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김녕지역의 못난이 깻잎 활용
깻잎차, 깻잎소금, 깻잎사이다로 가공
농산물 업사이클링 통해 농가와 상생
깻잎오일, 다이어트 깻잎워터 출시 앞둬

제주세요의 다양한 깻잎 가공식품들. 왼쪽이 제주세요의 깻잎 사이다. (사진=제주세요 제공)
제주세요의 다양한 깻잎 가공식품들. 왼쪽이 제주세요의 깻잎 사이다. (사진=제주세요 제공)
제주세요 이원태 대표. (사진=제주세요 제공)
제주세요 이원태 대표. (사진=제주세요 제공)

[스타트업투데이] 삼겹살과 깻잎의 조합은 기가 막힌다. 깻잎 특유의 알싸한 향이 삼겹살의 느끼함을 잡아주기 때문. 깻잎요리의 다른 버전이라고 해봤자 깻잎장아찌나 깻잎나물 정도다. 원물 형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렇듯 쌈 채소로 익숙한 깻잎을 달여 차로 마시고 심지어 사이다로 만들어 마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그런 게 있다고?' 다시 되묻고 말았다. 익숙한 깻잎의 낯선 요리법을 완성한 주인공은 '제주세요'의 이원태 대표. 그는 왜 깻잎 가공식품 개발에 주목하게 됐을까? 

몇 년 전 제주도 김녕에 사는 이 대표는 집 근처 깻잎 농가에서 흠집 등으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못난이 깻잎 3kg을 선물로 받았다. 고기 싸 먹고 나물도 만들고 이것저것 만들어 먹었지만, 여전히 많이 남은 깻잎은 금세 시들고 말았다.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다가 일본의 깻잎으로 불리는 '시소'를 알게 됐다.

이 대표는 "일본은 시소 콜라, 시소 사이다, 시소 소주 등 시소 가공식품을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되어 있다"며 "그런데 우리나라 깻잎은 왜 다양한 상품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의문은 또다른 의문을 낳았다. '깻잎도 허브의 일종인데, 그럼 깻잎 가공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이 대표는 "처음엔 한 장 한 장 깻잎을 프라이팬에 굽기도 했다"며 웃었다. 열을 가하면 건조될 거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열로 건조된 깻잎은 향과 맛이 달랐다. 건조 온도, 습도, 시간 등을 바꿔가며 기록하고 또 시도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오랜 연구 끝에 이 대표는 한국의 허브 소금을 꿈꾸며 만든 깻잎 소금, 호불호가 확실한 만큼 '마니아층' 확보에 자신 있다는 깻잎 사이다, 맛과 향이 뚜렷이 구분되는 깻잎 차 3종을 개발했다. 이 대표는 "처음 들었을 땐 생소한 마음에 거부감이 느껴질지 몰라도 일단 시음, 시식해보면 놀라실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제주세요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못난이 깻잎을 사용함으로써 농산물 업사이클링을 실천하고 있다. 소비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깻잎은 농가 당(500평 기준) 10~15%인 월 평균 50kg정도. 김녕 지역 50여개 농가만 추산했을 때 월 2,500kg정도가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흠집이 조금 나있다는 이유만으로 팔리지 못하는 농산물이 원료로 많이 사용될 수 있도록 이 대표는 "제주세요를 더 성장시키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내달 말쯤엔 깻잎 오일과 깻잎 페스토, 올해 안에 다이어트 깻잎워터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제주세요' 깻잎의 무한변신은 아직 진행형이다. 

제주세요의 깻잎소금. (사진=제주세요 제공)
제주세요의 깻잎소금. (사진=제주세요 제공)

▲ '제주세요'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 제주세요는 소비자들에게 소외되는 깻잎으로 여러 가지 재미있는 제품들을 만들고자 작년 8월 1일 처음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깻잎의 향과 맛을 저희가 가진 가공기술력을 통해 호불호를 잡아 대중화하고 깻잎의 주요 기능성 성분인 로즈마린산(치매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짐)과 우르솔산(체지방 감소)을 연구해 원하는 제품이 아닌 꼭 필요한 제품으로 깻잎을 변신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깻잎 차, 깻잎 사이다 그리고 깻잎 소금을 생산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깻잎을 이용한 다양한 제품들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제주세요의 깻잎차. 구수한 맛부터 깻잎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린 것까지 3종이다. (사진=제주세요 제공)
제주세요의 깻잎차. 구수한 맛부터 깻잎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린 것까지 3종이다. (사진=제주세요 제공)

▲ 제주세요에서 판매하는 깻잎상품은 굉장히 생소해요.

- 처음에 깻잎의 건조 및 열처리 방법을 연구하고 깻잎차의 여러 가지 맛과 향중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3가지를 선택헤 만든 것이 깻잎차 3종세트입니다. 깻잎의 맛과 향을 잘 느낄 수 있는 오리지널(Original) 제품과 열을 이용해 구수한 맛을 만들어낸 볼드(Bold) 제품, 그리고 중간단계인 마일드(Mild) 제품으로 구성돼 있으며 직접 만든 수제차에요. 

깻잎을 좀 더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어서 수출용으로 개발한 것이 깻잎 사이다입니다. 깻잎 사이다는 제주도의 용암 해수와 깻잎 추출물을 이용해서 만든 굉장히 생소한 맛과 향의 음료에요. 민트 초콜릿처럼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제품입니다. 소주를 첨가해 깻잎 모히또로 드시면 더 맛있습니다.

