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투데이] ‘구독경제’는 소비자가 정해진 기간 구독료를 내고 필요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다. 소비자는 회원가입이나 결제정보 등록 등 구독신청을 통해 주기적으로 다양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으며, 기업은 구독서비스를 원활히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충성고객 확보와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넷플릭스’(NETFLIX)가 계정 공유 수수료 도입 정책을 발표함에 따라 ‘공동구독’ 플랫폼이 확산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기존에는 공유를 위한 비용이 0에 수렴해 계정 공유를 선물처럼 주고받던 경향이 짙었다”면서도 “공유 수익화 이후의 세상에서는 공유에 드는 비용이 발생해 상업적 교환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피치그로브는 구독경제, 그중 ‘공동구독’에 집중했다. 김선우 대표는 구독 서비스는 늘어만 가는데 구독으로 수익성을 증명한 기업이 턱없이 적다는 점이 의아했다고 한다. 

김선우 대표는 “구독시장은 매년 경이적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예기치 못한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며 “구독경제로의 재편으로 소비자는 구독 부담감과 피로감을 호소하는 데다 기업마저 경쟁 심화에 따른 고객 유입 및 유지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그는 구독경제가 경제적 해자(경쟁사로부터 기업을 보호해 주는 높은 진입장벽과 확고한 구조적 경쟁 우위)가 좁아 소비자의 스위칭이 비교적 자유로운 디지털 구독 측면에서는 지속가능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공동구독’을 떠올렸다고 한다. 

김선우 대표로부터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 봤다. 

‘피치그로브’(Peach Grove)는 2020년 설립된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공동구독 중개 플랫폼 ‘링키드’(linkid)를 개발했다. 구독 범람의 시대에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새로운 경제 모델인 ‘공동구독’을 선도하며 구독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치그로브는 공동구독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우선 소비자는 링키드를 통해 자신의 구독 권한을 다른 사람과 일정 기간 약속∙공유해 비용을 분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월 단위 구독 지출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으며 기업은 리텐션(유저의 재방문율을 측정하는 지표, Retention) 증가에 따른 고객생애가치(LTV, Lifetime Valu) 측면에서 수익 성장도 기대된다. 현재 링키드는 OTT부터 교육, 도서, 통신 결합 서비스까지 20개가 넘는 구독 서비스를 공동구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링키드는 단순히 계정공유에 그치지 않고 공동구독으로 확장한 점,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구독 방식을 자동화로 공유하도록 지원한다는 점 등 두 가지 측면에서 유일한 플랫폼이라는 게 김선우 대표의 설명이다. 

먼저 계정공유와 관련해 김선우 대표는 “‘계정공유’는 본질적으로 구독 기업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방식”이라며 “공유를 통한 객단가의 감소를 상쇄할 만큼, 약정으로 리텐션을 보장하지 않으면 기업은 장기적으로 계정 공유와 대립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피치그로브는 계정 공유를 ‘사용자 간 일정 기간 공동으로 구독 비용을 분담하는 계약’으로 변화시켰다. 기존 기업의 대표적인 해지 방어 수단인 해지 위약금이 지니는 법적 한계는 피하면서도 효과는 그대로 가져가 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셈이다. 

또 김 대표는 “많은 유사 서비스가 계정 공유에 국한해 계정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에만 머무르거나, 수동으로 초대장을 발송하고 체크하는 등 원시적인 방식에 의존한다”면서 “링키드는 계정 유효성 검사와 구독 초대 트래킹 시스템으로 여러 카테고리 서비스를 지원함과 동시에 대량의 공동구독 중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링키드는 2021년 10월 정식으로 출시된 이후 2023년 5월 현재까지 약 15만 명이 회원가입을 했다. 스마트 컨트랙트(블록체인 기반의 자동 계약 실행 프로그램, Smart Contract)에 가까운 링키드의 서비스 특성상 본인인증을 거치지 않으면 가입이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김 대표는 15만 명의 회원 수 돌파가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고 강조했다. 

또 김 대표는 링키드 유저의 75% 이상이 12개월 이상 약정하는 데다 약정 이행률이 98%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본인이 좋아하는 구독 서비스를 보다 낮은 가격에 오래 사용하고자 하는 고객을 중심으로 구독 피로감과 부담감을 해결할 새로운 대안으로 정착 중”이라며 “잦은 파티원 변경으로 한 달에도 수차례 계정정보를 변경해야 하는 기존 계정 공유에서 피로감을 느낀 고객에게 더욱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업계의 관심도도 높다. 피치그로브는 지금까지 다토즈파트너스, 베스티지움, 킹슬리벤처스 등으로부터 시드투자를 받았으며 영어 교육앱 ‘케이크’(Cake)와 반려동물 콘텐츠 전문 OTT ‘해피독TV’ 등과 정식 공동구독 중개 계약을 체결했다. LG유플러스의 다이렉트 요금제 결합할인도 일종의 공동구독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피치그로브는 기술보증기금 벤처캠프 8기, 구글 창구 프로그램 3기 등 국내 유수 엑셀러레이팅(AC)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TIPS)와 한국핀테크지원센터의  핀테크창업지원사업 등에 선정되며 연구개발(R&D) 고도화에도 노력 중이다. 

한편 김 대표는 올해 하반기 넷플릭스가 공유 수익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가 게임패스 패밀리&프렌즈 플랜(Game Pass Friends & Family) 요금제를 정식으로 출시하면 공동구독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당 수요를 링키드의 공동구독으로 흡수하고 이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과 고도화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올해 4분기 내 북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김 대표는 “모든 구독이 ‘공동구독’으로 변화하기는 어렵겠지만, 공동구독은 구독 시장의 주요한 트랜드 중 하나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넷플릭스의 ‘공유 수익화’ 정책을 시작으로 디지털 콘텐츠 구독 시장을 완전히 바꿔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수만개 지만 성공하는 이유는 단 한 개”라고 강조하며 “실패에 대한 수만 개의 걱정과 염려보다는 성공을 확신할 수 있는 단 한 개의 이유에 집중해 구독 경제의 미래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