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문제 해결하려면 연공급부터 바꿔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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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쏘아 올린 임금의 공정성 이슈 

“성과급 기준이 무엇입니까?”, “입사할 때 인사 담당자가 OO만큼 임금과 성과급을 챙겨 줄 자신이 있다고 했는데 왜 약속을 지키지 않습니까?”, “왜 직원 일부에게만 특정 휴양시설 숙박권을 줍니까?” 

정치 꼰대들에게 하이킥을 날렸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가 이번에는 기업을 상대로 임금의 공정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일터에서의 공정성 이슈가 성과급 논란에서 화이트칼라 노조 결성을 거쳐 인사관리체계 전반의 문제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인구의 34%, 주요 기업 구성원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MZ세대의 공정성 요구는 이미 시대의 목소리가 되고 있다. 

공정성이란 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적절하고 마땅한 분배로 이루어진 공정한 평등’이라고 정의하였다. '각자의 몫은 각자에게'라는 로마 격언 역시 자의적 차등을 배제하고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라고 한다. 

사회적 가치를 배분하는 기준은 각자의 필요, 가치, 일, 능력이나 업적 등 다양한데, 어느 것을 우선할지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갈등 속에 변화해왔다. 오늘날 민주사회에서 보편적인 원칙으로 자리 잡은 것은 기회, 자격, 권리는 동등하게 부여하고,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불평등이나 격차는 시정한다는 비례의 평등이다. 

공정성은 분배의 형평에서 절차적 공정과 상호 소통의 과정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개념이 확대되어 왔다. ‘지각된 공정성(perceived equity)’이 동기부여에 미치는 효과를 연구한 심리학자 존 아담스(J. Adams)에 따르면 사람은 자기가 집단의 성과에 기여한 것에 대한 보상의 정도와 다른 사람의 그것을 비교하여 공정한지 여부를 인지한다. 

MZ세대가 요구하는 공정한 보상의 요구도 단순히 임금을 많이 달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기여한 만큼 투명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라는 것이다. 고참(古參) 우선의 연공형 임금체계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시대 변화에 뒤떨어진 임금체계와 인사관리 실태

임금이란 노동력의 가격으로서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지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노동의 대가이자 생계의 원천이다. 가격 메커니즘이 합리적이어야 시장 기능이 잘 작동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임금 실태를 보면 도무지 세계 10위권의 경제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불합리와 모순이 가득하다. 

 

첫째, 후진국형 대규모 임금체불

2019년에는 35만 명(1조 7,217억 원), 2020년에는 29만 명(1조 5,830억 원)이 임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했다. 규모가 조 단위를 넘을 뿐만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 상황인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근로감독관을 증원하고 처벌을 강화하지만 별 효과가 없다. 임금체불액의 80% 이상이 경영난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감옥에 가두고 매를 때린다고 없는 돈이 쏟아져 나올 리 만무하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처벌이 아니라 근로자에 대한 임금 대지급 확대와 사업주에 대한 경제적 제재와 지원의 병행이 필요하다. 

 

둘째, 양극화와 광범위한 저임금 부문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특징이자 고질적인 과제는 이중구조 양극화다. 근로자의 90%가 2차 노동시장에 속해 있고, 임금, 복리후생, 사회보장수혜율 등 모든 면에서 1·2차 노동시장 간 격차가 크다. 매년 최저임금 갈등이 치열해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런데 유형별로 격차 실태를 보면 성별, 학력별, 고용형태별 격차보다는 기업규모별, 근속연수별 격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 조율 부재의 기업별 노사관계와 과도한 연공형 임금체계가 주요 원인이다. 

 

셋째, 담당자만 아는 복잡한 임금 구성 

일반 근로자의 월급명세서를 보면 기본급 비중은 낮고, 수당은 가지가지 종류도 많다. 게다가 상여금은 사실상 고정급화되어 보너스 성격을 잃어버렸다. 노동력 투입 위주의 장시간 노동 체제하에서 통상임금에 들어가는 기본급 비중을 낮춰서 연장근로수당의 부담을 덜기 위한 편법에 노사가 합작한 탓이 크다. 온 산업계가 떠들썩했던 통상임금 소송과 휴일연장근로수당 분쟁도 불합리하고 복잡한 임금구성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넷째, 과도한 연공형 임금체계

위에서 살펴본 임금 문제는 모두 호봉제로 대표되는 연공급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연공급실태를 보자. 2016년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4년 기준 국제비교 자료에 따르면 1년 차 직원과 15~19년 차 직원의 임금격차가 3.33배로 유럽연합(EU) 평균 1.50의 두 배가 넘는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20년도 임금체계 실태조사' 자료는 이와 같은 연공성이 임금뿐만 아니라 인사관리 전반에 걸쳐 직종을 불문하고 현저하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 조사대상기업 가운데 정기승급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비율을 직군별로 보면 경영지원직은 78.3%, 생산직은 73.3%, 서비스직은 77.8%에 달하였다. 

신입사원 초임 대비 25년 차 직원의 임금은 경영지원직은 2.31배, 생산직은 1.88배, 서비스 판매직은 2.38배 높았다. 기본급 구조를 봐도 경영지원직과 서비스판매직은 근속에 따른 자동승급방식인 호봉급이 각각 29.7%, 30.2%였지만 생산직은 49.2%에 달했다.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유노조 사업장일수록 호봉급에 따라 기본급을 조정하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생산직은 단일호봉제 비율이 35.7%로 경영지원직 29.9%에 비해 높고, 급 간 피치가 같거나 계속 증가하는 방식이 81.8%에 달해 연공성이 강한 호봉급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경영성과에 따라 변동되는 임금액의 크기로 정의한 실질성과급이 전체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경영지원직은 3.0%, 생산직은 2.4%, 서비스판매직은 5.1%에 불과하였다. 

