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의 초기 산업 생태계는 ‘추격형’ 산업 생태계로 새로운 기술을 발명, 발견해 내는 역할보다는 선진국들의 기술을 이전받아 이를 잘 흡수하고 응용하고 개선해 나가는 역할의 형태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기존 주력 산업들이 성장이 정체 및 쇠퇴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신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위한 클러스터와 생태계가 조성되어 새로운 산업을 태어나게 하는 ‘신산업형’ 산업 생태계는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실리콘 밸리의 산업 생태계를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실리콘 밸리의 산업 생태계는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기술개발자와 이를 사업화하는 스타트업 기업, 그리고 이들의 사업화를 지원해 주는 기관(엔젤,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탈 등) 과 신산업 클러스터가 잘 조성되어 크고 작은 새로운 산업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이러한 미래 신산업을 위한 생태계 조성과 산업 공동화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과 방법들을 강구하여 대비해야 할 것이다.

 

들어가면서…

이제 대한민국은 3만 불의 시대가 되었는데 아직도 우리는 1만 불~2만 불의 시대, 3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업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무서운 추격으로 대한민국의 주력산업들의 경쟁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이에 맞는 신산업으로 산업을 육성하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환경변화에 따라 고부가가치의 첨단 신산업으로 전환해야 하고 이러한 신산업의 육성을 위한 전주기적 산업 생태계의 조성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할 수 있다.

 

주력산업의 노쇠 현상과 산업구조의 정체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라고 불리는 12대 제조업(기계,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정유, 섬유, 식품,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LCD, 가전 등)의 총수출 비중이 80% 전후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이 거의 20년 가까이 되어 가고 있었고 이 기간 동안 산업구조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여러가지 문제점 중 심각한 문제는 노쇠한 혹은 거의 생명이 다한 산업들이 아직 정부의 지원 등으로 생명을 유지하며 자신들의 입지를 지키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도 생로병사를 하게 되는데 쇠퇴 산업들이 제대로 퇴출되지 않고 신산업 혹은 신산업을 산업화하려는 기업들의 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심각한 문제로 중소기업들이 새로운 변화에 맞는 업종을 추가하거나 전환이 선순환 되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지나치게 대기업 의존형 하청구조가 되다 보니 중소기업들의 독자기술개발과 자생역량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산업구조의 정체를 바꾸기 위한 정부의 생태계 조성 정책, 신산업 전문 인력 양성, 그리고 신기술개발과 기술이전을 위한 대학의 역할도 미흡했던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구미국가산업단지 (출처: 구미시)
구미국가산업단지 (출처: 구미시)

 

대표적 사례 : 구미국가산업단지 공동화의 실태와 문제점

대한민국의 산업을 견인해 왔던 대표적인 국가산업단지인 구미국가산업단지는 산업 공동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올해 50년이 되는 구미제1국가산업단지의 공동화의 실태를 사례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구미제1국가산업단지는 조성된 지 50년이 되는 노후공단으로 생산설비와 지원시설이 노후화가 되었지만 개선하기 위한 그동안의 리모델링 작업도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둘째, 신산업 구조로의 변화에 대한 대응도 미흡했다. 국내 최대의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산업에만 주력하다 대기업의 국내외 이전으로 대체할 업종이 마땅치 않게 되었다. 즉, 그동안 업종을 다각화시키고 고부가가치의 첨단 신산업으로의 업종 전환에 적극적 대응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셋째, 대기업의 하청 계열구조로 되어 있다 보니 구미 소재 중소기업들의 R&BD(사업화 연계 기술개발)역량이 대체로 부족하였고 미래에 대한 R&BD에 대한 투자도 미흡했고 이러한 점들이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

넷째, 구미산단의 경우 대기업에 의존하는 하청계열 구조의 생산위주의 산단이 었다는 점이다. 자생역량과 독자기술개발 및 마케팅 역량이 부족했고 단순 임가공 수준의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이었다. 선진국처럼 생산과 R&D, 비즈니스가 함께 하는 기업도시로 성장하지 못했다.

출처: 이승희, 구미산업단지 구조고도화와 리모델링 방안, 2009.
출처: 이승희, 구미산업단지 구조고도화와 리모델링 방안, 2009.
출처: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 2017.
출처: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 2017.

 

산업 생태계의 변화 전망

현재까지의 산업 생태계는 노동과 자본을 보유한 대기업 중심의 수직적 계열화 이었다면 미래 산업의 생태계는 기술과 창의력을 보유한 ‘기업 중심의 협력과 연합’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래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이 서로 수평적인 관계에서 협력할 것이다. 이러한 협력관계를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되는 생태계가 바람직하고 이렇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창조형 산업발전에 필요한 산업 생태계

신산업 분야의 스타트업과 연구개발 및 사업화 초기 단계의 기업 및 성공한 선배 기업간의 지원체계와 이러한 체계가 활성화될 수 있는 산업 생태계의 조성이 매우 중요하다. 신산업 분야의 스타트업 기업과 벤처기업 및 초기 진입기업들에 대한 금융혁신의 생태계도 중요하다. 이제 이러한 신산업 분야의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게는 융자에서 투자로, 정책자금보다는 다양한 모험자본을 조성해 주고 단기 자금 지원보다는 장기자금으로 지원해야 한다. 또한, 창업→성장→회수의 선순환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 정부가 앞으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성공한 선배 기업들이 초기 스타트업들을 멘토링하거나 이들의 역량을 스킬업 시킬 수 있는 기존 성공기업들과의 협업체계 조성도 중요하다. 필요하면 선진국처럼 M&A를 통해 기업을 더욱 키울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신산업에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이 겪는 ‘어쩔 수 없는 실패’에 대한 사회적인 용인과 패자부활의 분위기도 중요하다. 실패하더라도 신산업 분야에 대한 신기술과 노하우는 축적될수 있고 이러한 귀중한 실패의 축적이 시행착 오를 거치며 결국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 선진국은 이러한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실패한 기업에 대한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출처: 김도훈, 한국 산업생태계의 정체 현상과 개선을 위한 제언, 2018.
출처: 김도훈, 한국 산업생태계의 정체 현상과 개선을 위한 제언, 2018.

