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고용 접근성 높일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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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선 한국은 초고령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빠른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노후소득보장체계는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공적 노후소득보장제도인 국민연금 수급자는 2019년 기준 전체 노인 인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소득대체율도 44.5% 수준이다.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노인을 대상으로 기초연금이 지원되고 있으나, 급여 수준이 낮은 만큼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기 어렵다.

실제로 국내 노인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에 이르는 등 상당수가 녹록지 않은 노년을 보내고있다. 2019년 통계청의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 속에 노년기에도 일을 지속하길 원하는 고령자의 비율은 증가하고 있으며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높다. 기존 노인과 비교해 건강 상태가 더 양호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신노년세대(베이비부머)가 노년기에 진입하기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노후 일자리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노인일자리사업의 도입과 성장 그리고 효과

2004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이하 노인일자리사업)은 노인들이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일자리와 사회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오늘날 노년기 빈곤문제를 완화하고 사회적 고립과 소외를 예방하기 위한 대표적인 노인복지정책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는 증가하는 노년기 경제적•사회적 활동 수요에 따라 꾸준히 사업량을 확대해온 동시에, 사업 분류 틀의 변화와 신규사업 신설 등 내실화를 꾀한 결과다.

2020년 현재 74만 개의 노인일자리가 운영되고 있다. 사업유형을 살펴보면 자원봉사 성격의 공공형 일자리(공익활동, 재능나눔활동)와 근로 성격이 강한 민간형 일자리(시장형 사업, 취업 알선형, 시니어 인턴십, 고령자 친화기업) 및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로 크게 구분된다.

표1. 2020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사업 내용

노인일자리사업의 성장과 함께 그 효과를 검토하려는 시도 역시 꾸준히 이뤄졌는데(강은나 외, 2017; 손병돈 외, 2019; 이석원 외, 2014; 이소정 외, 20111) 주로 참여 노인의 경제적 상황, 신체적 건강, 심리 사회적 건강, 사회적 관계 측면에서 개선 효과가 검토됐다.

상술하면,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한 노인의 가구 빈곤율과 빈곤 갭이 완화됐으며, 의료비 지출과 의료 이용 횟수 감소로 인한 의료비 절감 효과가 관찰됐다. 또한, 우울 수준이 감소한 반면 자아존중감과 삶의 만족도는 소폭 상승하고, 친구•이웃 관계 증진 등 사회적 지지 수준이 향상되는 효과도 나타났다.

이상의 연구 결과들은 노인일자리사업이 참여 노인의 생활 다방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그들이 활기찬 노년(active aging)을 보낼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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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일자리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과제

그동안 노인일자리사업은 변화하는 노인복지정책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노년기 욕구에 맞는 일자리 다양화를 위해 사회적 경제를 포함한 수행체계 다변화를 시도하거나, 기존 노인세대에 비해 역량이 높은 신노년세대를 위해 2019년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신설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향후 노인일자리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통해 노인일자리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사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노인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확산이 요구된다. 노인일자리는 상기한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다소 쉽고, 단순 업무가 많은 공익활동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노인에게 허드렛일을 시킨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노인일자리사업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현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유급 자원봉사 성격을 가진 공익 활동은 노화로 기능이 취약해진 노인도 어려움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활동 내용도 환경 개선, 취약계층 지원 등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해, 노인의 사회공헌 욕구까지 충족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더욱이 노인은 이 같은 활동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활동비를 통한 보충적 소득 보전만이 아닌 신체활동 증진과 소외 및 고독 문제 예방의 기회를 함께 갖는다.

따라서 노인일자리 활성화의 동력이 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노인일자리사업의 순기능에 대한 이해와 노년기 활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증진이 요구된다. 이때 노인일자리를 협소한 근로 개념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에 필요한 재화 및 서비스를 생산하는 넓은 의미의 활동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지역사회 및 새로운 수요층의 욕구를 반영한 노인일자리 창출과 발굴이 이뤄져야 한다. 기존 노인일자리는 노인 인구 규모에 따라 사업량을 할당받는 하향식(top-down) 방식으로 수행되고 있으며, 사업의 기획 역시 보건복지부(한국노인인력개발원)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노인일자리사업의 효율적인 집행과 관리에 기여해 왔지만, 지역별 특성과 상이한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업 운영의 유연성이 저해되는 만큼 지역 욕구와 현안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이 같은 방식은 특히 현 노인세대와 비교해 다양한 욕구와 역량을 가진 신노년세대의 특성을 고려하면 더욱 적절치 못하다. 구체적으로 신노년세대는 지역에 필요한 일자리를 찾아 발굴하는 등 노인일자리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노인일자리의 종류와 범위를 확대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주된 일자리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김수린 외, 20192).

따라서 기존의 하향식 전달체계를 벗어나 상향식(bottom-up) 사업 추진을 통해 수요자 욕구에 부합한 지역 기반 노인일자리 수행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커뮤니티케어 도입 등 지역 단위 사회서비스 생산과 소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지역에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노인일자리 창출을 기대하는 것도 가능하다.

끝으로 노인일자리 활성화를 위해서는 연령주의(ageism)로 회자되는 노인 인력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실제 노인은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특정 분야에서 매우 높은 생산성을 나타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성실하게 활동하는 등 다양한 강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생산성이 떨어지고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고정관념이 만연하다(권중돈, 20163).

이는 고용주가 고령자 채용을 기피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노인이 은퇴 후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데 큰 장벽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동시장 내 연령으로 인한 차별은 노인과의 접촉 기회나 고용 경험이 많을수록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지은정, 20174)

따라서 정부는 노화 및 노인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 노동시장에서의 인식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노인일자리사업과 같은 고령자일자리 정책이 노인 고용의 접근성을 높이는 마중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촉진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역량 향상을 희망하는 노인을 대상으로 교육과 자기 계발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함으로써 고용 가능성 증진을 도모해야 한다.


1 강은나, 백혜연, 김영선, 오인근, 배혜원 (2017). 2017노인일자리 정책효과 분석 연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
손병돈, 이원진, 한경훈 (2019). 노인일자리가 노인빈곤 완화에 미치는 영향 연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평택대학교산학협력단
이석원, 이윤석, 허수정, 정연백, 신재은, 박하나, 김두리 (2014). 노인일자리 참가자의 보건의료 효과분석 연구.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이소정, 정홍원, 최혜지, 배지영, 박경하, 윤남희, 안세아, 정은지 (2011). 노인일자리사업 정책 효과 평가. 한국노인인력개발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

2 김수린, 이철희, 변금선, 이승호, 신희균, 김혜진, 민진홍 (2019). 신노년세대 노동시장 전망과 노인일자리 수요 추계 연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3 권중돈(2016). 노인복지론. 학지사.

4 지은정(2017). 우리나라 연령주의 실태에 관한 조사연구: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김수린 부연구위원은···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사회과학원 연령통합고령사회연구소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노인일자리 정책 환경 변화에 따른 수행기관 현황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2019), 신노년세대 노동시장 전망과 노인일자리 수요 추계 연구(2019),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실태조사(2019), 고령자 일자리 지원정책과 사회적경제 활용사례(2019) 등을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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