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심의위 권고에도 삼성 이재용 부회장 기소 결정
최대 쟁점 여부는 이재용 부회장의 지시 여부
삼성그룹, 반도체 전략 차질 빚을까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스타트업투데이]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 결과를 뒤집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11명에 대한 불구속 기소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은 향후 수년 동안 법정 다툼에 휘말릴 수밖에 없게 됐다. 검찰과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단은 앞으로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를 추가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기존에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행위 및 시세 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았던 바 있다.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 등이 2015년 5월부터 9월까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결정을 추진한 것으로 판단했다. 

 

분식 회계 논란의 중심,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

로직스의 분식 회계 논란에 대해서도 ‘회계 사기’로 판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가 2015년 합병 이후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자산을 부풀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콜옵션은 주식을 미리 정해 놓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검찰은 “사안이 중대하고 객관적 증거가 명백한 데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으로 사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통해 “처음부터 삼성그룹과 이재용 부회장의 기소를 목표로 정해 놓고 수사를 진행했다”라며 비판했다. 

변호인단은 “증거와 법리에 기반하지 않은 수사팀의 일방적인 주장일뿐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며 “삼성물산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인 경영 활동”이라며 검찰의 공소 사실에 반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서는 “회계처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은 수차 번복됐다”라며 “법원 역시 증권선물위원회의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사건 및 영장실질심사에서 회계기준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심의위원회에서도 10대 3이라는 압도적 다수로 기소할 수 없으니 수사를 중단하라고 결정했다”라며 “지금까지 8건 모두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했는데 유독 이 사건만은 기소를 강행했다”라고 덧붙였다. 

변호인단은 재판에 성실히 임하고 검찰의 기소가 부당하다는 점을 법정에서 밝혀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이 삼성 이재용 부회장 기소를 강행한 이유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의 핵심 관계자를 기소하면서 지난해 8월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했다. 

당시 대법원은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이재용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승계작업을 진행했다”라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의 핵심 관계자가 2012년 12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만들고 2015년 5월부터 9월까지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프로젝트-G’로 일컬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에 따르면 프로젝트-G에는 에버랜드의 옛 제일모직 패션 사업 양수 등을 비롯한 사업 조정, 제일모직 상장,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의 콜옵션 허위 공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1대 0.35 비율로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분식회계 등이 담겨 있다.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의 핵심 관계자가 해당 프로젝트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투자자를 상대로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중요한 정보를 은폐한 것으로 봤다. 뿐만 아니라 의결권 확보를 위해 주요 주주를 매수하고 국민연금에 불법적인 로비 활동을 펼쳤다고도 보고 있다. 

검찰의 기소로 이재용 부회장은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돼 3년 6개월째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법정 다툼의 최대 쟁점은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지시했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 프로젝트에 관여되지 않았을리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아 향후 재판에서 어떤 증거를 제출하느냐, 이재용 부회장의 변호인단이 이를 어떻게 반박하느냐가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출처: 삼성전자)
(출처: 삼성전자)

길어지는 삼성그룹 사법 리스크…경영에 차질 빚나

국정농단 사건에 이어 불법 승계 의혹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수년 동안 법원에 출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삼성그룹의 글로벌 전략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지 훼손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전자는 2030년 세계 1위 시스템 반도체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잡고 반도체 사업에 133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현재 초미세 극자외선 공정을 활용한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술로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를 바짝 추격해왔다. 올해 1분기에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서 사상 최대 매출 17조 6,400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주요 외신들도 이번 소식에 관심을 기울였다. 사법 리스크로 경영 공백이 커지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인수합병과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였던 구속 기소를 피해서 다행이라는 반응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관계자들 사이에서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진행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라며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상황에서 사법 리스크까지 겹쳐 삼성그룹의 경영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스타트업투데이=이현주 기자] news@startuptoday.kr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