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길 거리’에도 창의와 감성 필요

2017년 9월 13일에 개최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차세대융합콘텐츠산업협회가 운영하는  ‘스마트콘텐츠 IR 피칭데이’ 모습(출처: 차세대융합콘텐츠산업협회)
2017년 9월 13일에 개최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차세대융합콘텐츠산업협회가 운영하는 ‘스마트콘텐츠 IR 피칭데이’ 모습 (출처: 차세대융합콘텐츠산업협회)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인간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무수한 정보와 콘텐츠를 접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 중에 정작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과거에는 콘텐츠가 정보로서의 역할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정보를 넘어 엔터테인먼트의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어 그 시장의 범위는 가히 무궁무진하다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의 핵심은 플랫폼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빅데이터를 분석한 후 최적화된 결과물을 생산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매개체가 ‘데이터’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영하고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4차 산업혁명을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콘텐츠 영역은 플랫폼과 시장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예를 들어 가상과 현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혼재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 역시 모호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계의 모호성으로 촉발되는 콘텐츠 산업의 확장성은 결국 소재, 제작, 유통의 콘텐츠 가치사슬이 결합되면서 기존의 유통체계를 대신해 팬 기반의 집단적 생산-유통-이용 체계가 확산되는 추세다. 

콘텐츠란 출판, 영상, 음악, 공연, 게임, 애니메이션, 웹툰, VRAR, 패션. 지식서비스 등을 의미하며, 이를 기반으로 창업한 초기 기업을 콘텐츠 스타트업이라 일컫는다. 최근의 콘텐츠 스타트업은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융합 서비스 모델을 개발한 기업들을 의미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산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2016년 가장 많은 매출액을 올린 분야는 출판(20조 3,029억 3,500만 원)이었으며, 그 뒤로는 방송(17조 1,395억 9,400만 원), 광고(14조 8,307억 200만 원) 등으로 조사됐다. 2017년 2분기 기준으로 살펴본 매출액 역시 추세는 비슷하다. 출판이 5조 902억 2,300만 원을 기록했고, 그 뒤로 방송, 광고, 지식정보 등의 순으로 매출액이 조사됐다. 수출액 기준으로는 게임이 압도적인데, 2016년 34억 4637만 9,000달러를 기록한데 이어 2017년 2분기에도 8억 3,716만 6,000달러를 기록했다. 

 

VR·AR 게임 콘텐츠에 주목하라

그렇다면 정부가 주목하고 있는 콘텐츠 산업은 무엇일까?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년 예산이 2017년(5조 6,971억 원)보다 감소한 5조 2,578억 원으로 결정됐지만, 예산안은 문화 향유 증진, 예술인의 창작권 보장, 그리고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콘텐츠·관광·체육산업 생태계 조성 등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필수 예산에 주력해 편성되어 있어, 2018년에는 콘텐츠 분야에도 다양한 투자가 이뤄져 4차 산업혁명과의 결합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규사업 중 문화예술 부문에는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 조성(8억 8,000만 원), 통합문화이용권 지원(821억 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콘텐츠 분야로 넘어가면 신규 사업으로는 문화콘텐츠 기업 이차보전(20억 원)과 2018년 책의 해 사업(20억 원)이 편성됐고, 증액된 사업으로는 문화사업 완성보증(100억 원), 문화콘텐츠 국제협력 및 수출기반 조성(콘텐츠 수출시장 편중 해소 등, 231억 원) 등이 포함됐다.

한편 게임산업 육성 예산액은 554억 6,400만 원이 편성됐는데 이는 2017년보다 13.6% 감소했다. 이 중 가장 많이 편성된 부문은 글로벌 게임산업 육성으로 327억 원이 배정되면서 게임 부스트 센터 구축, 게임 글로벌 서비스 플랫폼 지원, 차세대 게임 콘텐츠 제작 등을 지원하게 된다. 특히 VR·AR 등의 융복합 게임 지원에는 68억 6,300만 원이, e스포츠 활성화 지원 예산으로는 25억 800만 원이 편성됐다. 한편, 문체부는 게임산업 육성 예산과는 별개로 위풍당당콘텐츠코리아펀드에 100억 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VR·AR 분야의 기술교육, 아이디어 발굴, 제품 테스트, 스타트업 육성 등 핵심 기능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2020년까지 400억 원을 투입해 상암 DMC를 VR·AR 산업의 메카로 만들 목표를 수립했다. 


