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창업과 무거운 창업?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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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하면 무슨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아마도 대부분은 대박, 성공, 실패, 고생, 불확실, 도전, 혁신 등의 단어들을 떠올릴 것이다. 창업은 큰 성공을 기대하는 만큼 많은 자금과 준비가 필요하며 평생을 바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다. 반대로 성공확률이 낮아서 실패를 많이 하게 되고, 실패할 경우 신용불량자가 되어 재기가 힘들 수도 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며, 그러한 사례들을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우리가 창업을 어렵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모든 것을 다 직접 챙겨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우선 창업은 제품을 만들 공장과 설비를 갖춰야 하며 생산, 판매할 인력을 채용해야 한다. 전국에 판매망 구축은 물론 판매 후 제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망도 갖춰야 한다. 기업을 운영하려면 원료를 구매해야 하고 인건비도 지출해야 한다.

그런데 생산한 제품이 바로 판매가 되고 자금이 회수되면 괜찮은데, 대부분 판매가 쉽지 않고 지체되면서 자금난에 빠지게 된다. 필요자금보다 30%는 더 많은 여유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런 규모로 창업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다. 그 정도 규모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거나 조달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좋은 아이디어나 기술이 있더라도 창업을 쉽게 할 수 없다.

 

창업이 어려운 이유

작은 아이디어나 기술, 아이템은 있지만 창업은 남의 일이 되게 된다. 설사 시작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불확실한 시장에서 매출을 일으키고 기업을 일정 기간 운영한다는 것은 또 다른 난관이다. 거기까지 생각하면 창업은 절대 시작할 수 없는 난공불락이 된다.

두 번째로 창업이 어려운 것은 아이템이 좋고 열심히 해도 운이 없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창업 성공은 ‘운칠기삼’이라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고객의 욕구와 반응을 창업자가 예측, 통제할 수 없어서 제대로 대비하고 준비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준비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게 되고 나중에 실패하면 그만큼 더 큰 실패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그러니 아예 도전을 못하고 남의 일로 여기게 된다.

이러한 창업을 흔히 무거운 창업, 큰 창업, 옴니버스 창업이라고 한다. 모든 것을 직접 다 해야 하고 제품·서비스는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전에 완벽해야 한다. 또 고객 만족을 통한 구매유도는 창업자가 정확히 예측하고 이뤄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창업은 누구나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설사 좋은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많은 것을 준비하거나 갖추지 않으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이해한다. 게다가 완벽한 준비를 했더라도 흔히 말하는 ‘운’이 없으면 안 되는 것이 창업이라고 이야기한다.

 

방법이 널려 있는 가벼운 창업의 시대

그러나 최근에는 창업에 대한 과거의 이러한 무거운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 이제는 제품을 제조하더라도 디자인부터 제조, 판매, A/S까지 한 기업이 모든 것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창업자는 아이템의 개념만 가지고 있으면 디자인은 전문 디자인하우스, 제조는 제조 전문 기업, 판매는 유통 전문 매장에 위탁하고, 홍보는 홍보 전문매체나 SNS를 통해 직접 할 수도 있다.

창업자가 모든 것을 다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만큼 창업자가 조달해야 할 창업비용 규모를 낮출 수 있고, 위험도 분산시킬 수 있다. 실패를 하더라도 실패비용도 낮출 수 있다. 창업자가 알아야 할 전문지식이나 준비해야 할 것들도 적어지고, 창업자의 부담 또한 많이 완화된다. 이른바 가벼운 창업, 새로운 창업이다.

이는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SNS 문화의 확산이 주된 원인이다. 동시에 제조와 창작에 관한 범국가적 인프라가 많이 확충되었고 전문 분야별 전문서비스 조직이 급속히 발전했다. 전국에 제작을 위한 전문장비를 갖추고 제조 서비스를 해 주는 곳이 수백 군데에 이르고, 디자인이나 설계, 대량생산 공장, 마케팅 전문서비스 기업, 유통 전문 채널들이 창업자들의 요구에 따라 질 높은 서비스를 합리적 비용으로 대행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추어지게 되었다. 더구나 지금은 스토리만 있으면 무료로 자신을 세상에 알리고 수입까지 창출하는 시대가 되었다.

최근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두 명의 어르신을 보면 SNS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욕쟁이 할머니로 알려진 73세의 박막례 할머니와 77세의 지병수 할아버지는 유튜브에서 유명인이 되었다. 유튜브가 뭔지도 모르던 박 할머니는 손녀가 할머니의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가르쳐 준 유튜브에 출연하여 막말과 거침없는 입담으로 할머니가 자신만의 화장법과 평소 하던 집안 요리를 막말로 소개하는 동영상으로 200만 이상의 조회수를 확보하고 있다. 심지어는 미국 구글 본사의 초청을 받을 정도로 인기 있는 유튜버가 됐다.

