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생막걸리 출시 2년만에 '힙한 우리술' 안착
인공감미료, 탄산 배제하고 쌀 단맛으로 구현
100번 넘게 레시피 바꾼 끝에 결과물 만들어내
GQ, 곰표 등 다양한 기업들의 러브콜도 쏟아져
고성용 대표 "막걸리의 새로운 기준 만들 것"

한강주조의 고성용 대표. (사진=한강주조 제공)
한강주조 고성용 대표. (사진=한강주조 제공)

[스타트업투데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성수동에 '힙'한 막걸리 양조장이 있다. 나루생막걸리로 MZ(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인증샷 열풍을 불러 일으킨 '한강주조'가 그 주인공. 시대를 관통하는 서울의 한강처럼, 우리 술의 화려했던 과거를 지금의 젊은이들이 유쾌하게 즐길 수 있도록, 또 그리하여 미래엔 더 많은 이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2019년 6월 첫발을 내디뎠다. 

한강주조의 고성용 대표는 '술친구'였던 이상욱 이사와 한강주조로 의기투합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저와 사업파트너인 이상욱 이사는 서로 다른 사업을 하면서 사업적으로 만나게 된 사이입니다. 서로 마음이 맞아 함께 다양한 술들을 즐기게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소주와 맥주부터 다양한 주종과 우리나라의 술들을 즐겼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도 좋은 술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고 그 술에 굉장한 매력을 느끼게 됐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우리나라 술들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들이 아쉬웠습니다. 예를 들어 올드한 술, 저렴한 술, 머리가 아픈 술 등 부정적인 인식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아쉬운 점들을 개선하고, 우리나라의 다양하고 멋진 문화들을 알리고 싶은 비전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래서 2017년부터 준비를 시작해 2019년 6월에 첫 제품인 나루생막걸리를 출시하게 됐죠."

우리 술의 명맥을 온전히 그리고 젊은 감성으로 이어나가고 싶었던 두 청년은 기본에 충실한 술을 만들기 위해 열정과 데이터에 기반한 노력을 무한정으로 쏟아부었다.

고 대표는 "처음 제품 기획을 진행했을 때부터 맛에 대한 목표는 고문서의 재현을 통해 느꼈던 술의 느낌을 현대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었어요. 탄산감이 적고 원재료의 단맛과 부드러운 목넘김의 술을 만들고자 했죠"라고 말했다.

목표로 하는 개발기간은 따로 정해두지 않았다. 원하는 그 맛이 나올때까지 시도할 작정이었다. 그렇게 100번 넘게 레시피를 바꾼 끝에 지금의 나루생막걸리가 탄생했다. 한강주조의 노력에 시장은 뜨거운 반응으로 화답했다. 기업들의 협업 러브콜이 쏟아졌고 곰표, GQ등 다양한 기업들과 콜라보를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엔 설립 2년차인 신생 양조장임에도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2021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탁주 부분 대상을 수상했다.

한강주조의 나루생막걸리. (사진=한강주조 제공)
한강주조의 나루생막걸리. (사진=한강주조 제공)
한강주조의 나루생막걸리. (사진=한강주조 제공)
한강주조의 나루생막걸리. (사진=한강주조 제공)

 

▲ 한강주조에 대해 직접 소개해주세요. 

- 한강주조가 생각하는 한강은 단순한 의미의 강이 아닌 우리나라 역사의 중심지이자 물로 이뤄진 가장 중요한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한강은 우리의 현재를 담아내고 미래를 연결해 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화려하고 멋진 문화지만 역사적, 환경적으로 단절된 우리나라의 술과 문화를 현재의 우리에게 맞게 소개해 우리의 멋짐을 알리고 막걸리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자 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강주조의 한강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비전과 목표를 담아 '한강주조'라고 짓게 됐습니다.

과거에는 집집마다 누룩을 만들어 자가 양조를(가양주) 하는 것이 일반적일 정도로 정말 다양한 술들이 존재했었습니다. 일제시대에 들어서면서 주세법과 주세령이 제정되면서 술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자가용 양조에 대해서도 면허를 발급 받아 세금을 부과했고, 이 당시 면허는 36만 건(1918년)에 이르렀습니다.

성수동에 위치한 한강주조의 양조장. (사진=한강주조 제공)
성수동에 위치한 한강주조의 양조장. (사진=한강주조 제공)
성수동에 위치한 한강주조의 양조장. (사진=한강주조 제공)
성수동에 위치한 한강주조의 양조장. (사진=한강주조 제공)

 

▲ 성수동에 양조장을 만든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요.

