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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택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 신산업MD "산업플랫폼에서 산업지능으로"
이규택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 신산업MD "산업플랫폼에서 산업지능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산업 주역이 되려면
  • 이규택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 신산업MD
  • 승인 2020.05.0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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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초연결, 지능화, 서비스 융합, 플랫폼 경쟁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기를 맞고 있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초연결, 지능화, 서비스 융합, 플랫폼 경쟁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기를 맞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산업플랫폼이란


실제 정거장을 하나 만든다고 생각하고, 서울역, 용산역, 부산역 등 가까운 거리의 대형 역사를 한번 떠올려 보자. 우선은 기차 통행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지만 긴급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고장 등의 사유로 별도의 위치로 옮기거나 다른 기관차를 연결해야 하기도 한다.

당연히 선로와 기관차에 대한 유지 보수 인원이 필요하다. 없던 정거장을 만들려면 법이나 규제 때문에 절차가 복잡할 수도 있다. 여기서 일할 사람들을 채용하는 것도 일이다. 워낙 직종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교육이나 연수 등의 인력양성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정거장을 이용하는 손님들에 대한 배려는 당연하다. 먹거리와 쉴 장소, 화장실 등에 대한 고려는 기본이고, 날씨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기차 편이나 시설, 화물 운송 등의 안내가 있어야 하며, 고객 의견 청취는 시스템 개선을 위한 필수사항이다.

이 정거장을 기반으로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해보겠다는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다. 명물 도시락이나 과자, 과일 등 먹거리를 팔겠다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고, 손님들이 가지고 오는 자동차를 대상으로 대리주차, 장기주차, 경정비, 세차 등의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복잡하게 돌아간다. 하지만 성공한 정거장이 얼마나 멋있는지, 그 규모가 얼마나 크고 화려한지, 그로 인한 결과가 어땠는지는 다들 잘 알 것이다.

산업의 모든 비즈니스가 모이는 산업플랫폼도 이와 비슷하다. 동일 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의사를 개진하고 소통할 수 있는 선로, 먼저 일해본 선배들의 임시기관차 역할, 소비자의 참여와 피드백, 사업화 지원, 법 규제 처리 지원, 인력 양성, 심지어 국제협력에 이르기까지 해야 할 일이 많다.

이 플랫폼이 성공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조건은 기차역과 똑같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이용해야 한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새로 생긴 기차역은 이전의 기차역과 경쟁하는 관계인데 반해, 플랫폼은 이제까지 없던 교통수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꽉 막히는 고속도로에서 혼자 운전하고 가는 상황인데 새로 생긴 기차를 타보니 정말 좋더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한두 사람을 모아 고속도로 우회도로를 안내해 조금이라도 먼저 도착할 수 있는 지름길을 알려주는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 개발(이하 R&D)이었다면, 산업플랫폼은 산업 구성원 모두를 급행열차에 태우는 것이다.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글로벌 시가총액 TOP 5의 변화를 보자. 2007년의 상위 5개 기업은 4,685억 달러의 1위 엑손모빌을 필두로 GE, 마이크로소프트, 시티그룹, 페트로차이나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하면 에너지, 금융 분야의 기업들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해도 2017년의 순위를 보면 매우 드라마틱하다. 2007년의 상위 열 개 기업 중 엑손모빌만 유일하게 7위에 이름을 남겨놓고 있으니 말이다.

2009년과 2019년을 비교해 보면, 플랫폼 기업으로의 쏠림 현상이 2017년보다 더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10위였던 중국의 플랫폼 기업인 알리바바가 2019년 7위까지 올랐고, 엑손모빌, 로열더치쉘, 페트로차이나 같은 에너지 기업들은 리스트에 보이지도 않는다.

