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부진 극복할 새로운 기회 맞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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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적인 불황을 가져오고 있지만, 늘어난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 두기의 여파로 온라인 동영상과 게임, 홈트레이닝과 같은 일부 산업은 오히려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로봇 산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소셜 로봇(social robot)은 업계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시장 규모가 좀처럼 성장하지 못했는데,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기회를 잡고 있다.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소셜 로봇들이 병원과 공공시설, 사무실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소셜 로봇, 코로나19로 전 세계 도입 사례 증가

로봇은 크게 산업용과 서비스용 로봇으로 구분된다. 사실 소셜 로봇은 업계에서 관습적으로 분류한 기준일 뿐 업계 전체에서 통용되는 명확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인지 능력과 교감 능력을 갖추고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로봇을 소셜 로봇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를 위해 소셜 로봇에는 인간과의 소통은 물론 감정을 인식하고 이에 맞춰 반응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술과 음성인식 및 합성,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등 첨단 기술들이 적용된다. 그리고 소셜 로봇은 인간을 대상으로 엔터테인먼트, 교육, 생활지원, 정서적 교감을 통한 심리적 안정, 돌봄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2017년 말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의 신시아 브리질 교수가 개발한 ‘지보(Jibo)’가 최초의 소셜 로봇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여러 업체들이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의 소셜 로봇들을 연이어 출시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시장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지보를 포함해 초창기에 주목받았던 몇몇 소셜 로봇들은 판매량 부족으로 결국 판매가 중단됐으며, 전체 시장 규모 역시 업계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페퍼(Pepper)’는 그나마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큰 성공을 거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2020년 들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오히려 소셜 로봇은 새로운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걸쳐 병원과 공공시설, 사무실 등에서 감염의 우려로 사람 간의 직접적인 접촉을 되도록 줄이려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소셜 로봇의 역할이 늘어나고 실제 도입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바르셀로나 자치대학(Autonomous University of Barcelona)과 폼페우 파브라대학(Pompeu Fabra University)의 연구진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등장한 소셜 로봇 활용 사례를 분석해 주목받고 있다. 이 연구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3월부터 6월까지 소셜 로봇을 도입한 195건의 사례를 분석한 것인데, 그 결과 총 66종의 소셜 로봇이 도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이 가장 많았으며, 이 외에도 요양원, 교통수단, 학교, 공항, 호텔, 공원 등 공공장소, 식당, 쇼핑몰, 사무실 등에 소셜 로봇이 도입됐다. 국가별로는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먼저 발생한 중국의 도입 사례가 가장 많았으며, 이 외에 미국, 태국, 벨기에, 홍콩, 인도 등에서 많았다.

로보테미(Robotemi)의 소셜 로봇 ‘테미(Temi)’는 총 195건의 사례 중 27개에 도입돼 가장 많이 이용된 로봇이었으며, 이 외에 조로봇(Zorobots)의 ‘제임스(James)’와 소프트뱅크의 ‘페퍼’, 오리온스타(OrionStar)의 ‘그리트봇(Greetbot)’ 유비테크의 ‘크루저(Cruzr)’ 활용 사례도 다수 존재했다.

소프트뱅크의 소셜 로봇 페퍼. (출처: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홈페이지)
소프트뱅크의 소셜 로봇 페퍼. (출처: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홈페이지)

 

병원 접수에서 원격진료, 배송·순찰까지···소셜 로봇 역할 더욱 커져

병원 등이 소셜 로봇을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사람 간의 접촉을 줄이려는 것이다. 특히 병원에서는 의료 인력의 감염 우려가 매우 큰 상황이었기에 환자 접수와 안내, 영상진료, 그리고 입원한 환자 앞으로의 음식 배달과 같은 여러 용도에 소셜 로봇이 활용됐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로봇을 병원의 접수 업무에 활용한 사례는 42건에 달하는데, 환자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진료 접수, 진료장소 안내, 처방전 제공 기능은 물론 외국인 환자와 방문자를 위한 실시간 외국어 통역 기능도 제공했다. 