- 자가용주(가양주)의 세율을 높게 설정하면서 집에서 술을 빚는 것을 포기하게 되고 1930년에 이르러서는 주조업자가 4,000명으로 대폭 줄어들게 됩니다. 이때 관리의 효율성으로 양조장들의 통폐합을 하게 됩니다. 1934년에는 국세의 28,8%가 주세에서 나와 총독부 식민 재정에 주세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또 이후에는 양곡관리법에 따라 쌀로 술을 만들지 못하게 하면서 밀가루를 주원료로 하는 술들이 제조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찬란하다고 표현하면 찬란했던 술 문화가 역사적인 여러 문제들로 인해 단절됐습니다.

저희가 추구하는 역할과 목표 중 하나는 과거의 화려하고 다양했던 우리 술 문화를 현재에 소개하고 더 나아가 과거의 화려한 문화를 미래에도 연결하는 양조장이 되는 것입니다. 저희는 이 목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가 ‘한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한 강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역사의 중심지이자 물로 이뤄진 역사인 한강은 우리의 현재를 담아내고 미래를 연결해 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한강주조’라는 양조장을 만들게 됐습니다.

양조장을 성수동에 시작하게 된 이유도 성수동이라는 지역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성수동만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지역적인 특징이 있어서 입니다.

 

▲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명품막걸리 관련 키워드로 나루생막걸리를 알게 됐어요. 쌀로 단맛을 구현해 많이 달지 않으면서 부담없이 먹기 좋은 술로 이름이 났더라고요.

- 한강주조가 생각하는 좋은 술은 첨가물 또는 감미료가 일체 안 들어간 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재료와 양조장의 노하우에서 나오는 집약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한강주조는 감미료가 아닌 오직 원재료만으로 맛을 내고 있습니다.

저희가 원재료로 사용하는 쌀은 국내산 100%, 단일품종, 햅쌀만을 사용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인공감미료와 비교했을 때 저희와 같은 무감미료의 막걸리는 자칫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질리거나 물리지 않고 일반적인 막걸리와 다른 새로운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나루생막걸리 11.5도 제품. (사진=한강주조 제공)
나루생막걸리 11.5도 제품. (사진=한강주조 제공)
나루생막걸리 6도 제품. (사진=한강주조 제공)
나루생막걸리 6도 제품. (사진=한강주조 제공)

 

▲ 대표님이 생각하는 나루생막걸리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 기본에 충실한 술입니다. 우리의 술(쌀로 만든)은 삼국시대부터 즐겼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고문서들이 없어지긴 했지만 다양한 제조법을 가진 고문서들이 존재합니다.

고문헌 속 많은 술들을 직접 재현도 해보고 맛을 보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술 특징은 탄산이 없으며, 강한 단맛 그리고 목넘김이 좋은 술들이였습니다. 그런 술들을 현재에 소개하기에는 최근의 맛의 기준과는 맞지 않아서 균형 잡힌 단맛과 산미 그리고 부드러운 텍스쳐로 재해석해서 만들게 됐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강주조의 술은 기본에 충실한 술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기본에 충실한 술을 만들어 우리술 혹은 막걸리에 대한 인식을 변화 시키고 50~60대 보다 막걸리나 우리술에 대한 인식이 좀 더 개방적인 젊은 층에 우리 술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서 나루 생 막걸리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성수동에 위치한 한강주조의 양조장. (사진=한강주조 제공)
성수동에 위치한 한강주조의 양조장. (사진=한강주조 제공)
성수동에 위치한 한강주조의 양조장. (사진=한강주조 제공)
성수동에 위치한 한강주조의 양조장. (사진=한강주조 제공)

▲ 100번 넘게 레시피를 바꿨다고 들었는데 지금 제품화되고 있는 최종 결과물이 나오는 순간 어땠나요. 한입 마시자마자 ‘이 맛이다’ 싶었나요?

- 목표로 잡았던 맛을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은 제조방법의 시도와 수정들을 겪었습니다. 개발 목표 일정을 잡아두고 개발을 한 것이 아닌 우리가 원하는 맛이 나오는 시기가 개발의 종료라는 생각을 가지고 제품화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저희가 원하는 맛이 나오게 되어 나루생막걸리 6도 제품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현재 나루생막걸리나 나오기까지 8개월에 거쳐 많은 시도를 진행했습니다. 말씀하신 것과 같이 한입 마시고 이게 우리가 원하는 술인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30일에 거쳐 일자별 관능테스트와 실험을 통해 술의 안정성을 테스트했고 이후 대량화 테스트를 거쳐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 발효탱크 10개, 한 달 생산량이 5만 병인데요. 찾는 곳이 많은 만큼 '생산량을 더 늘려야 하나'라는 고민이 있을 것 같아요. 계획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요?

