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가져올 새로운 바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대기업과 투자자들의 모빌리티(Mobility)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과 실제 투자가 늘어나는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완성차 제조사들이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분야에 대한 기술 확보와 투자 확대 차원에서 이 분야의 핵심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인수 및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승차공유, 차량공유, 음식 배달 등 미래의 자동차를 활용하는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지속되고 있다. 이하에서는 최근 인수 또는 투자를 받았거나, 현재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인 6개 모빌리티 스타트업 사례를 살펴보고, 이들 사례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을 알아보고자 한다.

 


ICT 기업·차량 제조사의 잇따른 자율주행 스타트업 인수


최근 해외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뉴스는 아마존의 죽스(Zoox) 인수였다. 6월 말 12억 달러에 아마존에 인수된 죽스는 2014년 6월 말 설립된 샌프란시스코 소재 자율주행 및 ‘서비스형 모빌리티(Mobility as a Service·Maas)’ 업체다. 

미국 스타트업 투자 분석 플랫폼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의하면 설립 이후 다섯 번의 펀딩 라운드를 통해 9억 5,5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으며, 설립 6년 만에 아마존이라는 대기업에 인수됐다. 

죽스는 종업원이 1천 명 정도로, 상당한 인력 규모를 갖추고 있으며, 12억 달러라는 인수가는 역대 아마존의 인수합병(M&A) 중에서도 규모가 큰 축에 속한다. 또한, 운전대가 없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해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테스트를 진행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4월 백업 드라이버를 포함한 계약직 직원들을 해고하는 등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아마존에 인수됐다. 

향후 죽스는 아마존의 자회사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아이샤 에반스(Aicha Evans) 최고경영자(CEO)와 제시 레빈슨(Jesse Levinson)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계속 이끌게 된다. 아마존의 죽스 인수는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모빌리티 분야 투자 강화 전략의 일환이며, 향후 아마존이 죽스 자율주행차 및 자율주행 서비스 상용화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마존이 죽스 인수를 발표한 같은 시기, 글로벌 차량제조사인 폭스바겐이 미국 피츠버그 소재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 에이아이(Argo AI)에 대한 26억 달러의 투자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아르고 에이아이는 2016년 설립됐으며, 2019년 2월 포드와 폭스바겐이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9년 7월에는 폭스바겐이 26억 달러의 투자를 시작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폭스바겐이 현금으로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폭스바겐의 유럽 시장 자율주행차 사업부가 16억 달러를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와 별도로 폭스바겐이 포드로부터 5억 달러 상당의 아르고 에이아이 지분을 매입, 포드와 더불어 아르고 에이아이의 이사회에 참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폭스바겐의 26억 달러 투자 완료 발표는 2019년 시작된 폭스바겐의 아르고 에이아이 투자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변함없이 진행됐음을 의미한다. 

아르고 에이아이의 브라이언 살레스키(Bryan Salesky) 최고경영자(CEO)는 폭스바겐 투자 완료로 자금을 확보하게 된 것은 물론이고,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를 위해 미국과 유럽에 걸쳐 완성차 파트너십을 확보한 유일한 자율주행 분야 스타트업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래 기술과 유망 업체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인텔 역시, 자율주행과 서비스형 모빌리티 분야 스타트업 투자에 나섰다. 2020년 5월 4일(현지시간) 9억 달러를 지급하고 서비스형 모빌리티 업체인 무빗(Moovit)을 인수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는 지난 2017년 153억 달러에 인수한 자율주행 전문 기업인 모빌아이(Mobileye)의 서비스형 모빌리티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구체적으로 무빗은 인공지능(AI) 및 데이터 분석 기술을 이용해 실시간 교통정보를 모니터링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 로보택시 혹은 자율주행차 운영에 있어 최단 경로, 실시간 교통정보 파악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무빗 인수는 모빌아이의 ‘서비스형 모빌리티’ 사업 경쟁력 강화 및 보다 완성도 높은 자율주행 서비스 구현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로 인텔은 무빗을 모빌아이 산하의 오토모티브 허브(automotive hub) 사업 부문에 통합할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안의 아마존 배송용 밴(Van) 예상도. (출처: 리비안)
리비안의 아마존 배송용 밴(Van) 예상도. (출처: 리비안)

 


