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글로벌 가상인간 시장규모 13조 원∙∙∙2030년 690조 원까지↑
아바타→가상 인플루언서로, 메타버스 등장 계기로 주목
“가상인간, 인간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도전”∙∙∙新 생태계 창출 기대

KB라이프 광고 영상 화면 갈무리. 디오비스튜디오가 AI로 구현한 젊은 시절의 배우 윤여정(사진=디오비스튜디오)
KB라이프 광고 영상 화면 갈무리. 디오비스튜디오가 AI로 구현한 젊은 시절의 배우 윤여정(사진=디오비스튜디오)

[스타트업투데이] TV 광고 속 한 젊은 배우가 중년배우 윤여정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다. 외모는 물론 목소리까지 완벽하게 연기했다. 배우 윤여정과 똑 닮은 젊은 배우를 어디서 찾았나 싶지만, 사실 그는 사람이 아닌 ‘가상인간’, 즉,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이다. 

가상인간은 디지털 세계에 존재하는 3차원(3D) 인물이다. 컴퓨터 그래픽(Computer Graphic)으로 구분이 어려울 만큼, 인간과 유사한 형태로 구현된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빅데이터 분석, 자연어 처리 등의 기술을 3D 인간 형상에 입혀 여행을 다니는 등 실제 사람처럼 행동한다. 특히 활동하는 데 시∙공간의 제약이 없어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일도 거침없이 해낸다. 이런 이유로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유통, 금융, 교육, 방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2020년 전후 메타버스의 등장으로 가상인간이 주목받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사용자가 가상 공간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본인과 유사한 존재가 필요했고 아바타(Avatar)에 본인을 투영했다. ‘가상인간’이라는 발전된 형태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시장조시기관 이머전시 리서치(Emergency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가상인간 관련 시장은 2020년 100억 달러(약 13조 원) 규모였으며 2030년에는 5,300억 달러(약 69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노창희 연구위원은 “가상인간은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며 “IT 기술의 발전과 메타버스 시장의 확장, 메타버스를 포함한 신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 프레임워크 등이 종합적으로 맞물려 새로운 생태계를 창출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외 시장에 등장한 가상인간은 누가 있을까. 

 

세계 최초 디지털 모델 ‘슈두’(사진=슈두 공식 인스타그램)
세계 최초 디지털 모델 ‘슈두’(사진=슈두 공식 인스타그램)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가상인간은 누구? 

‘릴 미켈라’(Lil Miquela)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가상인간으로 꼽힌다. 미국 디지털 캐릭터 제작 스타트업 ‘브러드’(Brud)는 지난 2016년 가상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를 만들었다. 

릴 미켈라는 브라질계 미국인 19세 여성으로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살고 있다. 그는 본인의 SNS에 이성친구와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을 모두 공개하며 요즘 세대의 ‘당당함’을 지녔다는 평가다. 특히 그는 바이섹슈얼(Bisexual), 즉, 성소수자로서 각종 사회 문제에 목소리 내기를 좋아한다. 취미는 음악듣기, 특히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BLACKPINK) 팬으로 알려졌다. 

유럽의 대표적인 가상인간은 세계 최초 디지털 모델 ‘슈두’(Shudu)다. 그는 큰 키와 매력적인 외모를 지닌 흑인 여성이다. 

2017년 데뷔한 슈두는 이듬해 미국 팝가수 리한나(Rihanna)가 만든 화장품 브랜드 ‘펜티 뷰티’(Fenty Beauty)의 립스틱을 바른 모습과 함께 가상인간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외에도 슈두는 ‘랑방’(LANVIN), ‘살바토레 페레가모’(Salvatore Ferragamo) 등 명품 브랜드와 협업해 왔다. 2020년에는 ‘삼성 갤럭시 Z 플립’ 모델로 발탁되며 한국 시장에도 이름을 알렸다. 

 

일본 3D 이미징 스타트업 아우가 지난 2019년 선보인 가상인간 ‘이마’(사진=이마 공식 인스타그램)
일본 3D 이미징 스타트업 아우가 지난 2019년 선보인 가상인간 ‘이마’(사진=이마 공식 인스타그램)

 

아시아 시장에도 가상인간 열풍∙∙∙역대 연봉 자랑하기도 

아시아 시장에도 가상인간 열풍이 불고 있다. 일본 3D 이미징 스타트업 아우(AWW)는 지난 2019년 ‘이마’(Imma)를 선보였다. 이마는 글로벌 가구회사 이케아(IKEA)가 도쿄 하라주쿠 매장을 론칭하면서 모델로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핑크 단발머리에 동∙서양이 섞인 듯한 외모로 SNS 상에서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소셜 미디어앱 더우인(Douyin)이 2021년 가상인간 ‘류예시’(Liu Yexi)를 공개했다. 류예시는 퇴마사로 악마와 귀신을 보고 잡을 수 있다. 동시에 뷰티 인플루언서로도 활동하며 기존 가상인간과 차별화를 뒀다. 

이보다 앞서 중국 스타트업 란마이테크놀로지(Ranmai Technology)가 선보인 가상인간 ‘아야이’(Ayayi)는 잡티 없이 하얀 피부로 ‘사람보다 더 사람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겔랑’(Guerlain)과 협업한 것은 물론 알리바바그룹(Alibaba)의 첫 디지털 직원으로 고용되며 억대 연봉을 자랑하기도 한다. 

태국 최초의 가상인간은 ‘아일린’(Ailynn)이다. 아일린은 키165cm에 21세 여성으로 가상인플루언서 에이전시 SIA방콕(SIA Bangkok)이 만들었다. 태국 최대 통신사 AIS가 아일린을 브랜드 앰버서더로 영입했으며 현재 크리에이터, 프리랜서, 인플루언서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한편 한국에서는 1990년대 말 사이버 가수 ‘아담’과 ‘루시아’의 등장으로 가상인간이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기술적 한계로 이내 대중 속에서 잊혀 갔다. 그러나 4차 산업시대에 접어들며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Rozy)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광고모델로 발탁됐고 루시(Lucy), 김래아(Reah Keem), 한유아(YuA Han), 리나(Rina) 등의 가상인간이 인기를 얻고 있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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