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클, 버려진 물건에 디자인과 활용성 더해 가치↑
오버랩, 패러글라이더∙글램핑 텐트∙요트 돛 등 다양한 소재 활용
요트 돛→1인용 매트, “초기 제작 물량 완판되기도”

오버랩 박정실 대표(사진=오버랩)
오버랩 박정실 대표(사진=오버랩)

[스타트업투데이] 전 세계의 정책 기조가 ‘친환경’으로 변하면서 버려진 물건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생산하는 업사이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추세다. 

‘업사이클’(UPcycle)은 버려진 물품에 디자인과 활용성을 더해 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우리말로 ‘새활용’이라고 표현된다. 단순히 물건을 재활용(REcycle)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더해 전혀 다른 제품으로 생산하는 것이다. 

안입는 청바지를 잘라 티코스터(tea coaster)나 가방으로, 우유팩을 접거나 잘라서 지갑으로 만드는 것이 대표적인 업사이클 활동이다. 

오버랩은 레저스포츠 시장에서 버려지는 천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가방, 모자, 텀블러 홀더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오버랩 박정실 대표에게 업사이클링이 무엇이며, 시장 현황 및 전망은 어떤지 물어봤다. 

 

어나더마운틴(사진=오버랩)
어나더마운틴(사진=오버랩)

 

패러글라이더 화려한 디자인,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성↑

오버랩은 2019년 말 설립된 업사이클 브랜드다. 안전상의 이유로 폐기했지만, 실사용에 문제없는 레저 스포츠 장비를 업사이클링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패러글라이더, 글램핑 텐트, 요트 돛 등 활용되는 소재도 다양하다. 

오버랩의 시작은 박정실 대표의 패러글라이딩 체험이다. 그는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했을 때 함께 탔던 파일럿으로부터 패러글라이더의 수명과 수명이 다한 후 어떻게 처리하는지 등을 듣게 됐다고 한다. 

박 대표는 “레저 스포츠 시장이 매년 10% 이상씩 성장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꽤 많은 레저 스포츠 폐기물이 생길 것으로 짐작했다”며 “더욱이 폐기된 패러글라이더의 화려한 색감이 패션 아이템으로써 충분한 가치를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오버랩이 업사이클링한 제품들(사진=오버랩)
오버랩이 업사이클링한 제품들(사진=오버랩)

 

오버랩은 레저 스포츠 항목에 따라 브랜드 ▲어나더하이 ▲어나더마운틴 ▲어나더웨이브를 구축했다. 소재의 특성에 맞는 디자인을 내세우기 위해서다. 

‘어나더하이’(Another High)는 패러글라이더를 활용한다. 높은 곳에 있던 장비가 또 다른 높이에서의 재탄생했다는 의미를 담았다. 박 대표는 “가벼운 무게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을 ‘하이’(high)로 표현했다”며 “실제 제품 무게가 가벼운 만큼, 잠깐의 외출에 어울리는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어나더마운틴’(Another Mountain)은 글램핑 텐트로 만든 제품 라인이다. 텐트가 주로 산과 들에서 사용된 만큼, 아웃도어 활동의 거친 이미지를 반영해 아이템으로 제작했다. 

마지막으로 ‘어나더웨이브’(Another Wave)는 요트 돛으로 만들었으며 돛이 주는 여행의 설렘을 표현했다. 

특히 오버랩은 지난 1월 서울시와 공동디자인 프로젝트 ‘2021 WE UP 프로젝트’를 통해 ‘한:리버트 매트백’을 선보이기도 했다. 매트백은 강과 바다를 누비는 요트 돛을 새활용한 피크닉 용품이다. 일상에서는 가방으로, 피크닉 장소에서는 활짝 펼쳐서 1인용 매트로 사용할 수 있다. 

매트백의 경우 실제 소비자 사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접근성을 고려해 한강둔치에 있는 편의점 4곳에서 매트백을 판매했다”며 “SNS 인증 등으로 소비자 참여를 이끌어냈는데, 초기 제작 물량이 완판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요트 돛 소재로 만든 제품도 매진됐으며 추가로 패러글라이더와 텐트 원단으로도 매트백을 제작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오버랩의 미션은 ‘우리가 하는 모든 액티비티(움직임)이 지구를 위한 행동이 되는 것’”이라며 “레저스포츠 산업의 지속가능한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나더하이 폴딩 사코슈백(사진=오버랩)
어나더하이 폴딩 사코슈백(사진=오버랩)

 

“업사이클 제품 가격 이해시키는 일 어려워”

ESG, RE100 등 전 세계적인 정책 패러다임이 ‘친환경’으로 변화하면서 업사이클 산업의 잠재성 역시 크다는 평가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남아 있다. 

경기연구원이 지난 2018년 발간한 ‘폐기물의 재탄생: 업사이클산업 육성’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미국 폐기물 업사이클 시장규모는 연간 1,250만 달러(약 154억 원) 수준이다. 그러나 전체 재활용 시장과 비교하면 0.01%에도 못미친다. 

오버랩은 작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패러글라이더 50동, 글램핑 텐트 20동, 요트 돛 10동 정도를 모아 1만 2,000여 개의 업사이클 제품을 만들었다. 

다만, 업사이클 작업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작업 과정이 단순히 물품을 자르고 붙여서 만든 것처럼 보인다”며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해체와 재단 단계에서 냄새, 먼지와 싸워야 한다”며 “세탁 역시 필수 작업”이라고 말했다. 

 

안입는 청바지를 업사이클링해 티코스터나 가방으로 탄생시킬 수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안입는 청바지를 업사이클링해 티코스터나 가방으로 탄생시킬 수 있다ⓒ게티이미지뱅크

무엇보다 박 대표는 업사이클로 탄생한 제품의 ‘가격’을 소비자에게 이해시키는 일이 제일 어려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공장에서 같은 규격과 같은 재질의 제품이 대량으로 생산되는 기존 제품과 달리 업사이클 제품은 말 그대로 ‘버려지는 물건’을 활용하기 때문에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이다. 

제품 재단 전 일일이 사이즈 규격과 작업을 거치는 것은 물론 장비마다, 또는 생산국과 제조사마다 터치감이 달라 봉제과정에서 변수를 줄이는 작업도 진행해야 한다. 게다가 까다로운 검품 과정을 거치더라도 제품 자체의 손상 여부를 놓고 소비자와 씨름하는 경우도 많다. 

박 대표는 “검품 과정에 드는 비용까지 포함해 업사이클 제품은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단순히 ‘버려지는 소재’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오버랩은 앞으로 해외에도 눈을 돌려 유통망을 넓힐 계획이다. 레저스포츠 문화가 발달한 나라를 중심으로 현지 장비를 이용한 작업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업사이클링’ ‘친환경’은 누구나 쉽게 경험하고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재미있는 수단이라고 믿는다”며 “어렵고 무겁게만 느껴지는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오버랩을 통해 많은 변화가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