'제주세요'의 모든 제품들의 깻잎 영문 명칭은 코리안-허브(Korean-Herb)에요. 개인적으로 고기를 먹을 때 허브소금을 자주 사용하는데 한국적인 허브소금은 깻잎 소금이 아닐까 생각해서 개발하게 됐습니다. 깻잎소금 2종세트는 깻잎 추출물을 이용해 만든 깻잎 자염과 건조 깻잎을 첨가해 만든 깻잎 소금으로 구성돼 있으며 다른 첨가물은 들어가지 않은 상품이에요.

제주세요의 깻잎차. 구수한 맛부터 깻잎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린 것까지 3종이다. (사진=제주세요 제공)
제주세요의 깻잎차. 구수한 맛부터 깻잎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린 것까지 3종이다. (사진=제주세요 제공)

▲ 깻잎은 향이 강한 편이라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 같은데요. 그런 걱정은 없었나요?

- 그래서 시음회나 시식회 등을 최대한 많이 진행하려고 노력했어요. 제품 출시 전 깻잎 향과 맛이 가장 진한 차부터 열을 가해 조금씩 변형된 맛을 가진 여러 종류의 깻잎차로 시음회를 여러번 진행했는데요. 결과는 제 생각과 반대더라고요. 20~30대 분들이 구수한 맛의 깻잎차를 선호했고 50~60대분들은 오히려 은은한 깻잎차를 선호했습니다. 연령대별로 선호하는 깻잎차가 달라 이러한 선호도 자료를 토대로 3가지 맛과 향의 깻잎차 3종세트를 출시하게 됐습니다.

아직은 깻잎차라는 것이 생소해 다른 차들과 비교를 많이 하는데 맛에 대한 기준점이 다 달라서 어떤 분들은 녹차 같다고 하고 또 어떤 분들은 보이차 같다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다른 차를 마셨을 때 깻잎차 같다는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다양한 시음, 시식행사 등을 통해 생소할 수 있는 깻잎 식품을 알리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사진=제주세요 제공)
다양한 시음, 시식행사 등을 통해 생소할 수 있는 깻잎 식품을 알리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사진=제주세요 제공)

▲ 제주 김녕 깻잎 농가와 상생하고 있다고요.

- 현재 김녕 지역 3~4곳의 깻잎 농가와 직거래를 하고 있어요. 깻잎 2kg을 기준으로 깻잎 도매가격은 6월이 가장 저렴한 13,000원이고, 1월이 가장 비싼 26,500원으로서 여름과 겨울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여름에는 깻잎 농가에서 일을 하는 만큼 수익을 만들지 못합니다. (상품이 되지 못하지만, 식당가에 판매가 되는 어린 깻잎의 경우에는 상품가격의 1/4 정도로 보면 됩니다.)

여기에 최저 고정가격이 있다면 깻잎 농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kg당 어린 깻잎의 납품 고정가격을 만들고 시세가 그 이하로 떨어질 때만(특히 여름시기) 공급을 받아서 가공을 하고 있습니다. 농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 상품성이 떨어지는 못난이 깻잎을 활용해 농산물 업사이클링의 가치를 실현하는 셈인데요. 현장에서 소비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못난이 깻잎이 얼마나 되나요? 

- 못난이 깻잎은 농가 당(500평 기준)으로 10%~15%인 월평균 50kg 정도가 나옵니다. 김녕의 50여 개의 농가에서는 2,500kg 정도가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봤을 때 제주도의 깻잎 생산량은 약 1% 정도입니다. 그렇게 보면 가공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못난이 깻잎이 있답니다.

 

▲ '제주세요'에서 소비하는 깻잎양은 얼마나 되나요?

- 사업의 시작 단계여서 아직은 월평균 100kg 정도의 못난이 깻잎을 제품화시키고 있지만, 내년까지는 김녕에서 생산되는 모든 못난이 깻잎을 받을 수 있도록 사업을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양한 시음, 시식행사 등을 통해 생소할 수 있는 깻잎 식품을 알리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사진=제주세요 제공)
다양한 시음, 시식행사 등을 통해 생소할 수 있는 깻잎 식품을 알리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사진=제주세요 제공)

▲ 준비 중인 신제품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공간제주’라는 이름으로 깻잎카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10월 중순에 오픈 예정이고 이 카페는 작은 식품전시회라는 컨셉이에요. 제품을 연구하고 개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소비자 반응조사였어요. 시제품에 대한 시식이나 시음을 진행하기 위한 공간 확보와 홍보 및 진행에 어려움을 많이 느꼈고 제주도의 다른 식품제조업체들도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기업은 아직 판매되지 않는 시제품들을 전시하고 방문객들은 무료시식을 통해 평가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플랫폼 카페를 준비 중이에요. 평가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해 기업이 원하는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기업들을 지원하는 공간이 될 예정입니다.

물론 깻잎차, 깻잎 밀크티, 깻잎 커피 및 깻잎 디저트도 드실 수 있는 카페입니다.

그 외에 10월 말에 깻잎 오일과 깻잎 페스토가 제품으로 출시될 예정이고 다이어트 깻잎워터가 올해 안에 생산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으로서 가장 좋은 식품 마케팅 전략은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를 찾아가는 전략이 아닌 찾아오도록 만드는 전략이 생산과 유통 및 가격정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주세요는 맛있는 깻잎 제품을 다양하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투데이=김나영 기자] mmm@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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