더욱이 ‘FAMGA(Facebook, Amazon, Microsoft, Google, Apple)’라고도 불리는 2017년, 2019년의 TOP 5 애플,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은 모두 테크 기업이다. 즉,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기업 TOP 5의 변화는 자산가치의 중심이 기술혁신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리고 좀 더 들여다보면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SW)로 무장한 플랫폼 기업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이 분야 시장 점유 최상위 기업들인 ‘FAMGA’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무한 확장하고 있다. 이미 성공시킨 플랫폼을 기반으로 자동차, 헬스케어 등 다른 산업 내 핵심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을 인수•제휴하거나 자신들의 플랫폼에 참여시키는 형태로 끊임없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등 글로벌 환경의 변화에 따라 플랫폼을 이용한 데이터의 축적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가 쏟아지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살펴보자. 카카오톡, 라인 등의 플랫폼 기업을 쉽게 떠올릴 수 있지만 카카오톡은 국내, 라인은 동아시아가 주된 시장으로, 이들 기업을 ‘FAMGA’ 같은 글로벌 기업이라고 하기엔 아쉽다.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자동차, 조선, 제철, 중화학 등 중후 장대한 장치산업이 대부분이다.

이들 주력 산업을 배제하고 미국처럼 정보기술•소프트웨어 플랫폼 비즈니스에만 매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우리가 잘해온 일들을 더욱 잘하는 방향으로 전개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다. 제품 설계•생산 방식의 스마트화 그리고 제품과 서비스의 융합 등을 통한 기존 산업의 플랫폼화가 중요하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자동차, 조선, 제철, 중화학 등과 같은 주력 산업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산업플랫폼이 필요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플랫폼의 발전


다시 기차역으로 가보자. 일단 정거장 운영에 대한 매뉴얼화, 표준화가 필요하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의 인수인계와 교육을 위해서이기도 하고, 앞으로 추가 정거장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철도청이 고객, 물류, 안전, 기술, 홍보, 전략, 철로 확장, 사업개발 등 다양한 일을 하는 것처럼 산업플랫폼도 인프라 구축, 연구 개발, 사업화 등 산업의 발전 단계에 따른 지원과 함께 인증, 인력양성, 법•규제, 국제협력 등을 연계해 한꺼번에 지원할 수 있어야 하며, 플랫폼의 성과와 선순환, 확산 등을 고민해야 한다.

성공적으로 돌아가는 플랫폼이 하나만 만들어지면 이 플랫폼이 다른 산업 분야로 확대되는 건 오히려 금방일 것이다. 이때를 대비해서라도 플랫폼 운영에 대한 매뉴얼화, 표준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플랫폼 사업을 통해 어떤 기술 노하우를 데이터베이스화해놨다고 가정해보자. 다른 산업 분야에서 이와 유사한 기술 노하우를 담는데, 데이터베이스와 운영체계, 입력 방식, 저장 방식 등이 아예 다른 시스템을 새로 구축한다면 과연 효율적일까? 절대 안 될 일이다.

쇠를 두들겨 더 강하게 만들면서 모양을 내는 ‘단조’라는 기술은 예나 지금이나 대단한 기술이다. 하지만 오랜 경험으로 개인이 숙달되면서 얻는 기술이기 때문에 아날로그 기술이라 하겠다. 이 기술에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불에 달군 쇠를 겸자로 잡고 모루에 올려 망치로 내려치는 게 아니라, 컨베이어벨트로 옮기고 틀에 넣고 무게가 몇 톤씩 하는 기계 해머로 찍어 내린다. 위에서 아래로만 치는 게 아니라 사방에서 돌아가며 자동으로 두들기는 방식도 있다.

선박의 프로펠러, 차 바퀴의 휠, 차축, 소총이나 대포의 포신 등 강성이 필요한 곳에 쓰이는 금속 가공방법인데 이 기술을 디지털화한다면, 어떤 소재, 어떤 크기의 쇠를 몇 도, 몇 톤의 힘으로 가공했을 때, 어떤 특성이 나오는지 등이 쉽게 보여질 수 있다.

