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 아닌 기업시장에서 성장의 해법 모색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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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서 5세대 이동통신(이하 5G)이 논란이 됐다. 과방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일제히 5G의 품질과 비싼 요금제 등에 대해 질타한 것이다.

2019년 4월 초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가 시작된 지 1년 반 이상이 지났으며, 가입자들도 순조롭게 증가하고 있는데, 가입자와 업계에서 체감하는 5G의 시장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으며, 수많은 산업에서 4차 산업혁명의 인프라 역할을 할 것이라는 업계의 기대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5G의 현실이 어떻길래 이 같은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일까? 2021년에는 과연 이해당사자들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성장과 생태계 활성화를 이룰 수 있을까?

 

한국의 5G 시장 현황은?

한국의 5G 가입자는 상용화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과기정통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상용화 석 달만인 2019년 7월 가입자가 백만 명을 넘어섰고, 올해 8월 기준 7백만 명을 넘었다. 전체 이동통신 회선에서 5G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6월 10%를 넘었으며, 8월 기준으로는 12.4%에 이르고 있다. 전체 이동통신 이용자 10명 중 한 명은 5G 가입자인 것이다.

디자인: 비즈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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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가입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5G 스마트폰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이 제공하는 애틀러스 모바일 인덱스(ATLAS Mobile Index)에 따르면 신규 단말 출시 시점에 따른 편차는 존재하지만 이제 신규 판매 휴대폰 중 5G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나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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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20년 10월 말 이후 최초의 5G 아이폰이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그 비중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이폰과 갤럭시 S, 갤럭시 노트 시리즈 등 고가의 단말 이외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연이어 중가 5G 스마트폰을 선보이면서 5G 단말의 선택폭은 더 넓어지고 있다. 5G 가입자는 향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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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 성장 없고 이용자 불만 커져

이처럼 적어도 외형적인 면에서 본다면 국내의 5G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가입자들을 중심으로 5G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5G 서비스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불만은 커버리지와 통신비, 단말 관련 이슈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커버리지의 경우 5G 전국망은 구축되지 않았으며, 5G 기지국이 설치된 지역에서도 건물 내부나 지하 등 실제로는 5G에 접속할 수 없는 지역이 매우 많다. 이는 5G 서비스가 이용하는 주파수 대역이 기존 이동통신 서비스에 비해 더 높은 고주파 대역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고주파 대역은 통신속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주파수 특성상 직진성이 강해 벽으로 가로막힌 지역 등은 주파수가 도달하기 어렵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커버리지 확대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기존보다 더 많은 기지국과 중계기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수준으로 커버리지를 확대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투자비 역시 더 높아질 전망이다.

통신비의 경우, 아직도 5G 요금제는 3세대 이동통신(3G)이나 4세대 이동통신(이하 4G, LTE)에 비해 고가 요금제로 구성돼 있다. 지난 국감에서도 중저가 5G 요금제가 없다는 점이 지적됐으며, 이에 통신3사는 향후 중저가 요금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막대한 투자비가 더 투입돼야 함을 감안하면 중저가 요금제 도입이 쉽지만은 않다.

무선 트래픽의 경우 5G 가입자들의 일 인당 이용 트래픽은 2020년 8월 기준으로 27,258MB(메가바이트)로 4G 에 비해 약 2.5배 많은 데이터를 이용하고 있으며, 월별 이용 트래픽은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인다.

그러나 이 데이터에는 함정이 있다. 5G의 경우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고가의 요금제 가입 비중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불 의향이 높고 무선 데이터 서비스를 더 활발히 이용하는 가입자 비중이 높아 일 인당 트래픽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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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의 경우, 최근 중가 5G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있어 더 많은 선택지가 존재하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4G 단말에 비해서는 선택할 수 있는 단말의 수가 한정적이며, 전체적인 가격대가 높게 형성돼 있다.

특히, 고성능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모두 5G로 제공되고 있다. 이는 특히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싶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여겨 5G를 이용하고 싶지는 않은 이용자들이 불만을 갖는 배경이 됐다.

이로 인해 자급제 5G 스마트폰을 구입한 이용자들은 해당 단말을 통해서도 4G에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됐지만, 이동통신사업자를 통해 5G 스마트폰을 구입할 경우 여전히 5G에만 가입할 수 있을 뿐 4G 가입은 허용되지 않는다.

