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영·이효진 뚜까따 공동대표
식자재로만 보던 대파·버섯·토마토, 재조명받지 못하는 전통문화 속 십장생, 거리두기로 우울감 촉발하는 코로나19 등 일상의 다양한 주제 통해 영감 받아
캐릭터로 재창조, 그안의 소중함 일깨워
[스타트업투데이] 10여년 전 봉사 활동차 찾은 태국의 보육원. 정하영 대표는 한국에서 기부받은 중고인형을 세척해 보육원 아이들에게 전해줬다. "뚜까따" "뚜까따". 인형을 손에 안은 아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뚜까따'라고 외쳤다. '뚜까따'는 태국어로 인형이라는 뜻이었다. 생전 처음 '나만의 인형'이 생겼던걸까. 그 아이들에게 인형은 단순한 인형이 아니었다. 손에 쥐어지고 품에 안겨진 순간부터 인형 그 이상의 특별함이 부여된 것이다. 정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일상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것들의 소중함에 대해 느꼈다"고 전했다.
시간이 흘러도 가슴 깊이 그날의 감동을 간직하던 정 대표는 2016년 이효진 대표와 의기투합했다. 둘은 2017년 12월 코리아핸드메이드페어와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를 테스트 베드로 삼아 '뚜까따'의 첫 인형들을 선보였다. 기대 이상의 반응이 나왔고 그렇게 2018년 3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뚜까따'를 정식으로 론칭했다.
매 시즌마다 새로운 콘셉트의 라인업을 선보이는 뚜까따는 가장 널리 알려진 채소를 주제로 한 팜(farm)라인에 이어 전통문화에 등장하는 십장생을 주제로 트레디셔널(traditional)라인, 최근에는 '코로나 블루'에 빠진 사회 속 신선한 일상을 희망하는 블루(blue)라인을 공개했다.
정하영·이효진 뚜까따 공동대표는 "특히 외면받는 부분이나 부정적인 현상을 마주하게 되면 이를 긍정적이고 새로운 관점으로 전환할 수 없을지에 대해 늘 고민한다"며 "그러다 보니 채소, 전통문화, 코로나 블루라는 전혀 다른 일상의 주제를 다루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라봉 인형도 양파 장바구니도 거북이 배지도 자세히 보니 예쁘고 오래 보니 사랑스럽다. 나태주의 시 '풀꽃'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뚜까따의 창업스토리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을 캐릭터로 재창조하는 이유는요?
- 뚜까따 브랜드 히스토리의 원천인 태국 치앙뚱 보육원 아이들이 ‘인형’이라는 오브제를 마주하고 ‘행복과 기쁨’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했듯이, 인형뿐만 아니라 일상의 평범한 오브제들을 고객들에게 새로운 관점으로 전달한다면, 그 이상의 가치와 경험을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테면 우리 식탁에서 흔히 마주하는 ‘채소’는 누군가의 땀과 결실로 맺어진 산물인지,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우리나라 전통 산물인 ‘십장생’의 열 가지 물상은 무엇이고, 어떤 상징성을 담고 있는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우리의 일상에 침투한 코로나 블루를 우리는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말입니다.
▲ 채소뿐 아니라 다양한 주제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라인별로 직접 소개해주세요.
- 'TUKATA FARM 뚜까따 팜'
자연의 산물 중 하나인 ‘채소’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브제이지만, 이 채소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자라나고 수확되고 우리에게 어떤 이로움을 주는지 우리는 별 관심 없이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뚜까따는 팜 라인을 통해 우리 주변에서 가장 가깝고 본질적인 것에서 느낄 수 있는 일상의 고마움과 사물의 소중함과 이로움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TUKATA TRADITIONAL 뚜까따 트레디셔널'
조상의 지혜로 상징성이 짙은 ‘십장생’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전통 산물 중 하나입니다. 익히 알고 있는 주제이지만, 우리는 십장생의 열 가지 물상이 무엇인지, 표상하고자 하는 의미는 무엇인지, 우리 옛 선조들은 십장생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뚜까따는 트레디셔널 라인을 통해 전통과 공예는 고루하고, 범접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바꾸고 싶었고 옛 선조들이 침구와 장신구에 십장생을 새겨 장수를 기원했듯이, 현대의 라이프스타일 상품에 접목하여 전통문화를 계승하고자 했습니다.
'TUKATA BLUE 뚜까따 블루'
유례없는 질병의 습격으로 인해 우리의 생활에는 크고 작은 균열이 생겼습니다. 일상의 표정은 마스크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자연스러운 일상도 멈춰 버렸습니다. ‘코로나19’와 ‘우울감 블루(BLUE)’의 합성어인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뚜까따는 블루라인을 통해 우울하고 침체된 일상에서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소소한 라이프스타일 상품과 시각적인 청량감을 제공해 활기차고 신선한 일상을 희망하는 경험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 '팜' 라인은 캐릭터화했던 야채, 과일을 정 형태로 제조해 식품으로 판매도 하고 있어요. 디자인에서 식품 쪽으로도 직접 사업을 확장한 셈인데요?
