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DAO로 치료제 개발 하는 형태 ‘디사이’ 발전 중
화이자도 ‘DAO’ 프로젝트 참가∙∙∙오픈 사이언스 ‘지향’
무한한 성장과 혁신 가능성 지닌 DAO에 주목해야
[스타트업투데이] 지난 2월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 발행(STO)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후, 국내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권에서는 STO시장 대비에 한창이다. 이는 토큰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새로운 자금조달 방법의 등장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형태의 조직이나 기업의 등장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차세대 인터넷 웹3(Web3) 기술을 활용해 현재의 주식회사 형태가 아닌 분산형 자율조직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를 구축하는 형태가 주목되고 있다. DAO는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자율조직’으로 가상자산을 이용해 자금을 조달하고 의사결정을 수행한다.
최근 제약, 스포츠 등에서 환자나 팬들이 주도하는 DAO 사업이 눈에 띈다. DAO 사업은 투자자와 환자, 팬 등의 이해관계자를 끌어들여 커뮤니티를 만들고 가상화폐 등을 이용한 투자를 벌이는 형태다.
환자나 팬들이 주도하는 제약업계 ‘DAO’ 눈길
전 세계 희귀 질환은 약 7,000종류다. 치료제가 개발되어야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지만, 해당 질환마다 환자가 적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없어 개발자금을 투입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환자·과학자 커뮤니티 미국 바이브 바이오(Vibe Bio)는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프로젝트의 허브를 자처해 투자자, 제약회사, 환자 단체 등으로부터 자금이나 노하우를 집결시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DAO 가능성을 믿는 투자자가 몰리면서 바이브 토큰 가치 상승과 함께 치료제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바이브 토큰은 블록체인으로 발행해 자금 흐름 등을 기록한다. 거래 이력은 DAO 회원끼리 파악할 수 있어 운영에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토큰 보유자는 주주처럼 DAO 운영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향후 유동성 확보를 위해 바이브 토큰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계획이다.
분산형 자율조직인 DAO로 치료제 개발을 하는 형태를 ‘디사이’(DeSci, Decentralized Science)라고 한다. 제약사, 바이오벤처, 대학 등에서 실시하는 공동연구는 폐쇄적인 반면, 디사이는 환자와 연구자 등도 참여하는 형태로 일종의 ‘오픈 사이언스’를 지향한다. 디사이는 희귀질환 뿐만 아니라 기초연구에도 응용 가능하다.
디사이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것은 2021년 인간의 수명 연장 연구에 자금을 지원할 목적으로 설립한 ‘비타DAO’(VitaDAO)다. 참여 회원이 9,000명을 넘고, 15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노화와 생물학, 신체 복구 프로젝트에 350만 달러(약 45억 2,200만 원) 이상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화이자가 비타DAO 프로젝트에 최초의 제약사로 참여해 인간 수명 연구 프로젝트와 올해 1분기 발표할 비타DAO의 첫 바이오 기업에 자금을 지원한다. 또 화이자는 자사의 대체불가토큰(NFT) 지식재산권(IP)을 상용화하고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투자할 계획이다.
비타DAO 프로젝트 중 하나인 덴마크에 있는 코펜하겐 대학 연구실은 비타 DAO로부터 25만 달러(약 3억 2,300만 원)를 지원받아 10억 건이 넘는 처방전 데이터를 기계 학습으로 분석해 장수약 후보 물질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무한 성장 가능성 있는 ‘DAO’에 주목해야 할 때
딥다오(DeepDAO)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월에서 10월까지 2,850개의 DAO가 의사결정 투표를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2021년에 비해 2배 증가한 수치다. 2023년 2월 기준 1만 1,000개가 넘는 DAO가 존재하고, DAO의 전체 운용자산(AUM) 규모는 1,300만 달러(약 168억 3,500만 원) 정도다. 총 DAO의 75%가 최근 2년 안에 만들어진 것으로 급성장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향후 증권성 여부에 따라 STO 발행에 준하는 기준을 DAO 결성에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국내 DAO 시장은 세계 시장에서 계속 뒤처지게 된다. 이제는 무한한 성장과 혁신 가능성을 갖는 DAO에 주목해야 할 때인 셈이다.
DAO는 이더리움 플랫폼에서 스마트 컨트랙트가 사용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DAO가 잘 운영되기 위해선 투명성이 중요하다. 또 운영진들의 희생도 필요하다. 조직이 단순히 기술적, 자율적으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리더십의 역량이 중요하다.
특히 DAO의 지속성을 위해 일정 수의 참여자 확보와 이들의 꾸준한 활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활동에 비례하여 토큰 등의 보상을 제공하고 토큰의 가격 상승에 따라 추가 보상을 해주기도 한다. 기존 참여자들을 유지함은 물론, 새로운 참여자를 유인하기 위해 토큰의 활용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토큰 활용은 DAO의 취약점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6년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이 스마트계약을 통해 조직을 관리하기 위해 제안한 ‘The DAO’를 들 수 있다. 일종의 벤처캐피털 기구로 시작한 The DAO는 1억 5,000만 달러 상당(약 2,000억 원)의 이더리움을 모집했지만, 해커에 의한 공격으로 5,000만 달러(약 651억 원) 상당의 이더리움을 탈취당할 뻔 했다.
사실 DAO는 보안 및 규제 이슈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진 못한 실정이다. 즉, 현재 DAO는 법적 보호장치가 불분명하다. 미국의 와이오밍주나 테네시주에서는 DAO를 조직으로 인정하는 법적 보호 움직임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각국 정부나 행정기관에서도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 상태다.
종합적으로 무한한 성장과 혁신 가능성을 갖는 DAO에 주목하는 동시에 이를 빌드업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기술에만 의존할 수 없는 인간적, 정서적인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다루는 방법도 이해해야 되고, 내적인 동기부여 요소를 지속적으로 구성원들에게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앞으로 DAO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스타트업투데이=권아영 기자] news@startuptoda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