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활성화에 특효약? 애물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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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디어 마케팅일까?


얼마 전 5.18민주화운동이 40주년을 맞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인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기념행사는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중계로 소박하게 치러졌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영화 ‘택시 운전사’는 5.18 광주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작품인데, 흥행 보증수표 배우 송강호가 당시 운전사 김사복으로 열연했다. 영화 로케이션에 따른 재밌는 뒷얘기가 전해지는데, 영화속 김포공항은 광양항 국제터미널이 대신했고 순천 버스터미널은 경상도 성주 시외터미널에서 촬영됐다. 금남로를 구현한세트장은 광주시 치평동이다.

광주시는 세트장 건축에 3억 원과 기타 영화 촬영 경비까지 적극 지원했는데, 2개월간의 촬영을 마치고 깨끗하게 철거됐다. 임차기간이 종료되고 개발계획이 있어 불가피한 면은있지만, 만약에 세트장이 남아있었더라면 훌륭한 관광홍보자원이 될 수 있을 터였다. 지역경제와 관광 활성화를 위한 도시 간 경쟁은 이제 무한생존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21세기 들어 인구 5천만 명이라는 정점을 찍었지만, 우리가 직면한 미래에는 급격한 노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암울한 전망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K-한류 인기에 힘입어 해외 관광객이 꾸준히 늘었다지만 한령 제제로 중국 관광객이 대폭 줄어들어 다시 어려운 시련을 겪고 있다. 코로나19가 덮친 올 한해는 엔진이 멈춰버린듯 꽁꽁 얼어붙어 모든 관광도시가 휑하니 찬 기운만 감돌고있다. 대도시, 수도권의 집중으로 지방 쇠퇴(심지어 소멸)라는 위기에 봉착한 도시와 지방자치단체, 기관들이 지역 내 관광자원과 산업,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예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을 펼치며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른바 미디어 마케팅이다.

영화, 드라마, 예능, 정보 교양, 다큐 등 다양한 장르 매체뿐 아니라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온라인, 모바일 채널까지 총동원해 지역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방송 미디어, 영화 엔터테인먼트의 대중적 파워를 최대한 활용해 지역의 역사, 관광, 음식, 특산물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물론 예전에도 인기 방송 프로그램이나 대형 드라마, 영화의 작품 로케이션을 다양한 도시, 지역에서 진행했지만 과거에는 주로 목마른 영화 제작사, 방송 프로덕션에서 구애했다.

면, 요즘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더 큰 조직을 갖추고 활발한 유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흥행이나 일정 수준 이상의 시청률이 따라오는 미디어 프로그램이 일반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세계적 블록버스터의 산실인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와 ‘블랙펜서’가 각각 서울과 부산에서 로케이션, 제작됐다. 서울과 부산은 로케이션 유치를 위해 적지 않은 예산을 영화제작사에 지원하고 촬영 기간 동안 인력과 행정력을 동원했다. 서울의 반포대교, 세빛섬, 상암동 미디어단지가 등장하고 부산 자갈치시장과 시장 골목, 광안대교가 영화 속 배경으로 꾸며졌다. 물론 이 자체로도 감동적이지만 과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울, 부산이 세계 영화 팬들에게 각인될 만큼 효과적이었을지는 의문이다.


목포는 미디어를 좋아해


미디어 마케팅을 활용한 눈에 띄는 행보로 목포시가 주목된다. 국내 4대 관광도시라는 야심찬 목표를 꿈꾸는 목포는 경주, 전주, 강릉과 함께 국내 관광 거점도시로 선정, 국비 250억 원을 지원받는 쾌거를 이뤄냈는데, 해상 케이블카의 인기몰이와 함께 국내 관광객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대중적 인지도를 지닌 목포를 지역구로 둔 한 정치인이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목포에 새로 등장한 케이블카를 간접 소개, 홍보하면서 시청(청취)자들에게 어필하기도 했다. 또 다른 정치인은 목포의 구도심 재생과 활성화를 위한 행보에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많은 언론, 미디어가 집중적으로 목포를 취재한 탓에 덩달아 일반 관광객들이 목포를 방문하면서 때아닌 외지인 러시를 이루기도 했다.

목포시는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로는 드물게 시청 조직에 미디어 마케팅팀을 신설해 활발한 활동과 함께 성과를 내며 관심을 받고 있는데 도시 브랜드 마케팅을 통한 지역 이미지 제고와 관광 활성화 추진을 꾀하고 있다. 도시브랜드 ‘낭만항구 목포’ 완성, ‘맛의 도시’ 선포, 국제슬로시티 가입, 미디어 촬영 섭외 및 지원, 공모사업 선점과 네트워킹 활용, 방송, 영화, 드라마 촬영을 위한 프로그램 섭외 및 로케이션 유치 등을 골자로 하는데, 민선 7기를 맞아 신설한 미디어 마케팅팀이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역 폭력배가 정치에 입문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 '롱 리브 더킹'은 로케이션 내내 목포에서 촬영됐고, '호텔 델루나', '신입사원 구해령' 등 인기 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 방영됐다. 그 외 각 방송사의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이 목포를 배경으로 제작되고 소개됐는데, '집사부일체', '유퀴즈언더블록', '식객-백반기행', '전국노래자랑' 등이 목포의 관광지와 함께 맛과 정취를 담았다. 화제의 음악프로그램 '미스 트롯'의 현장 공연도 이 곳에 유치됐다. 침체되고 있던 항구도시 목포가 새롭게 부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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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기생충’ 마케팅 돌입


