순위로는 온라인 신선식품, 온라인 쇼핑, 구독 서비스, 무인점포 등 소비 분야가 선정됐습니다. 학교 개강 연기와 비대면 수업 진행으로 인해 그동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가장 뒤처졌던 교육 분야가 단숨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 분야로 떠오른 것은 주목할만합니다. 온라인 강의, 원격 교육 참여, 교육 평가 등 교육 분야에 스타트업이 도전할 수 있는 아이템이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온라인 영업 채널 확보 및 구독 서비스 접목


대면 영업을 줄이면서도 매출을 확보하려면 온라인 영업 채널을 확보하고 강화해야 합니다. 홈페이지,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 링크드인 활동, 유튜브 채널 운영 등 다양한 온라인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합니다. 필자의 기업에서 운영하는 오프라인 강의도 앞으로는 강의장에 오지 못하는 교육생을 위해 실시간으로 중계를 할 계획입니다. 실시간 강의에도 참여하지 못한 사람을 위해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법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투자 매칭을 위해 온라인 투자 설명회(IR)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초기 투자 유치 미팅은 온라인으로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인데, 이런 준비가 잘 된다면 2020년 하반기에 진행 계획인 해외 투자자 매칭이 온라인을 통해서 좀 더 쉽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해외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 해외 출장을 갔어야 하겠지만 해외 투자자들도 온라인 투자 설명회에 '긍정적'인 입장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중요한 변화입니다.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이라면 이번 기회에 적극적으로 구독 서비스 모델로 전환을 검토할 필요도 있습니다.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프라임, 애플 TV+, 디즈니+ 등 글로벌 구독 서비스 사업들은 코로나19 사태에도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판매뿐만 아니라 구독 서비스 콘텐츠를 확장하는 것에도 새로운 사업 기회가 있습니다. 구독 서비스 모델로 전환할 경우 매월 고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으며 비대면 트렌드를 따라가며 투자나 정부 지원 사업에도 참여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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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 스타트업 1,500개에 1,000억 투자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는 스타트업 1,500여 개에 1,000억 원 규모로 연계 투자하겠다고 2020년 5월 24일 밝혔습니다. 고용 창출 효과가 높은 비대면 분야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겠다고 합니다. 투자 대상은 ▲예비창업패키지 ▲초기창업패키지 성공 기업 ▲청년창업사관학교 졸업 기업 등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사업에 참여했고 기존 투자 유치 실적이 없는 창업 3년 이내 기업입니다. 한국벤처투자의 직접 투자 방식으로 이뤄지며 투자 금액은 위 3개 사업을 통해 지원받았던 창업 지원금과 동일한 규모로 투자합니다. 투자금 집행은 2020년 7월 초까지 이뤄진다고 합니다.

스타트업 중 위 3개 창업사업에 참여했던 기업은 적극적으로 지원하길 바라며,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사업에 아직 참여하지 않은 스타트업은 참여해보기 바랍니다. 2020년은 정부 과제나 지원사업을 통해 생존 전략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전 세계에 유례없는 경제 위기가 닥쳤습니다. 전 지구적 재난 상황은 코로나19로 이제 시작됐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각국은 자국 시장을 보호하는 보호무역과 최대한 자국 내에서 필수 제품을 생산해 소비하는 자급 자족형 경제 모델을 도입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경제 상황과 산업 변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반드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전략을 찾아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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