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류지광. (출처: 아랑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가수 류지광. (출처: 아랑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대중노래를 밤을 새워가며 들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우연히 유트뷰에서 이 가수의 노랠 들었다. ‘다시 한 번만’ 김호중 가수와 듀엣으로 부른 원곡 설운도의 노래였다. 앞서 TV조선의 예능 프로그램 <미스트롯>이 한바탕 트롯의 바람을 휩쓸고 간 뒤여서 낯설지 않았지만 류지광이 부른 노래는 분명 남다른 점이 있었다.

그는 가수로서의 기교나 타고난 가창력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만의 확연한 색깔이 있었다. 한 계단씩 쉼 없이 올라온 노력의 결과라는 것을 머지않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천재도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다”라는 문구가 이 가수를 보면서 문득 떠올랐다.

그의 이력 또한 남달랐다. 한국의 미스코리아 진선미가 있다면 남자들에게도 미스터코리아 진선미가 있듯 그는 미스터 코리아 진 출신이었다. 그렇게 그를 알아가며 며칠이고 밤새우며 그의 노랠 듣고 들었다. 그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헬조선 세대로서 문명이 교차되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세대의 교차점에서 사회로 나와 그야말로 헬조선 시대를 온몸으로 겪으며 살아온 청년이었다.

지금도 유명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앞엔 데뷔를 위한 영상과 오디션을 보기 위한 자기만의 이력을 놓고 가는 횟수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되는 연예계 현실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도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방송에서 그가 말했듯 부모님의 빚보증으로 그 가난을 벗어나지 못해 20년 넘게 월세 집에서 살고 있다는 그의 고백이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그의 노래 속엔 사람냄새가 난다. 트롯과는 잘 어울리지 않은 저음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에 원석으로 묻혀 있던 보석이 비로소 세상에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침잠된 고독과 인내는 그가 노랠 하는 모습에서 보여주는 그만의 색채다.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전형적인 옛날 아날로그의 틀을 벗어날 수 없다. 방송에서 먼저 뜨고 전국을 순회하며 공연을 하고 길게는 몇 년 짧게는 2~3년이면 대중에서 멀어지고 마는 것이 대중가수들의 길이다. 그때의 인기로 연예 프로그램이나 라디오 방송을 맡는 것이 그나마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아날로그 시대를 거치지 않고 직접 대중과 마주치며 자기만의 트렌드로 나아가야 대스타로 일어설 수 있고 생명력이 길다. 그 서막은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길을 열었고 뒤를 이어 방탄소년단이 세계화를 이뤘다.

지금은 직관의 시대다. 전 세대가 스마트폰에 익숙하고 모든 정보는 시각을 통해 얻고 있는 그대로를 소통하며 공감하는 시대다. 지금의 방탄소년단이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고 데뷔를 준비했다면 오늘날 그들이 있었을까. 엔터 회사들이 한 그룹을 키워내기 위해 최소한 3~5년 정도 투자를 한다. 그리고 공통점은 일명 ‘해외 물을 먹은’ 멤버를 끼워 넣는 게 공식이었다.

그러나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전부 시골 출신이고, 내세울 학력도, 유학파도 없다. 당시 변두리에서 알아주는 래퍼나 댄서들을 멤버로 넣으려 했지만 촌놈들과 섞이지 않겠다고 방시혁 대표의 프러포즈를 거절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세계 최고의 가수가 됐다. 시대적 패러다임을 물 흐르듯 따라갔고 문명의 전환점을 정확히 파악했기에 가능했다.

가수 류지광. 그는 TV조선 예능 프로그램인 <미스터트롯> 준결승에 오르기까지 수백 대의 경쟁을 뚫고 그 자리에 섰다. 하지만 그는 그에 앞서 수만 명 수십만 명의 모진 삶의 경쟁에서 살아남았고 인고의 시간을 견뎌왔다. 미스터코리아 진을 지낸 그가 월수입이 10만 원도 안 된 때가 허다했고 휴대폰 요금을 내지 못해 지인들이 대납해주는 가슴 아픈 날들을 살아왔다.

한 때 대중의 관심과 화려한 무대에 서 본 사람들이 대중에서 멀어지고 경제적 환경이 어려워지면 공황장애가 오고 우울증은 물론 정신적 고통에서도 벗어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실의에서 다시 또 오뚝이처럼 일어서기를 수없이 반복해 왔다.

속된 말로 그는 산전수전 다 몸으로 체험한 사람이다. 더 이상 잃을 것도 버릴 것도 없다. 이젠 한 걸음씩 나아가는 길뿐이다. 하여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고 그는 누구보다 큰 꿈을 그릴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더 긴 생명력으로 자기만의 색깔을 세상에 알리는 길은 손바닥 안에서 이뤄지는 미디어다. 이를 절대 멀리도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일상이 되어버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생명은 진솔함과 대중과의 눈높이를 같이 하는 것이다. 또한, 분명한 자기만의 색깔이 있어야 살아남는다. 그는 누구도 갖추지 못한 탤런트를 지니고 있다. 준수한 외모와 겸손함 그리고 그만의 독창적인 보이스가 있다. 조금만 더 갈고 닦는다면 배호의 뒤를 이을 저음 가수로 거듭나 금자탑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퍼포먼스를 통해 그가 대중의 샛별로 떠오를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명 The CJ Holdings Canada Ltd. CEO
자명 The CJ Holdings Canada Ltd. CEO

CGB(Capita Of golden Bridge)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화제의 도서 <숨겨진 부의 설계도>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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