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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기의 산업칼럼] 계약론과 인식론 관점에서 보는 시장과 조직 개념
[정만기의 산업칼럼] 계약론과 인식론 관점에서 보는 시장과 조직 개념
시장경제체제에 계층과 명령체제를 구비한 조직이 확장되는 이유
  •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 승인 2020.06.1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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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론은 조직과 시장을 초월하는 개념을 다루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인간생활에서 항상 존재해왔던 조직은 지난 200년 동안엔 더욱 팽창돼 왔다. 최근에는 예술과 같이 개인의 개성이 작용하는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 대중가요는 상대적으로 개인적인 영역이었으나, 최근에는 각종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설립되면서 조직화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엔 음반의 기획과 제작, 배급과 유통, 라이선싱, 스타 마케팅 등을 위해 적지 않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설립되면서 인터넷·모바일 콘텐츠, 라이선싱 사업 등으로 기업 조직이 확장되고 있다.

시장경제체제 한복판에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과 반대되는 계층과 명령체제를 구비한 조직이 확장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존재의 이유를 포함한 조직과 관련된 사항들에 대해선 사회학, 행정학 등 다양한 사회과학에서 다뤄왔는데, 특히 시장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경제이론 차원에서 조직 개념을 다룬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사실, 주류 경제학에서는 조직보다는 시장에 대해 주로 관심을 보이면서 조직은 시장 뒤에 있거나 시장의 보조적 역할을 하는 정도로 인식해왔다. 조직은 'Y=f(l, k)', 즉 노동과 자본을 투입하면 'Y'라는 생산을 이루어내는 함수로 표시되면서 내부의 메커니즘이나 공동의 목표, 규칙 등은 블랙박스로 처리되거나 애덤 스미스의 ‘작업의 분업’, 케인즈(Keynes)의 반 투기 행동으로서의 ‘기업의 행동’, 허버트 사이먼(H, Simon)의 ‘권위의 관계’ 정도로 다뤄왔다.

경제학 출현 초기부터 시장 개념이 맹위를 떨쳐지면서 조직과 시장을 같은 수준으로 생각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1980년대부터는 제도주의학파와 협약경제학에서 조직의 개념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조직과 시장 개념에 대한 이론은 다양하나 여기서는 계약론과 인식론을 살핌으로써 시장경제체제 내 조직 개념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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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론은 조직과 시장을 초월하는 개념을 다루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계약의 존재에 주목하는 계약론


먼저, 계약론은 조직과 시장을 초월하는 개념으로 계약의 존재에 주목한다. 조직과 시장을 구별하는 원천은 거래비용 조건에 의해 이해된다는 것이다. 윌리엄슨(Williamson)이 대표적인 계약론자로, 그는 인간 능력이라는 원초적 문제를 다뤘는데, 인류학적 관점에서 계약적 인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계약적 인간은 경제적 인간, 노동적 인간, 정치적 인간, 계서적 인간(1985)과 함께 인간행동 특징을 인류학적 측면에서 살피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윌리엄슨은 인간행동에 대해 두 가지 행태적 가정을 제기한 바 있다. 하나는 인식론적 능력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행동에 관한 것이었다.

그에 따르면, 인식능력 한계로 인간은 제한된 합리성만을 갖게 되며, 사람들 간 정보 보유량 차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기회주의적 행동이 나타난다.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과 기회주의적 행동 등으로 중장기 계약의 경우 사전에 전해진 계약 내용을 사후에 적용하기 어려운 점 때문에 계약의 주체들은 미리 계약의 관리 구조에 관심을 두게 되는데, 이러한 관리구조는 계약이행의 품질을 좌우하게 된다.

계약이행을 위한 관리구조들은 계약의 성질에 따라 불연속적으로 형성되는데, 한 극단에는 전통적 상업계약이, 다른 극단엔 계층조직이 위치하게 되며, 중간에는 프랜차이즈나 연합, 동맹과 같은 시장과 조직의 혼합형 수단들이 존재하게 된다.

윌리엄슨에 의하면, 시장과 조직의 상호보충성은 조직이든, 시장이든, 혹은 중간적 해결책이든 간에 상황 유형에 따라 발생하는 모든 거래에서 효율성 추구를 가능케 한다. 조직은 지속적 이행이 필요한 중장기 거래에서 제한된 합리성과 기회주의적 행동을 방지하기 위한 관리구조를 가진 계약들로 환원되며, 시장은 이러한 관리구조가 필요없는 단기적, 통상적 매매계약으로 환원된다.

