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 신뢰성(보안)으로 활용 분야 넓어
금융권, 세계 통합 결제 허브 구축한다

블록체인은 중앙 관리자만이 데이터를 관리하는 문제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히며 다양한 분야에 걸쳐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마켓앤마켓(Maeketsandmarkets)은 블록체인 시장이 2017년 4억 1,150만 달러에서 연평균 79.6%의 성장률을 보이며 2022년 76억 8,370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록체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는 보안에 있다. 블록체인을 말할 때 ‘분산원장’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데이터가 네트워크상의 수많은 노드에 퍼져 있음을 의미한다. 만약 해커가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데이터를 취득하려면, 수많은 노드를 동시에 해킹해야만 가능하다. 즉, 중앙집중형 시스템보다 월등히 뛰어난 보안성을 지니고 있어 데이터에 민감한 다양한 시장에서의 활용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블록체인의 기대 효과

그렇다면 블록체인을 도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일까? 데이터 전략(Data Strategy)의 저자인 버나드 마(Bernard Marr)는 2월 7일, 포브스(Forbes)에 블록체인을 도입함에 따라 거둘 수 있는 5가지 효과에 관한 주제로 글을 실었다. 

첫째, 비용절감이다. 은행, 보험회사 등의 금융권에서는 블록체인을 도입하기 위한 준비과정에 돌입하고 있다. 기존의 시스템에 적용하기에는 지나치게 파괴적인 기술이지만, 은행 및 신용카드 회사가 결제 및 사기 점검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연간 약 2조 달러의 비용이 소모되고 있는데, 블록체인을 적용하게 되면 해당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둘째, 이력 추적이다. 식품 산업과 같이 원재료에 대한 출처가 중요한 산업에서는 이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이아몬드 생산과 유통 전 과정에 대한 정보를 관리하는 스타트업인 에버레저(Everledger)는 블록체인 기술을 160만 개 이상의 다이아몬드 데이터에 대한 이력 보증에 도입했다. 

셋째, 고객경험 향상이다. B2C 기업 중 소비자와의 접점이 매우 중요한 기업들은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프로그램이 마일리지 제도다. 싱가포르항공(SIA)은 상용고객 우대 프로그램인 크리스플라이어(KrisFlyer)를 위한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지갑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KPMG,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시범 운영을 거친 후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다.

넷째, 신분증명이다. 이는 블록체인을 언급할 때마다 등장한 핵심 이슈이기도 하다. 지금의 스마트 시대는 무한복제가 가능하며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저작권과 같이 민감한 문제를 해결할 기술로 블록체인은 유용할 수 있다. 

마지막은 보안이다. 블록체인은 중개자를 생략할 수 있어 보안상의 허점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금융거래를 비롯한 다양한 거래나 계약을 진행할 때 제3자의 공증, 중개, 보증 등과 같은 절차 없이도 거래의 신뢰성과 보안성을 확보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메신저 비챗(Beechat)은 메시징 및 통신 서비스뿐만 아니라 암호화폐의 저장, 수신, 전송에도 활용할 수 있다.(자료: 비챗)
블록체인 기반의 메신저 비챗(Beechat)은 메시징 및 통신 서비스뿐만 아니라 암호화폐의 저장, 수신, 전송에도 활용할 수 있다.(자료: 비챗)

금융권, 세계 통합 결제 허브 구축한다

은행연합회는 2016년부터 삼성SDS와 블록체인을 이용한 공동인증 시스템을 개발해 올 7월경에 상용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발급절차가 간단하고 위·변조가 어렵기 때문에 유효기간이 1년이었던 기존의 공인인증을 대체해 3년의 유효기간을 확보한 것은 물론, 1인 1인증으로 스마트폰에 저장해 이용하는 방식을 채택해 모바일 뱅킹 시대의 흐름과도 맞아떨어진다. 

한편 KEB하나은행(이하 하나은행)은 블록체인 기반의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GLN: Global Loyalty Network)라는 새로운 글로벌 결제 허브 구축에 나섰다. GLN은 중개금융기관 없이 교환, 유통, 결제가 가능한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GLN에 접속해 하나은행의 멤버십 포인트로 미국이나 일본, 대만 등 세계 각지의 은행이 발급하고 있는 디지털 머니와 교환 및 정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2017년 12월, 일본 미즈호은행,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 대만 타이신 은행, 태국 시암은행 등 10여 개국의 30여 개 은행과 함께 GLN 컨소시업 구축을 마친 상태이며, 향후 러시아, 터키, 인도, 필리핀, 캐나다 등지의 은행 및 기업과 제휴를 확대할 방침이다. 

