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충격파 속, 스타트업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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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하 AI) 의료 스타트업인 국내 V사는 환자의 흉부 엑스레이(X-ray) 의료영상 정보를 분석해 질환을 판독하는 데 약 1초를 소비한다. 반면, 영상의학 전문의가 환자의 의료영상을 판독하는 데 평균 300초(5분)가 걸린다고 하니 AI가 약 300배 정도 더 빠르게 영상을 판독해 내는 셈이다.

국내 AI 의료 스타트업 판독 솔루션의 흉부 질환 판독 정확도는 약 95%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환자 조직세포의 특성을 AI로 분석해 개인의 면역 수준을 파악하고 면역 수준별 치료제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AI 진단기술까지 발표되고 있어 AI 의료 서비스 영역이 더욱 확대되는 모양새다.

세계 AI 의료시장은 2020년 49억 불에서 2026년 452억 불로 연 45%씩 고속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는 의료인과 환자 간 직접적인 원격 의료행위가 제도적으로 막혀 있지만 AI 의료시장은 2020년 772억 원에서 2023년 2,546억 원으로 연 77%씩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5년 전 황무지와 같았던 국내 AI 의료시장에서 몇몇 스타트업이 AI 비전 및 머신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파일럿 연구를 시작한 이후, 고품질 의료영상 데이터의 충실한 축적과 질환 특성에 최적화된 AI 판독 알고리즘 고도화를 지속해서 추진해왔다. 그 결과 지금은 연 700만 건이 넘는 의료영상을 AI로 판독하고 있으며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 글로벌 AI 의료 솔루션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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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디지털 뉴딜

올해 7월 한국 정부는 한국판 뉴딜(디지털·그린 뉴딜)을 긴급히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인한 급박한 경기하방 위험에 대한 선제적 대처와 미래 경제·사회로의 빠른 전환이 뉴딜의 핵심 목표다.

특히, 디지털 뉴딜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비대면 산업 집중 육성’, ‘기반산업 디지털화’,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 생태계 강화’를 위해 2025년까지 16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앞서 살펴본 AI 의료영상 판독·진료는 디지털 뉴딜 ‘AI+X 7대 프로젝트(① 신종 감염병 예후·예측, ② 의료영상 판독·진료, ③ 범죄 예방·대응, ④ 해안경비·지뢰 탐지, ⑤ 불법 복제품 판독, ⑥ 지역특화산업 품질관리, ⑦ 산업단지 에너지 효율화)’ 중 하나이며, 사업에 참여하는 스타트업에게는 향후 3년간 엑스레이,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방대한 의료영상 데이터가 안정적으로 제공된다. 개발된 AI 알고리즘을 국가 의료기관에서 실증하며 제품 기술력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이외에도 국내 AI 스타트업은 범죄 예방, 불법 복제품 판독, 해안경비·지뢰 탐지, 산업단지 에너지 효율화 등 유망 산업영역에서 관심 있는 ‘AI+X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며, 국가 데이터를 활용한 학습 데이터셋 구축, AI 알고리즘 고도화, 제품 실증 레퍼런스 확보 등을 경험할 전망이다.

현재 7개 분야에서 수행 중인 ’AI+X 프로젝트’는 2021년 10개 분야로 확대할 계획으로 데이터 확보 및 실증 수요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AI 스타트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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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신(新) 인프라 투자 전략

최근 코로나19 충격으로 올해 1분기 중국 경제는 사상 처음으로 –6.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는 양회가 개최된 2020년 5월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 토목공사 중심의 구(舊) 인프라 투자에 20조 위안(3,426조 원)의 대규모 추경예산이 편성됐으며, 3대 신 인프라인 정보 인프라(5세대 이동통신(이하 5G),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 융합인프라(스마트교통, 스마트에너지 등), 혁신인프라(과학·산업기술 혁신과 교육)에는 1.3조 위안(222조 원) 규모의 투자가 단행됐다. 자세히 살펴보면, 중국 신인프라 투자 전략은 한국 디지털 뉴딜의 비대면 디지털 산업화 전략과 유사한 정책 목표를 지니고 있다.

오히려 중국은 비교적 느슨한 개인정보 규제환경을 활용, 정보통신기술(ICT) 대기업이 대규모 시각음성 데이터를 확보해 제조업을 포함한 의료·비즈니스·교육 등 산업 전반에서 AI 융합 디지털화 서비스를 확산토록 지원한다.

