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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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새벽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방송사에 따라 순서만 다를 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추미애 장관 아들, 재난지원금, 일본 차기 총리, 그리고 태풍 피해 보도가 주를 이룬다. 어제 밤 뉴스 영상과 오디오가 그대로 전파를 타기도 한다.

대부분 '코로나19 우울 증후군'을 더 깊게 보도하는 내용이지만 그 중 피로감을 더하고 있는 이슈는 역시 추 장관 아들 문제가 단연 으뜸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내용이 덧붙여지고 있고 답변에 미묘한 변화가 느껴지기도 한다.

 

정치적 사안 아니라는 국민 정서

추 장관의 언행에 대해서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기에 그렇다 하더라도, 상당수 국민을 의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여권의 태도이다. 전례를 보더라도 이 정도 상황이면 정권과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의든 타의든 간에 거취 결정이 나오곤 했다. 아니 이보다 왜소한 논란에도 물러난 사람들이 허다하다.

이 상황이 지속될수록 그 부담은 오롯이 당과 인사권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 그래프 추세가 말해주고 있고, 20대 결과 분석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더욱 곤혹스러운 것은, 그동안 보여준 성향으로 볼 때 자진해서 거취를 밝힐 전망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물론 신임 당 대표에게도 부담스러운 사안임을 모르지 않으나 마땅한 해결 방안도, 대안 찾기도 간단치 않다는 점이 실기의 원인이 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민심의 불을 조기 진화를 하지 않으면 반드시 더 큰 재앙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 조짐은 이미 시작하고 있는 듯하다.

당사자는 그렇다 하더라도, 여당 의원들의 옹호 발언이 국민 귀에 무리한 억지 논리로 들리는 것은 이 사안이 이념이나 정치적 사안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70년 전 잔혹한 상처를 남긴 동족 간 전쟁을 치른 후, 우리 사회에서 적어도 병역 문제만큼은 누구나 공평하게 짊어져야 할 의무로 인식돼왔다. 가계를 감당해야 할 실질적 가장도, 드러나지 않는 질병을 가진 경우도 나라의 부름에 따라야 했다. 이렇듯 무수히 많은 개인 사정에도 불구하고 국민으로서 의무를 기꺼이 따랐다. 그것만이 우리가 다시는 전쟁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이라 믿는 국민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힘 있는 계층의 병역의무에 대해 항상 불신이 상존해왔고 불평등한 냄새만 풍겨도 매우 민감한 휘발성 있는 사안으로 번지곤 했다. 대통령 선거에서 여러 차례 이 문제가 심각한 영향을 미쳐왔음을 국민이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강력한 국민 공감대가 바로 ‘개혁’의 성공 조건

국민 정서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이번 사안에 대해 ‘야당의 정치적 공세’라는 여당 의원의 옹호 발언으로도 국민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오히려 상식을 왜곡한 옹호라거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오만으로까지 인식되는 분위기가 강하다.

‘상식으로 납득할 수준’이라거나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빨리 달라는 것과 같다’는 등의 여권발 옹호 발언은 오히려 사태에 기름을 붓고 있는 분위기다. 상식에 대한 기준이 국민 정서를 벗어날 때 오히려 심한 민심 이반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했어야 한다. 어떤 의도든 현 상황을 수습하기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단순한 발언이다.

또 우리 정당 시스템에서 여당 대변인단 출신 법률대리인이 과연 당대표 출신 국무위원이 관련된 사안에 대해 얼마나 사실에 입각해 무게감 있게 처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결정적으로 이 문제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자칫 여당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검찰개혁’의 동력마저 약화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근본적으로 ‘개혁’이란 권력층의 힘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강력한 동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혁 주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때 그 개혁은 위선의 얼굴로 돌변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통치가 아니라 섬겨야 할 국민

현재 드러난 정황과 증언을 외면하고 정확하지 않은 규정과 법을 들먹이며 비호해서 여당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정치는 법과 규정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이렇게 심대한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악화되어가는 민심에 맞붙어 싸우려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그동안 역대 정권에서 이런저런 사유로 인사청문회 문턱에서, 혹은 임기 중에 물러난 당사자들도 각자 억울한 점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인사권자의 부담을 덜기 위한 결정을 해야 했다.

우리 사회에서 '병역'은 단순한 국민 의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여권이 이 사안을 길게 끌고 갈수록 손해 보는 장사가 될 것이 자명하다.

코로나19 재확산, 자영업자의 몰락, 경제침체와 불투명한 전망, 연이은 태풍 피해와 복구, 부동산 문제와 청년실업 등등 해결해야 할 사안이 산더미다.

이런 와중에 한 국무위원의 가족문제로 온 나라가 이렇게 흔들려야 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정권과 여당에 그 한 사람이 과연 어떤 무게와 어떤 위치이기에 이토록 연연하는가 하는 의문을 떨치기 어렵다.

이유 없는 무덤 없다고 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 보편타당한 정서에 벗어난 것은 잘못한 것이다. 그것이 공직자, 공인의 숙명이다. 그리고 공직자는 인사권자와 그 권한을 부여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에 겸허해야 한다. 국민은 통치 대상이 아니라 섬겨야 할 존재임을 다시 새겨야 한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국민과 싸워서는 안 된다. 결코 이길 수도 없다. 자신과 집단의 피해만 있을 뿐이다.

투명한 비닐 덮개로는 아무리 덮어도 감춰지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민폐만 더 쌓여 갈 뿐이다.

본인 의도와 상관없이 이미 인사권자에 엄청난 부담을 남겼다. 자신이 대표를 지낸 당에도 짐을 지웠다. 이제라도 그 무게를 가볍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또 여권에서도 그 마지막 기회를 놓치면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음을 다시 새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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