- 뚜까따는 ‘인형’ 오브제로 출발한 브랜드이다 보니,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의 인식보다 ‘인형·캐릭터 브랜드’로 이미지가 고착화 됐습니다. 물론, 초기에도 인형 제품 외 씨앗, 요리책, 토트백, 손수건, 목베개 등의 상품을 출시했었지만, 인형과 캐릭터가 주는 임팩트가 크다 보니, 브랜드 방향성에 대한 제고가 필요했었고, 업의 본질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되,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쁜 삶을 살아가는 고객들에게 뚜까따가 기여할 수 있는 롱-라이프스타일은 무엇일지 고민한 끝에 팜 라인을 운영하면서 얻은 노하우와 캐릭터 자산을 활용해 뚜까따 팜 푸드를 론칭하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업종이 전혀 다른 제품을 기획하고 판매해야 하다 보니 사업적인 제반 사항을 갖추어야 했고, 상품 기획, 레시피, 제조사 리서치, 마케팅 등 여러 갈래로 고민해야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뚜까따 팜푸드를 통해 고객들에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한 걸음 다가가게 된 계기가 됐으며,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는 경험의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 '팜' 푸드의 용기부터 포장지까지 모두 환경을 염두에 뒀다고요?
- 뚜까따는 브랜드 초기부터 현재까지 불필요한 포장재와 재사용이 어려운 소재는 사용을 지양해오고 있습니다. 또 브랜드의 에센스이자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롱-라이프스타일을 위하여(for-Long lifestyle)'를 내부에서부터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뚜까따 팜 푸드 용기와 패키지를 고민했는데요.
뚜까따 팜 푸드는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비스페놀-A가 검출되지 않는 트라이탄 소재의 용기를 활용해 인체에도 무해하고 세척해서 언제든지 다양하게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를 사용했고, 용기에 부착되는 라벨 또한 벗겨내기 쉽도록 종이소재의 리무버블 스티커로 제작했습니다.
또 많은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화장품들이 2차 포장재(단상자)를 사용하고 있는데, 뚜까따 팜 푸드는 바로 버려지는 단상자를 활용하기보다는 제품 설명서를 큰 크기로 디자인해서 포장지 겸 설명서·포스터로 활용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기획·개발했습니다.
▲ 뚜까따의 캐릭터들은 단순한 형태 속에서 살짝 무심해 보이는 게 특징이에요. 캐릭터들을 의인화하면서도 감정 표현은 절제했어요.
- 뚜까따의 표정 '(:-0)'은 브랜드 시그니처이자, 브랜드의 중요한 시각 자산 중 하나이며, 뚜까따의 모든 제품은 고객들이 이해하기 쉽고 직관성이 높은 심플한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단순한 형태의 조형일지라도, 뚜까따 시그니처 표정이 결합되면 뚜까따다운 아이덴티티가 만들어지는데요, 빠르고 각박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뚜까따만의 멍하고 미소짓게 만드는 표정이 고객들에게 잠시나마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을 전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 가장 애착 가는 캐릭터를 각자 하나만 골라주신다면요?
- 정하영 공동대표: 새로운 캐릭터를 고민하던 중 방콕 페어 출장으로 인천 공항에 가게 됐습니다. 비행기 출발 시각을 기다리며 카페에 앉아 아이디어를 떠올리던 중 공항과 여행에 어울릴 만한 캐릭터가 무엇이 좋을지 생각하다가, 한라봉을 모티브로 한 라봉이 캐릭터를 스케치했었습니다. 그 후 런칭한 라봉이 캐릭터는 해외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오브젝트 제주점, 롯데관광개발 한 컬렉션 제주점에 입점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제주도와 어울리는 특색있는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거죠. 좋은 기억을 담아 제작한 라봉이 캐릭터가 좋은 성과도 거두고 있어 매우 애착이 갑니다.
이효진 공동대표: 저는 뚜까따를 하면서 인형에 애정을 갖고 좋아하게 됐는데요, 처음 캐릭터를 제작하고 인형을 만들며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는 쉬룸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쉬룸 캐릭터가 저의 모습과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특히 더 애착이 갑니다.
▲ 뚜까따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보마켓부터 29CM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에 입점되어 있어요. 사업 초기에는 유통 판로를 뚫는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 브랜드 초기부터 현재까지 단 한번도 입점처에 먼저 제안한 적 없이 브랜드를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핸드메이드로 다수의 제품을 내부에서 개발하다보니 많은 물량을 생산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뚜까따라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파트너인지, 아이덴티티가 명확한 파트너인지, 상호간의 시너지가 발생하는 파트너인지 등 내부 기준으로 입점 계약을 체결해오고 있습니다.
단순 판매와 매출 목적으로 공급가의 기준으로만 유통 판로를 기획한다면, 브랜드의 정체성은 모호해지기 마련이고, 브랜드간의 교감과 시너지가 발생하지 않는 유통은 장기적으로 서로에게 이점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저희를 존중해주는 다수의 파트너사들이 생겨나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서로에게 긍정적인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도록 더 견고한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 해외 반응은 어떤가요?
브랜드 론칭 후, 감사하게도 많은 해외 고객들이 뚜까따를 사랑해 주고 있습니다. 해외 고객들도 국내 고객들과 마찬가지로 '귀엽다', '사랑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며, 특히 한국 전통 문화를 담은 뚜까따 트레디셔널 라인을 많이 사랑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퀄리티 높은 제품과 브랜드 아이덴티티, 해외 자사몰, 해외 유통처 확·장 등을 통해 더 많은 고객님들과 마주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스타트업투데이=김나영 기자] mmm@startuptoda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