올해는 우리 영화 ‘기생충’의 해이기도 하다. 미국 골든글러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데 이어 대망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 4관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기생충'의 감독 봉준호에 대한 찬사와 열풍은 이어져 대구시 남구는 봉준호 마케팅에 돌입했다. 대구시 남구 봉덕동 태생인 봉준호 감독의 생가를 활용해 기념 전시관을 꾸미고 봉준호 거리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은 서울의 기생충 주요 촬영지를 탐방하는 ‘기생충 팸투어’를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아현동 돼지쌀슈퍼와 계단, 종로 자하문터널, 노량진 스카이피자 등 네 곳을 코스로 엮어 해설사가 동행하는 탑방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평범한 동네의 한 슈퍼에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들어 인증샷을 찍느다고 하니 ‘기생충’의 파워를 짐작할만하다.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지만 당분간은 인기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겠다. 고양시도 부랴부랴 쎈(?) 카드를 내밀었다. 2026년까지 ‘기생충’의 세트장을 복원하고 이 일대에 영상문화단지를 건설해 고양시의 새로운 문화관광자원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반지하 집과 골목을 정교하게 만든 세트장은 고양시의 수중 전문 촬영장인 아쿠아 스튜디오 안에 지어진 것이다.

폭우에 동네가 잠기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대형 수조에 20동 40가구를 세트로 제작한 뒤 인근 하천에서 취수한 물 50톤을 퍼부어 만들었다. 고양시는 현재 부지를 조성 중인 방송영상미디어밸리와 함께 영상문화단지를 연계한다고 한다. ‘기생충’에서 나오는 박 사장네 부잣집은 사실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에 지어진 세트장이다. 실제 존재하는 부잣집이라고 착각할 만큼 정밀하고 럭셔리하게 만든 이 세트장에서 영화 후반부의 주요 장면들이 대부분 촬영됐다. 전주시도 이미 철거된 세트장을 다시 복원해 관광문화상품으로 만들려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너도나도 ‘기생충’ 마케팅에 뛰어드는 셈인데 결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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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될지, 독이 될지•••영화•드라마 세트장


오산시는 얼마 전 종영된 SBS 드라마 ‘더 킹:영원한 군주’의 제작사와 드라마 촬영세트장을 관광 사업화화는 계약을 체결했다. 어느 정도 히트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특이할만한 관광자원이 빈약한 오산시의 입장은 이해가 간다. tvn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최고의 히트 드라마중 하나로 손꼽힌다. 드라마의 주요 배경은 도봉구 쌍문동으로 그려지는데, 1~2층 단층집이 옹기종기 모인 작은 마을과, 쌍문고등학교, 쌍문여자고등학교가 등장한다.

시청자 대부분은 드라마가 종영될 시점까지 진짜 촬영지가 쌍문동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 촬영세트장은 의정부 녹양동에 지어졌다. 의정부시는 드라마 제작사에게 세트장 촬영 부지를 저렴히 제공하고 행정 편의 등을 지원했지만 엉뚱하게도 고스란히 혜택은 연관없는 쌍문동으로 돌아갔다. 드라마 종영 후 세트장은 곧바로 철거됐으니 의정부시는 경쟁력 있는 관광상품을 스스로 걷어차 버린 셈이 됐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군함도’는 지옥의 탄광섬 일본 하지마섬에 강제 징용당한 조선인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순제작비 220억 원이 들어간 대작 영화였다. 배우 황정민, 숭중기 등 화려한 캐스팅과 세간의 이목으로 대한민국 흥행 기록(명량 1,700만 명)의 갱신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스크린 독과점 논란과 역사 왜곡이 도마에 오르며 흥행 분기점에도 못 미치는 660만 관객으로 마감됐다.

더 큰 아쉬움은 춘천시 근화동과 소양로 일대에 실제 군함도의 2/3 크기의 대규모 세트장을 지었는데, 세트장 제작에만 2년 이상 소요되고, 400여 명이 넘는 출연진과 스태프들이 4개월 이상 현장에서 동고동락했지만 흥행 실패와 함께 세트장 일대를 대규모 관광지로 활용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국내외 한류 팬들에게 큰 인기를 모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태후 신드롬’을 낳기도 한 ‘송송커플(송중기-송혜교)’을 배출해 큰 관심을 모았다. 드라마의 세트장은 태백시에 지어졌는데 작품 촬영 후 곧바로 철거됐다. 그러나 드라마가 대박을 터트리자 다급해진 태백시가 부랴부랴 추가 예산을 들여 재조성해서 만들었다. 국내외 관광객이 몰려들자 한껏 고무된 태백시는 태백커플축제도 새로 만들고 세트장도 추가 확장하는 등 정성을 들였지만, 결과는 '송송커플'의 이혼으로 그간 들인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커플축제도 없어지고 세트장도 빛이 바랬다.

영화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 미디어를 활용한 도시브랜드 마케팅은 잘만 하면 관광 활성화를 위한 특효약이 되지만, 잘못하면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도시경쟁력 제고를 위한 마케팅 프로그램을 좀 더 정교하고 세밀하게 준비해야 하고 단기간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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