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과 ‘소셜 네트워크’ 속 지식재산권의 의미

국내외 많은 영화에서는 특허와 관련된 소재를 다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국내외 영화에서 특허와 관련된 소재가 수차례 등장한 바 있다. 예컨대 배우 조정석과 임윤아가 주연을 맡은 <엑시트>도 터무니없이 작은 직무발명보상금에 대한 발명자의 보복행위로 시작하므로 약간의 연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변호사와 관련된 내용은 수없이 많이 등장하지만 특허, 변리사와 관련된 내용은 그렇지 않다. 아무래도 전문적인 영역이어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다 보니 영화에서 다룬 특허 관련 이야기는 관심이 없으면 그냥 넘어갔을 법한 장면들이 많다. 하지만 이에 대한 내용을 알게 보면 영화에 흥미를 더해주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이하에서는 여러 영화에서 다룬 특허와 관련된 내용들이 실제 법적으로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을 수 있으므로, 아직 해당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은 조심스럽게 읽을 것을 권한다.


미국의 특허강제실시


유명 헐리우드 영화 <아이언맨 2>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아이언맨의 슈트가 국방에 위협이 돼 국가가 슈트를 가져가야 하는지 논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절친으로 등장하는 제임스 로드 중령은 국방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보고서의 일부분(‘아이언맨이 미국의 안보와 이익에 위협이 될 수 있다’)만 발췌해 읽기도 하며 결국 주인공과 다소 반목한다.
 
영화 중반에는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CEO를 맡게 된 페퍼 포츠가 아이언맨의 슈트는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원천기술이며 이를 가져가는 것은 불법이고, 이를 방어하기 위한 최고의 변리사(Patent Attorney)가 회사에 있으므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결국 국방부는 아이언맨 슈트를 몰수하는 것을 포기하고, 해머 인더스트리와의 계약을 통해 아이언맨 슈트를 개조해 워머신을 만들게 하고, 이와 유사한 슈트를 제작하게 한다. 어느 부분이 특허와 관련된 것인지 살짝 의아할 수 있지만 위의 내용은 모두 특허의 강제실시와 국방상 적으로 규정된 자의 특허 몰수에 관한 내용이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공익적인 사유 발생 시, 특허를 강제적으로 실시하게 하는 보편적인 규정은 없다. 하지만 국방상 필요한 경우라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방과 관련된 상황에서 정부의 계약자에게 특허침해를 허용하고, 침해비용을 정부의 자금으로 보전해 주기 위한 규정이 마련돼 있다(28 U.S.C. 제1498조).

이때, 특허권자에게는 침해금지청구권이 아닌 손해배상청구권만이 인정된다. 나아가 미국 의회는 적이 소유한 특허권을 침해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을 포함하는 적과의 거래법(the Trading with the Enemy Act)을 통과시켰으며, 적이 소유한 모든 특허를 몰수할 수 있도록 개정한 바 있다.

즉, 영화에서 국방위원회는 제임스 로드 중령이 보고서의 일부분만을 인용하게 해 아이언맨 슈트가 미국의 안보와 이익에 위협이 되므로 특허와 슈트를 몰수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여의치 않자 특허강제실시권을 사용해 제3자(해머 인더스트리)로 하여금 특허를 이용해 아이언맨 슈트를 개조 하고, 새로운 슈트를 만들도록 한 것이다.
 
영화적 재미를 위해 세세한 얘기는 생략한 것 같다. 결국 가장 핵심 기술인 아크리액터 부분을 잘 숨겨 해머 인더스트리는 아이언맨 슈트 제작에 실패한다.
미국 의회는 적이 소유한 모든 특허를 몰수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특허의 수용과 재정에 의한 통상실시권


국산 영화 <연가시>에서는 전염병 감염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상황에서 치료제 특허를 가지고 있는 회사가 국가에 회사 인수비용으로 5조 원이라는 터무니없는 비용을 부르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국에서 치사율 100%의 전염력 높은 기생충 재난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국가는 치료제 특허권에 다음과 같은 제도를 적용할 수 있다. 특허의 수용(특허법 제106조)과 재정에 의한 통상실시권(특허법 제107조)이다.

특허의 수용이란 특정 발명이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 시에 국방상 등의 이유로 국가에 필요한 경우, 특허권을 국가가 강제로 수용할 수 있는 제도다. 특허권이 국가에 귀속되므로 특허된 치료제 등을 제3자가 생산하도록 허락할 수도 있다.

특허법 제107조에 따르면, 비상사태, 긴급상환 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특히 필요한 경우 특허청장이 해당 특허를 제3자가 실시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공익적인 성격이 강한 규정이므로 둘 다 특허권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뤄질 수 있다. 다만, 당연히 특허권자에게 적절한 대가를 줘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연가시>에 나온 제약회사가 거부하더라도 국가에서 일단 치료제를 만들 수 있도록 특허를 수용하거나 재정에 의한 통상실시권을 생산 가능한 회사에 허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특허권자의 횡포로 인해 치료제가 부족해서 벌어지는 영화와 같은 상황은 우리나라에서는 벌어지기 어렵다.


선출원주의 vs 선발명주의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와 주변 인물들에 대한 내용이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여학생들의 개인 신상을 유출하는 사이트를 만드는 등 큰 문제를 일으킨 마크 저커버그는 윙클보스 형제로부터 하버드대학교 재학생 네트워킹 사이트를 개발할 것을 제안받고는 그들의 아이디어를 이용해 페이스북을 완성한다. 후에 이를 알게 된 윙클보스 형제와 마크 저커버그가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벌이는 것이 본 영화의 주된 이야기 중 하나다.