77세의 지병수 할아버지는 KBS 전국노래자랑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손담비의 ‘미쳤어’라는 노래를 춤과 함께 부르면서 일약 스타가 되어서 기업의 홍보 영상에 출연할 정도의 유명인이 되었다. 그분들의 교육수준이나 외모, 전문지식이나 전달하는 내용으로 보면 전혀 이 정도의 인기를 예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SNS 시대가 평범한 일반인들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사람들이 관심을 끌 수 있는 한 가지만 있으면 누구든 스타가 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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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할 수 있는 한 가지만 집중, 나머지는 외부로 연결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시대이다. 말로만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하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다. 실제 아이디어나 기술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한 분야만 있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없는 분야는 외부로 연결하고 협업하면 된다. 과거와 같이 모든 것을 직접 하지 않아도 된다. 분야별 전문서비스를 연결해주는 플랫폼도 많다. 창업에 필요한 기능과 작업, 서비스들을 소개하고 연결해주는 사이트와 앱도 즐비하다. 그만큼 과거와 같이 창업비용이 많이 소요될 여지도 없어졌다. 창업자금 조달도 문턱 높은 금융기관들을 일일이 조아리며 찾아다닐 필요도 없어졌다. 제품 사진만 올려도 미리 투자를 하거나 물건을 주문하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활용하면 된다. 과거에는 제품이나 아이템을 홍보하는 것이 큰 걸림돌이었지만 이제는 창업자 개인이 직접 SNS를 통해 홍보도 할 수 있다. 그것도 거의 무료로 할 수 있다. 판매나 유통도 대행해 주는 곳이 많다. 직접 판매망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과거의 형태는 이제 거의 불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누구나 창업을 한다는 것이 현실이 된다. 어렵고 힘들어서 창업은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단정했던 것이 이제는 가능해졌다. 독보적인 아이디어나 기술만 확보하고 있다면 누구나 창업을 결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미국에서 유행하는 ‘Lean Startup’이 주는 의미

몇 년 전부터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개념이 ‘Lean Startup’이다. 우리말로 굳이 해석하자면 가벼운 창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핵심개념은 창업 아이템을 100% 완벽한 상태까지 완성한 후에 소비자에게 판매하려고 하지 말고, 기본적인 필요기능만 작동되는 상태가 되면(MVP) 먼저 고객에게 노출하면 된다. 이후 고객의 의견을 들으면서 제품을 수정하고 고객 의견을 바탕으로 창업 아이템을 완성해 가는 방식을 말한다.

이렇게 하는 주된 이유는 창업자가 아무리 자신의 예측과 방식으로 막대한 자금을 오랜 기간 투입하면서 제품을 기획, 생산하더라도 결국 고객의 요구에 맞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성된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미완의 제품을 미리 시장에 출시하여 고객의 반응과 의견을 먼저 듣고 제품을 수정, 완성해 나가는 것이 실패율을 낮추고 비용과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과거와 같이 완성된 제품을 출시할 경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그만큼 큰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의 의견을 듣지 않고 완성한 제품은 실패확률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스마트 폰 기업이 시제품 단계부터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면서 고객을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한 후 다음 버전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경우와 비슷한 개념이다. 완벽한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오랜 기간 밀실에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기본 기능만 확보되면 바로 시장에 출시하면서 발견되는 문제점과 개선점을 찾으면서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IPO가 아니라 M&A

또 한 가지 우리나라에서 창업을 쉽게 할 수 없는 요인이 바로 EXIT 문제(창업자 이익 회수)이다. 일반적으로 창업 후 초기 성장을 하면 그다음 어떻게 자신의 지분을 매각해서 이익을 실현하느냐가 창업자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이다. 

가장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이 이른바 주식시장에 창업기업을 상장(등록)하는 것이다(IPO, Initial Public Offering). 그런데 문제는 거래소, 코스닥에 상장하는 것이 너무 어렵고 상장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거나 주가를 유지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창업자는 최종 목표를 상장(등록)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미국의 경우는 창업자들이 자신의 창업수익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IPO보다는 M&A(기업 인수합병)를 선호한다.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오랜 기간을 기다리며 상장하기보다는 자신의 기술이나 아이템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매각한다. 훨씬 짧은 기간에 창업 이익을 실현할 수 있고 바로 다른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창업자들이 M&A에 대한 높아진 관심과 정부의 관련 제도 개선 등으로 M&A가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미국에 비하면 많이 미흡하다.

창업자들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작은 기술이나 아이템, 솔루션 하나만 잘 하면 그것을 구매해주는 곳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면 창업을 보다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창업 이익을 쉽게 회수할 수 있다. 알다시피 세계 최고의 미국 실리콘밸리 IT 기업들 대부분은 필요 기술이나 솔루션이 있으면 자체 개발보다는 그것을 개발한 창업자들이나 작은 창업 기업들을 사들여 자신의 기업으로 만들어 간다.

창업자들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작은 기술 한 가지만 개발하면 대기업에 팔 수 있고 한꺼번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도전과 시도를 안 할 수 없을 것이며, 누구나 자신의 차고에서 밤샘을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관행과 문화가 자리 잡으면 우수 인재의 상당수가 의대나 대기업, 공무원으로 가지 않고 창업을 위해 지하실로 몰려들 것이다.

 

창업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게 중요

재차 강조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창업을 가볍게 할 수 있다. 큰돈 없이도 할 수 있고 잘하지 못하는 것을 다해야 한다는 부담도 줄어들었다. 실패율도 과거와 달리 많이 줄일 수 있다. 성공하면 수익 회수도 쉽게 할 수 있게 되었고, 자금 순환도 손쉽게 할 수 있다. 크게 할 필요도 없어졌다. 나 혼자 작게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졌다. 기업 규모로 승부하던 시대는 지났다. 개인의 창의성과 독특함으로 승부하는 시대이다. 나이도 상관없어졌다. 나이 많은 것이 불리함이 아니라 오히려 경륜으로 돋보이게 할 수 있는 환경이다. 청년은 참신함으로, 실버는 노련함으로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 직장인들은 투잡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생에 한 번 이상 창업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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