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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의 세상을 보는 눈] ‘My son, daughter’ 그리고 ‘우리 아들, 딸’
[심산의 세상을 보는 눈] ‘My son, daughter’ 그리고 ‘우리 아들, 딸’
아동 학대 방지할 국가 시스템 정비해야
  • 심산(객원 논설위원)
  • 승인 2020.06.1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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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동 학대를 방지할 국가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이래 이번처럼 썼다 멈추기를 반복한 적이 있었을까, 내 기억에는 없다. 가위에 눌린 듯한 심정으로 깨어나 잠을 설치기도 했다.

무엇이든 말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지만, 다시 떠올리는 것 자체가 격한 통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린 생명이 감내해야 했을 공포와 배고픔, 고통에 비하면 우리 어른들이 느낄 감정은 ‘너무도 하찮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는 절대 다시는 이런 사건을 뉴스로 접하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결국 쓰기로 했다. 마감 날 오전, 편집부에 미안하다 양해를 구하고 하루를 더 얻어 이 글을 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의 희생당한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과 반성의 마음으로.

아홉 살 남자아이가 계모에 의해 연이어 두 차례 여행용 가방에 7시간 넘게 갇혀있다가 의식불명에 빠졌다. 119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심정지가 온 상태였고 한쪽 눈에 멍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병원으로 이송, 의료진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영영 깨어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두 번째 갇힌 가방의 크기는 가로 44cm, 세로 60cm였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이 계모는 지난 어린이날, 옷걸이 등으로 아이를 때린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아이들이 선물을 받고 즐겁게 지낼 어린이날에도 집요하게 이어졌을 학대를 견디며 아이가 느꼈을 외로움과 공포를 생각하면 참을 수 없는 우울감에 빠지게 된다.

이 사건으로 인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의붓아버지에 의해 수년간 상습적인 폭행을 당하다가 탈출한 아홉 살 여자아이를 한 시민이 편의점에서 발견, 경찰에 신고한 사건이 발생했다.

자고 일어나면 밝혀지는 학대와 탈출에 대한 소식을 접하며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뜨거운 프라이팬에 손을 지지고 쇠사슬로 목을 묶어 놓았다는 경악할 만한 얘기들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이 아이는 목숨을 걸고 이웃집 베란다로 탈출을 감행했다. 맨발로 산길을 한 시간여 도망쳤다고 한다. 도로로 가면 아빠 엄마 눈에 띌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 어린 생명이 무슨 잘못을 얼마나 저질렀단 말인가. 설사 잘못을 했다 한들 그것은 훈육이 아니라 고문이다. 매우 악질적인. 부모가 아니라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악마다.

 


이 아이들이 우리 아들이자 딸인 이유


과연 이런 일이 오롯이 개인의 잘못된 판단과 행위에 의한 것이라고 치부하고 비난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가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조장하는 것은 아닐까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매년 반복되는 이런 사건에 스스로가 방조자는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서양에서 타인에게 자녀를 소개할 때 ‘My~’라고 한다. 직역하자면 ‘내 아들, 딸’이다. 반면 우리는 ‘우리 아들, 딸’이라고 표현한다. ‘우리’ 또는 ‘저희’라는 표현의 바탕에는 겸양의 정서 외에도 공동체 생활에서 자녀 양육은 한 가정의 몫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 전체의 책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어린아이의 잘못을 동네 어른들이 바로잡아주고 선행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칭송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아이는 예의범절과 도덕, 공동체 생활에서 양보와 배려를 몸소 배우며 자란다. 어느 집 아이든 배를 곯고 있는지 어디가 아픈지 서로 살핀다. 심지어 젖이 모자란 집이 있으면 젖동냥도 나누며 살았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온 민족이다.

 


아동 학대 방지할 국가 시스템 정비해야


베이비붐 세대 때는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고 계몽했다. 그러다 남녀 선별이 문제가 되자, ‘잘 기른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말이 등장했다. 자녀 둘이면 눈치를 봐야 하는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하나만 낳은 자식이 얼마나 귀했을까. 금이야 옥이야 키우다 보니 ‘내가 제일’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고 배려와 희생은 점차 사라졌다.

그렇게 키운 자식들이 지금은 젊은 부모가 돼 자녀를 낳을 나이가 됐다. 공동체보다 나를 우선시 하는 가정교육을 통해 약자에 대한 배려를 망각한 사회가 된 것이 아닌지 돌아보자. 심지어 자식조차 학대하는 세상이 된 것은 아닌지, 그런 세상을 우리가 만든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

‘My son, My daughter’라고 표현하는 서양에서조차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이유로든 자녀에게 회초리를 대는 훈육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법적으로나 제도, 사회 규범까지 어린이를 위한 보호 장치가 탄탄하다. 이런 나라가 바로 선진국이다. 어린이를 비롯, 나약한 계층을 보호하는 것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회의 당연한 몫으로 인정하고 철저히 실천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선진 사회의 기본이다.

자녀는 내가 함부로 해도 되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독립된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 그리고 이웃에 있는 아이들이 올바른 성장 과정을 걷고 있는지, 신체적으로 아직은 나약한 존재라는 이유로 학대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할 의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입만 열면 서민과 약자를 위한다고 떠들어대는 위정자나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가 시스템 전반에 대한 검토와 실효적인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 학대받아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아이를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다시 그 가정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이 현실을 언제까지 바라만 볼 텐가. 가정에 내맡기고 뒷짐 지는 무책임으로부터 깨어나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며 의무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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