한편, 가입자들이 기대했던 5G 품질과 실제로 경험하는 품질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불만 사항 중 하나다. 5G가 처음 출시됐을 당시 SKT, KT, LG U+는 기존 4G에 비해 최대 20배의 속도를 보일 것이라고 홍보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현재 제공되고 있는 5G 서비스는 500~800Mbps(메가비피에스)의 속도를 보여 4G의 4~5배 수준에 불과하다. 20배 더 빠른 속도는 28GHz 주파수 대역을 이용했을 때의 이론적 최대 속도 수준인데, 이동통신사업자들은 현재 해당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즉, 국내의 5G 서비스는 외형적인 면에서 본다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와는 별도로 고객의 불만은 커지고 있으며 기대했던 서비스 품질에도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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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업자, 기업시장에서 돌파구 모색

사물인터넷(IoT) 시장이 성장하고, 휴대폰(스마트폰) 이외의 다양한 셀룰러 통신 단말이 등장하면서, 음성통화와 동영상, 소셜미디어 등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고객 이외의 새로운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즉, 기업시장이 향후 이동통신 시장의 성장을 이끌 핵심적인 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동통신 서비스는 수많은 단말들이 서로 연동돼 모니터링하거나 원격조작이 가능해지도록 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5G는 빠른 속도뿐 아니라 매우 낮은 수준의 지연 속도(low latency)와 대규모 단말의 동시 접속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개인고객보다는 기업시장에서 더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돼 왔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사업자뿐 아니라 세계 최대 통신시장인 중국과 미국 등에서는 5G에 기반한 스마트 팩토리, 자율주행 등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 농업과 보안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에서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기업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기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요소들이 제공돼야 한다. 즉, 단순히 통신 서비스로서 5G만 제공되어서는 안 되며, 5G가 제공하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보완적인 솔루션과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특히, 모든 산업이 똑같은 방식으로 5G를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모빌리티·자율주행의 경우 안정적인 접속과 저지연성이 더 중요하다. 스마트 팩토리의 경우 광범위한 커버리지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공장 내에서 끊임없는 통신이 가능한 집중된 커버리지와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된 기업용 솔루션이 요구된다.

즉, 기업시장은 개인고객 시장보다 더 많은 전문 솔루션 업체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는 주요 통신사업자들이 기존의 글로벌 정보통신(IT) 솔루션 업체들은 물론 수많은 스타트업과의 협업이나 투자를 진행하는 이유가 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월의 국감에서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29GHz(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의 경우 일반 이용자가 아닌, 기업시장 공략을 위해 활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주파수 대역의 경우 일반인을 대상으로 서비스하기에는 커버리지 구축과 단말 수급 등에 상당한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많은 파급효과를 보이는 기업 전용 서비스에 적용함으로써 5G의 실제 가치를 실현할 수 있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를 앞당긴다는 것이다.

이 결정에 대해 현재까지 5G 시장의 성장을 견인해 온 일반 고객시장을 도외시하는 것이라는 비난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보다 빠른 시일 내에 5G의 파급효과를 높이고 투자 대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기업 대상의 5G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5G 기반의 전문화된 솔루션이 같이 개발돼야 하며, 5G 단말도 보다 더 다양한 형태로 등장해야 한다. 또한, 기업들은 확실한 도입 효과가 입증돼야 기업용 통신 서비스 및 솔루션을 도입한다는 점에서 5G 서비스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레퍼런스가 존재해야 한다.

물론, 이 같은 문제가 단기간 내에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2021년은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일부 기업들과 협력해 5G를 활용하는 다양한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그 가치 입증에 주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중 일부가 좋은 성과를 거둔다면 관련 기업들의 도입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5G 시장은 일반인 대상의 시장과는 별도의 거대 시장을 형성하면서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사실, 이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5G 서비스 도입 국가와 이동통신사업자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며, 그렇기 때문에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투자가 급증하는 양상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거치면서 컨슈머 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초기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성장이 이뤄지게 될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이슈들이 존재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망 중립성 문제다. 망 중립성은 모든 통신사업자와 정부들은 인터넷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사용자, 내용, 플랫폼, 장비, 전송 방식에 따른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5G의 경우 ‘네트워크 슬라이싱(network slicing)’ 기술을 통해 개별 기업이나 서비스, 산업에 특화된 가상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일반 개인고객, 자율주행차, 스마트 팩토리 등의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5G 기능은 서로 다르며, 각각의 시장에 최적화된 품질을 별도의 가상 망을 통해 제공함으로써 한정된 주파수 및 네트워크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망 중립성에 위배되는 것으로, 기존의 망 중립성 옹호 입장에서는 서비스와 기업에 따른 차별을 하는 것이다.

즉, 망 중립성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예외조항, 그리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5G에 기반한 새로운 시대의 도래는 그만큼 더 늦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아직까지는 표준기술 개발 일정과 예상보다 늦게 개화되기 시작한 기업시장으로 인해 이와 관련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지는 않았다.

망 중립성은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며, 이해당사자들이 협의의 관점에서는 통신 시장, 보다 광의의 개념에서는 국가의 경제 시스템 측면을 고려해 합의해야 하는 문제다. 2021년이 서비스 출시가 아닌 실제로 다양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새로운 ‘5G 시대의 원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 같은 과제들에 대한 해결방안도 조속히 모색돼야 할 것이다.

[스타트업투데이=정근호 전문기자] news@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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