또한, 이러한 시장과 조직 사이에 나타나는 시장과 조직의 혼합형 수단들도 다양한 유형의 계약들로 환원된다는 것이다.제한된 합리성과 기회주의적 행동이라는 윌리엄슨의 두 가지 가정의 역적용을 통한 유인 도식(schems d’incitation)은 중장기 계약의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유인 도식에 의해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은 효용의 수학적 기대가치 최대화라는 완전한 합리성으로 회귀할 수 있고, 기회주의적 행동은 이에 대한 철저한 예방적 조치로 방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 비대칭성과 불완전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중장기 계약의 경우 통상적 단기 계약에 적용되는 규칙으로는 파레토 최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이 경우 계약 당사자들은 전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규칙 시스템을 만들어 계약 당사자 간의 기회주의적 행동이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 고 유효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중장기계약에는 정보 비대칭성과 불완전성이 동시에 존재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① 계약에 기초해 많은 조직의 지배적 전략으로 사용되는, 계약당사자들의 미래 행동이 재설계되도록 채택되는 각종 수당의 조건적 특성, ② 정보 비대칭성의 역방향에서 설계되는 계층 설계, 즉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한 주체(본인)의 손해는 타 주체(대리인)에 대해 본인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효용수준이 된다는 구속(본인의 손해는 대리인에 대해 보장하는 효용 수준을 넘을 수 없다는 구속) 아래서의 게임 규칙 설계, ③ 기회주의적 행동을 방지할 수 있는 계약시스템 채택, ④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 채택 등이 동원할 수 있는 규칙시스템들이 예가 될 수 있다.

이런 계약관계의 전형은 본인·대리인 관계로, 고용주와 피고용인, 경영자와 주주들, 생산자와 소비자, 보험주와 보험자 등의 관계에 적용될 수 있다. 이 견해에 따르면 기업조직은 촉진하고 격려하는 계약들의 집합으로 볼 수 있는데, 통상적·상업적 계약과 비교할 때 이 계약은 기업 내부 거래 문제를 처리하는 독창성에 특징이 있다. 계약론자의 이론 설계는 뛰어나지만 비판도 존재한다. 우선, 거래비용이라는 개념의 취약성이다. 윌리엄슨은 거래비용을 물리적 시스템의 마찰과 비교하는데, 마찰이론은 동작이론을 만들기에는 불충분하며 기껏해야 이는 동작이론에 있어 2차적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제도는 계약으로 축약될 수 있다는 기본공리의 취약성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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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은 집단 지식을 대표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계약론 비판에 기반한 인식론


한편, 인식론은 집단적 인식장치로서 규칙 체계 개념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러한 개념은 계약을 대신해 시장과 조직을 구별하는 수단이 된다. 인식론은 조직을 계약으로 축소하려는 계약론에 대한 비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인식론은 계약론이 내적·논리적 모순을 갖고 있다고 비판한다. 계약론에 의하면 시장과 조직은 중간 형태를 추가하면서 계약으로 환원돼 동일시된다. 즉, 시장과 조직은 같은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재설계되는데, 이러한 주장은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조직과 시장은 일반적으로 동일한 논리수준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는 계약이 조직과 시장의 통합적 개념에서 출발하든, 신고전학파 모델이 제시하는 계약과는 다른 방법에 의한 일반적 조건에서 출발하든 증명될 수 있다고 본다.

먼저, 계약 개념에 통합 기능을 인정한다고 해도 계약 간 경쟁이라는 문제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직으로 상징되는 본·대리인 관계의 경우 본인은 유인 도식에 따라 대리인에게 시장에서 공급되는 최소한의 효용수준을 보장해야 한다.

계약론에는 이러한 시장공급 계약과 대리·본인 계약 간 경쟁으로 나타나는 계약시장이 가정돼 있다는 것이다. 계약시장이라는 외생변수를 만들어내지 않고는 계약이라는 수단으로 시장과 조직을 내생 변수화할 수 없다.

한편, 계약 개념과는 별개로 일반적으로 조직의 존재를 인정하는 경우 조직들은 재화시장 혹은 노동시장 등 어떤 시장의 수요와 공급 측면을 구성하게 되며, 따라서 여러 조직들로 구성된 시장은 분석적 불완전성을 제외하고는 개인들의 시장과 유사해진다. 이 경우 신고전학파의 개념 특성, 즉 조직을 특별히 시장과 구별할 실익은 사라진다는 것이다.