- 2019년 창업 초기 3개의 발효탱크로 시작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 시작하면서 5개로 발효탱크를 늘리고 현재는 10개의 발효탱크로 현재 공장은 공간의 한계로 증설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더 많은 분들이 저희 제품을 즐길 수 있도록 확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나루터를 형상화한 패키지 디자인을 대표님이 직접 디자인 했다고요.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 한강주조에게 있어서 나루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미래를 이어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리가 없던 시절에는 한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나루를 이용해야 했습니다. ‘나루’를 통해 문화의 교류, 다양한 상업이 생겨나 나루터는 활기찬 공간이 됐습니다. 현재에는 대교들이 생겨나면서 나루라는 물질적인 공간은 없어졌지만 대부분의 대교들은 과거 나루의 위치에 가설돼 나루의 상징적인 의미는 현재에도 이어지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루’는 한강주조에게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미래를 이어주는 상징적인 매개체입니다.

디자인의 경우, 원, 삼각, 사각으로 나루터를 형상화했습니다. 원은 해와 달, 삼각형은 산과 대지, 사각은 나룻배를 의미하며 나루터의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나루라는 의미를 과하게 부여하는 것보다는 심플하고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의미를 모르더라도 봤을 때 ‘디자인 괜찮네?’라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게 저희 라벨의 의도입니다. 나루를 형상화한 의미는 저희가 인지하고 있되, 굳이 과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발효주의 특성상 일정한 맛을 내는게 쉽지 않은데요. 

- 발효주의 특성상 일정한 맛을 유지하는 것이 양조업에 있어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당연히 원재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발효 컨트롤이라고 생각합니다. 발효 과정 중 일자별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만들어 가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알코올의 발효 양상, 온도 변화, pH, 산도, 당도 등 다양한 데이터를 창업 초기부터 데이터화 해 기준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효를 컨트롤하고 있습니다.

 

▲ 한강주조는 젊은 감각의 막걸리를 지향하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시장에 안착한 브랜드예요. MZ세대가 열광하고 있으니까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젊은 감각의 막걸리’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요?

- 한강주조가 가지고 있는 비전과 목표를 저희의 방식대로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 시장에서 반응을 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젊은 감각의 막걸리는 자연스러움인 것 같습니다.

GQ와 콜라보한 제품. (사진=한강주조 제공)
GQ와 콜라보한 제품. (사진=한강주조 제공)
곰표와 함께 표문막걸리 선보였다. (사진=한강주조 제공)
곰표와 함께 표문막걸리 선보였다. (사진=한강주조 제공)

▲ 곰표와 표문막걸리 협업도 했고, GQ와도 한정판 막걸리를 만들기도 했는데요. 콜라보 대상을 선택하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낼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건 뭔지 궁금해요.

- 매출과 재미만을 위한 협업이 아닌 협업을 진행하는 브랜드들의 이미지에 긍정적인 효과를 우선해 판단합니다. 또한, '전통주나 막걸리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협업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당연히 양사가 가진 핵심역량이 협업을 통해 새로움으로 표출되는 것이 기본입니다.

GQ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 패션을 비롯해 문화 전반에 걸친 콘텐츠로 단단한 팬층을 가지고 있는 회사로 저희와의 협업을 통해 콘텐츠를 넘어 상품으로의 확장을 하게 됐습니다. 한강주조는 GQ와의 협업을 통해 막걸리가 가지고 있는 올드한 이미지를 막걸리도 멋있고 힙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다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한강주조의 다음 스텝은 뭔가요. 

- 한강주조의 비전은 과거의 화려한 우리의 의식주에 관한 문화를 현재에 소개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 시작은 전통주이며 특히 막걸리입니다. 막걸리에서 최종 목표는 '막걸리와 전통주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막걸리가 익숙하지 않고 고정관념이 있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막걸리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되어 기존의 막걸리 혹은 전통주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막걸리 이외의 다양한 주종의 술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양조의 가장 기본인 안정적인 생산과 품질 관리를 최우선으로 다양한 협업 및 마케팅으로 만들어 갈 예정입니다.

[스타트업투데이=김나영 기자] mmm@startuptoday.kr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