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패션계 대모 인터뷰

뉴시니어라이프 구하주 대표
뉴시니어라이프 구하주 대표

2005년 경력 35년에 빛나는 패션 디자이너였던 뉴시니어라이프 구하주 대표는 한국 최초로 시니어 패션쇼를 개최했다. 오랫동안 디자인해온 시니어 패션 작품을 국내·외 시장에 선보이기 위함이었다. 당시는 시니어 모델이란 개념조차 없던 시기였기 때문에 노인복지관 회원 25명을 섭외해 간단한 워킹 교육을 한 후 패션쇼를 열었다. 패션쇼 후, 시니어 모델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자 2007년 뉴시니어라이프를 설립해 본격적인 시니어모델 아카데미 운영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 노인 문제와 패션 결합

뉴시니어라이프에서는 시니어의 새로운 삶을 위해 어떤 사업을 하고 있나?

뉴시니어라이프는 비영리민간단체다.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우리의 핵심 사업은 시니어 패션쇼 교육과 공연이다. 이외에도 시니어 패션 제조, 시니어모델 에이전시, 시니어이벤트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50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시니어모델로 참여할 수 있다. 참가자는 일주일에 최소 1회 이상 출석해 3시간 동안 모델 교육을 받는다.

지난 13년간 시니어 2,800여 명에게 패션모델 기초교육을 실시했다. 독일, 네덜란드, 중국, 미국, 대만 등 해외와 국내를 포함해 총 192회의 패션쇼를 열었다. 2007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노년학회(IAGG)에 초청을 받아 97개국 7,000여 명의 참가자 앞에서 시니어 패션쇼 무대를 열었다. 당시 세계노년학회로부터 한국의 시니어 패션쇼가 지구촌 노인 문제에 패션을 접목한 최초의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런웨이에 선 시니어 모델들. (출처: 뉴시어라이프)
런웨이에 선 시니어 모델들. (출처: 뉴시어라이프)

사업 시작 후 가장 큰 성과는?
처음 시니어 패션쇼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부유한 노인들의 취미 활동’으로만 바라봤다. 그러나 2012년 무렵부터 ‘노인 세계의 색깔을 바꾸는 작업’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연세대학교 노인여가 연구팀에서 패션쇼 참가자에 대한 심층면접을 거쳐 ‘시니어 모델을 통한 자아 재발견에 관한 근거이론’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만큼 시니어 패션쇼가 사회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고 생각한다.

 

런웨이에 선 시니어 모델들. (출처: 뉴시어라이프)
런웨이에 선 시니어 모델들. (출처: 뉴시어라이프)

패션 모델로 제2의 삶 시작

패션쇼 참가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매우 긍정적이다. 모델 활동은 단순한 소일거리가 아닌 새로운 목표를 추구하는 ‘도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모델 활동을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잃어버린 ‘나’를 되찾게 됐다고 말한다.

시니어들의 가장 큰 변화는 꿈이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회원은 100세 패션모델이 되고 싶다는 꿈을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회원은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생활 자체가 달라졌다고 한다. 몸에 딱 맞게 옷을 고르고, 화장도 예쁘게 하고 분위기에 맞는 액세서리를 고르는 등 패션 안목이 길러졌다며 환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매우 놀라워하면서 “제2의 삶을 그려나가고 있다”, “7080 선배 모델들의 꼿꼿한 자세와 힘찬 걸음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건강하고 아름답게 늙어야지’라며 용기를 갖는다”고 고백한 5060 시니어들도 있다.

 

시니어들이 모델에 그치지 않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한 걸음 더 내딛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시니어 패션쇼 참가자들은 패션 활동을 통해 얻는 기쁨과 건강, 일자리와 소득 등을 프로그램 참여 이유로 꼽는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없는 매우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이런 욕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아직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나눠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니어들은 시간제 일자리로, 보수가 많지 않은 분야에서 일한다. 하지만 우리는 60세 이상 직원을 14명가량 채용하고, 모델워킹 강사를 10명 정도 양성해 지역모델교실, 발달장애인 모델교실 등 외부교육기관에 지도강사로 파견하며 시니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시니어들의 사회적 역할 수행을 돕기 위해서는 상황이 어렵더라도 사업 주체들이 지혜를 모아 함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일자리 지원사업을 적극 이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뉴시니어라이프 교육센터에서 모델 교육을 하고 있는 모습. (출처: 뉴시어라이프)
뉴시니어라이프 교육센터에서 모델 교육을 하고 있는 모습. (출처: 뉴시어라이프)

코로나19, 전화위복 계기로 삼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어려움은 없나?

코로나19 사태로 실버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상황이다. 패션쇼도 작년에는 1월부터 7월까지 9회 공연을 했지만 올해는 단 한 번도 진행하지 못했다. 게다가 시니어는 그 어느 계층보다 감염병에 취약한 탓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곳으로 오는 발길이 점점 줄고 있다. 그러면서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기 어려워졌다.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나갈 계획인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로 했다. 뉴시니어라이프만의 강점을 극대화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새로운 사업 전략을 세우고 있다.

시니어들이 안심하고 사업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접근경로를 만들 예정이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활용해 기존의 집합적 대면 활동을 줄이고 소셜미디어 기반의 비대면 활동을 크게 늘릴 생각이다. 사업 성격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혁신 전략이 향후 10년의 사업 경쟁력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하주 대표는···
1972년 구하주패션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패션 디자이너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실버산업전문가포럼 회장, 대한실버산업협회 이사, 산업통상자원부 고령친화산업진흥협의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2007년 뉴시니어라이프를 설립해 시니어 모델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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