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 저작권 침해의 모든 것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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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초창기 로고 제작을 외주업체에 의뢰해 만든 후 홈페이지, 간판 등에 사용하거나 상표등록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법무법인에서 이러한 행위들이 상표침해를 구성한다고 내용증명을 보내오면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외주업체 번호라도 알면 책임이라도 전가할 텐데 기억도 나지 않는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인터넷을 찾아봐도 말이 서로 달라 헷갈리는데 법무법인은 대응할 시간을 3일밖에 주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부분 저작권 침해를 하고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래에서는 어떻게 이런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지, 그럼에도 저작권을 침해하는 사례는 없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폰트 저작권의 저작물성

창작물이 저작권으로 보호되려면 기본적으로 저작물성 즉, 저작권으로 보호하는 대상이어야 한다. 예컨대 캐릭터의 외형, 소설의 내용은 저작물성이 있다. 글자체는 어떨까? 

판례는 폰트의 미적 요소 내지 창작성이 문자 본래의 기능으로부터 분리, 독립돼 별도의 감상 대상이 될 정도의 독자적 존재를 인정하기는 어렵다(서울고등법원 1994. 4. 6 선고 93구25075 판결)고 하거나, 서체 도안은 그 자체가 실용적인 기능과 별도로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저작물로서 보호된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4 누5632 판결)고 하며 일관되게 글자체의 모양 자체는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하고 있다. 

나아가 폰트 파일의 소스코드는 컴퓨터 내에서 특정한 모양의 폰트의 윤곽선을 크기, 장평, 굵기, 기울기 등을 조절해 반복적이고 편리하게 출력하도록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상의 컴퓨터프로그램에 해당한다(대법원 2001.6.29. 선고 99다23246 판결)고 하며, 판례는 폰트의 모양이 아닌 폰트를 디지털화한 글꼴 파일이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로서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이라고 한 바 있다. 

따라서 불법 복제 폰트 프로그램의 사용, 폰트 프로그램의 무단 배포•공유, 폰트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사용해 유사 폰트 파일을 제작하거나 이들을 판매하는 경우에만 저작권 침해가 가능할 것이다. 폰트 파일의 결과물, 출력물을 이용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가 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폰트 이용약관 

자신의 행위가 저작권을 침해하는지를 알기 위해선 우선 폰트의 이용약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폰트의 이용약관에는 사용 허락 범위가 게재돼 있다. 보통 폰트파일을 다운로드받는 것은 자유롭지만 폰트 파일을 따로 공유, 배포하거나 수정을 금지하며, 영리목적으로의 사용은 별도의 계약이 필요하다고 고지한다. 즉, 폰트 파일의 무단 수정, 배포행위, 영리목적으로의 사용은 허가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유의할 것은 영리목적으로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무료폰트로 배포한 후, 이용자가 많아지면 유료폰트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폰트 파일은 버전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유료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 

업데이트 할 때에 이에 대해서 약관으로 고지할 것인데, 이용자가 미처 인지하지 어렵다. 이용자가 유료로 전환된 폰트를 사용하여 결과물을 배포한 경우 저작권 침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2015다1017 판결을 참조하면, 유료로 전환된 뒤 이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폰트를 사용하는 것은 약관위반에 해당할 뿐 저작권 침해가 될 가능성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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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폰트 저작권 침해 사례

어느 경우에나 폰트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폰트 저작권도 보호받아야 할 재산권이다. 이하에서는 저작권을 침해하는 사례를 소개한다.

 

이용 제한 표시 없는 폰트 파일 무단 설치

권리자가 별도로 이용허락을 한 것이 아니라면 폰트 파일의 설치는 저작권 침해를 구성할 수 있다. 이용 제한 표시가 없는 것이 묵시적인 허가를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이용하려면 별도로 이용허락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저작권 침해인 줄 몰랐다 하더라도 저작권 침해 책임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직원이 불법 폰트 파일 설치 후 사용

직원이 업무와 관련해 폰트 파일을 무단으로 설치한 경우 직원의 행위는 당연히 저작권 침해를 구성한다. 회사 또한 직원의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할 필요가 있다. 회사가 직원에 대한 주의 감독 의무를 게을리한 경우라면 회사에도 저작권 침해의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주의 감독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회사는 직원을 대상으로 합법적인 프로그램을 이용하도록 장려하거나 주기적으로 저작권 관련 교육을 하거나 자료를 배포할 필요가 있다.

 

구매한 폰트 파일 무단 배포

폰트 파일을 구매했다고 하더라도 저작권자가 허락한 방법과 조건을 넘어 무단으로 폰트 파일 자체를 배포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특히 해당 폰트를 사용하는 프로그램, 업무 결과물이 다른 사용자의 컴퓨터에서 제대로 보이도록 폰트 파일을 설치할 수 있게 한 경우라면 폰트 파일의 무단 배포행위를 수반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 저작권 침해가 된다. 

 

홈페이지, 사회관계망서비스 무단 사용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홈페이지 또는 핸드폰을 꾸미기 위해 불법 폰트 파일을 받아 사용하는 경우 비영리 목적이긴 하지만, 비영리 목적으로 개인이 이용하더라도 여전히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의 경우 비영리 목적의 복제라고 하더라도 저작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칠 때는 권리자의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이용 허락을 받고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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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지만 약관에 어긋나는 사례

저작권을 침해하지는 않으나 이용 약관에 어긋나는 경우, 침해가 아니므로 형사상 고소되지는 않고, 민사상 손해만 인정된다.

 

인쇄용으로 구매 후 기업 이미지, 브랜드 이미지 등의 용도로 사용

인쇄용으로만 사용 가능한 폰트 파일을 구매한 후 기업 이미지(Corporate Identity•CI), 브랜드 이미지(Brand Identity·BI), 영상 제작으로 사용한 경우 폰트 파일 자체의 무단 배포, 복제가 수반되지 않는다. 따라서 저작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약관상 사용방법과 조건을 넘어선 사용은 약관 위반이 될 수 있다. 

