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업계, 지분 20%에 대해 1,500억~2,000억 원 수준 추산
카페24, 이재석 대표 등 포스텍 동문 3인 설립∙∙∙경영권은 유지
양측 정확한 입장 없어∙∙∙한국거래소 조회공시 요구
[스타트업투데이] 네이버가 카페24의 최대주주에 오를 전망이다. 카페24가 글로벌 솔루션에 특화된 만큼, 네이버는 이커머스 분야에서의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카페24 지분 20%를 인수한다. 네이버와 카페24는 이번 인수 협상을 마무리 중이며 이르면 이번 주 중 계약을 체결한다.
카페24가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이번 인수가 진행된다. 지분 20%에 대한 정확한 액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IB 업계는 1,500억~2,000억 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지분 투자가 마무리되면 네이버는 카페24의 최대주주로 등극한다. 다만, 경영권은 여전히 이재석 대표가 갖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카페24 지분은 우창균 이사가 10.74%, 이재석 대표가 7.79%, 이창훈 이사가 6.9%다. 이들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율은 30.01%다.
IB 업계 관계자는 “앞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불참하기로 선언한 네이버가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카페24에 눈을 돌린 것”이라며 “무엇보다 카페24의 사업 기반과 성장성을 보고 인수를 검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카페24는 1999년 포항공대(현 포스텍) 물리학과 출신인 이재석 대표가 같은 과 동문인 우창균 이사, 이창훈 이사와 함께 설립한 이커머스 기업이다. 처음 시작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채팅 서비스 등 인터넷 사업이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며 이커머스 사업으로 전환했다. 이후 쇼핑몰 개설부터 광고∙마케팅, 결제, 물류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한다.
카페24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과 함께 꾸준히 성장했다는 평을 받는다. IB 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초 카페24의 매출은 100억 원 정도다. 2010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지난해 2,473억 원을 기록했다.
2018년에는 ‘테슬라 상장 1호’로 코스닥에 입성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 및 신사업 확대에 대한 잠재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테슬라 상장은 당장 이익을 실현하기는 어려워도 성장성이 큰 기업을 상장시키는 제도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글로벌 영역 확장을 위해 카페24 인수를 고려한다고 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3월 일본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자회사 Z홀딩스의 경영 통합을 완료했다. Z홀딩스는 라인과 야후재팬의 핵심 사업 분야인 검색∙포털, 광고, 메신저 등을 통해 포함한 4개 분야에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4월 인도네시아 부칼라팍(Bukalapak)에, 이보다 앞서 지난해 9월 싱가포르 캐러셀(Carousell)에 투자하며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보했다. 올해 초에는 스페인 중고거래 서비스 왈라팝(Wallapop)에 1억 1,500만 유로(약 1,550억 원)를 투자하는 등 유럽 시장 진출의 발판도 마련했다.
카페24의 경우 사업 초반부터 해외 시장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회사 규모를 키워 왔다. 2008년 중국을 시작으로 일본, 대만, 베트남, 필리핀 등 지사 설립은 물론 현지 판매자를 대상으로 한 이커머스 솔루션 사업을 구축했다. 최근에는 인도와 유럽 법인 설립을 추진 중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카페24와, 비슷한 서비스인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가 합쳐지면 지금보다 더 많은 판매자 확보도 가능하다. 카페24 이용자가 개인과 법인 등을 합쳐 190만, 스마트스토어가 45만 명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상이 잘 이뤄진다면 네이버와 카페24는 경쟁 구도에서 협력 관계로 돌아서는 셈”이라며 “카페24가 구축한 글로벌 사업영역과 네이버의 인프라가 결합되면 이커머스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가 카페24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카페24의 주가가 급등했다. 카페24의 주가는 8일 11시 20분 기준 4만 9,650원이다. 전일(6일) 대비 4,850원, 10.83% 상승했다. 장 시작 후 5만 6,600원까지 상승했다.
이번 인수 계약과 관련해 양측은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카페24 측에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기한은 9일 오후 6시까지다.
[스타트업투데이=김서연 기자] seo93@startuptoda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