이 과정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된다면 제품의 불량률도 사전에 확인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해머가 설치된 곳의 지반이나 토목공사의 방식에 따라서 정확한 톤 수가 나오기 어려울 수도 있고, 쇠가 몇 도 인지도 공정, 공장의 사정, 날씨 등으로 인해 정확한 측정이 어려울 수 있다. 만들고자 하는 제품의 크기가 어떤지, 어떤 철을 쓰는지에 따라서도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내에 있는 수십 수백 개의 공장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다른 제품을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제조 노하우를 측정하는 데만 해도, 정말 다양한 방식의 계측 방법과 센서, 데이터베이스 구축 방법이 나올 수 있다. 이 데이터들이 같은 체계와 양식으로 활용하되, 활용의 결과물이 다시 데이터로 입력될 수 있는 방식까지 고민해야 한다. 게다가 소비자에 대한 데이터를 정리하다 보면 민감하든 민감하지 않든 개인정보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기술 노하우를 모으는 작업 과정에서도 기업 비밀이 노출될 수 있다. 이에 대한 원칙을 세워놓지 않는다면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 때마다 매번 같은 고민을 반복해야 한다. 제한된 분야에서만 데이터를 얻는다거나, 기술자들끼리만 이해할 수 있는 표준화되지 않은 형태의 데이터 공유, 결과물에 대한 폐쇄적인 사용 등은 쓰지도 않을 정거장을 만드는 것과 같다.

수직적 산업을 플랫폼에 끌어들여 수평적 체계를 만들면 당연히 그 산업은 생태계화 된다. 이것만으로도 산업의 경쟁력은 높아진다. 그런데 여기에 추가되는 장점도 있다. 기업들이 표준화된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생태계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창업을 고민하거나 신규 사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포털•애플리케이션 등 인터넷 플랫폼에서 기회를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제조업 기반이 강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무형의 플랫폼이 발전하더라도 제조업은 포기할 수도, 포기해서도 안 되는 분야다. 이들 산업 분야가 버티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 내부의 산업 생태계가 자생, 진화해야 하고, 지속 가능하도록 유지돼야 한다. 산업플랫폼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산업지능으로


21세기 들어 세상은 커다란 변혁을 겪고 있다. 초연결, 지능화, 서비스 융합, 플랫폼 경쟁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기를 맞고 있고, 이산화탄소(CO2), 오염물질, 친환경화 등과 관련된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저출산 및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한 소비패턴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또한, 중국의 약진과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 간에 일어나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갈수록 우리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고, 글로벌 가치 사슬의 변화와 각국의 제조업 회귀 경향 등 무역질서가 크게 재편되는 중이다. 특히 최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인류에게 새로운 방식의 삶을 강제하게 될 것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이후로 최근 인공지능(AI)이 커다란 화두가 됐지만, 그 역사는 오래됐다. 인공지능은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 즉 전문가의 노하우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 다시 말하자면 인간의 생각, 행위를 모사하고자 시작됐다.

5세대 이동통신(5G)과 같은 실시간 고속 통신기술이 필요한 이유, 사물인터넷(IoT) 등을 이용해 많은 데이터를 모으는 이유, 빅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을 하는 이유, 고성능 프로세서를 탑재한 컴퓨터를 사용하는 이유 모두 결국은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가장 큰 덕목은 인간을 단순 반복적인 일로부터 해방시켜 좀 더 창의적이고 복잡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이다. 복잡다단해져만 가는 세상에 인공지능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싶을 정도로 인공지능은 우리들의 삶 속 깊이 들어와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중장비•의료•바이오 등 산업 각 분야의 센서정보, 구매정보, 의료정보 등 산업데이터를 활용해 구매패턴 분석, 고장 부위 사전 예측, 기기 상태 분석, 수요 변화 예측 등을 쉽게 제공한다. 또한, 최적화를 통한 작업 효율 증가, 발주 예상 배송 서비스 등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제조 전 단계에 걸친 실시간 연동을 통해 기획-설계-생산-유통-물류 등의 서비스 전 과정의 디지털 통합도 가능하게 한다.

결국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자동차, 조선, 제철, 중화학 등과 같은 우리의 주력 산업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이들 각 산업의 데이터를 추출하고 담아내고 발전시키는 산업플랫폼이 필요하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산업에 줄 수 있는 가치인 안정성, 정확성, 효율성을 높여 예측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해 산업지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우리들의 삶 속 깊이 들어와 있다. 


이규택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 신산업MD

이규택 공학박사는 ㈜투윈글로벌 플랫폼개발원 원장, 산업기술평가관리원 임베디드SW PD, ㈜인터브로 대표, ㈜디지털앤디지털 대표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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