입원한 환자의 모니터링 기능도 소셜 로봇이 수행한 중요한 역할 중 하나였다. 병원이나 요양소에서 환자의 체온, 혈압 등을 측정하고 일과를 관찰해 특이 사항이 있을 경우 간호진에게 바로 통보함으로써 긴급사태 발생을 최소화하고 적시에 적절한 대처를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병원뿐 아니라 공항과 지하철역처럼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서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을 인식하고 감염 의심자를 가려내고 소독하는 것 역시 소셜 로봇이 수행한 기능이었다. 일반 카메라와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체온이 높은 사람을 인지해 출입을 통제하고 적절한 조치를 안내하는 것뿐 아니라 공원 등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경우 이를 알려주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감염 우려로 병원이나 호텔 등의 시설에 격리된 사람들의 경우 의료 인력의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외부 접촉이 철저하게 금지돼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 식사나 의료용품, 기타 생활용품을 전달하는 것이 문제시될 수 있으며, 특히 격리자들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갇혀 있다고 느끼는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상당히 불안정해질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소셜 로봇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단순한 식사와 생활용품 배달에 그치지 않고 의료진이나 가족과의 영상통화 등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소셜 로봇에 탑재된 인공지능이 격리자와 대화를 주고받거나 간단한 게임을 하면서 심리적인 치료를 하는 역할도 한 것이다.

이처럼 소셜 로봇은 이제 집 내부에서는 물론 병원과 사무실, 공공시설 등 다양한 장소에서 활용영역이 확대되면서 그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줄이면서 도입 효과도 점차 커지고 있다.

방문자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감지하는 유비테크의 소셜 로봇 크루저. (출처: 아바타리온 테크놀로지(Avatarion Technology) 유튜브 채널 갈무리)
방문자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감지하는 유비테크의 소셜 로봇 크루저. (출처: 아바타리온 테크놀로지(Avatarion Technology) 유튜브 채널 갈무리)

고령화·1인가구 시대 맞아 성장세 더 빨라질 수도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하나의 기능만 제공하는 로봇보다는 여러 용도로 활용 가능한 다기능 로봇의 도입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례 분석이 이뤄진 총 66종의 로봇 중 하나의 기능만을 제공한 로봇은 불과 10종에 불과했다.

즉, 코로나19 상황에서 사람을 응대하고 안내하며, 물건을 배달하고 건물 내부를 순찰하는 등의 여러 기능을 하나의 로봇이 수행할 수 있었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로봇의 형태도 다양해지는 양상이다. 이동성을 갖춘 것은 기본이며, 여기에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스크린과 스피커, 마이크가 장착되고 움직이는 팔을 갖춘 로봇도 존재한다.

이처럼 소셜 로봇이 기술·기능적으로 발전한 상황에서 실제 적용 사례가 늘어나고 언론 보도를 통해 그 유용성이 알려지기 시작한다면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보다 많은 산업에서 소셜 로봇을 도입하게 될 것이다. 

특히 대(對) 고객 서비스가 필요한 업종의 경우 직접적인 비용절감은 물론 고객들의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 소셜 로봇을 활용할 수 있다. 소셜 로봇이 과거와 다른 실질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관련 업계가 코로나19 사태로 얻게 된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소셜 로봇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한 상황은 비단 코로나19가 아니어도 이미 조성되고 있다. 특히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고 1인 가구 시대를 맞아 가정 내에서 집사로, 때로는 친구로 기능하는 로봇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듯 소셜 로봇 시장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그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물론 해결 과제도 존재한다. 아직은 소셜 로봇의 가격이 너무 비싼 편이다. 기술발전에 따라 가격대가 점차 하락하고 있으며,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규모의 경제에 의해 판매가가 더 하락할 것임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일반 가정에서 선뜻 지갑을 열기에는 부담되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도 구독(subscription) 경제 모델을 도입해 월정액으로 로봇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여러 시도를 하고 있지만 소셜 로봇의 가격 자체가 크게 하락하지 않는다면 빠른 성장은 어려울 것이다.

또한, 소셜 로봇은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로봇이 작동하고 여러 기능을 수행하며 사람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고 적재 적시에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기술은 물론 실내에서 사람이나 사물과 충돌하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하는 자율주행 내비게이션 기술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소셜 로봇은 이용자에게 심리적 안정성을 주는 기능도 제공해야 한다. 이는 로봇을 통해 제공될 콘텐츠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소셜 로봇은 마치 스마트폰처럼 일상생활 중에 필요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들을 유통하는 또 다른 채널인 것이다.

즉, 소셜 로봇은 하드웨어와 플랫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그리고 로봇을 통해 유통될 콘텐츠와 서비스가 집대성되는 기기다. 모든 영역에 걸쳐 직접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생산해 판매할 수 있는 기업은 흔치 않다.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기업들 간의 긴밀한 협업이 요구되며, 그만큼 스타트업에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로보테미의 소셜 로봇 테미. (출처: 로보테미)
로보테미의 소셜 로봇 테미. (출처: 로보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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