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찬반 논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저자명으로 올라온 인터넷 논문(2008년 10월)에 의해 탄생한 블록체인(Blockchain)과 비트코인(Bitcoin). 비트코인은 논문 발표 3개월 후인 2009년 1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개발됨에 따라 작동하기 시작했다. 1년 후인 2010년 2월, 비트코인을 다른 통화와 교환해주는 최초의 환전소가 등장했다. 그리고 같은 해 5월, 현실 사회에서 비트코인을 사용한 결제가 이뤄지게 됐다.

당시 미국 플로리다 주에 사는 프로그래머 라스즐로 핸예츠(Laszlo Hanyecz)는 인터넷 비트코인포럼에 “피자 2판에 1만 비트코인을 지불할게. 다음날까지 먹을 수 있는 라지 사이즈 두 판 정도면 돼. 직접 만들어 가져다줘도 좋고, 대신 주문해 배송해줘도 돼”라는 글을 올렸다. 이 제안에 수많은 댓글이 달리며 관심을 가졌지만 정작 거래는 지지부진했다.

라지 사이즈 피자 2판에 약 30달러였는데, 1만 비트코인의 가격은 40달러였으니 배송비까지 감안하면 손해였을 것이다. 하지만 4일 후 닉네임 ‘jercos’을 사용하는 사람이 2판을 25달러에 주문해 배송시켜주고 1만 비트코인을 받게 됐다. 이에 비트코인포럼 유저들은 비트코인과 실물과의 최초 거래를 기념하기 위해 5월 22일을 ‘Bitcoin Pizza Day’로 정했다. 

하지만 거래는 계속될 수 없었다. 비트코인 가치가 폭발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해서다. 그 후 다양한 암호화된 암호화폐가 등장했고, 이들을 공개하기 위한 ICO와 거래를 위한 거래소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라스즐로 핸예츠가 1만 비트코인으로 거래한 피자 2판(자료: Bitcointalk)
라스즐로 핸예츠가 1만 비트코인으로 거래한 피자 2판(자료: Bitcointalk)

상승과 하락 반복하는 암호화폐

이미 언론에서 수없이 언급하고 공개됐듯이 암호화폐의 가치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최근 이슈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테더(Tether) 청문회를 앞두고 끝을 모르게 하락하던 암호화폐 시장은 청문회 이후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더우기 최근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며 다우지수가 급락하는 등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자 암호화폐의 반등에 사람들이 시선이 모였다.

거품 또는 투기의 시선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많지만, 사실 어느 곳이나 거품이 끼지 않는 곳은 없다. 다만, 과열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은 사실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 위기에는 비트코인과 전통자산의 가격은 어떤 모습을 할까? 블록체인 전문 매체인 블록미디어(Blockmedia)는 실제 위기에서 비트코인과 전통자산의 모습을 역사적 사례를 통해 분석했다.

키프로스 사태 당시 비트코인 시세 변화 (자료: Buy Bitcoin Worldwide)
키프로스 사태 당시 비트코인 시세 변화 (자료: Buy Bitcoin Worldwide)

비트코인과 전통자산의 가격변화 비교

비트코인 첫 번째 폭등, 키프로스 사태

키프로스(Cyprus) 사태를 기억하는가? 2013년 그리스 사태를 계기로 유로존 금융위기가 불거지던 때, 유로화를 은행에 예치해도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당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키프로스에 구제금융을 제안하면서 예금에 과세해 세수를 늘리라고 요구했다.

이때 사람들은 어차피 유로를 갖고 있어도 손해를 볼 수 있으니 아예 암호화폐로 바꿔버리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유로보다 비트코인이라는 심리가 커지면서 법정화폐보다 암호화폐의 가치가 더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사들이면서 이틀 만에 비트코인 가격은 무려 15% 뛰었다. 당시 전면적인 구제금융 대상 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스페인에서는 비트코인 관련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건수가 폭증했다. 금융 서비스 업체 콘버젝스그룹(ConvergEx Group)의 니콜라스 콜라스 수석 투자전략가는 “키프로스사태를 생각하면 이는 충분히 예측가능하고 이성적인 결과”라고 한 바 있다. 

두 번째 폭등, 미국 셧다운

2013년 10월, 미국 연방정부 임시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미국 연방정부의 업무가 중단되며 강제로 100만 명에 가까운 공무원이 무급휴가를 다녀와야 할 처지가 됐다. 당시 셧다운으로 인한 혼란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900% 이상 급등했다. 셧다운 기간은 2013년 10월 1일부터 16일까지였고, 비트코인의 가격은 2013년 11월 110달러에서 12월 1,100달러로 상승했다. 

세 번째 폭등, 브렉시트와 비트코인

2016년 전 세계 제 2의 금융선진국이자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인 영국이 엄청난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갔다.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총리와 야당의 정치 투쟁(유럽의 난민 처리 문제와 유로존 분담금 등의 문제)으로 캐머런은 브렉시트(Brexit)를 국민투표로 밀어 붙인다. 그리고 그에 대한 반작용과 극렬한 국민적 대립으로 유로존이 모두 불안감에 휩싸이며 비트코인 가격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시 5월 말부터 유로존 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비트코인은 폭등하기 시작한다. 이후 국민투표가 유로존 탈퇴로 결정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 후 계속 상승하면서 2016년 12월 말에는 전 고점을 회복했다.