특허청에 특허를 먼저 출원하는 자가 권리를 갖게 되는 선출원주의와 달리 선발명주의는 먼저 발명한 자가 권리를 가질 수 있다. 미국은 선발명주의를 채택하고 있었던 거의 유일한 국가였으나 2011년 개정을 통해 2013년부터 미국도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게 됐다.

페이스북의 경우 선발명주의가 인정되던 시점이었기에 누가 발명을 먼저 완성한 것으로 봐야 하는지가 쟁점이었다. 미국 법원에서는 발명의 완성 시점에 대해서 아이디어, 모티브를 제시한 시점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구현한 시점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하고 마크 저커버그가 발명을 완성한 자라고 인정하며 마크 저커버그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재배열로 인정되는 창작성 그리고 진보성


<플래쉬 오브 지니어스(flash of Genius)>는 대학교수와 포드사 간 1970년대에 12년간 진행됐던 자동차 와이퍼 특허권 침해소송과 관련된 영화다. 과거에 자동차 회사들은 비오는 양에 따라 속도 조절이 가능한 와이퍼를 개발하기 위해 고심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당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던 로버트 컨스 박사다. 컨스 박사는 포드의 연구진을 찾아갔고 이들로부터 동업할 것을 제안받는다. 하지만 컨스 박사가 제품정보와 샘플을 건네주자마자 연락이 끊어지고 같은 제품이 포드의 새 자동차에 장착된 것을 발견하게 되며, 포드를 고소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장 주된 쟁점은 컨즈의 발명이 과연 진보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였다. 상대방은 저항, 트랜지스터, 콘덴서 등 기존에 흔하게 있던 부품을 구해서 재배열한 것에 불과한 단순 조합발명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진보성은 특허가 등록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 중 하나다. 진보성이란 이미 공개된 발명(들)으로부터 특허 발명에 이르는 것이 용이한지 여부로 판단한다. 하지만 여러 발명의 조합으로 특허 발명의 진보성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결합에 대한 암시, 동기 등이 이미 선행문헌에 제시돼 있거나 그 자체에 내재돼 있어야 한다.

즉, 이미 있는 부품들에 속도 조절이 가능한 와이퍼를 개발하기 위한 암시 동기 등이 제시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포드의 주장은 주장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실제 사건이 진보성 판단기준이 정립되기 전인 1970년대에 일어났기에 이러한 주장이 가능했을 것이다.

영화에서 컨스 박사는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의 도입부를 읽은 후, 각 단어는 디킨스가 발명한 것이 아니라 이미 사전에 있는 단어일 뿐이지만 이들의 재배열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 것이고, 마찬가지로 저항, 트랜지스터, 콘덴서 등의 부품은 이미 있는 것이지만 이들의 재배열을 통해서 전화기, 와이퍼, 인공위성 등이 발명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단순 조합이 아닌 재배열을 통한 창작이 발명의 진보성을 인정받게 함으로써 컨스 박사가 포드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받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특허의 권리범위


영화 <조이>는 발명품 하나로 시작해 수십억 달러대의 기업가로 성장한 조이 망가노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영화 속에서 조이는 특허와 관련된 여러 실수를 범한다. 특허 라이선싱 계약을 하며 권리범위와 라이선싱 계약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영화 중반 조이는 손을 대지 않고 걸레를 짤 수 있는 ‘미라클 몹’을 발명했지만 이미 특허가 등록되어 있다는 투자자인 아버지 애인의 말만 믿고 특허권자에게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기로 결정한다. 전 남편은 특허를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하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미라클 몹’은 홈쇼핑에서 십만 개 넘는 판매기록을 달성하며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이나 라이선싱 비용과 제품 생산원가가 너무 높아 판매될수록 빚이 쌓이는 상황에 봉착한다. 설상가상으로 부품 제작비용 협상을 위해 찾아간 공장에서는 자신의 금형이 외부로 반출될 위기에 있는 것을 확인한다.

찾아온 변호사는 조이에게 특허권자와 소송을 해도 이기기 어려울 것이므로 소송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하지만 조이가 혼자 검토한 결과, 그동안 특허권자도 아닌 자에게 거액의 돈을 주고 있었고, 그 돈은 특허권자에게 한푼도 전달되지 않았을뿐더러 ‘미라클 몹’은 해당 특허의 권리범위에 들어가지 않아 특허 침해에 해당하지도 않는 상태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되려 손해배상액을 돌려받게 됨으로써 영화는 다소 급하게 마무리된다.

특허권의 권리범위는 청구항에서 나온다. 특허의 침해가 되기 위해서 청구항에 기재돼 있는 구성을 모두 실시해야 하며, 일부 차이가 나더라도 균등범위에서 침해가 될 수 있는 것을 별론으로 하고, 특허권을 살펴보기 전에는 그 누구도 침해를 단정할 수 없다.

즉, 조이는 대표자로서 계약 상대방이 주장하는 권리가 있는지(본인의 발명이 특허를 침해하는지), 비용이 권리자에게 돌아가는지 여부를 확인해 봤어야 함에도 제품개발과 마케팅에만 치중하는 우를 범했다. 금형을 가지고 있는 부품제조사와 금형에 대한 권리 등에 대해서 꼼꼼하게 계약을 하지 않은 것도 실책이다.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요즘과 달리 법적 문서 등이 읽기 어려웠을 것이고, 변리사나 변호사를 선임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는 핑계를 댈 수야 있겠지만 실패자의 변명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성공했기에 단순한 헤프닝으로 지나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특허의 중요성을 깨달은 영화 조이의 실존 인물 조이 망가노는 100개가 넘는 특허를 받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정경민 변리사

정경민 변리사

도울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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