인터렉티브 음성인식, AI 마케팅(맞춤형 상거래), 시각추리, 자율주행, 스마트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등 다양한 비대면 AI 융합 서비스가 중국 전체에 확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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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 스타트업의 디지털 성장전략 제언

정리해 보면, 한국과 중국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성장 전략은 디지털화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신종 감염병에 대한 충격을 공통적으로 경험한 세계 각국 또한 미래에는 비대면 서비스 기반의 경제·사회 디지털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비대면·자동화를 지원하는 5G, AI 기술이 각광받는 이유다. 비대면·디지털화되는 언택트 시대, 국내 스타트업의 성장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첫째, 데이터를 보유한 AI 서비스 수요 기업·기관과의 적극적인 협업이 필요하다. 초기 AI 서비스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확보가 필수다. 병원, 기업 등 데이터를 보유한 기관은 핵심 서비스 및 제품 고도화를 위해 AI 기술 도입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고경영진이 AI·5G 등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디지털화 도입 경험이 없거나, 국내외 유사 업종 내 유스케이스 성공사례가 없는 경우, 자체적으로 핵심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기 어렵다.

또한, 디지털화 마스터 플랜 수립의 어려움, 견고한 내부 거버넌스 및 도입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은 조직 내 디지털화 추진의 강력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데이터 수집, 가공, 분석에 대한 기술적 이해를 지닌 AI 스타트업은 수요 기관의 도메인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핵심 유스케이스 개발을 지원하며 창업 초기 데이터 확보와 AI 서비스화에 성공할 수 있다.

둘째, AI 제품 서비스에 대한 실증 레퍼런스 구축이 필요하다. AI 스타트업은 초기 개발된 AI 서비스를 기업 및 공공부문 등에서 적극적으로 적용·실증하며 AI 서비스의 외적 타당성을 검증하고 핵심 기능을 고도화할 수 있다.

스타트업 AI 서비스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알고리즘의 우수성에 있다. 빠르고 정확하게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적의 결과 값을 도출할 수 있는 강력한 알고리즘이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

AI 알고리즘의 우수성은 학습 데이터셋의 무결성으로부터 시작된다. 스타트업 개발자가 오류가 있는 학습 데이터셋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 AI 알고리즘의 추론 결과 값은 현실과 동떨어질 수 있다.

AI 스타트업은 디지털 뉴딜이 제시하는 기업 연계형 AI 알고리즘 개발 또는 공공부문 ‘AI+X 프로젝트’를 기회로 의료·에너지·제조·인프라 등 다양한 산업영역의 디지털 서비스를 개발하고 실증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국내외 개발자 커뮤니티와의 개방형 협업이 필요하다. 데이터 확보, 실증 레퍼런스 구축에 성공한 AI 스타트업은 자체 개발한 솔루션을 지속 관리하고 신기술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외 개발자 커뮤니티, 우수 개발자 등과 개방형 협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텐서플로, 파이토치, 빅데이터 시각화 도구 등 AI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스타트업 내부의 제한된 인력이 아닌 다양한 외부 개발자들과의 개방형 협업은 정성껏 개발한 솔루션을 가장 효율적으로 기술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해외 기업 및 기관 등에 근무하는 커뮤니티 개발자들과의 협업은 국내 스타트업의 우수한 서비스의 글로벌화를 앞당기는 전략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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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스타트업이 탄생, 성장하려면

코로나19는 글로벌 생산망 가동 중단, 상품 교역 감소, 비필수 대면 서비스업 위축 등 우리 사회에 강력한 충격파를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19 충격파는 특히 한국의 앞선 디지털 인프라와 결합해 빠르게 전 산업의 비대면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는 디지털 뉴딜, 신 인프라 투자 정책 등을 앞다퉈 제시하며 경제·사회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언택트 시대 디지털 서비스 시장에서 AI 스타트업이 탄생, 성장하기 위해서는 도메인 비즈니스 디지털화의 특성을 이해하고 핵심 데이터를 확보하는 전략이 우선돼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AI 기술을 유연하게 받아들여 서비스 혁신을 가속할 수 있어야 한다.

다가올 언택트의 미래는 빅데이터·AI 기술 기반의 디지털 산업 사회일 것이다. 디지털로 융합된 전통·혁신 산업은 5G 네트워크를 통해 공간제약 없이 비대면 서비스·재화를 제공할 것이다.

언택트의 충격파가 몰려오는 지금, 한국의 자랑스러운 AI 스타트업이 우리가 지닌 디지털 인프라와 AI·빅데이터를 기회로 활용해 다가올 언택트의 미래를 개척해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조재홍 수석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AI혁신TF팀 수석(경영학 박사)을 맡고 있으며, AI 의료·에너지·제조 등 융합산업 분야 국가 AI 정책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인도, 미국 등 해외 주재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소프트웨어 협력 다이내믹스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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