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받을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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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추석 긴 연휴를 보내고 있을 때 바다 건너 나라들은 그 어느 때 보다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금융시장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들이 시장에서는 일어나고 있었고 전문 투자가들은 이런 예민한 이슈들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채권시장의 급격한 변화였다. 하이일드채권(부도위험이 높은)의 거래가 크게 줄어들고 이자도 천차만별로 높게 형성됐지만 거래가 되지 않은 것이 눈에 띄었다. 당초 연준이 기업들의 채권을 사들이기 위해 별도의 펀드를 만들어 지원하는 등 회사부도를 막기 위한 전례 없는 지원을 하며 시장의 혼란을 사전에 불식시킨 것은 큰 효과를 봤다.

그러나 생각보다 빠르게 금융시장이 안전을 찾자 우회로 금융지원을 하며 실질적인 돈은 풀지 않았었다. 지난 상반기까지는 모든 채권의 거래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선거가 가까워지자 채권시장은 큰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투자 관련 리서치 업체인 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9월 16일부터 23일까지 미국 하이일드 채권 펀드에서 486억 달러(약 56조 8,480억 원)가 빠져나갔고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고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미국에서 한창 퍼질 무렵인 3월 중순 무렵 한주에 56억 달러(약 6조 5,500억 원)가 인출된 이후 최악이다. 대형 헤지펀드는 물론 자산운용사들의 정크 본드 상장지수펀드(ETF)에서만 이틀 만에 23억 달러가 빠져나갈 정도로 하이일드 관련 투자는 급랭하는 중이다.

모든 투자자들은 채권보다 위험자산인 주식에 큰 관심을 두고 있었기에 큰 이슈는 되고 있지 않았지만 대형 투자은행(IB)이나 투자그룹의 매니저들은 이 부분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트럼프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은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었다. 뒤에 알려지긴 했지만 트럼프는 생각보다 안 좋은 상황에서 급히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월가의 금융기관들도 삼삼오오 모여 휴일도 반납하며 선거상황에 대해 긴밀한 시나리오 짜기에 바빴다는 후문이다. 

불신 속 혼란 가중

긴박한 상황에서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밝힌 기사를 종합해 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입원 중인 월터리드 군 병원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여기 왔을 때 몸이 안 좋다고 느꼈으나 좋아지기 시작했고, 향후 며칠간 진정한 시험이 될 것”이라고 직접 밝혔다.

그러나 그가 산소 호흡기를 착용했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병원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밖으로 흘러나오는 여러 가지 루머들은 월가를 통해 시시각각 알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치의 등 의료진은 “대통령은 상태가 아주 좋고, 호전됐으며 검토할 서류를 달라고 한다”면서, 그의 활력 징후(vital sign)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또 24시간 동안 열이 없었으며 호흡에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누구도 그들의 말을 믿지 않고 있으며 의혹들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 예로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기자들에게 “지난 24시간 동안 활력 징후가 아주 우려스러웠고 향후 48시간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의료진과는 엇갈리게 그의 병세를 설명했다.

이를 본 트럼프는 격분해 직접 나서 4분 분량의 영상을 올리며 건강 이상설을 불식시키려 했지만 오히려 불신만 키운 셈이다.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서 미 언론들은 트럼프의 재선은 물 건너갔다고 떠들어 대며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지난 선거 자금 모금에서 월가는 전례 없이 민주당 바이든을 크게 지원했고 트럼프 107억 원보다 무려 다섯 배 가까운 522억 원을 후원하며 “트럼프는 집으로 가라”는 운동을 전개했다. 아직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현재의 분위기는 민주당에 우호적인 기운이 강하다.

한국 금융시장 전망

줄기차게 달려온 우리의 증시는 큰 조정 없이 어정쩡한 상태에 놓여 있다. 몇 번 조정의 빌미를 찾았으나 이내 안정을 되찾으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 중이다. 지수를 좌지우지하는 대기업들의 주인을 외국인들이 차지하고 있는 한 외국인의 동향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이나 시장의 성격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만약 민주당이 집권한다면 큰 변화가 예상된다. 공약으로 내세운 기업들의 절세정책의 정상화다.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자 15~25%까지 낮춰준 세금은 결국 부자들만의 잔치라는 것이 미 국민은 물론 민주당의 시각이다.

따라서 첫째, 이 부분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기업들로선 이익의 평균 20%가 줄어들기 때문에 주식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정책적인 부분이다. 그린 에너지를 주장해온 민주당은 그린 뉴딜을 정책 이슈로 공약한 만큼 트럼프가 탈퇴한 국제기구 재가입과 함께 미국 경제를 재구성하는 산업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이 부분은 우리의 그린 뉴딜 정책과 유사한 플랜이다. 세 번째는 미·중무역 분쟁을 비롯해 각국과 벌어지고 있는 갈등 문제다. 금융권에서 내다보는 시나리오는 트럼프의 정책보다는 합리적인 길을 모색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의 새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이나 기업들에게 지원할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외부적인 이슈에 매달릴 경황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그동안 뿌려놓은 돈에 비해 경제상황은 크게 좋아지지 않고 물밑에 가라앉은 문제들이 하나씩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코로나19의 진짜 위기를 수습하기에 급급할 것이라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신용이 낮은 채권들의 투자가 급감하면서 차환해야 할 자금들이 막히고, 이에 따라 기업 줄도산을 피할 수 없고,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집권 초기에 이런 문제를 털고 가야만 재집권이 가능하고 원만한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이 큰 그림이다. 트럼프는 재선을 염두에 두고 모든 정책수단을 다 끌어다 마구 돈을 찍어냈다. 4~5조 달러 수준에서 자산을 보유하던 미 연준은 올 상반기에만 50% 가까운 돈을 더 풀었다. 미국 금융위기 때 10년 동안 지원한 돈을 단 3개월 만에 시장에 공급한 셈이다.

당시에는 주로 기업들에게 지원했다면 이번엔 국민들에게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돈을 풀어서 대부분의 돈들은 투자 효과가 없다. 실업률이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단순 노동직이 대부분이고 양질의 고용은 늘지 않고 있다. 선거 후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징후들이다.

미 대선 전후로 우리나라의 금융시장도 크게 좋아질 일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우선 미국이 취할 세계적인 정책 변화의 유연성이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또 우리나라는 어느 국가보다 선제적으로 코로나19 위기를 벗어났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진짜 살아남은 기업과 파산할 기업들이 명확히 갈릴 것이며 이미 그 변곡점을 우리 기업들은 지나왔다. 살아남을 기업들은 이미 결정됐다.

미국이 추진할 새로운 정책의 산업들도 우리에겐 유리한 입장이다. 트럼프나 민주당이나 양쪽이 추진할 정책 방향은 익히 알려져 있기에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반도체, 자동차, 화학 등 중화학 분야도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영향을 피해 갈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들이 다 커플링하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의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은 분명 긍정적으로 전개되리라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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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 The CJ Holdings Canada Ltd. CEO
자명 The CJ Holdings Canada Ltd. CEO, CGB(Capital 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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