한콘진, VR 스타트업 위한 글로벌 프로그램 진행

최근 들어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의 연결이 더욱 가속화되는 초연결 사회로 진입하면서 기술, 과학, 경제, 문화적 창의성을 연계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4차 산업혁명이 급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라 대표적인 ‘즐길 거리’인 콘텐츠 산업 역시 창의와 감성을 기반으로 하는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함께 1인 미디어(MCN), 3차원 프린팅 기술 등장에 따라 콘텐츠 생산 주체가 다양해지면서 창작과 소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콘텐츠 향유의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한편 과거에는 양적 성장 중심의 콘텐츠 정책이 추진됐다면, 앞으로는 중소업체와 창작자에게 골고루 수익이 돌아가도록 공정한 제작·유통환경을 조성하는 정책적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업계의 요구가 높다. 문체부는 이러한 기술적, 사회적 환경 변화와 업계의 요구를 반영해 콘텐츠 산업 분야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자 2017년 6월부터 ‘콘텐츠 중장기계획수립 추진단’을 구성, 운영하고 있다. 

추진단은 콘텐츠 산업 정책을 통해 우리의 정책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지, 이상적인 사회문화적 지향점에 도달하기 위해 이러한 정책들이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정책들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변화로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하고 있다. 추진단은 ▲콘텐츠 장르별 다양성을 실현하고,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적·정책적 논의, ▲기술 변화 주기가 더욱 빨라지고 있는 최근 환경하의 창업과 일자리 분야에서 정부의 주도적 역할, ▲지역콘텐츠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중앙-지방정부 간 거버넌스 구축 등에 대해 논의했다. 문체부는 논의 내용을 토대로 콘텐츠산업 중장기 계획을 수립, 발표할 계획이다.

콘텐츠 스타트업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기관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이다. 한콘진의 CKL기업지원센터는 2017년 8월, CKL 맞춤형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해 ▲법률·회계·저작권·특허비용 지원, ▲콘텐츠 유통·마케팅 비용 지원으로 운영하며, 각 기업 당 최대 300만 원 범위 내에서 필요한 비용을 지원한다. 또한 콘텐츠 스타트업 IP활용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는데, 최종 선정된 10개 내외의 프로젝트(또는 기업)에는 각 3,500만 원 가량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한콘진은 2017년 12월 15일, 2017 글로벌 콘텐츠 특화 액셀러레이터 스타트업 모집 통합설명회를 개최해 액셀러레이터별 해외진출, 투자 연계방안 및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VR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참가할 스타트업을 모집하는데, 선발된 스타트업 10개사는 2018년 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도쿄 VR 스타트업 데모데이’에 참가할 수 있으며, 북미지역의 ‘VR 펀드’, 북유럽의 ‘노르딕 VR 스타트업(Nordic VR Startup: NVR)’ 등과 연계한 다양한 활동을 지원받는다.

한편,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2017년 9월 상암동 DMC에서 ‘코리아VR페스티벌 2017’을 개최했는데, 국내 중소기업 40여 곳이 참가해 총 200억 원의 투자와 구매 상담 성과를 거뒀다. 상암동 DMC에 문을 연 한국 VR·AR 콤플렉스(KVAC)는 디지털 파빌리온, VR성장지원센터, 디지털콘텐츠공동제작센터 등 세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디지털 파빌리온은 VR 기술교육 등을 지원하고, VR성장지원센터는 유망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을 담당한다. VR성장지원센터는 예비 창업자부터 성장기 스타트업까지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지적재산권 보호와 활용의 경계

2018년에 콘텐츠 스타트업의 핵심 이슈는 지적재산권 문제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정부기관과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도용한 사례들은 심심치 않게 언론과 커뮤니티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스타트업 스트레지가 개발한 여행상품의 도용 의혹을 받은 바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는 인디밴드 정보공유 사이트인 인디스트릿의 서비스를 그대로 카피한 사실이 드러나자 관련 사업을 접기도 했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네이버의 참여번역Q는 플리토의 아이디어를 카피한 것으로 드러나 사업을 접은 바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블록체인 기술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017년 11월 29일, 한콘진이 개최한 ‘BIZ+Talk’ 행사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선 박성준 동국대학교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은 “블록체인이 저작권 보호와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현재 콘텐츠 산업이 직면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이 콘텐츠 산업에 적용될 경우, 근본적인 복제가 불가능해 강력한 저작권 보호와 수익구조 분배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반대로, IP를 통한 수익창출은 게임산업을 중심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가 2017년 리니지 시리즈를 통한 IP 로열티로 수익을 창출했다면, 2018년은 웹젠이 ‘뮤’를 앞세워 IP 시장을 공략할 것을 예고했다. 2017년 12월 7일에 베타테스트에 들어간 MMORPG ‘기적MU:각성’은 사전예약자만 800만 명을 돌파할 예정이어서 흥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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