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안으로 동원, GS, 효성 등 CVC 설립 활발
GS그룹, GS벤처스 등 총 4개 CVC 보유
효성, “미래 먹거리 발굴 위해 친환경 중심 투자 집중” 관측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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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대기업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설립에 속도가 붙었다. 

CVC(Corporate Venture Capital)는 비금융권 기업이 재무적∙전략적 목적으로 유망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해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금융회사다. 

구글(Google)은 2009년 구글벤처스(GV)를 통해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 슬랙(Slack), 블루보틀(Blue Bottle), 제트닷컴(Jet) 등 초기 단계 스타트업 400여 곳을 발굴했으며 같은 해 세일즈포스(Salesforce)는 세일즈포스벤처스(Salesforce Ventures)를 통해 22개국, 365개 이상의 회사에 투자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12월 「공정거래법 시행령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금산분리(金産分離) 원칙에 따라 CVC를 보유하지 못했던 국내 대기업은 100% 자회사 형태로 CVC를 보유할 수 있게 됐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CVC 설립으로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자금흐름이 원활해질 것”이라며 “대기업이 벤처기업 또는 스타트업으로부터 전략적 투자나 인수합병(M&A), 밸류체인 확장 등의 기회가 되는 만큼, 스타트업 생태계에 자본 흐름을 가져가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원기술투자, 韓 1호 CVC∙∙∙“기존 사업 밸류체인 강화”

2019년 기준 동원그룹 계열사 현황(사진=동원그룹)
2019년 기준 동원그룹 계열사 현황(사진=동원그룹)

지난 3월 국내 첫 번째 지주사 CVC가 탄생했다. 동원그룹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일반지주회사 CVC 등록을 완료하며 동원기술투자를 설립했다. 동원기술투자 지분은 100억 원을 출자한 동원엔터프라이즈가 100% 소유하고 있다. 

당시 금감원 측은 “동원기술투자는 동원그룹이 일반지주회사 최초로 설립한 CVC”라고 소개하며 “동원기술투자가 「여신전문금융업법」 등 금융관계 법령에 따른 요건을 갖췄는지 면밀히 심사했다”고 강조했다. 

동원기술투자는 동원그룹이 영위하는 사업을 바탕으로 기존 사업의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미래 사업 육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동원기술투자 관계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벤처기업 및 신기술사업자와 상생하는 방향으로 투자금을 운용해 국내 벤처산업의 선순환 생태계 조성에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사진=GS건설
사진=GS건설

CVC 설립에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GS그룹이다. (주)GS는 2020년 미국에 GS비욘드(GS Beyond)와 GS퓨처스(GS Futures)를, 지난 1월 국내에 GS벤처스(GS Ventures)를 설립했다. 지난 5월 GS건설이 설립한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XPLOR INVESTMENT)까지 더하면 GS는 총 4개의 CVC를 보유한 셈이다. 

특히 지난 7월 GS벤처스가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을 마무리하고 1,300억 원 규모의 펀드인 ‘지에스 어쌤블 신기술투자조합’을 결성하면서 그룹 차원의 벤처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GS벤처스 설립과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 1호 펀드조성 등의 과정이 신속하게 이뤄지면서 ‘스타트업과 함께 하는 미래성장’이라는 GS의 전략을 실행할 체계가 갖추졌다는 평가다. 

허태수 회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스타트업 투자는 미래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도구”라며 “적극적인 벤처투자와 개방형 혁신으로 협력사가 함께 성장하는 건강한 사업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GS는 북미 지역의 신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기후테크(Climate Tech),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 미래 상업(Future commerce), 콘테크(Construction Tech) 등의 분야 최신 기술을 그룹 전반에 확산시켜 왔다”며 “GS벤처스가 국내를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의 스타트업 투자를 본격화한다면 국내∙외를 넘나드는 투자 전략의 실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효성, 탄소섬유 미래 가치 주목∙∙∙친환경 중심 투자 집중 전망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글로벌 화학기업 린데그룹과 2023년까지 액화수소 생산, 운송 및 충전시설 설치와 운영을 망라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사진=효성중공업)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글로벌 화학기업 린데그룹과 2023년까지 액화수소 생산, 운송 및 충전시설 설치와 운영을 망라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사진=효성중공업)

효성그룹은 동원, GS에 이어 세 번째로 CVC 설립에 나섰다. 효성은 지난 7월 신기술사업자에 대한 투자와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의 설립 및 자금 운용∙관리 등을 위해 효성벤처스를 설립한다고 공시했다. 

자본금은 100억 원으로 (주)효성 전략본부 김철호 부사장이 효성벤처스 초대 대표를 맡는다. 그는 도이치뱅크(Deutsche Bank) 본부장과 상무, 스틱인베스트먼트 부본부장, 일진투자파트너스 대표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탄소섬유의 미래 가치에 주목한 효성이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친환경 중심의 투자에 집중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현재 효성 그룹사는 미래 신성장동력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친환경 리사이클 섬유 ‘리젠’(regen)에, 효성참단소재는 탄소섬유에, 효성화학은 반도체에 집중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글로벌 화학기업 린데그룹과 2023년까지 액화수소 생산, 운송 및 충전시설 설치와 운영을 망라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효성중공업과 린데그룹은 린데수소에너지를 합작 설립했으며 2023년 초까지 연산 1만 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건설하고 2023년 5월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한편 롯데그룹은 롯데벤처스(舊 롯데액셀러레이터)를 통해 스타트업 발굴∙육성에 속도를 냈다. 롯데케미칼이 롯데벤처스가 조성한 펀드에 총 643억 원을 출자하며 전기차 배터리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CJ그룹은 지난달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매각해야 했던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를 다시 인수해 CJ인베스트먼트로 출범시켰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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