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에게 상표는 최소한의 버팀목

덮죽? 덮죽덮죽? 모범적인 표절 방어 사례

출처: SBS '골목식당' 화면 갈무리
출처: SBS '골목식당' 화면 갈무리

유명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인 SBS <골목식당> 출연진 중 하나였던 ‘더신촌스’는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의 컨설팅을 받아 ‘시소(시금치 + 소고기)덮죽’과 ‘소문(소라 + 문어)덮죽’ 개발에 성공했다. 성공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사장님의 진정성이 전해졌는지 감명을 받은 많은 시청자가 높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최근 한 프랜체이즈업체가 ‘덮죽덮죽’이라는 상호로 식당을 오픈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온라인이 들끓기 시작했다.

‘덮죽’을 프렌차이즈화 하려던 회사는 여론의 뭇매 속에 결국 사과문을 올리고 철수했다. 이후 이러한 표절사업장을 방지할 수 없는지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잘못된 정보들이 꾸준히 전파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제2의 ‘덮죽사태’를 막을 방법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그래서 무슨 일이?

배달의 민족 ‘덮죽‘덮죽덮죽’ 대표의 사과문. (출처: ‘덮죽덮죽’ 홈페이지)덮죽’ 메뉴 변경 전(왼쪽)과 변경 후(오른쪽). (출처: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 화면 갈무리)
'덮죽’ 메뉴 변경 전(왼쪽)과 변경 후(오른쪽). (출처: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 화면 갈무리)

배달의민족, 네이버플레이스 등에 ‘덮죽덮죽’이라는 상호의 음식점이 등록됐다. 위 이미지에서 보면 알 수 있듯 상호를 ‘덮죽덮죽’으로 하고, 메뉴를 ‘골목 저격 시소덮죽’ ‘골목 저격 소문덮죽’으로 지어 마치 골목식당에 출연한 더신촌스와 연관성을 가지려는 것으로 보인다. ‘더신촌스’의 사장이 직접 프랜차이즈화 하려는 것으로 오인한 사람들이 직접 확인한 결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출처: 키프리스 홈페이지
출처: 키프리스 홈페이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검색 결과 ‘덮죽덮죽’ 측은 특허청에 ‘덮죽덮죽’이라는 이름에 대해 독점권을 확보하기 위해 상표출원도 해둔 상태였다.

여론은 분노했다. ‘덮죽덮죽 사장은 메뉴를 소비자들이 오인하지 않는 이름으로 변경하겠다고 선언하고 사과문을 올린 후 오래 지나지 않아 결국 ‘덮죽덮죽’ 철수결정을 내렸다.

 

상표법적 보호방안

상표 권리관계 정리

‘덮죽덮죽’이 상표를 출원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있다. ‘더신촌스’의 사장이 이미 자기 상표에 대해 상표출원을 신청해둔 것과 ‘덮죽’ 상표에 대해 손을 뻗친 사람은 더 있다는 것이다.

‘더신촌스’의 사장 최민아 씨가 출원한 상표들. (출처: 키프리스 홈페이지 갈무리)
‘더신촌스’의 사장 최민아 씨가 출원한 상표들. (출처: 키프리스 홈페이지 갈무리)

백종원 대표가 상표권의 무서움을 잘 알고 컨설팅을 해준 덕인지, 상호와 메뉴명에 대해서 상표권을 ‘덮죽덮죽’보다 먼저 잘 신청을 해둔 것으로 보인다. 상표등록을 위한 변리사 상담을 받지는 못했는지 ‘덮죽’만을 상표로 신청하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

제3자가 출원한 ‘덮죽’ 상표. (출처: 키프리스 홈페이지 갈무리)
제3자가 출원한 ‘덮죽’ 상표. (출처: 키프리스 홈페이지 갈무리)

위 이미지의 출원인이 출원한 ‘덮죽’ 상표는 ‘더신촌스’의 사장보다 출원일이 빠르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

 

‘덮죽’, 상표가 될 수 있나?

‘덮죽’ 관련 기사나 글을 보다 보면 ‘덮죽’은 상표가 될 수 없다는 의견들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덮죽’이 메뉴이름에 불과해 식별력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표가 식별력을 상실하기 위해서는 상표가 지정상품의 성질을 직접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덮죽’은 죽에 무언가를 덮어서 먹는 형태의 음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죽은 위에 무언가를 덮어서 잘 먹지 않는다. 죽의 정의를 살펴보면 곡식을 주재료로 하여 물을 붓고 오래 끓여 무르익은 상태로 만든 음식을 의미한다. 다른 재료를 섞어 끓일 수는 있지만 끓인 죽에 무언가를 얹은 음식은 죽이라고 하기 어렵다. 죽은 노인이나 아이의 보양식이거나, 환자의 회복식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만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덮죽’이라는 음식이 잘 알려져 이제는 죽 위에 맛있는 토핑을 얹어서 먹는 것을 ‘덮죽’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가 됐지만 이는 ‘더신촌스’에서 만들어낸 조어 격인 명사라고 판단될 가능성도 있다. 상표심사관이 얼마든지 다르게 판단할 수 있어 단정하기 어렵지만 ‘덮죽’이 상표가 안될 거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상표권자는 누구?

‘덮죽’은 제일 선출원이기는 하나 식별력이 없다면 식별력으로 거절될 것이고, 식별력이 있다 하더라도 방송에서 인기를 끈 저명한 상표 내지는 소비자들에게 널리 인식된 상표로 취급을 받을 것이어서 거절될 가능성이 높다.