네 번째 폭등, 미국 다우지수와 비트코인 

2018년 2월 5일, 다우존스 산업지수가 1,500포인트 이상 급락함에 따라 비트코인 및 기타 암호화폐가 상승했다. 그런데 하루를 길게 늘여보면 재밌는 것이 보인다. 주식시장에서 매도세가 강화되는 순간 돈이 디지털 통화로 옮겨지는 것이다.

특히 오후 3시 다우지수가 1,500포인트 급락할 때 비트코인의 가격은 오르기 시작했는데, 오후 4시에 7,500달러로 3시보다 7%가량 상승했다. 비트코인은 하루로 보면 11% 하락이었지만 하루 최저점 기준에서는 6% 이상 반등했다. 이에 대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주식이 폭락하면서 방황하기 시작한 투자자들이 디지털통화로 돈을 옮기기 시작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미국 셧다운 실행 후 비트코인 시세 변화 (자료: CoinMarketcap)
미국 셧다운 실행 후 비트코인 시세 변화 (자료: CoinMarketcap)

긍정적 입장

암호화폐, 10~20년 안에 30배 가까이 뛸 것

여전히 암호화폐에 대한 호불호는 크게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비트코인 억만장자로 알려진 윙클보스(Winklevoss) 형제가 기존 비트코인 비관론자에게 ‘직격탄‘을 날리며 비트코인에 대해 기존 긍정적 전망을 재확인했다. 2월 9일(현지시각) CNBC에 출연한 윙클보스 형제는 “비트코인은 향후 10~20년 안에 30배 가까이 뛸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형제의 이날 발언은 기존의 입장과 동일하지만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기존 월가 ‘그루’들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발언을 한 탓이다. 

앞서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JP모건(JP Morgan) 최고경영자는 “비크코인은 사기”라고 말했고, 워렌 버핏(Warren Buffett)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회장은 “암호화폐 투자는 나쁜 결말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윙클보스 형제는 “워렌 버핏, 제이미 다이먼과 같은 인물들은 돈의 미래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나이가 들면 자신의 프레임에 갇혀 그 안의 개념만 고집하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미국에서 ‘저항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버클리가 미국 최초로 자체 암호화폐 개발을 계획 중이다. 비즈니스인사이드 등 주요 외신은 2월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 버클리시가 정부 예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ICO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 당국은 발행하는 암호화폐마다 지방채(Municipal Bond)를 페그(Peg)하는 방식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CO로 조달한 자금은 지역 내 노숙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 서비스나 저렴한 주택 마련 등 복지에 사용된다.

버클리시 ICO 준비 위원회에는 제시 아레긴 시장과 금융 기술 스타트업 네이버리(Neighborly), UC버클리대 블록체인 연구소가 합류해 ICO를 준비한다. 위원회는 올 봄을 목표로 구체적인 ICO 계획을 구상 중이다.

2017년 1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당국자가 버클리대 블록체인 학생그룹이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연설하는 모습(자료: UC버클리대학)
2017년 1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당국자가 버클리대 블록체인 학생그룹이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연설하는 모습(자료: UC버클리대학)

부정적 입장

암호화폐 대부분이 ‘제로’에서 거래될 것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투자리서치의 스티븐 스트로긴(Steve Strogin) 대표는 부정적인 시각에 한 표를 던졌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트로긴은 지난 2월 5일자로 공개된 보고서에서 암호화폐 시장의 그간 움직임에 반해 앞으로는 개별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이 연관성을 갖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이런 점이 소수의 승자만이 대부분을 갖게 될 시장(Few winners take most market)에서 분명한 승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암호화폐 시장의 암울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특히 스트로긴은 “서로 다른 암호화폐간 높은 연관성이 우려되어 왔다”면서 “본질적 가치 부족으로 인해 생존하기 힘든 암호화폐의 대부분이 ‘제로’에서 거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마존이나 구글과 같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려진 ‘투기성 버블’ 장세에서 생존할 수 있는 암호화폐는 하나 혹은 극소수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고 대부분의 코인들은 최근 경험한 최고점을 다시 회복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투기성 버블이 막바지에 다가가고 있어 투자자들이 암호화폐를 투자 자산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개별 장점에 더 초점을 맞춰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대부분의 일반 투자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고 이로 인해 ICO 붐 역시 지속되기 보다는 소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승자독식(Winners take all) 개념과 흡사한 소수의 승자만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란 주장은 스트로긴 만의 시각은 아니다. 디지털 화폐그룹(DCG)의 창업자인 배리 실버트(Barry Silbert)도 전일 개최된 야후의 시장포럼에 참석해 암호화폐 업계에 대한 전망을 설명하며 언급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실버트는 “상당수의 암호화폐들이 두 가지 결말(믿기 힘든 가치를 갖거나 아니면 쓸모없게 되는 것)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이유로 DCG의 포트폴리오 기업인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Grayscale Investment)는 분기별로 시장움직임을 반영한 시가총액 기준 상위 5위의 암호화폐에만 투자하는 펀드를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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