이와 같이 임금의 연공성이 강한 이유는 ‘베이스업+정기승급’의 임금인상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노조기업의 경우 근로자의 직무나 성과보다는 노동조합의 교섭력과 근속년수가 임금인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승진 관리도 연공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근속자동승진제도를 활용하는 기업이 경영지원직은 43.2%, 생산직은 27.7%, 서비스직은 37.9%에 달했다. 근속자동승진제와 근속정기승급제(호봉제)의 결합은 직급과 직책의 불일치 문제를 야기하고, 이는 직급별 업무 구분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 대기업들은 직급체계 축소, 직급과 직책의 분리, 승진관리방식을 졸업방식에서 입학방식으로 전환, 직급과 호칭의 구분 등 대응방법을 찾아 나서고 있지만 대다수의 기업은 여전히 연공 중심에 머물고 있다. 

입사 초기에는 생산성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고 근속기간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급체계는 고도성장기의 장기근속체제하에서는 합리성을 발휘하였다. 기업별 노조, 평생고용제와 함께 일본 경제의 부흥을 가져온 3대 신기(神器)의 하나로 꼽히기도 하였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과 저성장이 뉴노멀(new normal)이 된 오늘날의 지식 기반 디지털 혁신경제에서는 더 이상 맞지 않는 낡은 임금체계가 되었다. 특히 근속기간이 짧고 이동이 빈번한 청년, 여성, 비정규직 입장에서는 일의 가치나 성과와 무관하게 오래 다니면 많은 임금을 받고 해가 가면 자동적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급은 불공정하다. 

열심히 일할 의욕을 꺾고, 유능한 인재가 기업을 떠나게 만들며,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켜 장기근속자의 고용불안을 야기한다. 정년 60세 이상 의무화 이후 조기퇴직이 증가하고 정년퇴직이 감소하는 역설적 상황이 나타난 것도 연공형 임금체계의 영향이 컸다. 성과를 보상하지 않는 호봉제는 생산성 향상과 혁신 동기를 저해하고, 저성과자 무임승차와 조직 내 좀비의 둥지가 되기도 한다. 

 

직무중심형 인사관리체제로 전환하려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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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기술혁신과 구성원의 가치관의 변화에 맞추려면 인사관리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핵심은 고도성장기의 유물인 연공성을 낮추고 일 중심의 임금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채용, 평가, 임금, 승진, 교육훈련, 경력개발 등 인사관리체계 전반이 직무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로자 간 불합리한 임금격차를 줄이고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해결하려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실현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하려면 임금체계부터 직무형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업들도 직급체계 개편, 직군별 임금차등제 도입, 호봉급 폐지 등 임금직무체계 합리화를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전개하고 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20년 노동연구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임금체계를 개편할 때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근로자 간 이해관계(37.5%)와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노사합의(33.1%)로 나타났다. 그다음이 근로자의 임금삭감 우려(17.1%), 임금체계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부족(11.9%) 순이고, 임금상승으로 인한 재무 부담(0.3%)은 미미했다. 

기업들이 정부에게 요청하는 사항도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여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달라는 것(38.3%)이 가장 높았다. 업종, 직무, 직급별 임금정보 제공(20.0%), 컨설팅 지원(16.9%), 직무분석 및 직무평가 등 임금체계 개편방법 보급(15.0%)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데이터는 믿을 수 없고 통계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부족하기 그지없다. 예컨대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 46.3%에 달했던 호봉급 비율은 2020년 6월 14.4%로 줄었고, 같은 기간 직능급은 42.0%에서 14.1%로, 직무급은 41.9%에서 10.6%로 줄었으며, 임금체계가 없는 비율은 60.0%에 이른다. 상용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체를 봐도 호봉급은 76.2%에서 54.9%로, 성과배분제는 37.7에서 34.8%로 줄었고, 연봉제는 62.7%에서 77.3%로 늘었다.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통계를 전문가들은 외면한다. 최저임금 고율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과속이 노동시장의 왜곡을 가중시킨데 더해 정부의 임금정책도 모순(矛盾) 투성이다. 임금체계 개편을 얘기하면서 정작 공공기관에 대해선 성과연봉제를 폐기했고, 노동이사제와 정규직 전환을 강행하면서 직무급 도입은 진전이 없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한술 더 떠 7만 6,652명이 차등성과급을 똑같이 나눠 가졌다고 공개 발표하며 공무원수당규정을 무력화시키지만 정부는 말이 없다. 

임금체계 개편을 얘기한 것이 10년도 넘었지만 경제단체는 초임 경쟁을 하는 대기업 눈치를 보며 시늉만 하고, 노동계는 평가지표 부재를 이유로 반대하는 레퍼토리가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임금체계 개편은 노사 간에 제로섬이 아니라 플러스 섬 게임이 될 수 있는 이슈이다. 

임금과 평가체계 재설계를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인 대화를 나눔으로써 참여와 협력의 합리적 노사관계를 형성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관건은 정부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솔선수범하는 것이다. 

임금정보인프라 구축을 위한 예산부터 당장 대폭 늘려야 한다. 직무급이 그렇게 좋은 것이라면 공무원부터 호봉제를 폐지하라는 공공기관 노조의 비아냥을 흘려들을 것이 아니고,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대한민국 공무원이 산업화 과정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듯이 임금체계 개편과 인사관리 혁신을 선도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공직사회의 MZ세대는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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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편집부] news@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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