‘더신촌스’는 ‘덮죽’만으로 상표를 출원한 것이 아니라 ‘소문덮죽’, ‘시소덮죽’, ‘더신촌스덮죽’으로 상표출원을 해 ‘덮죽’의 식별력 유무와 상관없이 ‘더신촌스’ 사장이 출원한 세 개의 상표는 등록될 가능성이 제일 높다.

‘덮죽덮죽’은 제일 후출원이어서 등록이 거절될 것이다. 따라서 우려와는 다르게 ‘더신촌스’가 상표의 권리자가 될 것이다. 만약 ‘덮죽덮죽’이 그대로 사업을 영위했으면 상표의 분리관찰원칙에 따라 ‘덮죽’은 상표권침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덮죽덮죽’은 여론뿐 아니라 법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음을 사전에 확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더신촌스’는 상표법적으로 보호될 위치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저작권적 보호방안

메뉴이름과 같이 짧은 단어는 저작권으로 보호받기 어렵다. 레시피 또한 표현된 레시피 자체를 무단으로 복제하거나, 실질적으로 동일하게 배포하는 것을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있을 뿐, 음식을 조리하는 방법을 카피해서 유사한 음식을 만드는 행위를 저작권 침해로 보기는 어렵다.

메뉴 생김새가 유사하니 이러한 ‘덮죽’을 ‘더신촌스’가 처음 개발했다면 메뉴 사진 저작권이나 제품 디자인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었는데 쉽지 않다.

텔레비전이라는 매체를 통해 ‘덮죽’이 잘 알려지긴 했으나 ‘이런 방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판매한 것이 ‘더신촌스’뿐이었는가’하고 생각하면, 그렇게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망원동에 죽 맛집으로 유명했던 ‘스믓스’라는 곳에서도 죽 위에 토핑을 얹어서 ‘덮죽’과 비슷하게 판매하기도 했던 것을 보면 레시피나 음식 사진으로 저작권을 주장하기 쉽지 않다.

KBS 프로그램 '생생정보통'에 출연한 망원동 죽 맛집 '스믓스'(현재는 폐업). (출처: KBS '생생정보통' 화면 갈무리)
KBS 프로그램 '생생정보통'에 출연한 망원동 죽 맛집 '스믓스'(현재는 폐업). (출처: KBS '생생정보통' 화면 갈무리)

 

특허법적 보호방안

음식 또한 진보성과 신규성이라는 특허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요건을 만족한다면 특허로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죽 위에 시금치 소고기나 소라 문어를 조리해 올려놓는 것에 대해서 진보성이 인정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남들과는 다른 소스나 조리방식이 가해졌다면 이런 점을 주장하면서 ‘방송에 출연하기 전’에 특허를 출원해 보호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기존에 존재하던 음식에 대해 기술적으로 뛰어난 점을 인정받기 쉽지 않을 것이므로 특허권으로 보호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방안

‘덮죽’은 널리 알려진 제품의 명칭이고, ‘더신촌스’는 ‘덮죽’ 사장으로도 알려져 있어 나름 영업 표지로서의 기능 또한 한다고 볼 수 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누군가가 노력을 해서 만들어낸 제품, 디자인, 브랜드 등을 보호하고 소비자들의 오인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이들을 무단으로 침해하는 행위들을 부정경쟁행위라고 정의하고,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본 사건과 관련 있는 조문은 아래와 같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나목/다목: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상호, 상표, 영업표지, 상품의 표지와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혼동을 일으키는 행위. 특히 다목에서는 상품 판매ㆍ서비스 제공방법 또는 간판ㆍ외관ㆍ실내장식 등 영업제공 장소의 전체적인 외관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덮죽’이라는 단어는 조어에 가깝고, ‘덮죽’을 들었을 때 골목식당의 파급력을 고려하면 누구나 ‘더신촌스’를 떠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덮죽덮죽’의 메뉴에는 ‘골목 저격 시소덮죽’, ‘골목저격 소문덮죽’이라고 되어 있어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소비자들이 혼동을 겪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고 실제로 문의가 들어가는 등 혼동이 일어났다고 보인다. 따라서 본 조문의 적용을 통해 ‘덮죽’을 보호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외에도 제품의 모양을 보호하는 자목,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보호하는 카목이 있으나 정형화된 상품이 아니고, ‘덮죽’이 ‘더신촌스’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만으로 만들어진 성과라 보기 어려워 적용이 쉽지 않다.

 

내 권리는 내가 지켜야

소상공인은 약하고 갈취한 기업은 강하다는 사람들의 우려와 다르게 ‘덮죽’ 사장님은 자신의 권리를 잘 지켜냈을 가능성이 높다. 상표권에 기해서도 권리를 행사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부정경쟁방지법에 기초해 봐도 그렇다.

그렇기에 ‘덮죽덮죽’이 법적인 권리관계를 따져보고 사업을 미리 철수했을 가능성도 높다. 소송에 들어가는 것이 피곤한 일이고 소송에는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기에 쉬운 길은 아니다.

물론 100%라는 것이 없기에 돈과 시간과 노력을 다 들인 상태에서 권리를 지켜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 최근 언론의 기사들을 보면 ‘덮죽덮죽’은 나쁘고 어떻게 이러한 표절을 잘 막아낼 수 있겠는지 성토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표절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 ‘덮죽’처럼 텔레비전에 출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유명하지 않은 데서 야기되는 불리한 점도 많다. 모든 표절을 막으려다 보면 따라한 것이 아닌데 따라 했다는 오명을 쓰는 경우와 같은 불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는 것도 문제다.

내 권리는 내가 지켜야 한다. 누가 알아서 지켜주거나 피해 가는 것이 아니다. 소상공인들에게 상표는 최소한의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모두 ‘덮죽’이 될 수는 없지만 모두 ‘덮죽’처럼 내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한 상표는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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