 

산업 공동화 해결방안

산업 공동화를 막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제시해 본다.

첫째, 바람직한 산업 생태계를 저해하는 불균형적 산업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대-중소(벤처)기업의 불균형, 가치사슬상의 완제품-소재, 부품산업 간의 불균형, HW-SW 간의 불균형을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독자기술력을 갖춘 중소벤 처기업의 육성과 SW산업 육성, 그리고 소재, 부품산업 육성은 미래 신산업을 발전 시키고 산업 공동화를 해결하는 주요 방안이 될 것이다.

둘째, 신산업의 가치사슬 구조상 필요한 전후방 산업의 육성도 매우 중요하다.

3D프린팅 산업을 예로 들어 보자. 3D프린팅 산업의 경우 기계, 전자, 소재, 부품, SW산업이 융합되어야 제대로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3D프린팅 소재와 부품을 중국 등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소재와 부품산업이 국산화되지 않고는 산업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없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도 대한민국이 반도체 강국이지만, 핵심부품과 장비는 외산에 기대고 있다. 스마트팩토리 산업도 높은 수준의 스마트팩토리가 가능하려면 공급기업이 육성되어야 가능하다.

셋째, 신산업 육성을 위한 대학 역할과 자세 변화이다. 대체적으로 대학을 보는 산업계 시각은 학계가 산업화에 쓰일 수 있는 유용한 실용연구를 잘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도래했는데 중소기업은 먼 나라이야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사업화하여 실용화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 제공이 산업 공동화를 막는 방안이 될 것이다. 제도적으로 사업화를 위한 실용기술에 자금지원의 비중을 높여나가는 방안도 필요하다 하겠다.

넷째, 산업 공동화 해결을 위한 신산업 육성 정책 수립 시 특정 기술개발 중심 정책에서 관련 소재부품까지 고려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더불어 관련 인프라와 규제, 법제도 개선 등을 포함하는 산업 생태계적인 관점에서 더 포괄적으로 확대한 접근이 절실히 필요하다.

다섯째, 창출하려는 신산업 내 소재-부품-모듈-조립-마케팅-유통 등 부가가치 사슬상의 다양한 기업은 물론, IT 서비스, SW-콘텐츠 등 보완재 관련 기업들 간 유

기적인 네트워크 구축과 역동적 산업생태계 조성 차원의 지원 방안, 세제개편 등제도적 개선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여섯째, 종합적인 산업 생태계 구축도 필요하지만 지역마다 특화 산업과 전략적 신산업에 맞는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전기자동차 산업, 드론 산업, 3D프린팅 산업, IoT 산업 등 이에 적합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적합하다. 예를 들어 전기자동차나 드론 산업의 경우 오래도록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리듐전지 배터리나 수소연료 전지가 신산업 육성의 핵심이 될 것이다. 이처럼 육성 신산업별로 필요한 생태계 조성도 중요한 일이다.

일곱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산업 공동화를 탈피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자세와 이를 지원하는 지원체계다. 새로운 신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기업들의 자구노력이 필요한데 실상은 대부분 중소기업들이 자체 독자기술개발을 위한 전문 인력과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아 업종을 전환하려 해도 쉽지가 않다. 대학과 연구기관이 가지고 있는 우수한 기술과 전문 인력들이 제공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 하고, 이러한 업종전환에 필요한 자금과 업종전환 컨설팅이 필요하다.

여덟째, 4차 산업혁명의 신산업 분야의 벤처중소기업 육성이다. 신기술 혁신과 수용 및 사업화가 신속한 벤처중소기업의 육성을 위한 전용단지 조성 혹은 인프라 구축에 집중한다면, 우리나라 산업구조 변화는 물론 발 빠르게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는 데 촉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홉째, 새로운 산업 분야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선 미래 산업에 대한 장기 비전과 기술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불확실한 미래 환경에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기업들에게 그 그림을 제시해 주는 것도 산업의 구조를 바꾸고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마무리하며…

산업도 끊임없이 생로 병사하며 변하게 된다. 신기술 유지와 산업 수명도 예전 같이 길지 않다. 이러한 급속한 변화 시기에 뒤처지게 되면 산업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대한민국 성장을 이끌어 왔던 주력산업들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그동안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기존 주력산업들에 안주하고 고집해온 결과라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신산업, 신기술 개발과 육성을 위한 교육혁명과 기존 체제를 바꿀 산업 생태계 조성과 혁신 없이는 산업 공동화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성장과 분배정책에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본다. 성장과 분배는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 병행하며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과 투자가 있었을 때 미래에 보다 나은 분배와 신산업 발전과 근로자들의 워라밸 시대를 더 빨리 앞당길 수 있다 생각한다. 큰 숲을 보지 못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투자, 대비가 부족하다면 산업 공동화는 앞으로도 막기 어려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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