승차공유 스타트업 인수·투자 동향 


수년간 모빌리티 산업에서 중요한 트렌드가 되고 있는 승차공유 분야에서는 최근 배송, 커머스, 결제 등의 서비스가 융합되고 있다. 이는 승차공유 서비스 업체들의 투자, 인수 동향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2020년 6월 초 페이스북과 디지털 결제 업체인 페이팔(PayPal)이 동남아 승차공유 업체인 고젝(Gojek)에 투자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특이한 것은 페이스북과 페이팔이 고젝에 투자한 이유가 승차공유 서비스 때문이 아니라, 고젝의 모바일 결제 분야 잠재성 때문이라는 점이다. 가령, 고젝이 승차공유 같은 모빌리티 및 교통 서비스에 페이스북이나 페이스북 소유 ‘왓츠앱(What’s App)’ 기반 디지털 결제 서비스를 접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들은 페이스북이 고젝에 대한 투자를 통해 인도네시아와 동남아 시장에서 디지털 결제와 금융 사업 확장의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승차공유 서비스 분야에서 배송과 결제, 커머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최근 우버의 음식 배달 업체 인수 사례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2020년 7월 초 우버가 미국 음식 배달 업체인 그럽허브(GrubHub) 인수를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포스트메이트(Postmate)를 26억 5천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는 현재 우버의 사업 중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음식 배달 서비스인 ‘우버 잇츠(Uber Eats)’ 사업 확장을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리비안의 전기 픽업 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출처: 리비안)
리비안의 전기 픽업 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출처: 리비안)

 


화물 운송용 미래차, 상용화 노력 박차


지금까지 자율주행차, 전기차 분야는 주로 일반 승객이 이용하는 자가용이나 로보택시, 자율주행 버스와 같은 ‘사람’의 이동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과 상용화가 진행돼 왔다. 그러나 아마존이 투자한 전기 픽업 트럭 스타트업 리비안(Rivian)과 자율주행 트럭 개발 업체 투씸플(TuSimle) 등 화물 대상 운송용 미래차 분야 스타트업들도 등장,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우선 리비안은 2009년 설립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Irvine) 소재 전기 픽업 트럭 및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조 업체로, 2020년 7월 초 25억 달러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2011년 이후 8차례에 걸친 펀딩 라운드 중 투자 유치액 기준 최대 규모다.

특히 2019년 2월 7억 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주도했던 아마존도 이번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안은 2018년 말 공개한 전기 픽업 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을 2020년부터 고객에게 인도할 예정인데, 아마존이 이미 리비안과 전기 트럭 10만대 공급 계약을 체결해 놓은 상태다.

리비안이 아마존 투자 등으로 업계와 투자자들에게 이름이 알려진 반면, 2015년 설립된 투씸플은 인력 251~500명 정도로 리비안 대비 규모가 작은 신생 업체다. 그럼에도 자율주행에 필요한 모든 기술과 부품을 개발 및 통합하는 ‘풀 스택 솔루션(full-stack solution)’을 개발해 왔으며, 현재 레벨 4 시스템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런치베이스에 의하면, 총 여섯 차례의 투자 라운드를 통해 중국 시나(Sina), 엔비디아(Nvidia), UPS, 그리고 국내 만도 등으로부터 2억 9,81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또한, 6월 말에는 2억 5천만 달러의 추가적인 투자 유치를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리비안이 신규 투자를 유치하고, 투심플이 신규 투자 라운드를 준비하는 것은 전기차 또는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보다 정교하고 안정적인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리비안에 이어 투씸플도 투자 유치에 성공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최근 사례를 감안할 때 승객용뿐만 아니라 화물 운송용 미래차 개발과 상용화를 둘러싼 업체 간 경쟁과 투자자들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편, 지금까지 살펴본 최근 모빌리티 분야에서 주목받는 스타트업 동향을 통해 향후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 방향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자율주행 테스트와 상용화가 지연됐지만, 오히려 전대미문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미래 교통 서비스 시장에서 자율주행 차량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향후 기술적 완성도와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업체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분야 투자 열기도 뜨거워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승차공유 업체들이 배송, 커머스, 결제 서비스를 적극 시도하거나, 관련 업체 인수에 나서는 것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이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동하는 시간과 공간에서 형성되는 다양한 고객 접점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결제하는 서비스가 융복합될 것임을 예고한다. 

운전자가 필요없는 자율주행차와 소음과 진동이 사라진 미래 전기차에서는 서비스•콘텐츠의 판매, 거래, 소비가 보다 쾌적하고 일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으며, 이것이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중요 수익모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보면, 코로나19 사태가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융복합형 비즈모델을 선도할 능력과 잠재력을 갖춘 스타트업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단기적으로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융복합 비즈모델을 선도할 수 있는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산업 내, 산업 간 융합 및 4차 산업혁명을 좀 더 가속화하고,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