 

비영리 개인에게 제공되는 무료 폰트 파일의 영리 목적사용

판례는 복제를 허락받은 사용자가 저작재산권자와 계약으로 정한 프로그램의 사용 방법이나 조건을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그 계약 위반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을 지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저작재산권자의 복제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7. 11. 23. 선고 2015다1017 판결)고 하며 저작권 침해를 부정한 바 있다. 민사상 손해만 인정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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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 저작권자에게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사례

아래는 아무런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다. 본인이 아래의 케이스에 해당된다고 해서 너무 안심하지는 말고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도록 항상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외주업체가 폰트 파일을 사용한 결과물의 이용

약관상에 폰트 프로그램의 영리적인 사용을 금하고 있다 하더라도 폰트 프로그램의 캡처 상태로 이미지를 사용하거나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 폰트 파일의 복제, 전송을 수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서 작성 프로그램에 포함된 폰트 사용

문서 작성 프로그램과 함께 제공되는 폰트 파일을 번들 폰트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문서 작성프로그램을 설치할 때 자동으로 설치된다. 번들 폰트가 컴퓨터에 설치된 후에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이를 사용할 수 있다. 

이용자가 인지하지 못한 채로 다른 프로그램에서 해당 폰트 파일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번들 폰트 파일 설치 이후 다른 프로그램에서 유료 폰트 파일을 사용하는 것이 저작권 침해인지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저작권자가 다른 프로그램에서 번들 폰트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묵시적으로 허락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무단으로 사용된 폰트가 포함돼 제작된 인쇄물 배포

폰트 파일을 무단으로 사용해 인쇄물을 제작한 자의 경우 저작권 침해를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인쇄물을 배포한 자는 폰트 파일 자체를 이용하거나 배포한 것이 아니다. 배포자는 폰트 파일의 인쇄된 결과물을 배포한 것에 불과하다. 배포자는 저작권 침해를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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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증명 받은 후 대응방안

홈페이지나 간판에 일부 사용 중인 경우 저작권 침해가 되기 어렵다는 것을 위에서 살펴봤다. 그렇다 하더라도 내용증명이 날라오면 당황할 것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차근차근 진행한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만약 폰트 파일의 무단 설치, 복제 또는 배포 등을 해서 저작권 침해가 확실한 경우라면 저작권자와 원만하게 합의하는 것이 낫다.

 

저작권 침해 여부 확인

상기 사례들을 검토하고 변호사나 변리사와의 상담을 통해 저작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선 컴퓨터에 해당 폰트가 설치돼 있는지, 단순히 결과물만을 이용한 것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폰트가 설치돼 있다면 합법적인 경로로 설치된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후 폰트 약관을 살펴보고, 자신의 사용이 이용허락 범위 내 사용인지 확인해야 한다.

 

답변서 작성 및 송부

홈페이지나 간판에 로고 즉 폰트 파일의 출력물을 게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잘 정리해 내용증명에 답변서를 작성해서 보낼 필요가 있다. 예컨대 폰트 파일을 설치한 바가 없고, 폰트 파일 자체의 배포 행위가 이뤄진 것이 아니며, 폰트 파일의 결과물을 게시한 것에 불과해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갈 수 있다. 

 

형사상 처벌 가능성

저작권 침해죄로 고소된다 하더라도 영리 목적으로 상습·반복적으로 결과물을 게시한 바가 없고, 가장 중요하게는 폰트 파일의 불법 설치, 복제 또는 배포의 증거가 없다면 형사상 처벌이 되기는 어렵다. 

 

민사소송 가능성

이용약관을 벗어난 사용의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민사상 손해액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해당 폰트를 이용하기 위한 가격과 해당 폰트를 사용한 비율을 살펴보게 될 것이다. 보통은 손해액이 매우 미미하게 인정되기 때문에 변호사 수임료를 생각한다면 민사소송까지 가기는 쉽지 않다. 

 

글자체 디자인 예시. (출처: 특허정보넷 키프리스 홈페이지 갈무리)
글자체 디자인 예시. (출처: 특허정보넷 키프리스 홈페이지 갈무리)

폰트 보호 방법

상기 사례들을 살펴보면 폰트 저작권의 권리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대로 폰트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저작권자에게도 불합리할 것이다. 만약 폰트의 모양, 미감을 보호하고 싶은 경우라면 디자인권을 활용할 수 있다.

디자인권은 디자인이 적용된 물품의 외관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다. 원칙적으로 디자인권은 디자인만으로 존재할 수 없고 적용된 물품과 함께 존재해야 한다. 물품이란 유체적인 동산이며 정형성과 시각성이 있어야 하고, 독립된 거래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글자체의 경우 물품성이 예외로 존재한다. 따라서 폰트의 외관을 보호하고 싶다면 저작권이 있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디자인권을 받아 두는 것이 필요하다.

폰트를 디자인권으로 보호 중이라면 위에서 소개한 저작권 침해, 비침해 사례는 무용하다. 즉, 디자인권으로 보호 중인 폰트를 문서, 홈페이지 등에 표기한다면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디자인권은 유사범위까지 보호하기 때문에 일부 폰트의 외관을 변경하더라도 침해에 해당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불안하면 확실한 무료 서체를 사용하자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3월 30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안심글꼴파일’ 모음집을 배포한 바 있다. 일일이 저작권자의 허락을 확인하거나 언제 유료로 전환될지 모른다거나 저작권 침해가 언제라도 문제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면 이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안심글꼴 폰트 파일은 공유마당 또는 한국문화정보원 공공누리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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