GLN의 핵심은 전환된 포인트를 자동으로 휴대폰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파이낸셜 로밍 서비스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거래에 대한 검증과 정산 시스템이 뒤따라야 하는데, 여기에 블록체인을 활용하겠다는 것이 GLN의 목표다. 만약 GLN의 플랫폼이 본격 가동될 경우, 비씨카드나 마스터카드가 해왔던 역할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로비넌스는 제품의 생산-유통 등 과정 상의 이력을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수 있다.(자료: 프로비넌스)
프로비넌스는 제품의 생산-유통 등 과정 상의 이력을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수 있다.(자료: 프로비넌스)

 

물류·유통업계, 블록체인 유통경로 추적에 활용

머스크(Maersk)는 2017년 9월, 블록체인 기반의 해양 보험 플랫폼 구축에 나선데 이어, 2018년 1월에는 IBM과 함께 국제무역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블록체인 기술 관련 합작법인(JV)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전 세계 해운 생태계 전반에 적용하는 국제무역 디지털 플랫폼의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운송 절차를 단순화하고 투명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한 머스크와 IBM은 블록체인뿐 아니라 인공지능, IoT, 애널리틱스 등 클라우드 기반 기술을 활용·적용할 방침이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머스크는 제조사, 해운사, 포워딩 업체, 항만·터미널 운영사 등에 광범위한 혜택을 제공하게 된다. 

머스크의 사례를 포함해 물류·유통 산업에서 블록체인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우선 음식의 유통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 IBM은 중국의 돼지고기 유통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접목해 사육농장에서부터 가공·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거래내역을 저장하도록 했다. 월마트 역시 최근 축산물 이력을 추적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도입해 생산·유통 과정에서의 문제를 즉시 파악하고 정보를 조작할 수 없도록 했다.

중국에서는 레노버의 모회사인 레전드홀딩스(Legend Holdings) 산하 브랜드인 조이비오(Joyvio)가 2월 초, 농업 운영 플랫폼에 블록체인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이비오는 수산물, 식품, 가공분말·제품, 식용유 등을 판매하고 있다. 조이비오는 후이충궈지(Huicong Guoji)와 블록체인 농업 사슬협력을 체결하고, 향후 2년간 블록체인 기술을 지원받게 됐다. 조이비오는 이를 통해 브랜드 위조 방지, 스마트 추적 등 다양한 기능에 접목할 계획이다. 

유통경로 추적과 관련해 영국의 프로비넌스(Provinance)도 주목할 만하다. 프로비넌스는 블록체인을 사용해 원자재의 원산지를 추적하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프로비넌스는 제품의 생산-유통-소비자 도달의 과정에 걸쳐 생성되는 모든 정보를 블록체인을 이용해 저장함으로써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이 주문한 제품을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었는지 등에 대한 이력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정부업무, 블록체인으로 객관성 확보할까?

블록체인은 공공분야에서도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다. 에스토니아(Estonia)는 1990년대부터 전자정부를 표방해 왔다. 최근 에스토니아는 블록체인을 온라인 선거 시스템에 활용한데 이어 국가 차원의 암호화폐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두 개의 블록체인을 사용해 사용자 등록과 투표 내용을 별도로 저장해 유권자의 익명성을 보장했다. 한편 2016년 미국 유타주 공화당 대선후보 선정 투표 당시, 블록체인을 활용해 투표관리 인프라를 만들었는데, 당시 유권자 ID 검증이 미흡해 주민 인증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현재 전자투표를 가장 활발히 활용하고 있는 곳은 스페인이다. 스페인의 신생 정당인 포데모스는 아고라 투표(Agora Voting)라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집행부 26명을 선출한 바 있으며, 당내 의사결정이나 방향성 제시도 블록체인 기반의 투표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한편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는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의 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두바이는 2016년 이미 30개 부처의 대표자들로 위원회를 구성한 후 헬스케어, 물류, 비즈니스 등 모든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적용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두바이 정부는 비자 신청, 청구서 지불, 라이선스 갱신 등 업무를 블록체인으로 처리할 방침으로, 연간 15억 달러의 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7년 2월에 경기도 따복공동체 주민제안 공모사업 심사에서 온라인 투표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2018년을 블록체인 산업의 원년으로 삼아 작년 대비 3배 확대된 42억 원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블록체인이 만능일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러한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을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할 때 가장 큰 이슈는 용량이었다. 용량이 커질수록 블록의 처리 속도, 시스템 확장 등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온체인(On-Chain)’ 데이터와 ‘오프체인(Off-Chain)’ 데이터다.

블록체인을 트랜잭션(Transaction) 계층 측면에서 보면, 블록체인에 직접 저장하는 방식을 온체인 데이터라 하고, 별도의 전통적인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정보를 링크 형태로 저장하는 방식을 오프체인 데이터라 부른다.

예를 들어, 의료 정보, 특히 의료 사진과 같이 고해상도의 데이터를 거래기록의 일부로 첨부하면 용량은 급증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고해상도의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되어 있는 지에 대한 링크 정보를 저장해 용량 문제를 피하자는 것이다. 

이 오프체인 방식으로 전송량을 감소하기 위해 개발 중인 라이트닝 네트워크(Lighting Network)는 최종 결과만 블록체인에 기록함으로써 채굴에 참여하는 컴퓨터에 부담을 주지 않게 된다. 

블록체인을 둘러싼 또 하나의 이슈는 표준화다. API 아키텍처와 같은 표준화도 중요하지만 데이터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 각국의 데이터 표준이 상이해 상호연동성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블록체인 국제표준을 주도하기 위해 2019년 상반기까지 블록체인 개요와 용어 표준 개발을 마치고, 2020년까지는 플랫폼 표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ISO와 ITU-T는 이미 2017년 4월에 블록체인 국제 표준화에 착수, 2019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여기에 W3C와 IEEE도 뛰어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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