계약에 관한 문헌들이 출현하기 전과 같이 기업조직은 개인적 주체에 불과하게 되며, 조직 내부는 알 필요도 없으며 기업내부는 단지 검은 상자(블랙박스)로 간주된다. 조직의 시장은 개인들의 시장과 분석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주장하는 경우에는 시장과 조직에 관해 신고전학파가 주장한 계약 개념의 통합성, 동일성은 혼란스러워진다는 것이다. 시장과 조직을 계약 개념의 통합성에 의해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분석의 차이점으로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식론에 의하면, 이러한 논리적 비일관성 때문에 시장과 조직은 이론적 공통 영역을 가질 수 없다. 대신, 시장과 조직 간논리적 수준 차이를 존중해 계약 실체와는 다른 통합적 실체가 필요하다고 한다. 인식론의 해결책은 규칙이기 때문에 이는 조직과 시장의 분명한 구별을 가능케 하는 집단적 인식장치라는 것이다.

인식론이 합리적 개인 사이의 의사를 나타내는 합인 계약으로부터 집단적 인식장치로서의 규칙으로 용어를 변경하는 것은 계약론의 외적 모순을 비판하는 것이 된다. 계약의 상태가 아닌 것이 규칙인데, 규칙에 의존하는 조직은 계약이라는 개념에만 배타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계약론은 이러한 규칙들을 하나의 제약조건으로 취급하는데, 인식론은 이론적으로 계약의 상태가 아닌 규칙들은 모두 제약조건인가 혹은 계약의 상태가 아닌 규칙들이 제약조건으로 축소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생산계획에서의 제약조건인 생산함수가 전형적인 예다. 인식론에 따르면 생산함수라는 지식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집단적 특성을 갖고 있는 생산함수 지식들이 규칙으로 성형화돼 있는 것이다.

이들 규칙들은 계약 상태도 제약조건 상태도 아니라는 것이다. 신고전학파에게는 생산 주체들이 알고 있다고 보는 생산함수는 계약의 집합도 아니고 제약조건의 집합도 아니며,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알고 있는 집단지식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제조사의 경우 회사는 수많은 자동차 제조에 관한 무한한 집단지식을 갖고 있으나, 사장은 물론 기술자들, 그리고 경영층들은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제조에 관해서는 부분적으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조직구성원 누구도 조직 전체에 대해 전부 알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는 생산함수가 집단지식이라는 첫 번째 증거가 된다.

한편, 조직구성원 개인의 모든 지식의 집합이 조직 지식의 전부와 같지도 않다. 집단 지식이 개인 지식의 합과 같다면 한 직원의 일탈은 전체 기능의 작동을 중단시킬 수 있지만, 조직은 구성원 일부와 관계없이 강한 견고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견고성 확보는 '이유'에 관한 개인 지식의 복잡성을 '방법'에 관한 집단 지식이라는 단순성으로 대체하는 특성이 있는 규칙에 의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설비의 내적 관계에 대한 지식 없이도 규칙에 의해 설비 활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규칙이란 이처럼 개인 지식의 경제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집단 지식을 대표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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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은 구성원 일부와 상관없이 강한 견고함을 갖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인식론 관점에서 보는 계약론의 허점


인식론에 따르면 규칙과 관련된 계약론의 축소주의의 실수는 기술 진보, 제품 혁신, 신시장 개척, 인력 훈련 등 조직의 학습 상황을 고려하면 명백해진다. 조직 학습은 계약이나 제약 조건에 의해 분석될 수 없다는 것이다.
계약 당사자가 모르는 정보를 활용해 계약을 체결할 수는 없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체결된다 해도 새로운 정보가 나타날 경우 그 계약은 재교섭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조직 역동성은 재교섭 역동성으로 귀착될 것이지만, 이는 경험적으로 관찰되는 것이 아니며 집단 지식이 동원되는 총체적 혁신 기간 동안 나타나는 현상도 아니라는 것이다.

총체적 혁신 단계에서는 조직학습이 조직의 가장 분명한 속성이 되는데, 이를 단순한 계약이나 제약 조건 개념으로 환원하는 것은 적당치 않다. 조직 개념을 계약으로 축소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모순인 것처럼 규칙 개념을 계약 또는 제약 조건으로 축소하는 것은 경험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규칙 개념은 조직 개념처럼 내생화하거나 변수화할 수도 없다.

인식론에 따르면 조직과 시장은 같은 차원에 있지 않다. 한편, 규칙과 조직은 같은 도면에 있지 않기 때문에 규칙은 집단 지식 형성을 가능케 하며, 조직은 이러한 규칙들의 한 측면을 구성하면서 규칙의 확대나 집단 지식을 변모하게 한다.

이들에게 조직이란 계약으로 환원될 수 없는 개념이며, 계약과 규칙을 수단으로 집단 학습을 통해 최소한의 이익이라는 총체적 제약을 푸는 성질을 갖고 있는 개인 간 상호작용을 정리하는 집단 인식장치다

시장과 조직을 계약론과 인식론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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